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쓴 비밀 쪽지 - 제11회 열린아동문학상 수상작 사과밭 문학 톡 4
임정진 지음, 하루치 그림 / 그린애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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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이라고 예상하며 책을 펼쳤는데 6편의 단편이 담긴 동화집이었다. 소재는 모두 입양’(한국인의 해외입양)이었다. 이런 책도 나올 만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작가님이 쓰시느라 고생하셨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실화 바탕인 작품이 많았고, 실화에서 실마리를 얻은 작품도 있다. 그만큼 사연을 접하셨다는 얘기니까, 금방 되는 작업은 아니었을 거라 짐작한다. 페친 중에 노선주 라는 분이 계신데, 두 번째 단편을 읽다가 이분이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작가의 말과 뒷표지 추천사에 나오시네! 여기에서 뵙게 되어 반가웠다. 프랑스에서 한글학교 교장을 하고 계신 분이고, 학생들과 요리수업도 하시던데, 작가님과 친밀하신가보다. 이분과 연관있어 보이는 내용들이 많았다. 좋은 역할을 많이 하셨다고 생각된다.

 

고아수출국이라는 부끄러운 이름이 있었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해외입양을 많이 시켰던 나라다. (지금도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양부모가 어떤 사람인가는 천차만별이겠지만, 인격이 훌륭한 분들인 경우엔 친부모보다 훨씬 나은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보조금을 타먹으려고 입양을 이용하거나, 입양해놓고 학대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존경스럽다. 어떻게 그런 마음을 먹을 수 있지. 친자식과도 갈등할 때가 있는데.... 그래서 훌륭하게 자란 입양자녀들을 보면 잘됐다. 운이 참 좋았어.’라고 단순히 생각했다. 그들 마음 한구석에 지울 수 없는 상처와 그리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내가 양부모 사랑 받고 부족함 없이 잘 자랐다면 난 굳이 친부모 따위는 찾을 것 같지 않고 고국? 그런게 뭐 중요해? 라고 생각하는게 내 성격이라서..... 하지만 그게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표제작인 [비행기에서 쓴 비밀 쪽지]의 마티아스도 그렇게 잘 자란 사람이다. 장성하여 자식도 있는 그는 양부모댁의 창고에서 오래 묵었던 자신의 상자를 정리하러 방문한다. 아들과 함께 상자를 정리하다 발견한 작은 쪽지. 거기엔 한글로 쓴 자필 메모가 적혀 있었다. 이제는 다 잊어버려 해석도 할 수 없는 한글. 그 쪽지 내용이 무슨 뜻일지 독자마저도 살짝 긴장하게 되는데..... 건너건너 연결된 한글학교 선생님이 번역해 주신 내용은 이러했다.

나는 한국 사람입니다.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어 다시 한국에 오겠읍니다.”

막막하고 긴장된 비행길에서 그걸 썼을 9살 소년의 마음을 생각하니 먹먹하다. 친부모를 찾아보고 싶다는 마티아스의 말에 가족 모두가 찬성한다. 좋은 사람들과 만나 매우 행복한 입양 케이스다.

 

두 번째 [귀로 만든 수프]에서 한글학교의 요리수업 장면이 나온다. 이 책에서 내가 눈물 찔끔 했던 작품이 바로 이 두 번째 이야기다. 눈물 포인트는 음식인가... 화자는 프랑스의 한글학교 선생님이다. 그의 요리교실에 한국인 입양청년이 들어왔다. 그는 희미하게 기억나는 한국 음식이 먹고 싶다고 했는데, “귀가 들어간 수프라고 설명을 했다. , 순대국? 선생님도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셔서 검색하여 보여주었는데 청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대체 뭘까? 이야기지만 너무 궁금했다. 선생님은 한국에 있는 엄마한테 전화를 건다. 역시 엄마는 해결사야! 엄마는 그게 수제비라는 것을 단박에 떠올린다. 아 맞다. 수제비. 그시절 가난한 사람들이 밥대신 먹던 음식. 그걸 아이는 하얗고 말랑말랑한 귀라고 기억했구나. 그는 울면서 수제비를 먹었다.

이거 맞아요. 엄마가 매일 끓여 주던 거예요. 저는 이게 귀라고 생각했어요. 프랑스에 와서 늘 이 귀 수프 생각을 했어요. 엄마는 왜 나에게 귀 수프를 끓여 주었을까. 그 생각 많이 했어요. 엄마 얼굴도 생각 안 나지만 엄마를 만난 거 같아요. 지금.”

음식의 추억은 이토록 강렬한 것 같다. 만약 나라면 엄마의 어떤 음식을 기억할까. 우리 아이들은 나의 어떤 음식을 기억할까. 이 청년은 수제비를 끓여주던 엄마를 만났을까. 그 만남이 행복했기를 아주 많이 바란다.

 

[아까시꽃을 먹고]에도 먹는 기억이 담겨 있는데 그건 음식은 아니고 꽃이다. 아카시아가 많이 피어있던 고아원에서 아이들이 따먹던 꽃. 그만큼 배가 고팠던 아이들. 그 고아원에 있던 아이가 지금은 씩씩한 루디아 이모. 자전거 여행을 하다 아카시아 꽃의 추억이 떠올라 한국방문을 했지만.... 가진 정보가 워낙 없어 친부모를 찾을 수는 없었는데, 방문단 중에 같은 추억을 공유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 희미한 기억의 장소에 같이 있었던 사람! 친부모를 찾은 것만큼이나 감격스러웠을 것 같다. 이 루디아 이모의 가족들도 다 좋은 사람들이다. 화자인 이 조카를 포함해서. 그래서 내년에 한국에 아까시꽃이 필 때 다시 가봐야겠다고 말하는 씩씩한 루디아가 자라난 것 아닐까.

 

[서 있는 아이]의 양부모에게는 고마웠다. 양부모가 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단번에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그 인내심... 그래서 내가 못한다는 것이야.... 하지만 그들은 낯선 땅에 보내진 소녀의 두려움을 이해하고 기다려주었다. 다행이고 고마웠다.

 

[나는 어디로 가나]는 이 책에서 가장 어둡고 괴로운 작품이었다. 행복한 입양도 있지만 이처럼 불행한 입양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하니 슬프다.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행에 아주 멀리 내던져진 아이들은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럽고 막막했을까. 이런 비극이 이제 안생겼으면 좋겠다.

 

[그대를 위해 촛불을 밝힙니다]는 거의 실화인 것 같은데, 한 사진작가가 작업 중 느낀 점이 있어 입양인 응원 프로젝트같은 것을 기획하는데 그 응원의 방법이 옛날 어머니들이 물 떠놓고 하던 기도 같은 것이었다. 그걸 작업 때문에 자주 만나던 만신들에게 의뢰를 했는데 신청자가 아주 많고 반응도 좋았다는 이야기였다.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 나를 위해 빌어주는 사람의 존재는 이렇게 중요하구나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마지막 작품에서 우리나라 해외입양인들의 숫자가 나오는데 무려 16만명....? 입양 자체는 나무랄 것이 아니고 가족의 한 형태일 뿐이지만 이젠 해외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나라 안에서 다 품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 그리고 해외에 있는 입양인들, 모두 있는 곳에서 행복하시길 빈다. 6학년 국어교과서 마지막 단원에 피부색깔=꿀색이라는 영화가 나온다. 원격수업을 하던 때여서 아이들의 반응을 생생하게 보진 못했지만,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어렵지 않나 걱정하면서 진행했는데 생각보다는 잘 감상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이쪽에도 저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것 같은, 어디에서나 이방인인 것 같은 이질감과 외로움을 이해해 주는 학생들이 있어서 기특했었다. 그 때 이 책이 있었다면 두 편 정도 골라서 영화랑 병행하여 진행했을텐데, 그러면 이해의 폭이 더 넓어졌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과  읽고 생각해볼 만한 소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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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진 2023-11-01 2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https://youtu.be/T0Tp4KBoyCU?si=U86MVEpveyN1qxaO
단편영화로 보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