롱과 퐁은 지구인이 될까요? - 2022 학교도서관저널 추천 바람그림책 125
윤여림 지음, 김규택 그림 / 천개의바람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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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가는 그림책들을 학교도서관에 신청했다. 구입 절차가 길고 복잡하여 신청했다는 사실조차 잊을 때쯤 되어야 책이 온다. 드디어 왔다는 소식에 룰루랄라 가서 대출해온 몇 권. 오늘은 그중에 이 책이 제일 재미있었다. 윤여림 작가님의 스토리도 흥미롭고 김규택 작가님의 그림도 구석구석 재미났다.

편견과 차별에 대해 돌아보게 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책들이 다양하게 있다. 여러가지 스타일의 책들이 다 의미있지만 말랑하고 재미나면서 핵심을 찌르는 이 책이 내겐 특히 맘에 든다. 이런 문제의식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이렇게 녹여내는 건 아무나 못하는 일이다. 참 대단한 작가님들.

롱과 퐁은 누구일까? "지구인이 될까요?" 라는 제목을 볼 때 지구인은 아닌 것 같고 그럼 외계인? 그렇다. '보드라운 돌'이라는 행성이 있었는데 이 별은 점점 추워지고 있어서 거주민들이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불행중 다행으로 그들에게는 변신술, 평화술, 과학기술이라는 세 가지 능력이 있었다. 그들은 살기 적당한 12개의 행성을 후보에 올려놓고 그들을 받아달라고 요청하는 메세지를 보냈다. 지구를 제외한 11개의 행성에서 수락 답장이 왔다. 마지막으로 지구에서도 답장이 오긴 했는데, 생중계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구인들의 심사를 받으라는 거였다.

출연을 위해 파견된 두 행성인이 바로 롱과 퐁이었다. 그들은 '지구의 선택'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의 실시간 댓글을 받으며 지구인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신해간다. 피부색, 성별, 외모, 성역할 등등.... 지구인들은 그들이 가진 특별한 능력에 관심을 보인다. 아니 관심이라기보다 흑심이라고 하겠다.

"여러분이 지구에 오면, 다른 행성에 우리 지구 나라를 세울 수 있겠어요!"
"다른 행성에 지구 나라가 생기면 얼마나 좋아요. 그 행성에 있는 자원들을 마음껏 갖다 쓸 수 있잖아요."
"여러분의 변신 능력과 친구 사귀기 능력으로 그 행성인들이랑 친구가 되었을 때, 짜자잔! 우리가 달려가서 그 행성을 점령하는 거죠."

이런 말을 듣는 롱과 퐁의 표정이 점점 안좋아진다. 힘겨운 하루를 보낸 그들은 본부에 보고서를 전송한 후 잠이 들고, 지구인들은 '보드라운 돌 행성인 받아주기 찬반투표'를 시작한다. 과연 투표의 결과는?

다음날 아침, '지구의 선택' 라이브 방송은 계속된다. 투표 결과를 발표하려는 찰나, 롱과 퐁은 원래 모습으로 다시 변신하고 나서 말한다.
"우리는 지구인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우리가 지구를 선택하지 않기로 했거든요."
"아름다운 지구에서 살고 싶었는데 아쉬워요."

그리고 그들은 황당해 하는 지구인들을 남겨두고 그들의 기술인 '눈깜짝 도로'를 통과해 눈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다시는.... 지구에 오지 않았다. 지구는 그들에게 선택받지 못, 아니 차인, 것인가? 그들은 왜 지구를 찼을까? 이 책을 보면 그러고도 남을 이유들을 알게 된다. 심지어 그들이 떠난 후에 그들과 관련된 유행이 생겨남과 동시에 '외계인 혐오'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우리 사회의 단면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우리 사회는 '받아줌'에 대하여 매우 까다롭다. 자신이 그럴 자격이 있는지 성찰하지 않는다. 그래서 외모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어떤 직업인지에 관심을 갖는다. 특히, 남의 일에 분노를 잘한다. 한가지 생각에 꽂히면 융통성없고 치기어린 공명심의 잣대로 남을 비난한다. 여자로 변신한 퐁이 배가 고파 '내가 밥할게' 하자 벌떼같이 일어나 난리들이 났다. 똑같이 하라고. 뭐든지 똑같이. 기계적인 공정이다. 외계인들은 이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이 지구를 '찬'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또다른 큰 이유는 욕심. 어울리기보다 정복하고 이용하려는 욕구. 수단화하고 대상화하는 본성. 이것이 염증을 일으켰을 것이다. 다시 돌아보기도 싫을만큼.

이 글을 쓰는 나 자신도 지구인이며 저런 본성들이 내재되어 있는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부록으로 삽입되어 있는 지구 과학자들의 연구보고서를 보면 웃기기도 하지만 더더욱 한심하다. 삽질능력, 헛짓거리 능력, 나아가서는 자멸 능력이라고 해야할까?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우리의 모습을 성찰하는 책들도 이와같이 꾸준히 나오고 있으니 완전 절망은 아니라고 해야할까?

그림책이지만 분량이 68쪽이나 되어 읽는 맛도 꽤 있다. 관련된 주제를 다룰 때 아이들과 읽어보며 생각을 나누기 참 좋겠다. 근데 대표로 읽어주기론 부족할거 같은데. 워낙 구석구석 볼 게 많아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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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원맘 2022-07-06 1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렇게 정리해 주신 글 보니 그때 놀라움과 감탄이 되살아나네요. 감사합니다!

기진맥진 2022-07-13 14:29   좋아요 1 | URL
와 공감의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