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키드 - 2020년 뉴베리 대상 수상작 Wow 그래픽노블
제리 크래프트 지음, 조고은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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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검색해보니 2020 뉴베리 대상을 받았다는 광고가 가장 크게 눈에 띈다. 이 책은 그래픽노블인데 말이다. 그래픽노블로서는 처음 수상이라고 한다. 어, 언젠가 그래픽노블 수상 얘길 들어본 적 있었는데? 잘 읽어보니 뉴베리 아너상이었다. (엘 데포) 대상은 이 책이 처음.

(그래픽노블과 만화는 같지 않지만 그냥 만화라는 표현을 써보겠다.) 이 책은 만화라도 아주 빨리 읽히진 않는다. 대상도 초등학생보다는 중학생 정도에게 더 맞을 것 같다. 초등 고학년도 괜찮기는 하지만. 배경은 미국의 명문 사립학교다. 공립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르고 낯설다. 하지만 달라봤자 학교는 학교. 우리의 고민, 우리의 행복과 같은 점들도 많이 눈에 띈다.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인공 조던 뱅크스는 열두살인데(우리 나이론 중1) 집에서 '우리 아기'로 불릴 정도로 엄마 아빠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아이다. 엄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고 아빠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부모 모두 유색인종이다. 조던은 틈만 나면 스케치북을 붙들고 그림을 그리는 아이라 예술학교로 진학하고 싶어했지만 부모는 사립학교에 아이를 등록시킨다. 책의 중반부 쯤 나오는 부모의 말들에 그들의 본심이 담겨있다.
"엄마가 하고 싶은 말은, 미국 회사에서 성공하려면 너도 게임의 규칙을 알아야 한다는 거야."
"이 학교에 다니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어. 대학도 가고 인맥도 넓히고.... 나나 당신은 가질 수 없었던 기회 말이야."

부모의 이런 의도로 리버데일 종합학교에 입학하게 된 조단은 어떤 길을 가게 될까? 예상 가능한 결말은?
1.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는 것을 느끼고 역경 끝에 탈출한다.
2. 부모의 뜻에 순종은 하지만 여러가지 차별과 난관에 마음이 병든다.
3. 처음엔 어려웠지만 이를 악물고 최후의 승자가 된다.

1,2,3 모두 아니었다는 점이 내게는 이 책의 매력이었다. 그러면서 조던과 유색인 친구들이 겪는 (공식적이진 않은) 인종차별을 잘 표현해 주었다. 담임선생님은 학생의 이름을 매번 까먹고, "수학여행에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은 학교에서 도움을 줄거다" 라는 말을 전체 아이들 앞에서 하고, 그럴 때 아이들의 시선은 무의식적으로 유색인 아이들에게 향하고.... 이런저런 사소한 일들이 모여 사소하지 않은 차별의 벽을 만든다.

서사는 칼라 만화로 진행이 되고 중간중간 흑백으로 조던의 그림이 들어가는 구성으로 되어있다. 무난하고 순한 성품의 조던이지만 자신의 창작물(?)에는 풍자와 비판이 담겨있다. 예를 들어 [남학생 피라미드 학교 식당 서열 가이드] 라는 그림에서 보면 선호와 비선호 자리에 어떤 그룹의 아이들이 앉는지 알 수 있고 무언의 권력관계를 짐작할 수도 있다. [책의 겉표지만 보고 아이들 판단하기]라는 그림을 보면서 처음에는 웃었지만 곧 뜨끔해졌다. '주류 도서'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도서'는 표지부터가 다르다. 사람들은 무심코 대상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책을 선물하거나 권해주는데, 거기에도 편견이 들어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조던이 차별과 괴롭힘 속에서만 살았던 건 아니다. 앤디 같은 녀석이 사사건건 시비를 걸긴 했지만 괜찮은 아이들이 훨씬 많았다. 백인이고 유색인이고 할 것 없이. 그리고 부당하고 꽉막힌 담임선생님도 있었지만 조던의 소질을 인정해주고 조던의 작품을 앨범표지로 활용해 자존감을 높여준 미술선생님 같은 분도 있었다. 세상도 이와 비슷하다고 본다. 좋은 사람이 훨씬 많다. 소수의 악영향이 너무 커서 문제지... 그리고 '좋은' 사람들도 완벽하지 않으니 늘 배우고 성찰해야 한다. 그렇게해서 세상은 조금씩이라도 좋아져 왔다.

조던이 진로를 어떻게 정하고 앞길을 헤쳐 나가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까지로도 충분했다. 완벽하지도 늘 멋지지도 않지만 건강하게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조던의 모습에 마음이 편해진다. 새 학교에 적응하면서 동네 친구들(지난 학교 친구들)과도 반갑게 만날 수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사립학교가 그것도 모르냐!"는 마지막 컷의 대사가 가장 흐뭇하고 좋았다. 이유는 읽어봐야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엄청 빡센 학업과 과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학교의 커리큘럼이 좀 심하다 싶기도 했지만(아이들이 좀비 모습으로 등교...;;;) 인생 한 때 이런 치열한 노력의 과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단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따라서. 조던의 '뉴 키드'로서의 모습이 비슷한 시기를 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한 성찰을 가져다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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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짜 뉴스 징검다리 동화 26
신현경 지음, 나인완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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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펴자마자 지난 학기 국어수업에서 뉴스의 타당성, 공정성을 파악하는 내용이 있었던 것이 기억났다. 그때 "뉴스는 다 믿어도 될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가 않답니다. 가짜뉴스도 많다는 말 들어봤죠?" 이런 질문을 하며 수업을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예시로 어처구니 없는 가짜뉴스와 팩트체크 뉴스를 영상으로 보여주며 수업을 진행했다. 그 수업을 이 책과 함께 했으면 더욱 재밌었겠다.

모두에게 이 책을 다 읽히기에는 수업주제의 폭이 넓지는 못한 것 같은데, 책이 재미는 있으니 기간을 좀 넉넉히 잡고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주제에 대한 내 생각은 편견일 뿐, 사실은 매우 중요한 주제일수도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 현실이니까 말이다. 일단 재미로 읽어도 충분히 괜찮은 책이니 나중에 혹시 활용하게 되면 하려고 적어둔다.

작가 이름이 낯익어 생각해보니 <나의 강아지 육아일기>를 재밌게 읽고 리뷰도 썼었다. 작가는 애견인이시던데, 역시 이번 작품에도 개가 등장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개의 모습을 한 외계인'이지만.^^ 호히호히별의 우주탐사요원 시크는 중요한 임무를 띠고 지구에 왔다. 지구별로 이주해 당분간 개로 위장해 지낼 수 있는지 가능성을 알아보는 것. 그러기 위해서 개 사료가 그들에게 맞는지 테스트해보아야 한다.

그런데 하필 시크가 선택한 주인이 '먹방 유튜버' 한입동키라는 정말 웃기는 설정.ㅋ 한입동키는 먹방을 하기엔 대식가가 아니었다. 먹방을 찍고 나면 남은 음식을 시크(그가 붙여준 이름 시큰둥)에게 준다. 개 사료 적응 테스트라는 임무에 충실해야 하는 시큰둥은 엄청난 유혹 앞에 매번 무너진다. 지구인의 음식은 왜이렇게 맛있고 종류도 많은 것일까... 매우 공감이 가는 좌절이다.ㅎㅎ

구독자래봐야 얼마 되지도 않던 한입동키의 먹방채널은 어느날 우연히 시큰둥이 출연하면서 폭발적으로 조회수가 늘었다. 그러나 이때쯤 위기가 닥쳐오는 것이 이야기의 공식. '개 혓바닥 바이러스'가 출현했고 그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네발로 걷게 된다'는 기사가 떴고, 그 기사를 카피한 기사들이 줄줄이 재생산되었고 사람들은 아우성을 쳤다. 개들에겐 위기가 닥쳤다. 시큰둥에게도 마찬가지다.

그 기사의 최초 작성자는 누구였으며 어쩌다 그런 기사를 쓰게 됐나?
그 가짜뉴스로 덕을 보게되는 세력은 누구이며 그들은 어떤 공작을 펼쳤나?
이런 전개과정을 재밌게 따라가다보면 아이들도 가짜뉴스의 속성을 알게된다. 거기에 또 너무 몰입하다보면 음모론에 맹목적으로 빠질 수도 있으니 그것도 조심! 이래저래 균형을 잡으며 현명하게 살기는 참 어렵다. 하지만 아이들도 그걸 알아야한다. 어렵다는 걸.^^

결말, 한입동키와 시큰둥의 이별 장면도 적당히 기분좋은 느낌이다. 어쩌다보니 시큰둥은 본인의 임무 실험을 마치게 됐고 이제 본별로 돌아간다.
"그동안 고마웠다, 의리있는 지구인."
한입동키는 이 말을 들었을까? 뭐라고 답변했을까?
겨우 이정도를 감추면서 스포를 면했다고 착각하면 안되겠지?ㅎㅎㅎㅎ 가짜뉴스를 주제로 한 이야기. 한권은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마침 그게 재미있으니 참 다행이지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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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자존감 - 교사를 지키고, 학생을 바꾸는
서준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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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은 삶의 기둥 같은 것이라 느낀다.
사람은 뼛속까지 이기적인 존재라서 그럴까, 자신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찾지 못하면 삶을 지탱하기 힘들어진다. 부모가, 자식이, 배우자가, 가까운 이들이 잘 살고 있어도 그것만으로는 안된다. 반드시 '나'의 존재가 의미있어야 한다. 어리든 젊든 늙든 마찬가지다.

그래서 삶은 참 힘든거라고 느낀다. 바닷가 모래알 하나 같은 내가 대체 뭐라고, 나의 존재가 그토록 의미있어야 되냐고. 왜 그 느낌이 사라지면 삶이 무너지는 것 같냐고. 그걸 어떻게 평생 붙들 수가 있냐고.

그 답은 각자 찾아야 될 것 같다. 어쨌든 '자존감'은 내 정신적 생존의 핵심이다. 이 책은 그것을 전제로 하고, 특별히 교사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건강한 자존감을 유지, 혹은 회복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저자의 고민과 경험과 배움을 나눠주는 책이다.

특별히 '교사'의 자존감을 한권의 책으로 다룬 이유를 나는 프롤로그의 '진동'이란 말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정확히 대치되는 말은 아니지만 '영향력'이라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영향력이 제로인 사람은 없겠지만 교사는 특히 성장기의 학생들과 질적으로 양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군이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중요하다. 이들이 건강한 마음으로 학생들을 상대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교사의 자존감을 흔드는 요인이 내적, 외적으로 많이 있다. 저자인 서준호 선생님은 그 환부를 가장 많이 접한 외과의사 같은 사람이다.

이 책은 저자의 심리극 현장을 담은 3장에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이 책의 특징이자 차별성이라 할 수 있겠다. 실제 진행했던 심리극 장면을 거의 시나리오처럼 엮었다. 읽으면서 그 장면에 잠기기도 하고 당사자의 심적 고통이 연상되어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심리극이란게 이런 거구나 소름이 돋기도 했다. 특히 진행자에게 소름이 돋았다. 얼마나 전문성을 갖추어야 이런게 될까. 저자는 노력과 함께 타고난 사람이기도 한 것 같다. 나라면 박사공부를 했다 해도 절대 못할 것 같다. 나도 직면하기 어려운데 남을 직면시켜야 하고, 감정의 격동을 지켜보는 정도가 아니라 때론 유발해야 하고, 그 감정을 전환하고 정화하는 과정까지 유연하게 이끈다는 게 보통 내면의 힘이 아니고선 힘들 것 같다. 생각만 해도 심장이 오그라든다.^^;;;;

심리극에 나온 교사들, 그외 많은 이들의 삶과 성장배경을 들여다 보게되면 내가 얼마나 평이한 삶을 살아왔는지 알게 된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했을 뿐 나는 부모님께 거의 상처받지 않고 자랐고, 학업과 취업에도 특별한 걸림돌 없이 지금까지 살았고 폭력이나 학대나 실연이나 시집살이를 당해본 경험도 없다. 이게 평범한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특별한 삶이었다는 것을 나이가 꽤 많이 들어서야 알게됐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특별히 평범하고 착한 양가 부모님께 백번 절해야 마땅하다.

이렇게 평탄하게 살아왔지만 나도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자존감의 문제가 있다. 내가 영향력이 큰 사람이 아니어서 별 문제가 된 적은 없었지만 한때 나도 꽤 못나게 군 적이 있었는데 그건 모두 열등감 때문이었다. 나는 왜곡된 성적 줄세우기 입시에 덕을 본 사람이다. 전인적 능력을 평가했으면 절대 교대에 못갔을 거다.^^;;; 다행히 교대에 들어가봤더니 시골출신들이 많았고(나때는 그랬음) 그들의 형편도 나랑 별반 다르지 않더라는 점이 위로가 되었을 뿐이다.ㅋㅋ 뒤늦게 피아노를 배우고 수채화를 배워도 그때뿐 절대 멋있어 보이는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고, 나는 능력으로 멋있어 보이는 사람들 앞에서 너무나 초라함을 느꼈다. 꽤 많이 극복한 지금은 그것이 부러움으로 표출된다. 이 나이가 되어도 재능으로 멋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와 좋겠다. 부럽다. 왜 재능은 저렇게 몰빵되는거냐. 왜 저 사람만 모든 걸 가진 거냐.... 부러움이 부러움에서 그치고 내 마음에 꼬임을 가져오지 않게 하려고 부단히 조심하면서 산다. 그게 내가 자존감을 지키는 마지노선이다.

위와같이 성장배경이나 기본 역량에서 오는 자존감이 있는 한편, 직업 수행에서 오는 자존감도 있다. 직업수행도 본인의 역량과 관계가 없진 않지만, 아는사람은 아는 복불복이란 게 있다. 관리자, 부장이나 동료, 학생, 학부모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직업수행에 큰 차이가 온다. (물론 견고한 사람은 이에 굴하지 않고 능력발휘를 하겠지만 보통 사람은 쉽지 않다.) 심리극에 나온 많은 교사들이 이들이 휘두른 칼에 맞아 쓰러졌다. 이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새로 간 학교에서 아이들에 대한 정보 없이 방심했다 뒤통수 맞은 한해가 있었는데, 1년 내내 미친듯이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왜 그때 끝까지 '좋은 사람' 이미지만 지키고 누구의 마음도 다치게 않겠다며 혼자 마음고생을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울화통이 터진다. 내가 만약 심리극 자리에 있었다면 그들에게 욕을 퍼부었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게 내 부족함이려니 내가 더 잘해야 되려니 하는 생각으로 결국 무사히 한해를 마치긴 했지만 그 구성원들은 생각하기도 싫은 존재들로 남았다. 내가 그때 좀더 강하고 단단했더라면, 말하자면 자존감이 높았다면 그들을 품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나는 무의식적으로 내가 잘하고 있었던 때의 사람들을 찾았던 것 같다. 자전거를 타고 내 근무지까지 찾아온 전 학교 아이들, 스승의날에 정성스런 톡을 보내준 전학교 학부모, 날 좋게만 기억해주는 전학교 동료와 대화를 이어갔던 건 이기적이게도 내 자존감을 지키려는 몸부림이었던 것 같다. 다음해 3월 내내 별보며 퇴근하면서 팽팽한 긴장상태를 유지했던 것도 여기서 더 자존감을 놓치면 큰일나겠구나 싶은 위기의식에서였을 것이다. 이상이 가장 기억나는 나의 자존감 투쟁 스토리다. 그나마 이 끈을 놓치면 끝장이라는 자각이 있었던 건 상황이 최악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 끈까지 놓쳐버리게 되면, 그때는 도와야 한다. 주변 사람들이. 그리고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도와야 한다.

그 방법이 이 책에 가득 나와있다. 나와 비슷한 상황의 심리극을 들여다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워크숍에 직접 참여하는 용기를 내는 것이 가장 좋다. 위에 내 얘기를 좀 했지만, 일상을 이어나가면서 회복을 꾀할 정도가 된다면 다행이고,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잠시 멈추고 회복에 전념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책을 읽으면서, 내면의 상처가 자존감에 어떻게 상처를 내고 그것이 사람의 일생에 얼마나 장기적인 영향을 주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참 두려운 일이다. 그저 내 자식과 학생들의 회복탄력성을 믿는 수밖에...^^;;; 하지만 여기에 기대기만 할 수는 없으니 늘 돌아봐야 하겠다. 한편으로는 부모가 자식 인생의 걸림돌이구나, 어른다운 어른이 훨씬 더 적은 사회구나 하고 느낀다. 우리 학생들이 살고 있는 가정은 과연 어떤 곳일까. 그걸 속속들이 다 알게 된다면 내 마음이 다 감당이 될까 두렵기까지 하다. 이렇게 상처받은 가족이 많다는 건 사회가 건강하지 않다는 뜻일까. 부모를 골라 태어날 수도 없는데 거기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학대받고 탈출구의 존재조차도 모르는 삶들을 생각하면 안타깝다. 부디 모두에게 회복의 기회가 있길 빈다.

이 책은 특별히 교사 대상으로 범위를 제한했지만 자존감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 마지막 4장 [건강한 자존감을 유지하는 법]은 한발 한발 실천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되겠다. 어디를 향하든 한 발을 떼어야 도달할 수 있는 법이다. '매일 문장 완성하고 다짐하기'는 참 마음에 든다. "내 자존감을 5% 더 회복하기 위해 오늘 당장~"
그리고 이왕이면 여럿이 함께, 기간을 정해놓고 하라는 조언도 좋다.
"내 자존감을 5% 더 회복하기 위하여 매일 땅끄부부 홈트를 30분씩 하겠습니다. 1주일간 한 후 다음 주말에는 나에게 ***치킨을 선물로 주겠습니다."
이정도면 괜찮을까?ㅎㅎㅎ

자존감은 불변의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 큰 문제상태는 아니라 해도 이 책으로 대비하고 있어야겠다. 생각지도 못한 상처가 훅 들어올 때, 감당하기 어려운 좌절을 겪을 때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는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나를 포함한 많은 선생님들이 이 책을 읽고 교단에 좀더 행복한 마음으로 섰으면 한다. 책임감과 내면의 자유로움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으면서. 또한 교사의 자존감에 대한 통찰이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자존감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도록 생각의 깊이를 더해봐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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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바로 쓰는 초등 독서 수업 - 온오프라인 수업 기술을 한 권에 담은 독서 수업의 모든 것
영훈 초등교육연구소 외 지음 / 푸른칠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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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20년을 훌쩍 넘어 30년 쪽에 근접해있고, '학급독서프로그램'을 하겠다며 쪼물딱거리기 시작한 때가 30대 중반이었으니 '독서교육'을 학급운영의 중심으로 시작한지 20년이 거의 되어가는 셈이다. 강산이 두번이나 변하도록 나는 뭘했나? 독서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많은 교사들이 의욕적으로 참여하여 결과물이 쏟아지기 시작할 때, 그 진취적인 능력들이 부럽기도 했다. 요즘 핫한 싱어게인의 30호 가수가 그렇게 말했다. "나는 배아픈 가수다."라고. 능력있는 음악인들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게 자신의 재능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심사위원들의 말을 듣고 살짝 수정했다. "나는 동경하는 가수다." 라고.^^

나도 능력있는 교사들을 보면 배가 아프다. 하지만 배가 덜 아파서일까. 그게 나를 이끄는 힘이 되지는 못한다. 오히려 아이고~ 명퇴할 때가 돼 가나벼 뒷방 늙은이 안되려면 어떻게 해야돼~ 하면서 더 움츠러드는 것 같다. 그들의 결과물을 보고 "에이 깊이가 없네~ 이건 어쩌고 저건 저쩌고" 이렇게 훈수라도 둘 수 있으면 모르겠는데 절대 그럴 수가 없다. 그냥 나도 30호의 자세를 배우는 게 어떨까. 이렇게 말이다. "나는 (아직도) 동경하는 교사다!"
네. 그리하여 동경하는 교사는 방학을 맞이하여 이 책을 구입하고 경건하게 읽어보았습니다.ㅎㅎ

이 책은 같은 학교 7인의 선생님들이 쓰신 책이다. 학교 내에서 야심찬 도전이 있었고, 교사들은 능력과 열의가 있었으며 같은 학교니 팀웍을 이루기가 더욱 좋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교사들의 면면도 비슷한 성향만 가진 게 아니라 어떤 분은 스마트교육, 어떤 분은 협동학습, 놀이수업, 질문교실, 만들기 등 각기 다른 다양한 재능과 관심사를 갖고 계신 것 같다. 그 다양한 영역의 콜라보로 만들어진 독서수업은 그야말로 종합예술이 아닐까.

저자 한 분이 한 장씩 맡아 쓰신게 아닐까 싶게 책은 7장으로 되어있다. 온작품읽기, 협동학습, 질문만들기, 인성교육, 스마트 기반, 예술 연계, 놀이활동으로 차례만 보아도 구미가 당기게 되어 있다. 각 장은 이론적인 설명이 먼저 나오고 실제 활동 안내가 6~7가지 이어지는 구성으로 되어있다. 개인적 관점에서 살짝 아쉬운 점부터 먼저 말해보겠다.

첫째로 이론 부분은 재미없(?)었다.^^;;;; 실용서라면 이 부분을 과감히 포기하거나 이론은 이론이라도 우리끼리라면 알만한 현장을 예시와 함께 상기하며 좀 재밌게 쓰셨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이 부분이 활동으로 인도하는 도입 같은 부분이라 생각해서다. 하지만 생각하기 따라서는 다양한 분야 책을 섭렵하기 어려운데 이 한 권에 대략이라도 설명했으니 오히려 장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각 활동 소개 부분은 공통적으로 표 두개가 서두에 나온다. 첫번째 표는 독서전, 중 후를 체크해 놓은 단계 표시다. 이건 유용하다. 다음에 나오는 6가지 역량 체크표는 큰 의미는 없어보였다. 의사소통 역량인지 문화향유 능력인지 그걸 따지면서 수업하진 않는데다가 보통은 무 자르듯 딱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전문적이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약간 목말랐던 점. 어떤 활동은 설명을 읽어도 정확히 뭔지 잘 모르겠는 것도 있었다. 아이들 예시작품 사진 같은 것은 좀더 잘 보이게 넣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어떻게 진행하나요? - 이렇게 응용하면 좋아요 - 아이들과 활동 소감을 나눠요] 이러한 구성이 통일되어 있고 설명이 간결하며 디자인도 깔끔하고 이쁘다. 하지만 나는 통일성 있는 구성과 디자인보다도 편안한 서술이 더 좋아서... 그러나 이게 책의 컨셉이라면 내 취향을 들이댈 것은 못된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는 내가 참고하려고 체크해 놓은 부분들을 마구잡이로 말해보겠다.
1) 패들렛은 코로나 원격의 와중에 가장 고맙게 자주 사용한 도구였다. 내가 부담없이 사용했다는 건 도구가 얼마나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쉬운가를 알려주는 증거가 된다.^^;;; 하지만 늘 사용하는 방식대로 하는 경향이 있다. 새학년도에도 패들렛은 애용해야겠고 특히 독서수업에서의 다양한 활용을 더 궁리해봐야겠다. '사전승인' 기능이 있는걸 이 책을 보고 알았다. 남의 답변을 베끼면 안되는 경우, 기다렸다 다함께 봐야 되는 경우에 사용해보면 좋겠다.

2) "독서를 통해 정답을 찾는 교육이 아닌, 질문을 갖는 교육을 목표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102쪽)는 의견에 공감했다. "질문을 갖는 것이 배움의 출발점인 동시에 배움을 지속하는 원동력"이라는 문장 또한 매우 적확하다. 이것을 염두에 둔다면 독서수업 과정은 매우 정교한 작업이어야 한다. 교사가 책의 내용을 심도있게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고 출발점이며, 이끄는 과정에도 요령이 있어야 한다. 이 요령은 나에게 아직도 어렵다. 시킨다고만 되는 것은 아니어서 다양한 방법을 갖고 있으면 좋다. 여기에 소개된 방법들이 참고가 된다.

3) '인성교육' 장에서는 몇가지 주제의 프로젝트가 나오는데 '자존감'과 '나의 꿈' 수업이 인상적이었다. 활동도 책목록도 참고가 되었다. 재능기부 박람회, 롤모델 소개 박람회 같은 박람회 활동은 내가 좋아하는 방식 중 하나다. 빨리 마스크 벗고 이런 활동을 하고 싶다. 원격 활동에서 대기실 사용 아이디어를 알려주셔서 좋았다. 교실로 치자면 텔레폰 활동 같은 것을 줌에서 하는 것이다. 줌도 궁리하면 많은 수업 방식이 나올 수 있는데 줌수업 자체에만 너무 급급했던 것 같다. 주석 기능도 많이 활용할 수 있다.

4) '스마트기반' 장에서 가장 흥미를 끈 것은 'Quiver' 라는 증강현실 앱이었다. (다들 아시는데 나만 몰랐던 건지도...^^;;;) 읽으면서 바로 앱은 깔아놨는데, 일단 해봐야 정확히 알겠다. 독서 외에 다른 수업에도 활용할 수 있겠다. 홀로그램은 엄두가 좀 안나지만 아이들이 아주 좋아할 것 같고... 워드 클라우드는 충분히 해볼만한데 그동안 활용 못해본 것이 아쉽다. 기억을 위해서 적어둔다. 이 책에서 원격관련 내용을 보면서 후회되는 점은 코로나 상황에서 한계는 분명히 있었지만 그래도 협업을 최대한 시도했어야 했는데...ㅠ 라는 점이다. 올해는 원격을 얼마나 하게될지 모르겠지만 원격에서도 모둠활동의 시도를 최대한 해봐야겠다고 다짐한다.

5) '예술과 연계' 장에서는 "정서가 있어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해 봄으로써 정서가 생겨나는 것이다."(262쪽) 라는 문장에 매우 공감한다. 그래서 교사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고 "싫으면 하지 마"가 아니라 해볼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예술과 결합을 했을 때 책에 대한 감상이 더 깊어질 수 있다." 는 문장도 의미깊었다. 글로 쓰는 감상의 기본기는 잡아줘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다양한 감상방식을 적용하는 것도 교사가 신경써야 할 점이다. '성우가 되어보자' 활동에서 시낭송에 배경음악 넣는 것을 보고 오호~ 했다. 나도 자작시 낭송 행사를 해마다 했었는데, 배경음악을 내가 틀어줬었다.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은 뭔가 느낌이 다르다며 자세가 달라지곤 했었다. 그런데 그 음악을 본인이 고른다면? 음악을 탐색하는 계기도 되고 여러가지로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그외 만들기로, 연극으로 발전시키는 수업도 시도해 보아야 균형있는 활동이 될 것 같다.

6) '놀이수업' 장에서도 챙길 아이디어가 있었다. 문학 단원에서 문학의 요소로 인물, 사건, 배경을 지도하는데, 이것으로 '인배사 게임'을 할 수 있구나. 추천책을 가져와서 빙고게임을 통해 빌려주는 활동도 좋다. 그런데 가능하지 않은 지역도 있으니 주의를... (그럴 때 교사책으로 하는 방법은 어떨지) 블루마블 게임을 응용한 인물 게임도 재미있겠다. 이 장의 내용은 도서실 행사날 진행해도 좋을 것 같다.

이상은 정말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소감이다. 내가 느낀 포인트가 다른 이에겐 늘 하던 것일수도, 내가 느낀 아쉬움이 다른 이에겐 장점일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읽으면서 이 종합적인 독서지도를 받은 아이들은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도 교사도 협업이 중요하다. 서로다른 색깔의 7인의 협업은 이렇게 알차고 총체적인 독서교육서를 완성시켰다. 초등교육은 멀티고 팔방미인이다. 나랑은 매우 다르다.ㅎㅎㅎ 하지만 옷에 몸을 맞추는 게 초등교사의 능력인 바, 나도 딸리는 부분을 최대한 채워가며 더 나아가 봐야지. 이 책을 자주 참고해야겠다. 일곱 분의 선생님들께 감사의 박수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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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을 부는 백조
엘윈 브룩스 화이트 지음, 프레드 마르셀리노 그림, 김태훈 옮김 / 산수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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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고학년 권장도서 중에서 오랜기간 빠지지 않고 있는 책을 고르라면 <샬롯의 거미줄>을 꼽겠다. 작가의 다른 작품은 <스튜어트 리틀> 밖에 몰랐는데, 이 책이 나왔길래 작가를 믿고 읽어봤다. 샬롯의 거미줄보다 나중에 쓰여진 책이지만 그래도 몇십년 된 작품이다. 읽으면서 생각했다. '와, 이 책도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재밌었을텐데. 샬롯의 거미줄이랑 스튜어트 리틀처럼.' 소개글을 읽어보니 세 편 다 영화 제작이 되었다고 한다. 나머지 두 편은 영화로 봤는데 이 작품은 들어보지 못했다. 아주 궁금하다.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특히 트럼펫 연주 장면. 잘하면 음악영화가 되었을 것도 같은데.

나만의 생각일수도 있지만, 이책은 진입벽이 살짝 있다. 바로 빠져드는 책이 아니라서 독서 의욕이 부족한 아이들은 완독을 할 수 있을지 보장하기 어려워 보인다. 부모가 이야기 나누며 도입을 함께 하면 아주 좋을 것 같다. (초등 고학년까지 그걸 해주는 부모는 드물겠지만....) 초반부를 넘어가고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 그때부터는 읽기에 속도가 붙는다.

읽으면서 감탄한 것은 작가가 아주 많은 이야기를 이 안에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이렇게 저렇게 짜맞추고 설계한 느낌이 아니라 백조 루이의 삶을 따라가다 보니 저절로 나오게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자신의 종(트럼펫 백조) 특유의 소리를 낼 수 없게 태어난 루이. 그가 좌절하지 않고 살아내는 과정 속에 장애, 우정, 가족애, 책임, 동물권 등등의 주제가 다 들어있고 철새의 생태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음악이 들어가 있어서 더욱 좋다. (악보도 가끔 나온다.^^)

백조가 어떻게 트럼펫을 부냐, 백조가 글을 배운다니 말이 되냐 이럴 수도 있겠지만 (그런 말 하는 아이가 꼭 있음ㅋ) 그런걸 따지는 건 문학을 부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좀 길지만 작가의 말을 옮겨보겠다.
"내가 쓴 이야기들이 진짜냐고요? 아니에요. 다 환상적인 등장인물과 사건들을 담은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현실에서는 쥐처럼 생긴 아이가 태어나지 않아요. 현실에서는 거미가 거미줄로 글을 쓰지 않아요. 현실에서는 백조가 트럼펫을 불지 않아요. 하지만 현실의 삶은 그저 하나의 삶일 뿐입니다. 상상의 삶도 있어요. 나의 이야기들은 지어낸 것이지만 거기에 진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과 동물이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대한 진실 말이죠."

"상상의 삶도 있어요." 라는 말에서 왠지모를 안도감 같은 걸 느꼈다. 내가 작가도 아닌데 왜 그럴까? 현실이 아닌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읽히고 감상을 끌어내려 하는 것이 과연 의미있나 하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 아닐까. 그래. 작가의 말에 힘입어 상상의 삶 속에 따지지 말고 빠져보자.^^

이 책의 배경은 북아메리카다. 계절에 따라 캐나다와 미국의 호수를 오가는 백조들의 생태가 담겨있다. 트럼펫 백조 부부에게 태어난 5남매 중 루이는 아무 소리를 내지 못한다. (이야기에서 '언어장애'라는 표현이 사용됨) 이들에게 소리란 매우 중요한 것이고 루이처럼 수컷인 경우 짝짓기할 때 필수인데 안타깝게도 루이는 아무리 애써도 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 과정을 캠프장에 온 소년 샘이 지켜보았고, 동물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샘은 루이와 친구가 된다. 여름이 끝나고 가족과 함께 남쪽으로 이동 후 루이는 자신의 인생을 개척할 첫 도전을 하게 된다. 말을 못하니 글을 배워야겠다는 도전이었다. 루이는 샘을 찾아 먼 길을 혼자 떠난다. 다행히도 샘을 만난 루이는, 샘이 다니는 학교 1학년 선생님께 글을 배우고 작은 칠판을 목에 걸고 다니며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가족과의 인연은 여기까진가 했는데, 루이는 가족을 다시 만난다. 그곳에서 사랑하는 세레나도 만나지만, 소리를 못내는 그는 구애를 할 수가 없다. 글자를 배운 것도 백조 무리에선 아무 소용없었다. 시름에 잠긴 아들을 보고 아빠백조는 결단했다. 도시에 나가 악기매장의 쇼윈도를 뚫고 들어가 트럼펫을 구해 온 것이다. 백조가 트럼펫을? 하지만 루이는 글을 배웠던 것처럼 트럼펫도 마침내 배워냈다.

박수를 보낼 만하지만 찜찜한 것이 남는다. 그 악기는 정당하게 얻은 것이 아니잖아? 민폐를 끼쳐서 잘되는게 진짜 잘되는거야? 하지만 루이는 이것까지 생각하는 백조였다. 그는 돈을 벌어 빚을 갚기로 한다. 여기서부터가 어린이 독자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할 것 같다. 트럼펫 부는 백조 루이의 취업 과정.ㅎㅎ (영화에서도 이 부분이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꼭 한번 보고 싶다.^^) 캠핑장 나팔수, 백조보트장, 동물원과 나이트클럽 등. 루이는 점점 몸값이 올라가며 넉넉한 돈을 벌게 된다.

세상은 만만한 곳이 아니고 눈뜨고 코 베이는게 세상이라 사실 아슬아슬했다. 루이가 그 돈을 지켜낼 수 있을지. 하지만 비정한 세상을 여기서 반영해버리면 책 읽을 맛이 나겠어? 결국 루이는 소중히 지켜낸 월급과 칠판에 쓴 편지를 아빠 목에 걸어드리고, 아빠는 본인이 난장판 만든 악기점을 향해 날아간다....

동물원에서 일하던 때에 '날개 끝 자르기' 내용이 나온 것과 결말 부분에 '오듀본 협회'라는 자연 보전 단체가 나온 것을 보면 작가가 추구하는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꽤 많은 시간이 흘러, 만난지 오래된 샘이 바람결에 들려오는 트럼펫 소리를 듣고 루이가 왔구나 생각하는 대목이 정겹고 인상적이다.

북미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 트럼펫의 힘차고 멋진 소리를 책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적인 책, 역경과 장애를 뚫고 사랑까지 결실을 맺는 과정에서 여러 건강한 가치들을 보여주는 책이다. 아주 두껍진 않으니(280쪽) 아이들의 완독을 격려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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