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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에 대한 책을 읽기가 좀 망설여졌다. 몇 해 전 예멘 난민이 대거 입국했을 때 내가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쪽에 서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때 어떤 곳에도 의사표현을 한 적이 없었고 사적인 모임에서도 입밖에 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생각으로라도 내가 그런 입장에 있었다는 게 지금까지도 좀 꺼림칙한 느낌으로 남아있다. 다시 그런 상황이 와도 자신있게 판단은 못할 것 같다. 원론은 있고, 그걸 알고도 있지만 세상은 워낙 복잡하니까. 사람들의 마음은 보이지 않고 남의 호의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나 악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냥 잘 분별했으면 좋겠다... 라는 막연한 의견인데 그게 쉽다면 문제도 아니겠지.

 

내 팔자가 (비교적) 편하니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극한의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굳이 보지 않으려 한다. 내가 어쩔 수도 없는 일들을 알아서 뭐하겠어... 이런 태도를 아이들에게서도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뜨끔한다. 그래도 그건 아니구나, 아이들을 보면서 내 모습을 다시 돌아본다. 기득권이 된다는 건 참 무서운 일이다. 밑창은 언제든 빠질 수 있는데 우리는 영원히 빠지지 않을 것처럼 마음의 끈을 놓아버린다. 이런 면에서 나를 경계하는 건 중요하겠다. 그래서 이런 책도 읽어봐야 한다.

 

먼저 동화를 한 권 읽어보았다. 난민 소년과 수상한 이웃(베아트리스 오세스/꿈꾸는섬) 제목은 평범한데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초반부에서는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중반부로 넘어가면서는 감탄하게 되었다. 와 이런 내용을 이렇게 풀다니? 참신하다, 경쾌하다, 엉뚱하다, 특이하다, 신선하다 등 여러 수식어를 붙일 수 있겠다. 난민 소년의 구구절절한 사연에 집중하지 않고, 이웃과의 교감에 집중했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법정 장면이었다. 판사와 변호사, 검사와 증인들이 등장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오마르는 난민보트에 탔다가 바다에서 부모님을 잃고 홀로 육지에 도착한 소년이다. 난민보호소에서 나와 변호사인 마리네티 할머니의 집에 들어갔다. 말하자면 불법 이탈인 것이다. 그런데 이 변호사님, 법정에서 이 소년을 호두라고 주장하며 사적재산 보호법에 따라 자신에게 소유권이 있으니 돌려보내지 않겠다고 주장한다. 증인으로 나온 마을 사람들은 어떤 말들을 할까? 검사는? 마지막으로 판사는?

 

현실일 수는 없는 황당한 이야기지만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 작가의 독창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흔한 이야기들의 홍수 속에서 아주 돋보였다. 그 주제의식 또한 매우 의미있었다.

 

다음으로 그래픽노블을 읽었다. 밝은미래 출판사의 그래픽노블 시리즈도 참 좋은 것 같다. 이중에선 엘 데포만 읽어보았는데 나머지 책들도 천천히 봐야겠다. 두 번째로 읽은 이 책 불법자들(오인 콜퍼,앤드류 던킨/밝은미래)은 숨막히게 책장이 넘어갔다.

 

가나 출신 소년 이보가 사하라사막을 지나고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도착하는 여정이 그려진 책이다. 현재 시점(보트 안에서 표류)과 과거 시점(가나에서부터 보트를 타기까지)의 교차구성으로 진행된다.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고, 함께 있던 사람들을 차례대로 잃어가며(마지막으로 절대 잃을 수 없는 가장 사랑하는 존재까지) 간신히 도착한 그곳. 이후의 내용은 나오지 않지만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누구나 이보가 이젠 새로운 땅에서 정착해 행복을 찾으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왜 지구상의 어떤 곳은 이렇게 목숨을 걸고 탈출해야 하는 곳일까. 대부분은 인간이 하는 짓이다. 욕심 때문이지. 약육강식의 맹수들도 자신들의 터전을 지옥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일단 지옥을 만드는 행위부터 어떻게 좀 할 수 없을까. 목숨을 걸고 고향을 떠나고 싶어서 떠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ㅠㅠ

 

이보 같은 난민들은 어떻게든 돕는 것이 맞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지옥이 되지 않으려면 닫아거는 세상보다는 포용하는 세상이어야 할 테니까. 분별이 필요한 상황도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한 생명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하겠지. 나도 외면하지는 않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우리 교실의 아이들도 그래야 하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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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단연코 책으로 할 수업이 아니다. 실물을 직접 관찰하는 것이 진짜 수업이다. 그래서 3학년 교사들은 해마다 배추흰나비 세트를 사서 교실에서 키운다. 나비의 탄생까지 볼 수 있는 아주 감동적인 과정이다. 그때쯤 학교 화단에 나가보면 선생님과 한 무리의 아이들이 나비를 날려주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잘 가~ 잘 살아야 해~” 아이들은 나비가 안 보일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한다.

 

이와 병행해서 과학 교과서에선 다양한 동물들의 한살이가 나온다. 이것까지 실물 관찰을 하기는 어렵다. 배추흰나비가 실물 대표. 나머지는 교사가 다양한 자료들을 제공하며 수업하게 된다. 이 주제로도 도서관 수업을 할 수 있을까? 내가 해본 바로는 가능했다.

 

3학년을 한지 꽤 지나서... 그때 작성한 목록을 요즘 다시 살펴보니 절판된 책이 무척 많았다. 그때 내가 와우~ 이런 책이 나왔다니! 너무 좋아! 했던 책들마저도 절판이 되었다. 비문학 도서들이 좀 더 주기가 짧은 것 같다. 대신 새로 나온 책들도 있다. 판매지수는 매우 낮다. 이러다보면 1쇄를 끝으로 앞의 책들처럼 절판되는 것인가? 이런 어려움을 무릅쓰고 책을 출판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려야 할 것 같다. 학교도서관이 좀 넓어서 이런 책들을 모두 구입해 소장, 활용할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말이다.

 

절판된 책들에 아쉬움을 남기며 새로 나온 책들을 좀 살펴봤다. 한살이 과정만 집중적으로 나온 책은 드물고, 그 동물의 생태를 설명하는 중에 부분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중 세 권만 소개해본다.

 

1. 미래 생태학자를 위한 나비 탐험북 (국립생태원)

 

국립생태원에서 발간된 책이라니 반가웠다. (책값도 싸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필요한 내용들로 내용수준이 적절하다. 사진자료 뿐 아나라 그림의 색감도 좋아서 명시성과 가독성도 아주 좋다. 나비 날개 색과 무늬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나비 종류가 많았나 싶게 많은 나비를 종류별로 묶어서 소개하고 있다. 국립생태원의 작업이라는 이점이 있지 않았을까? 어쨌든 읽어보고 싶게 잘 만들어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말고도 개미,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매미 탐험북이 있다. 이 시리즈 모두 학교도서관에 있으면 좋겠다.

 


2. 안녕, 칠성무당벌레야 (베르벨 오프트링 / 다섯수레)

 

이 책은 자연과 만나요세트로 세트에는 3권의 책이 있다. 이 책 말고 거미와 달팽이가 있다. 한 말 자꾸 또 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지만, 이런 책 내시고 본전이나 뽑으시는지 모르겠다. 이 세트는 더구나 외국 작가의 책들이던데 판권 사오고, 번역하고 등등.... 계속 한 말 또하고 있는데 이 세트도 도서관에 꼭 신청해야겠다. 수업할 때 필요하다고!

 

이 책은 오른쪽 페이지가 펼치는 화면으로 되어있는 점이 색다른 특징이다. 접힌 상태에서는 왼쪽 그림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고, 그걸 펼치면 좀 더 상세한 정보 페이지가 펼쳐진다. 한 살이에 대한 내용도 이 펼친 면에 들어있다. 따스한 색감의 그림도 좋고, 유아 수준의 그림책처럼 보이지만 은근히 꽤 많은 정보가 들어있다.

 

3. 춤추던 나비들은 어디에 숨었을까? (김남길 / 풀과바람)

 

이 책은 풀과바람 환경생각시리즈 중 한 권이다. 환경을 주제로 시리즈를 내시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좀 살펴봐야겠다.

이 책은 환경 관련 내용보다는 나비 자체에 대한 정보가 더 많은 책이다. 그중에 한살이에 대한 과정 설명이 크고 선명한 그림과 함께 아주 잘 되어있다.

환경 관점에서 본 내용도 적절히 들어있다. 모든 생물이 그렇지만 나비는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요즘들어 많이 줄어들었다는 걱정들을 하고 있다. 이 문제도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문제다. 한살이를 공부하는 이유도 이해하고 더불어 살기 위한 것 아닌가. 결국 환경문제로 귀결되는 것이 맞는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내 나이가 몇인데 이렇게 아이들 책을 보면서 하루를 보내나 싶기도 하지만 이것이 다 교재연구입니다. 그래서 41조 연수를 쓰는 것이구요. 도서관에 다닌 지난 2주는 참 좋았다. 아이들 책을 찾아보고 있으면 그래도 감이 덜 떨어지는 것 같아 좋다. 한 가지 안 좋은 점은 책만 보고 있으면 배가 안 고파. 이제 담주부터 출근해서 입에 모터달고 떠들다보면 배가 고프겠지.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는 법. 이제 개학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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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에 서평을 가장 많이 쓰지만 사실 나는 비문학에도 관심이 많다. 그건 내 독서가 실용적 목적이 첫 번째여서 그렇다. 즉 어떻게 써먹을까 하는 관심에서 보는 것이다. 그 관심에서 볼 때 책이 훨씬 잘 보이고 재미도 있다. 그래서 걱정이다. 나중에 퇴직하면 무슨 재미로 살지.... 빨리 퇴직하고 싶으면서도 그러면 무슨 재미로 책을 읽지? 그게 걱정이다. 왜 걱정을 사서 하니. 그때 되면 책 안 읽고 놀면 되잖아.ㅎㅎ

 

오늘은 도서관에서 곤충 관련 책들을 구경해 보았다. 곤충은 나의 관심사가 아니고 좋아하지도 않지만..... (사실은 너무 싫어해. 벌레 많다면 세상 좋은 데라도 놀러가기 싫다.) 곤충은 지구상에 가장 많은 종을 가진 생명체이고 생태계의 주역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책으로 보면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들도 있다. 대표적인 책이 파브르 곤충기라고 하겠다.

 

첫 번째 소개할 책은 보리출판사 책이다. 보리출판사는 다양한 종류의 세밀화 도감들을 출판했다. 이런 책들을 보면 책값이 이렇게 싸도 되나 싶다. 물론 일반 단행본들보다는 비싸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간 수고를 생각하면.... 이런 책들은 가정에서 구입하는 경우도 잘 없으니 학교도서관에서 꼭 구입하여 비치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수업에도 쓸데가 많다.

 

1. 벌레야, 하룻밤만 재워 줘 (권정선 그림/보리)

오늘 읽벌레야, 하룻밤만 재워 줘는 도감은 아니고 재미있게 구성된 곤충 소개 책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시골 할머니 댁에 온 하루는 벌레들을 괴롭힌다. 평상에서 잠이 든 하루는 어느새 개미만큼 작아져 땅 속 구멍으로 떨어지는데, 거기서 만난 구리(쇠똥구리)와 사슴이(사슴벌레)와 함께 다니며 곤충의 특성들을 이해하는 내용이다. 별별 재주가 있는 벌레들, 알면 알수록 신기한 벌레들, 우리 둘레에서 쉽게 보는 곤충들, 이렇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마다 8~9종씩의 벌레들을 소개한다. 마지막에는 결국 꿈에서 깨어 현실로 돌아온다. 아주 간단한 서사지만 동화적인 구성을 추가하니 훨씬 더 흥미로운 책이 되었다.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2. 곤충은 왜? (임권일/지성사)


두 번째 책은 2권으로 된 곤충은 왜?라는 책이다. 이 책은 구성이 무난하고 평범해 보였는데 저자가 초등학교 선생님이라고 되어있기에 한 번 더 보았다가 깜짝 놀랐다. 글만 쓰신 것이 아니고 사진까지! 직접 찍은 사진인 걸 알고 다시 보니 대단했다. 전문 사진작가도 아닌데 얼마나 관심과 애정을 쏟으면 이런 사진이 나올까? 내용도 초등학생이 알아야 할 일반적인 것들부터 나도 잘 모르던 내용까지 다양했다. 관심사를 가지고 열심히 탐구하시는 교사들의 발걸음은 놀랍다.

 

이 책도 학급문고나 학교도서관에 꼭 있으면 좋겠다. 꼭지별로 한 곤충씩 소개하는데 6쪽 정도의 길이나 수준도 무난하고, 참고할 사진도 다양한 각도에서 잘 찍었고, 클로즈업 사진도 한 장씩 들어가 있어 관찰 대용으로 좋다.

 

3. 우리 땅 곤충 관찰기 (정부희/길벗스쿨)


마지막 소개할 책은 정부희 교수님의 책이다. 개인적으로 아는 분은 아닌데,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후 30대 이후에 다시 생물학과에 들어가 박사와 교수가 되었다는 이력에 관심이 간다. 작가의 말에 보면 어린 아들들을 데리고 산으로 들로 다니면서 곤충에 관심을 갖게 되셨다고... 그렇게 아이를 키우며 발견한 관심사로 평생 공부할 수도 있구나. 지금까지도 활발한 강의와 저술활동을 하고 계시니, 조금 늦더라도 관심사에 매진하는 것이 인생 전체로 봤을 때는 훨씬 유익인 것. 존경스럽다.

 

우리 땅 곤충 관찰기라는 제목의 이 책은 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문가가 쓴 책이지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었다. 사진이 크고 질이 좋다. 어떤 사진은 펼친 화면을 꽉 채운다. 그 외 삽화들도 꽤 들어있고, 그중엔 저자의 캐릭터도 들어있어 함께 하는 느낌이 좋다. 글씨도 커서 중학년에게 적당하고, 저학년까지도 가능하겠다. 이분이 작업하신 5권짜리 세밀화 곤충도감이 보리출판사에서 나온 걸 검색에서 봤다. 학교도서관에 신청하려고 목록에 담아둔다.

 

이쪽 분야의 책을 고를 때 나의 기준은 이렇다. 첫 번째 책처럼 재미있든가, 두 번째 세 번째 책처럼 사진(혹은 그림)이 좋고 설명이 적절히 들어있는 것이다. 곤충은 수업중 실물을 관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좋은 책들이 있으면 수업에 활용하기 좋다. 그림을 그릴 때 곁에 두고 참고하기에도 좋다.

 

좋은 책들이 너무 많아 다 소개할 수가 없다. 이쪽 방면의 책들은 만드는 데 더욱 어려움이 크고 시간도 많이 걸릴 것 같은데 수고를 아끼지 않은 분들께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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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 선생님은 AI / 이경화 / 창비>



<와일드 로봇>에 이어 로봇이 주인공인 책을 또 읽었다. 아주 쉽게 생긴 이 책이 내게는 어려웠다고 할까.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감정이 바로바로 따라가지 못했다고 해야 하나. 느끼기보다는 이해해야 했다. 그래서 계속 반박자씩 늦었다.

안드로이드 로봇이 초등교실에 담임선생님으로 등장했으니 시대적 배경은 미래라고 해야겠으나 로봇 교사 외의 배경에서는 별로 미래의 느낌이 없다.

미래초 5학년 1반은 지원받은 아이들로 꾸려졌다. 지원 조건은 AI 선생님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대목에 복선이 있었다. 작년 한민아 샘 반 아이들이 대부분 신청했다는 것. 그 샘은 어떤 교사였길래? 아이들이 주고 받는 말 중에서 추측하자면 젊고, 자유롭고, 사랑이 많고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는 교사였던 것 같은데....

'김영희'라는 전혀 로봇답지 않은 이름의 선생님을 아이들은 '인지쌤'이라 부른다.(인공지능을 줄인것) 이들의 첫 대면과 수업은 웃음을 자아낸다. 인지쌤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ㅎㅎ 호기심과 짖궂음으로 AI 담임을 대하던 아이들도 점차 이 로봇을 '선생님'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아니, 받아들이고 싶어하게 된다....? 딥 러닝 기능을 갖추고 미세파동 생체 에너지까지 갖춘 인지쌤과 더 교감하고 싶었던 아이들은 직접 쓴 '코노피오'라는 동화를 인지쌤에게 읽게 한다. 그 결과는......

결국, 인간은 감정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인가? 그래서 로봇에게도 감정이입을 하고, 더 나아가 감정을 가진 로봇이라는 설정을 한 문학도 계속 나오는 것일까? 진짜로 감정을 가진 로봇이 가능하게 된다면, 그건 좋은 것일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감정은 불안정하고, 때론 아름답지만 때로는 추하다. 그런 감정을 로봇이 가진다면 그건 몹시 위험할 것이다. 안정적인 감정만 갖게 한다면? 그건 감정이 아닐 것이다. 뭐 '유사감정' 정도 되겠지. 우리에겐 그런 거라도 절실한 것일까?

그리하여, 오류로 멈춘 인지쌤을 구하려는 아이들, 로봇 교사를 반대하는 아이들로 맞서는 양상까지 교실에는 나타난다. 여기에서 작가는 여러가지 이슈들을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서 말하고 있다.

먼저 교장선생님.
"인간과 로봇의 차이점이 뭔지 아니? 자기 성찰 능력이란다. 잊지 마라. 자기 성찰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최고의, 그리고 거의 유일한 능력이란 걸." (101쪽)

그리고 한민아 선생님 사건을 잘 알고 있지만 뭔가 참고 계신 듯한 옆반 선생님.
"어디를 가나 로봇이 없는곳이 없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 맺는 법을 배우는 학교에까지 로봇이 있다는 건 재앙과 같아. 이제 사람들은 작은 실수도 할 수 없어. 실수를 하면 해고를 당하고 로봇이 그 자리를 차지하지. 실수할 기회가 없으니 성장할 기회도 없다. 협업은 거짓말이야. 사람을 로봇과 경쟁시키는 거지. 누가 이길지 뻔하지 않니? 사람들은 점점 로봇에게 밀려나고 마침내 로봇처럼 폐기 처분될 거다. 이건 단순히 한민아 선생님을 복귀시키는 것보다 더 큰 문제야. 인간의 미래가 달린 문제지." (108쪽)

과거에 아이들이 한민아 선생님을 잃게 된 사연은 스치듯 지나간다. 선생님은 쫒겨났던 것이다. 그토록 아이들에게 정성을 쏟았던 선생님이 학부모들의 불같은 민원을 받고. 잘못이라면 잘못이지만 사적인 공간이니 법적인 잘못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선생님은 개인 비밀 블로그에 아이들과 학부모에 대한 욕을 진탕 써 놓았고, 반의 똑똑한 아이 하나가 그걸 해킹해서 만천하에 공개됐다. 그렇게 잘해주던 선생님이 뒤에서 쓴 자기 욕을 읽었을 때 그 뒤통수를 맞은 기분은? 짐작 가능하다. 또한 그런 욕을 개인 공간에 써갈긴 선생님 심정 또한 이해하고도 남는다. 물론 동종업계 사람이어서 그렇겠지.ㅠ

다시 초기화된 인지쌤이 교단에 서며 이야기는 끝나는데, 마지막 문장이 또 미묘하다. 이 책엔 여러 생각들이 엉켜 있다. 그 중에 아이들이 어떤 가닥을 붙잡을지 궁금하다. 내가 붙잡은 건? 두 가지다. 첫째는 4차 산업사회 운운이 시끄러울 때, "앞으로 인간이 갖춰야 할 것들은 더더욱 인간적인 것들이다. 기계가 할 수 없는." 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에 대한 동의다.
둘째는, 엉뚱할지 모르겠지만 다시 일어설 기회다. 리질리언스(회복탄력성)의 중요성이라고도 하겠다.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학생, 학부모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비밀 공간에 퍼부어 놓은 한민아 선생님. 좋아했던 선생님에 대한 배신감, 원망, 그리움이 혼재된 아이들. 그리고 해킹하고 앞장섰던 그 아이.... 모두가 성찰할 기회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제 그들에게 필요한 건 회복의 기회다.

이경화 작가님의 책은 두번째 읽는다. 찾아보니 13년 전에 <장건우에게 미안합니다>를 읽고 썼던 서평이 남아있다. 두 편 다 교사의 처신을 고민하게 만든다. 작가는 어떤 계기로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하다. 아래에 그 서평을 이어 붙이고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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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우에게 미안합니다 / 이경화 / 바람의아이들>


이 책의 장점을 꼽으라면 단연 현실성이다.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교무실로 부르는 것과 선생님이 교무실에 있다가 종례를 한다는 점만 빼고...(그건 중,고등학교에서나 있는 일이다) 이걸 보니 작가분이 현직에 계셨던 분은 아닌 것 같은데 초등학교 6학년 교실의 풍경과 아이들의 심리를 이토록 현실적으로 묘사할 수가 있나? 때론 몰래 카메라에 찍힌 나와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쪽팔려 게임’ 그것 참 징하면서도 안 없어지는 골칫거리 게임 중의 하나다. 이 이야기의 발단은 거기에서 시작된다. 반듯한 모범생 반장 건우가 문제아 여자애들 무리가 했던 쪽팔려 게임 벌칙의 희생양이 되어 난데없는 뺨따귀 세례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의 반응이 정말로 의외다. 피해자인 건우에게 보내는 따뜻하지 않은 시선, 교무실에 불려온 가해자 여자아이들은 있었던 일을 종이에 썼을 뿐, 한마디 훈계도 듣지 않고 돌려보내진다. 오히려 남아야 하는 사람은 건우다. 남겨진 건우에게 선생님은 여자아이들의 가정형편을 상기시키며 이해할 것을 은근히 강요(?)하신다. 모범생 콤플렉스의 장건우. 치밀어 오르는 말들을 한마디도 내뱉지 못하고 “예, 선생님.”하고 돌아선다.

이 선생님은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선생님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마음으로 이렇게 하시는지는 십분 이해하고도 남겠다. 선생님은 소외된 아이들, 부족함이 많은 아이들을 감싸고 채워 주시고자 하는 것이다. 짐작컨대 사명감은 투철하되 경력은 다소 부족한 선생님일 것이다.

이 선생님을 통해 작가는 사명감이 투철한 교사가 빠지기 쉬운 역차별의 함정을 지적한다. 다른 아이들처럼 따뜻한 가정에서 충분한 사랑을 받지도 못하고 학교에서도 인정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이 여자아이들은 선생님이 베풀어주시는 전폭적인 사랑과 인정에 고무된다. 자신감도 생기고 당당해지고 웃음도 많아진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그늘이 드리워졌으니 바로 건우 같은 아이다. 선생님은 넌 부족한 것이 없으니 많이 가진 사람이 나눠야 한다며 건우에게 주실 사랑마저도 떼어다 그 아이들에게 부어주실 테세이지만, 인간은 자기 몫의 사랑까지 남에게 양보할 수는 없는 존재인가보다. 건우가 이토록 상처받는 것을 보면 말이다.

흔히들 선생님들은 공부 잘하는 아이들, 엄마들이 관심 있게 챙겨주는 아이들을 편애한다는 비난을 받곤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역차별은 그것에 대한 반작용일까? 나를 돌아보니 이 책의 김진숙 선생님 같은 쪽은 아니다. 가정형편과는 상관없이, 난 게으르고 양심 없고 남을 괴롭히고 말을 함부로 하는 아이들을 예뻐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부모님의 보살핌을 못받고 자라는 아이들이 이리될 개연성이 매우 높으니 나도 편애를 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겠다. 김진숙 선생님처럼 하는 것,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쪽팔려 게임이나 하며 만만한 남자아이 불러세워 빰따귀나 때리고 낄낄거리는 여자애들을 감싸고 예뻐하라고? 그거 보통 인내심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다음은 이 부족한 교사가 나보다는 조금 덜 부족한 김진숙 선생님께 드리는 글이다. “선생님, 마지막에 선생님이 아이들과 화해하는 장면을 보면서 선생님은 조금 서투르긴 했지만 그래도 훌륭한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불리지 않는 이름부터 불러주려고 했던 선생님의 마음 잘 알겠습니다. 중간에, 건우엄마가 와서 따졌을 때 아이들 다 있는데서 건우에게 약간의 감정을 드러내신 것은 조금 미숙하셨습니다. (하지만 이 때 저의 모습을 보는 줄 알았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의 신념은 타성에 젖은 저보다는 훌륭하십니다. 그런데요, 아이들 중에 선생님 관심 밖에 두어도 되는 아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감싸는 것만이 사랑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몫을 할 수 있는 바른 아이로 키우는 것도 우리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우리로 인하여 마음 다치는 아이들이 이젠 없도록, 모두가 웃을 수 교실을 만들도록 함께 노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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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기 수업을 하며 함께 볼 그림책들>

가을인가 단풍인가 싶더니 어느새 추워졌다. 통합교과에서 겨울 단원을 배울 날도 멀지 않았다. 2학년 겨울 단원에서는 생물들의 겨울나기가 비중있게 다뤄진다. 돌려읽기 책으로도 한 권 넣고 싶고 수업 중에도 읽어주려고 3권을 골랐다.


1. 겨울에도 괜찮아(시공주니어)


내용 범위가 가장 넓은 책이다. 동물들의 겨울나기 전반을 다룬다. 겨울잠 뿐 아니라 따뜻한 곳을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 털갈이를 하는 동물 등 다양한 겨울나기 방법을 파악하기에 좋다. 그림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어 과학그림책으로 적절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외국 작가의 책이라 우리 땅에서는 볼 수 없는 낯선 동물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런 동물들도 알아두면 물론 좋지만 익숙한 동물들이 주로 나오는 게 저학년엔 좋을 것 같아 그점이 살짝 아쉽다. 우리나라 작가가 그린 정보그림책이 이 주제로 나온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래 소개할 두 권도 모두 외국 작가의 책이다.)

재작년에 이 책을 이 시기에 돌려읽기로 읽었다. 무난했다. 아이들 반응도 폭발적이진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았고. 올해도 이 책으로 읽혀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그래도 다른 책을 좀 찾아보고 싶었다. 내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살짝 산만하게 느껴지는 (아이들 눈높이에서 본다면 정보들이 좀 정리가 안되는) 면도 있어서. 그러나 겨울나기 전반을 다룬다면 이 책을 추천.


2. 신비한 겨울 숲의 동물들 (사파리)


이 책은 불빛 그림책이다. 전에 다른 불빛 그림책을 상당한 가격을 주고 샀었는데 이 책은 일반 그림책과 전혀 다를 바 없는 12,000원! 어설픈 거 아냐? 미심쩍어하며 구입해 봤는데 오우, 생각보다는 효과가 좋았다. 휴대폰 손전등을 켜서 책장 뒤에 대면 굴 속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는 곰 가족도 나오고 개구리도, 여우도 나온다. 판형도 넉넉한 편이어서 아이들을 모아놓고 보여주면 좋겠다. 이건 각자 읽기보다 보여주기가 더 적당할 것 같아서 킵 해두었다.ㅎㅎ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


3. 아늑한 마법(다림)


이 책은 나온 지 며칠 된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찾는 주제의 책이 신간으로 어느날 뙇! 하고 나오면 로또 소액에 당첨된 정도의 느낌이라 할까. (로또를 사 본 적은 없다.ㅎㅎ) 더구나 그 책이 마음에 들면 행운의 느낌은 더 커진다. 이 책이 그랬다.

'숲 속 동물들의 겨울잠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은 동물들의 겨울나기 중 겨울잠만을 다룬다. 겨울나기 전반의 내용이 아니라서 살짝 아쉽지만 교과연계 독서를 할 때 꼭 교과내용 전반을 다뤄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부의 내용으로 동기유발이 되어도 좋고 부분적인 배경지식을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이 책은 정보그림책이 갖는 딱딱함을 극복하고 있다. 딱딱함은 커녕 아늑함을 준다. 제목부터가 '아늑한 마법'^^ 맨 뒤 몇 장 정보면을 빼면 그냥 이야기 그림책으로도 손색이 없겠다. 여름에 할머니 댁에 놀러간 아이는 자연에서 많은 것들을 본다. 할머니 댁에서 비밀스러운 숲속의 빈터까지. 숲속에서 보낸 시간은 아늑했다. 겨울이 되어 다시 할머니 댁을 찾은 아이는 숲속 빈터에 다시 가보지만.... 그곳은 여름의 그곳이 아니었다. 고요하고 텅 빈 곳. 그곳에서 아이는 할머니께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어디선가 겨울잠을 자고 있는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마지막 정보페이지엔 동물 종류별로 (포유류, 파충 양서류, 어류, 조류, 작은 동물들) 겨울잠 자는 방식들이 그림과 함께 소개되어 있어 정보책으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이와 할머니가 등장하고, 풍성한 여름 숲에서의 느낌과 텅 빈 겨울 숲에서의 느낌을 잘 그려내어 따뜻하고 감각적인 책이 되었다. 올해는 이 책으로 돌려읽기를 해보겠다.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는 지식도 말랑하게 다루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다. 더 깊이 알고 싶다면 거기에서부터 자기주도적 학습과 확장이 시작되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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