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고, 찾고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권남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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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랑 놀지 마.”
라는 말을 어른이 한다고 해보자. 그게 부모라면 선민의식을 가진 이기적인 부모라고 할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없진 않다.
그게 교사라고 해보자. 미쳤나? 소리를 들을 것이다. 교육적이지 못한 정신나간 교사라고 하겠지.

저런 말을 직접적으로 해본 적은 없지만, 그런 의도를 가지고 말해 본 적은 있다. 가끔 그런게 눈에 보인다. 같이 있어서 좋을 게 없는 관계들 말이다. 그런데 어른이라면 아이들에게 이상적인 조언, 이상적인 교육을 해야되는 게 아닐까? 관계 단절은 비교육적이잖아? 라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한 것이다. 그래도 난 가끔 그렇게 한다. 아 그래~ 나는 막나가는 교사다~ 라고 나를 비웃으면서 말이다. 이 책을 보니 조금 위로가 되네.;;;;;

붙어있어서 좋을 게 없는 관계들이 있다. 그럴 때 나는 일방적으로 한 명에게 “쟤랑 놀지 마.”라고는 못하지만 ‘거리두기’를 제안하는 경우는 있다. “꼭 모든 사람과 친해야 할 필요는 없고 그럴 수도 없어요. 두 사람은 지금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친구들이 아니에요. 당분간 거리두기하고 잘 모르는 친구로 지내요. 마음의 찌꺼기들이 다 가라앉으면 그때 다시 천천히 생각해 보세요.”
속으로는 한 명에게 ‘왜 저런 애 옆에서 주는 상처 다 받아 삼키면서 너를 파괴하고 있니.’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직접적인 표현을 하기는 어렵고 저정도로 지도한다. 어쨌든 관계 면에서 나는 이상적인 생각을 애저녁에 포기했다. 양심의 갈등이 있지만 현실이 그런 걸 어떡해.

그런데 작가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놀라웠다. 이런 대목이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이 많이 있지.
하지만
착한 사람도 많아.
둘 다 진짜 맞는 말이야.

위 대목은 평범한데, 작가의 독창성은 나쁜 사람을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표현한 데서 나타난다. 이 표현 나도 사용해봐야겠다. 공감능력이라는 말보다 어쩌면 더 잘 먹힐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수많은 사람 중에는 꼭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이 있더라.
그런 사람들은
상대가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할지
상상하지 못해.
그래서 남한테 심한 말을 하고
못된 짓을 하기도 해.

여기에서 바로 작가의 조언이 나온다. 도망치라는 것. 심지어 “네 다리는 위험한 것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있으니까.” 라고 안심시키기까지 한다. 거기에서 끝은 아니다. ‘찾고’가 남아있으니까. 네 다리에 주어진 또 하나의 의무.
못된 사람한테서
와다닥 도망쳐서
소중한 사람을, 소중한 무언가를
찾으러 가렴.

그렇게 작가는, 부지런히 찾으라고 우리에게 조언한다. 당장은 찾지 못할 수도 있지만 찾기를 그만두면 안 된다고.
도망치고 찾고,
움직이고 움직여서
부디 언젠가 네가
멋진 무언가를,
멋진 누군가를,
찾을 수 있기를.

이런 바람으로 책은 끝난다. 이 책은 누군가에는 상당한 경고를, 누군가에는 위로를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개인의 상황에 따라서 받아들일 것이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자기합리화(?^^) 관계에 짓눌려서 자신의 행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뒤통수를 쳐주는 격려일 것 같다. 거기서 떠나도 돼! 너의 행복을 찾아 가!

그럼에도 걱정되는 부분과 마음에 걸리는 것은 남아있다. 이 책에서 말한 대로 ‘도망치는’ 것은 때로 몹시 필요하다. 때를 놓치고 뭉기적거리면 그만큼 후회할 것이다. 하지만 ‘도망치는’ 것을 수시로 사용하는 주전략으로 삼으면 안 된다. 그것만은 정말 잘 구분해야 한다. 갈수록 인내심이 부족해지는 사회에서 ‘도망침’이 너무 난무해서도 안된다. 용기있게 현실을 말해준 이 책의 부작용이 그렇게 나타나서는 안 된다. 서로서로 도망치다 부딪치기만 할 것이다. 진정한 관계는 맺지 못한 채. 그러니 무릇, 부화뇌동하면 안되고 의미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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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1-22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기진맥진 2022-01-23 08:48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