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타고 매콤 짭조름 새콤달콤한 우리 음식 여행 초등학생이 보는 지식정보그림책 19
김인혜 지음, 조윤주 그림 / 사계절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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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 먹는 책을 놓아두면 아이들은 그 책을 혼자 보지 않는다. 물론 처음은 한 명이지만,
"우와~ 맛있겠다!!"
"뭔데 뭔데?"
"와, 나 이거 먹어봤어!"
"대박 맛있니 않냐?"
"와 급식에 이거 나오면 좋겠다!"
이러면서 단번에 여러 개의 머리가 모아진다. 어쩌냐. 이 책은 그냥 고문 수준인데.ㅎㅎ

표지 바탕의 붉은 색도 식욕을 자극하는 색이다. 거기에 구석구석 배치된 맛난 음식들이 독자의 시선을 붙잡는다.

제목 위에 '캠핑카 타고 매콤 짭조름 새콤달콤한' 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우아~ 캠핑카! 정식이 엄마 아빠가 결혼 전부터 꿈꾸던 일을 결혼 10주년에 이룬 것이라고 한다. 가족은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돌며 맛집도 가고 특산물도 맛본다. 첫장이 캠핑카의 등장이라 의외면서도 기대가 되었는데, 읽어나가다 보니 캠핑카가 큰 역할을 하고 있진 않았다. 굳이 캠핑카를 소재로 삼은 이유가 궁금하다. 사실 캠핑카라는 건 웬만한 집에서는 구경해보기 힘든 것 아닌가. 경제력보다도 삶의 우선순위 차이라고 생각되긴 하지만 그래도... 그냥 이런저런 대중적인 교통편을 이용해도 아무 상관 없었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게 별 문제라는 말은 아니다.^^

이어서 색감을 잘 살린 그림들과 함께 소개되는 음식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우리 음식의 주식인 밥, 부식인 반찬들이 소개되고 양념, 향신료, 계절별 음식, 전통 간식(떡) 등이 나온다. 세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 이제는 우리 음식 같은 세계 음식 등도 흥미로운 코너다. 세계 사람들이 좋아하는 우리 음식은 생각보다 종류가 많진 않았다. (물론 지면상 몇 가지만 소개했겠지만) 한식의 세계화라 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외식 시장에 점점 비중이 커져가는 일식당, 베트남식당 등을 생각해보면 한식의 상품화는 좀더 노력할 부분인 것 같다.

그 외에 거리음식, 배달음식, 휴게소 음식 등도 눈길을 끈다. 휴게소 음식은 맛으로 먹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영자 씨가 나온 프로그램에서 휴게소별로 맛난 음식을 군침 삼키며 소개해 주는 것을 보고 아 그렇구나 했던 기억이 난다.^^

드디어 캠핑카를 타고 돌아보는 전국 음식 탐방!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제주도, 전라도, 북한 음식 순서로 소개한다. 전라도 페이지가 생각보다 빈약해 보이는 것이 다소 아쉬운 점이었다. 상다리 부러지는 전라도 식당 밥상을 기대한 탓인가...^^;;; 난 여행을 많이 안해봐서 전국 맛집 음식도 거의 먹어본 적이 없는데, 이 책에 나온 음식 중 부산 밀면이랑 제주 고기국수를 꼭 먹어보고 싶다.

살기 위해 먹는 것이냐, 먹기 위해 사는 것이냐라는 질문은 우문일 것이다. 먹는 것은 생존을 위한 본능이기도 하지만 즐거움의 수단이기도 하니까. 먹방여행이란 말이 왜 나왔겠나. 그리고 마지막쪽의 문장처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는 음식' 이기도 하지. 헌데 '너희도 오늘 꼭 소중한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어 봐!' 라는 마지막 문장에서 밟히는 몇몇 아이가 생각나는 것은 나의 주책인가.... 이 크나큰 '먹는 즐거움'을 이 책처럼 가족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 말이다. 그리고 부모들도 본인들 상황만 된다면 자녀 저녁밥 만큼은 제때 여유있게 먹였으면 한다. 학원으로 픽업중에 차안에서, 아님 편의점에서 사먹으라고 돈만 주지 말고.

여행에서 돌아온 가족의 마지막 식탁은 분식세트네? 우와 내가 좋아하는 구성이다. (떡볶이, 김밥, 튀김) 이건 설마 집에서 한거 아니겠지? 가끔은 이런 식사도 좋다. 무진장 바쁜 한주의 시작. 토욜 점심메뉴로 점찍어두고 리뷰를 마친다. 분식세트를 기억하며 한주 달리자!!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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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 2 - 마지막 여행 창비아동문고 299
김남중 지음, 문인혜 그림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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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중 작가님의 불량한 자전거 여행이 나와서 읽은 것이 딱 10년 전이다. 작품 그대로 완결성이 있어서 후속편이 나올 거라 생각은 못했는데, 10년만에 2권이 나왔다. 오랜만에 김남중 님의 책을 읽었다. 탄탄한 서사능력 때문인가, 스토리 구성과 대사들이 자연스러워서인가, 김남중 님의 책은 잡으면 그냥 한달음에 읽게 된다. 전편만한 속편이 없다는 말처럼 이야기의 신선함과 긴장감은 전편에 더 많았지만 속편도 재미있었다.

 

엄마 아빠의 불화와 이혼 선언에 집을 나온 호진이가 삼촌을 찾아갔다가 자전거 여행에 합류하여 겪은 이야기가 전편의 줄거리다. 많은 일을 겪었고 많은 사람을 만났기에 이야기는 빈틈없이 탄탄했다. 마지막에 엄마 아빠가 자전거 여행에 동참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끝났는데, 이 책은 그 이후의 이야기다.

 

전편의 결말은 뭔가 새로운 희망을 강하게 암시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엄마와 아빠는 여전히 서먹했고, 빨리 여행을 끝내고 싶어했다. 그런데 호진이의 계획은 지금 있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닷새의 자전거 여행을 가족이 달성하는 것! 반대하던 부모님을 설득해 이 여행은 시작된다.

 

호진이의 속셈은 어찌보면 순진했다. 여행으로 부대끼다 보면 가까워지고 갈등도 풀리리라 예상했던 것. 하지만 그렇게 풀릴 것이라면 깊은 갈등도 없었겠지. 모처럼 둘만의 시간을 주고 둘이 나누는 얘기를 엿듣던 호진이는 절망한다.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는 화해의 대화가 아니라 이혼 계획이었다.

 

마음이란 그렇게 쉽게 풀리는 것이 아니지만 바늘 끝 한 점에 풍선이 터지듯이 한 순간에 전환되기도 한다. 엄마의 깊은 오열과 가족의 위로와 사과가 여행길의 막바지에 있었다. 전혀 신파스럽지 않았다. 한 마디가 많은 것을 감싸 안는 법이다. 가족끼리는 특히. 그 한마디를 안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방법이 없지만.

 

이번 여정에서도 전편만큼은 아니지만 인상적인 여러 만남이 있었다. 여러 사건도 있었고. 그런 것들을 잘 엮어가시기에 김남중 님의 책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나는 경험이 없어 잘 모르면서도 자전거 길의 고생과 휴식의 편안함이 내것처럼 느껴졌다.ㅎㅎ 가족은 고행 끝에 집으로 돌아왔고 당분간 여행하듯 살아보기로 잠시의 타협을 했다. 잠시1편의 결말보다 더 완전히 희망적으로 보인다. 사실 인생 전체가 여행 같은 거 아닌가.

 

나의 여행은 여행 막바지에 만난 노부부, 그 중에서도 보조바퀴를 달고 모두의 추월 속에서 탈탈탈 달려가시던 할머니를 닮았다. 그래도 그 할머니는 행복했잖아. 그래서 엄마가 폭풍오열을 한 거잖아.... 그래서 나도 그냥 이렇게 여행하기로 한다. 보조바퀴를 못 떼.... 그래도 어쩌겠어....^^;;;;;

 

아래는 10년 전에 쓴 전편의 리뷰다. 어디엔가 올려두었던 걸 찾아내서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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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은 참 중요하겠다. 이 책을 읽어보니 경험하지 않고서는 이렇게 생생한 표현을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다. 자전거 여행. 막연히 동경은 했었지만(자전거도 못 타는 주제에 말이다^^) 막상 책을 읽어보니 주인공들의(어떻게 보면 작가의) 숨소리와 땀방울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하다.

 

부모의 갈등과 이혼의 위기. 요즘 동화에 흔히 등장하는 소재이지만 자전거 여행을 통해 극복해가는 설정은 참 새롭게 느껴졌다. 공부를 못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호진이. 자식이 공부 잘하는 것만이 삶의 목표인 듯한 엄마. 회사밖에 모르는(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직당하는) 아빠. 이 가족은 평화로운 일상을 누려 본 지 너무나 오래되었다. 서로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부모 사이에서 호진이는 발 디딜 곳이 없어진 듯한 절망감을 느낀다. 급기야 부모의 입에서 이혼이라는 말이 튀어나오던 그날, 호진이는 집을 나선다. 엄마, 아빠가 경멸해 마지않는 삼촌에게로.

 

고등학교도 졸업 못하고 제멋대로 살아가는 듯한 삼촌, “너 삼촌처럼 될래?”라는 엄마의 협박 속의 그 삼촌. 삼촌을 찾아가보니 여자친구(여행하는 자전거 친구)라는 자전거 여행단의 단장이었던 것. 얼떨결에 호진이도 조수 겸 여행자로 동행하게 된다.

 

때는 한여름. 자전거 고행(?)에 대한 묘사는 쌀쌀한 요즘 날씨에 읽기에도 미간에 주름이 그려질 정도다. 난 헬스클럽에서 타는 자전거도 20분 타면 다리 아픈데. 아스팔트 위에 뚝뚝 떨어지는 이들의 땀방울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다. 게다가 잠은 어떤가, 아무데다 텐트를 치면 그곳이 잠자리이다. 때로는 더워서, 때로는 축축해서 괴로운 곳. 11박의 일정 동안 그들이 가장 쾌적하게 잔 곳은 딱 한번 찜질방에서였으니. 이쯤 되면 자전거 여행에 대한 근거 없는 동경은 접어야 했다.

 

로드무비가 그렇듯, 이런 이야기에선 함께 여행하는 이들의 속 이야기가 중요한 법. 술로 인생의 절반을 망쳤고, 나머지 절반은 망치지 않기 위해서 자전거 여행을 결심했다는 아저씨, 암 수술을 앞두고도 늘 의연하게 선두에 서던 아저씨. 왕따를 견디다 못해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는 누나. 지친 여행길에서 털어놓는 자신의 이야기들은 서로에게 큰 감동이 된다. 호진이는... 엄마 아빠의 이혼 이야기를 차마 털어놓지 못했다. “그냥 삼촌 따라 놀러왔어요.” 하지만 독자들은 알고 있다. 어제의 일도 내일의 일도 생각할 겨를이 없는 극한의 여정 가운데서 호진이의 마음의 키가 얼마나 자랐는지.

 

여행의 마지막 합류자에 대한 이야기도 나에게는 인상 깊었다. 열쇠가 꽂혀있던 여행단의 트럭을 훔쳐 가버린 청년. 지친 여행자 한명이 일사병으로 응급실에 가게 되는 상황에서 트럭 도난사건까지 일어나자 내 입에서까지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는데, 그 사건을 통해 삼촌의 일면을 알게 된다. 도둑을 용서하고 여행단에 끼워주는 삼촌. 호진이는 철없을 때 했던 잘못의 이유를 변명할 기회도 얻지 못하고 계속 삐뚤어져야만 했던 삼촌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땀은 고민을 없애주고 자전거는 즐겁게 땀을 흘리게 하지. 난 그 기회를 영규에게도 주고 싶어. 내가 남한테 줄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어.”

 

그것밖에 없다고 하지만 인생 실패자로 취급받는 삼촌이 줄 수 있는 것은 그를 비웃는 사람들이 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다. 누구에게 무언가 줄 수 있는 인생이 잘 살아온 인생이 아닌가. 호진이 또한 비록 공부를 못한다지만 앞으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될 것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살아오면서 얼마나 땀을 흘렸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땀을 흘린 기억은 얼마나 되나 돌아보게 된다. 이를 악물고 페달을 밟는 이들의 여정을 생생하게 지켜보며 편안한 게 제일이야~ 사서 고생을 왜 해~ 이렇게 살아 온 내 마음에도 약간의 들썩임이 느껴진다.^^*

 

이혼 위기의 엄마 아빠가 어쩔 수 없이 자전거여행에 동참하는 것으로 끝나는 결말도 맘에 든다. 여보, 그동안 미안했어 라는 말은 없지만 뭔가 좋은 일을 상상하게 만드는 결말. 현장감 탁월하고 이야기 전개도 억지스럽지 않은 참 좋은 이야기 한편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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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ADHD - 살피고 질문하고 함께하는 300일 여행 스토리인 시리즈 3
박준규 지음 / 씽크스마트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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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오면 꼭 읽어보리라 생각했다. 저자인 박준규 선생님은 페이스북에서 알게 되었는데, 안정적인 공교육 교사의 삶을 내려놓고 대안교육을 시작하시고, 부모도 감당하기 어려운 아이들을 데리고 숙식을 함께 하며 장기여행을 하시는 삶이 너무 대단해보였다. 한편으론 신기하다고 할까. 사서고생을 하는 분들을 보며 느끼는 경외심 같은거다. 왜 저렇게 사실까,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하는....^^*

새 학급을 맡아 가출석부 이름 옆에 별표가 있는 아이를 발견하면 벌써 불안이 엄습한다. 어떤 어려움일까. 학습장애일까, 분노조절의 문제일까, 수업을 얼마나 방해할까,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물론 대부분 시작 전의 불안감보다는 현실이 나았고, 어찌어찌 지지고볶다보면 1년이 지나가곤 했다. 하지만 박샘이 가르친 아이들은 훨씬 심했다. 대안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여기서 대안교육이란 분리를 위한 대안교육이 아니라 적응을 위한 대안교육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 아이들도 사회 안에서 어울리고 자신의 역할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 과정을 돕는 것이다.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고도의 전문성 외에도 여러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대표적인 것이 신체적 단련도이다. 박샘은 나보다 선배시지만 체력이 대단히 좋으시고 각종 스포츠에 능하신 것 같다. 그것으로 아이들과 몸으로 부대꼈다. 또한 아이들의 폭력을 지그시 제압할 수 있는 호신술(?)도 갖고 계셨다.

나는 '사랑만 있으면 다 할 수 있다'는 뜬구름 잡는 말이 싫다. 박샘과 같은 깊은 애정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그 사랑 이상의 상처를 받는 분도 많이 보았다. 문제는 고도의 전문성이라고 생각하며, 이것은 박샘의 경우처럼 개인의 능력과 헌신, 학부모의 지원(경제력 포함)에 기댈 것이 아니라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샘같은 전문가가 필요한데 박샘의 경우는 스스로 된 전문가이고, 이런 전문가를 양성할 교육과정은 있는지 모르겠다. 필요할 것 같다.

이 아이들의 어려움은 신체적 나이와 학년에 걸맞지 않은 정서적 연령이었다. 서너살에 불과한 자기절제력과 자기중심성을 갖고 있었다. 이들에게는 다양한 관계맺기가 필요한데, 최우선적으로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외 성숙한 어른의 조력이 필요하며 또래와 함께 놀거나 공부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세번째가 가장 어렵다. 같은 학령 친구들과 관계맺기에는 사회적 기술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갈등과 불만이 생기지 않을 수 없고 그럴 때 감정의 폭발이 격하므로 주변이 초토화된다. 일반 학급에서의 고충이 이것이다. 많은 아이들에게 대안교육을 선택하라 종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교실상황에 대한 지원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담임이 몸을 둘로 쪼개지 않는 이상 다른 아이들과 함께 감싸안을 수 없는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박샘은 이 아이들의 다양한 일탈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세우시겠다고 하셨는데 그 설명들에 고개가 끄덕여졌다.(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음)
첫째는 생존 전략이라는 것이다. 자신들의 행동이 바르지 않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그 행동을 선택하는 것은 그것이 본인에게 어떤 식으로든 가장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둘째로 지배하려는 욕구의 거친 표현이다. 주도권에 대한 욕구, 갑의 욕구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이것은 사회의 정서가 그대로 스며든 결과이다.
박샘은 '신비스런 비법'은 없다고 하시며 걸림돌을 치우기 위한 '첫 삽'을 뜰 것을 제안하셨는데 이건 내게는 좀 모호하게 느껴졌다. 이것 역시 사회적 정서에 대한 말씀인 것 같은데, 토양 자체를 바꾸는 대단히 거시적인 방법이라고 이해하면 될까?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볼 때 설득력있는 진단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진단하에 박샘은 경험의 반복과 다양성을 중시하며 건강한 일상의 루틴과 다양한 신체활동, 예술활동을 아이들에게 제공하고자 애썼다. 동물과의 교감이 도움이 되다는 얘길 들은거 같은데 역시 승마 프로그램도 나왔다.(그러니 어느정도 경제력은 받쳐줘야 할거 같다. 일반적으로 가능한 사회는 아직 갈길이 멀고...ㅠ)

마지막 '공립학교로 복귀하는 아이들에게' 쓰신 편지에 감동받았다. 아직 당위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비유를 통해 친절히, 그리고 간곡히 하신 말씀이 마음에 와 닿는다.
"너희들이 어떤 이유로든 잘못 공부하여 남의 불편을 놀리면서 속 시원하게 여기고 자기 불편만 해결해 달라고 아우성을 치면 정작 자기가 필요한 서비스와 물건을 가질 수 없게 된다. 네가 주려고 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너에게 주지 않는다. 네가 주려고 마음을 쓰면 네 주변의 사람들은 네 불편을 살피고 불편을 줄여주려고 애쓸 것이다. 이런 이치는 사람이 살아온 수백만 년 동안 이어져 온 전통이다. 이런 전통이 아니었다면 자연계에서 가장 힘이 약한 사람은 벌써 멸종됐을 것이야." (이 앞에도 구렁이 허물, 펠리컨 등의 비유들이 내겐 인상적이었음) 이런 조언을 하신다는 것 자체가 아이들이 꽤 성장했다는 증거가 된다. 물론 그 과정은 힘들고 물심양면 많은 투자가 필요했다. 병원으로 치면 '집중치료실' 과정이었다. 박샘의 "괜찮아" 라는 말씀은 "별 거 아냐, 쉬워" 라는 말씀이 아니라는 걸 책을 읽으며 절절히 느꼈다. 그건 "가능해"라는 말씀이고, 그러나 그 노력은 쉽진 않다는 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이 책은 대안학교 학부모들에게 보낸 주말 리포트를 모은 것이라 편지형식의 매우 쉬운 문체로 되어 있다. 하지만 여기에 담긴 내공은 대단하다 느꼈다. 여러가지 질문이 떠오르는 것은 좋은 책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이 아이들과 비슷한 아이를 만나게 된다면 다시 이책을 뒤적이고 있을 것 같다. 저자와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페이스북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질문하면 답을 주시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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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무덤에 사는 생쥐
원유순 지음, 윤태규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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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엔가 '책읽기를 설득하는 세 권의 책들'이라는 페이퍼를 썼었는데 거기 추가할 한 권을 더 발견했다. 원유순 작가님의 책이다.

현대인들은 책을 잘 읽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 성인들의 독서량은 우려할 수준이라고. 난 그리 체감은 못하고 있다. 나부터 비록 애들책이긴 하지만 늘 책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주변에 책벌레들이 많으며 페북 속에서 페친샘들은 엄청난 학구열로 책을 읽어대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렇다고 한다. 1년에 1권 읽을까말까 하는 이들도 많으며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 찾아보기 힘들다고....(사실 나도 지하철에선 폰을 봄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자녀들)에 대한 독서교육의 열기는 뜨겁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책 좀 읽으라 잔소리를 하고 학교에선 한권이라도 더 읽힐 방법을 고심한다. 이 책에서 설정한 '책무덤' 이라는 배경이 가까운 미래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진 않는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책이 무덤에 파묻힌 세상이라니!" "사람대신 책을 누리는 생쥐들이라니!" 라며 재미있게 읽으면 그만이다. 그리고나서 책읽기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 아니, 책이 꼭 있어야겠구나 라고 느끼고 좀 더 흥미를 갖게 된다면 충분할 것이다.

엄마생쥐와 삼형제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나섰다. 먹을 것이 없어서였다. 사람들은 이제 더이상 맛있는 음식을 해먹지 않고 알약 하나로 대신한다. 너무나 바쁜 세상이 되었기에. 먹을 것이 있는 곳을 찾아 헤매던 생쥐 가족은 낡고 우람한 건물 앞에 도착한다. 그곳은 '책무덤'이었다. 생쥐가족이 지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곳에서 가족은 막내 끄덕이의 변화에 주목하게 된다. 유순하고 소심하던 끄덕이가 적극적으로 변하고 특히 문제해결능력이 탁월해진 것이다. 그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근데 여기에서 책을 '먹었다'는 설정이 좀 그렇다. '읽었다'고 하면 안되나? <생쥐기사 데스페로>에서 데스페로가 책을 읽는 모습은 숭고하도록 아름다웠는데.... 물론 '먹었다'는 표현은 그만큼 꼭꼭 씹어 정독했다는 비유로 읽힐수도 있지만 여기선 딱히 그런 느낌으로 다가오진 않아서 말이다. 내게는 좀 아쉬운 대목이었다. 동화인데 생쥐가 책을 못읽을 건 뭔가? 쥐라고 꼭 먹으라는 법 있나?^^;;;

생쥐들 세상은 점점 풍성하고 살기 좋아졌다. 결국 인간들까지 생쥐마을을 찾게 되었다. 마지막에 생쥐들은 그들의 지식을 후손들에게 꼭꼭 전달해 주었으며 새 책은 일부러 만들지 않았다고 마무리되었다. 아뿔싸!! 난 이게 작가님의 결정적인 실수가 아닐까 생각한다.(나도 내 안목을 믿지 못하니 그냥 나만의 생각일 뿐) 책을 권하는 책에서 다시 책이 단절되는 세상을 그리면 어떻게 되는거지? 구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생겨난 것이 책 아니던가? 이 부분이 가장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올해 2학년 우리반 아이들에게 한 번 읽어주고 싶다. 이러니저러니 따지는 건 구닥다리 독자의 나쁜 습관이고, 새로운 독자들은 즐겁게 들을 것 같다. 전에 페이퍼에 적었던 책들과 함께 적절히 배분해서 읽고 나눠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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