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바로 쓰는 초등 독서 수업 - 온오프라인 수업 기술을 한 권에 담은 독서 수업의 모든 것
영훈 초등교육연구소 외 지음 / 푸른칠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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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20년을 훌쩍 넘어 30년 쪽에 근접해있고, '학급독서프로그램'을 하겠다며 쪼물딱거리기 시작한 때가 30대 중반이었으니 '독서교육'을 학급운영의 중심으로 시작한지 20년이 거의 되어가는 셈이다. 강산이 두번이나 변하도록 나는 뭘했나? 독서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많은 교사들이 의욕적으로 참여하여 결과물이 쏟아지기 시작할 때, 그 진취적인 능력들이 부럽기도 했다. 요즘 핫한 싱어게인의 30호 가수가 그렇게 말했다. "나는 배아픈 가수다."라고. 능력있는 음악인들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게 자신의 재능이라고 했다. 그러더니 심사위원들의 말을 듣고 살짝 수정했다. "나는 동경하는 가수다." 라고.^^

나도 능력있는 교사들을 보면 배가 아프다. 하지만 배가 덜 아파서일까. 그게 나를 이끄는 힘이 되지는 못한다. 오히려 아이고~ 명퇴할 때가 돼 가나벼 뒷방 늙은이 안되려면 어떻게 해야돼~ 하면서 더 움츠러드는 것 같다. 그들의 결과물을 보고 "에이 깊이가 없네~ 이건 어쩌고 저건 저쩌고" 이렇게 훈수라도 둘 수 있으면 모르겠는데 절대 그럴 수가 없다. 그냥 나도 30호의 자세를 배우는 게 어떨까. 이렇게 말이다. "나는 (아직도) 동경하는 교사다!"
네. 그리하여 동경하는 교사는 방학을 맞이하여 이 책을 구입하고 경건하게 읽어보았습니다.ㅎㅎ

이 책은 같은 학교 7인의 선생님들이 쓰신 책이다. 학교 내에서 야심찬 도전이 있었고, 교사들은 능력과 열의가 있었으며 같은 학교니 팀웍을 이루기가 더욱 좋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교사들의 면면도 비슷한 성향만 가진 게 아니라 어떤 분은 스마트교육, 어떤 분은 협동학습, 놀이수업, 질문교실, 만들기 등 각기 다른 다양한 재능과 관심사를 갖고 계신 것 같다. 그 다양한 영역의 콜라보로 만들어진 독서수업은 그야말로 종합예술이 아닐까.

저자 한 분이 한 장씩 맡아 쓰신게 아닐까 싶게 책은 7장으로 되어있다. 온작품읽기, 협동학습, 질문만들기, 인성교육, 스마트 기반, 예술 연계, 놀이활동으로 차례만 보아도 구미가 당기게 되어 있다. 각 장은 이론적인 설명이 먼저 나오고 실제 활동 안내가 6~7가지 이어지는 구성으로 되어있다. 개인적 관점에서 살짝 아쉬운 점부터 먼저 말해보겠다.

첫째로 이론 부분은 재미없(?)었다.^^;;;; 실용서라면 이 부분을 과감히 포기하거나 이론은 이론이라도 우리끼리라면 알만한 현장을 예시와 함께 상기하며 좀 재밌게 쓰셨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이 부분이 활동으로 인도하는 도입 같은 부분이라 생각해서다. 하지만 생각하기 따라서는 다양한 분야 책을 섭렵하기 어려운데 이 한 권에 대략이라도 설명했으니 오히려 장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각 활동 소개 부분은 공통적으로 표 두개가 서두에 나온다. 첫번째 표는 독서전, 중 후를 체크해 놓은 단계 표시다. 이건 유용하다. 다음에 나오는 6가지 역량 체크표는 큰 의미는 없어보였다. 의사소통 역량인지 문화향유 능력인지 그걸 따지면서 수업하진 않는데다가 보통은 무 자르듯 딱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전문적이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약간 목말랐던 점. 어떤 활동은 설명을 읽어도 정확히 뭔지 잘 모르겠는 것도 있었다. 아이들 예시작품 사진 같은 것은 좀더 잘 보이게 넣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어떻게 진행하나요? - 이렇게 응용하면 좋아요 - 아이들과 활동 소감을 나눠요] 이러한 구성이 통일되어 있고 설명이 간결하며 디자인도 깔끔하고 이쁘다. 하지만 나는 통일성 있는 구성과 디자인보다도 편안한 서술이 더 좋아서... 그러나 이게 책의 컨셉이라면 내 취향을 들이댈 것은 못된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는 내가 참고하려고 체크해 놓은 부분들을 마구잡이로 말해보겠다.
1) 패들렛은 코로나 원격의 와중에 가장 고맙게 자주 사용한 도구였다. 내가 부담없이 사용했다는 건 도구가 얼마나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쉬운가를 알려주는 증거가 된다.^^;;; 하지만 늘 사용하는 방식대로 하는 경향이 있다. 새학년도에도 패들렛은 애용해야겠고 특히 독서수업에서의 다양한 활용을 더 궁리해봐야겠다. '사전승인' 기능이 있는걸 이 책을 보고 알았다. 남의 답변을 베끼면 안되는 경우, 기다렸다 다함께 봐야 되는 경우에 사용해보면 좋겠다.

2) "독서를 통해 정답을 찾는 교육이 아닌, 질문을 갖는 교육을 목표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102쪽)는 의견에 공감했다. "질문을 갖는 것이 배움의 출발점인 동시에 배움을 지속하는 원동력"이라는 문장 또한 매우 적확하다. 이것을 염두에 둔다면 독서수업 과정은 매우 정교한 작업이어야 한다. 교사가 책의 내용을 심도있게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고 출발점이며, 이끄는 과정에도 요령이 있어야 한다. 이 요령은 나에게 아직도 어렵다. 시킨다고만 되는 것은 아니어서 다양한 방법을 갖고 있으면 좋다. 여기에 소개된 방법들이 참고가 된다.

3) '인성교육' 장에서는 몇가지 주제의 프로젝트가 나오는데 '자존감'과 '나의 꿈' 수업이 인상적이었다. 활동도 책목록도 참고가 되었다. 재능기부 박람회, 롤모델 소개 박람회 같은 박람회 활동은 내가 좋아하는 방식 중 하나다. 빨리 마스크 벗고 이런 활동을 하고 싶다. 원격 활동에서 대기실 사용 아이디어를 알려주셔서 좋았다. 교실로 치자면 텔레폰 활동 같은 것을 줌에서 하는 것이다. 줌도 궁리하면 많은 수업 방식이 나올 수 있는데 줌수업 자체에만 너무 급급했던 것 같다. 주석 기능도 많이 활용할 수 있다.

4) '스마트기반' 장에서 가장 흥미를 끈 것은 'Quiver' 라는 증강현실 앱이었다. (다들 아시는데 나만 몰랐던 건지도...^^;;;) 읽으면서 바로 앱은 깔아놨는데, 일단 해봐야 정확히 알겠다. 독서 외에 다른 수업에도 활용할 수 있겠다. 홀로그램은 엄두가 좀 안나지만 아이들이 아주 좋아할 것 같고... 워드 클라우드는 충분히 해볼만한데 그동안 활용 못해본 것이 아쉽다. 기억을 위해서 적어둔다. 이 책에서 원격관련 내용을 보면서 후회되는 점은 코로나 상황에서 한계는 분명히 있었지만 그래도 협업을 최대한 시도했어야 했는데...ㅠ 라는 점이다. 올해는 원격을 얼마나 하게될지 모르겠지만 원격에서도 모둠활동의 시도를 최대한 해봐야겠다고 다짐한다.

5) '예술과 연계' 장에서는 "정서가 있어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해 봄으로써 정서가 생겨나는 것이다."(262쪽) 라는 문장에 매우 공감한다. 그래서 교사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고 "싫으면 하지 마"가 아니라 해볼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예술과 결합을 했을 때 책에 대한 감상이 더 깊어질 수 있다." 는 문장도 의미깊었다. 글로 쓰는 감상의 기본기는 잡아줘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다양한 감상방식을 적용하는 것도 교사가 신경써야 할 점이다. '성우가 되어보자' 활동에서 시낭송에 배경음악 넣는 것을 보고 오호~ 했다. 나도 자작시 낭송 행사를 해마다 했었는데, 배경음악을 내가 틀어줬었다.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은 뭔가 느낌이 다르다며 자세가 달라지곤 했었다. 그런데 그 음악을 본인이 고른다면? 음악을 탐색하는 계기도 되고 여러가지로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그외 만들기로, 연극으로 발전시키는 수업도 시도해 보아야 균형있는 활동이 될 것 같다.

6) '놀이수업' 장에서도 챙길 아이디어가 있었다. 문학 단원에서 문학의 요소로 인물, 사건, 배경을 지도하는데, 이것으로 '인배사 게임'을 할 수 있구나. 추천책을 가져와서 빙고게임을 통해 빌려주는 활동도 좋다. 그런데 가능하지 않은 지역도 있으니 주의를... (그럴 때 교사책으로 하는 방법은 어떨지) 블루마블 게임을 응용한 인물 게임도 재미있겠다. 이 장의 내용은 도서실 행사날 진행해도 좋을 것 같다.

이상은 정말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소감이다. 내가 느낀 포인트가 다른 이에겐 늘 하던 것일수도, 내가 느낀 아쉬움이 다른 이에겐 장점일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읽으면서 이 종합적인 독서지도를 받은 아이들은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도 교사도 협업이 중요하다. 서로다른 색깔의 7인의 협업은 이렇게 알차고 총체적인 독서교육서를 완성시켰다. 초등교육은 멀티고 팔방미인이다. 나랑은 매우 다르다.ㅎㅎㅎ 하지만 옷에 몸을 맞추는 게 초등교사의 능력인 바, 나도 딸리는 부분을 최대한 채워가며 더 나아가 봐야지. 이 책을 자주 참고해야겠다. 일곱 분의 선생님들께 감사의 박수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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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펫을 부는 백조
엘윈 브룩스 화이트 지음, 프레드 마르셀리노 그림, 김태훈 옮김 / 산수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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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고학년 권장도서 중에서 오랜기간 빠지지 않고 있는 책을 고르라면 <샬롯의 거미줄>을 꼽겠다. 작가의 다른 작품은 <스튜어트 리틀> 밖에 몰랐는데, 이 책이 나왔길래 작가를 믿고 읽어봤다. 샬롯의 거미줄보다 나중에 쓰여진 책이지만 그래도 몇십년 된 작품이다. 읽으면서 생각했다. '와, 이 책도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재밌었을텐데. 샬롯의 거미줄이랑 스튜어트 리틀처럼.' 소개글을 읽어보니 세 편 다 영화 제작이 되었다고 한다. 나머지 두 편은 영화로 봤는데 이 작품은 들어보지 못했다. 아주 궁금하다.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특히 트럼펫 연주 장면. 잘하면 음악영화가 되었을 것도 같은데.

나만의 생각일수도 있지만, 이책은 진입벽이 살짝 있다. 바로 빠져드는 책이 아니라서 독서 의욕이 부족한 아이들은 완독을 할 수 있을지 보장하기 어려워 보인다. 부모가 이야기 나누며 도입을 함께 하면 아주 좋을 것 같다. (초등 고학년까지 그걸 해주는 부모는 드물겠지만....) 초반부를 넘어가고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면 그때부터는 읽기에 속도가 붙는다.

읽으면서 감탄한 것은 작가가 아주 많은 이야기를 이 안에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이렇게 저렇게 짜맞추고 설계한 느낌이 아니라 백조 루이의 삶을 따라가다 보니 저절로 나오게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자신의 종(트럼펫 백조) 특유의 소리를 낼 수 없게 태어난 루이. 그가 좌절하지 않고 살아내는 과정 속에 장애, 우정, 가족애, 책임, 동물권 등등의 주제가 다 들어있고 철새의 생태에 대해서도 들여다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음악이 들어가 있어서 더욱 좋다. (악보도 가끔 나온다.^^)

백조가 어떻게 트럼펫을 부냐, 백조가 글을 배운다니 말이 되냐 이럴 수도 있겠지만 (그런 말 하는 아이가 꼭 있음ㅋ) 그런걸 따지는 건 문학을 부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좀 길지만 작가의 말을 옮겨보겠다.
"내가 쓴 이야기들이 진짜냐고요? 아니에요. 다 환상적인 등장인물과 사건들을 담은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현실에서는 쥐처럼 생긴 아이가 태어나지 않아요. 현실에서는 거미가 거미줄로 글을 쓰지 않아요. 현실에서는 백조가 트럼펫을 불지 않아요. 하지만 현실의 삶은 그저 하나의 삶일 뿐입니다. 상상의 삶도 있어요. 나의 이야기들은 지어낸 것이지만 거기에 진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과 동물이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대한 진실 말이죠."

"상상의 삶도 있어요." 라는 말에서 왠지모를 안도감 같은 걸 느꼈다. 내가 작가도 아닌데 왜 그럴까? 현실이 아닌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읽히고 감상을 끌어내려 하는 것이 과연 의미있나 하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 아닐까. 그래. 작가의 말에 힘입어 상상의 삶 속에 따지지 말고 빠져보자.^^

이 책의 배경은 북아메리카다. 계절에 따라 캐나다와 미국의 호수를 오가는 백조들의 생태가 담겨있다. 트럼펫 백조 부부에게 태어난 5남매 중 루이는 아무 소리를 내지 못한다. (이야기에서 '언어장애'라는 표현이 사용됨) 이들에게 소리란 매우 중요한 것이고 루이처럼 수컷인 경우 짝짓기할 때 필수인데 안타깝게도 루이는 아무리 애써도 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 과정을 캠프장에 온 소년 샘이 지켜보았고, 동물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샘은 루이와 친구가 된다. 여름이 끝나고 가족과 함께 남쪽으로 이동 후 루이는 자신의 인생을 개척할 첫 도전을 하게 된다. 말을 못하니 글을 배워야겠다는 도전이었다. 루이는 샘을 찾아 먼 길을 혼자 떠난다. 다행히도 샘을 만난 루이는, 샘이 다니는 학교 1학년 선생님께 글을 배우고 작은 칠판을 목에 걸고 다니며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가족과의 인연은 여기까진가 했는데, 루이는 가족을 다시 만난다. 그곳에서 사랑하는 세레나도 만나지만, 소리를 못내는 그는 구애를 할 수가 없다. 글자를 배운 것도 백조 무리에선 아무 소용없었다. 시름에 잠긴 아들을 보고 아빠백조는 결단했다. 도시에 나가 악기매장의 쇼윈도를 뚫고 들어가 트럼펫을 구해 온 것이다. 백조가 트럼펫을? 하지만 루이는 글을 배웠던 것처럼 트럼펫도 마침내 배워냈다.

박수를 보낼 만하지만 찜찜한 것이 남는다. 그 악기는 정당하게 얻은 것이 아니잖아? 민폐를 끼쳐서 잘되는게 진짜 잘되는거야? 하지만 루이는 이것까지 생각하는 백조였다. 그는 돈을 벌어 빚을 갚기로 한다. 여기서부터가 어린이 독자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할 것 같다. 트럼펫 부는 백조 루이의 취업 과정.ㅎㅎ (영화에서도 이 부분이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꼭 한번 보고 싶다.^^) 캠핑장 나팔수, 백조보트장, 동물원과 나이트클럽 등. 루이는 점점 몸값이 올라가며 넉넉한 돈을 벌게 된다.

세상은 만만한 곳이 아니고 눈뜨고 코 베이는게 세상이라 사실 아슬아슬했다. 루이가 그 돈을 지켜낼 수 있을지. 하지만 비정한 세상을 여기서 반영해버리면 책 읽을 맛이 나겠어? 결국 루이는 소중히 지켜낸 월급과 칠판에 쓴 편지를 아빠 목에 걸어드리고, 아빠는 본인이 난장판 만든 악기점을 향해 날아간다....

동물원에서 일하던 때에 '날개 끝 자르기' 내용이 나온 것과 결말 부분에 '오듀본 협회'라는 자연 보전 단체가 나온 것을 보면 작가가 추구하는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꽤 많은 시간이 흘러, 만난지 오래된 샘이 바람결에 들려오는 트럼펫 소리를 듣고 루이가 왔구나 생각하는 대목이 정겹고 인상적이다.

북미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 트럼펫의 힘차고 멋진 소리를 책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적인 책, 역경과 장애를 뚫고 사랑까지 결실을 맺는 과정에서 여러 건강한 가치들을 보여주는 책이다. 아주 두껍진 않으니(280쪽) 아이들의 완독을 격려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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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없는 아이 느리게 읽는 그림책 1
박밤 지음 / 이집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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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름도 낯설고 출판사 이름도 처음 본다. 그런데 책이 왠지 낯익어보였다. 아마도 송미경 작가의 단편 <혀를 사왔지>를 떠올렸던 것 같다. 읽어보니 내용은 비슷하지 않다.

작가소개를 보니 미술쪽 전공을 하신 분 같지는 않은데 글,그림 작업을 모두 하셨다. 그림이 유아그림체처럼 서툴게 보이는 부분도 있으면서 내용을 아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요즘은 이렇게 종합예술인들이 많단 말이야. 부럽다...^^

12살의 재인은 전학을 갔다.(엥? 이름이 유명한 이름...) 선생님이 정해준 자리의 폴이라는 짝꿍은 학교에 오지 않았다. 반 아이들에게 폴이 어떤 아이냐고 물었더니 '입 없는 아이'라고 했다. 재인은 걱정됐다. 차라리 짝꿍이 계속 오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다 재인은 꿈을 꿨다. 높은 성의 꼭대기층에 한 여자가 묶여있고 4개의 다른 색 방이 있었다. 여자는 간절히 부탁했다. "저 방들 중에서 반지를 찾아다 주면 난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파란 방에서 만난 사람은 눈이 없었다.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괴물!' 이라고 소리질렀다. 그는 울었고, 아이는 미안했다.
노란 방에서 만난 사람은 귀가 없었다. (표지그림이 그사람) 아이는 '괴물'이란 말을 내뱉지 않았지만, 그는 울었다. 왤까? 표정을 보았기 때문이다.
빨간 방에서 만난 사람은 코가 없었다. 아이는 괴물이란 말도 안했고 표정도 조심했다. 그랬는데도 그는 울었다. 도대체 왜?
"넌 내게 다가오지 못하잖아!"
아....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그랬다. 그는 마음을 보았던 거다.
초록 방에는 입 없는 아이가 있었다. 재인은 다가갔다. "내 짝 폴이구나." 생각하면서. 그랬는데도 아이는 울었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은.... 손가락이 7개였다. 재인은 그 손을 잡았다. 같이 방을 나가 묶여있는 여인에게 갔다. 반지는? 결국 여인은 자유를 얻어 기뻐하며 감사했다.

꿈에서 깬 재인은 뭐가 달라졌을까? 오늘은 짝꿍이 올 것 같은 예감에 학교로 달려간다. 문을 연 순간, 있었다! 짝꿍이!! 둘은 눈이 마주쳤다. 폴은 어떤 아이였을까?

내 안의 편견과 차별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마주하게 되는 책은 처음이다. 나는 누구를 보고 괴물이라며 호들갑을 떨 만큼 교양없진 않다. 그렇다고 상처를 주지 않았을까? 다가갔을까? 그렇진 않았다. 내 안의 장벽은 다른 이에게 다가갈 수많은 길을 막아버렸다. 물론 그때마다 이유(핑계)는 다 있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우월감이거나 편견이었지. 나의 경우 가장 큰 이유는 게으름이기도 했다. 생각하기 싫은 귀찮음.ㅠ

이 책을 검색하러 알라딘에 들어갔더니 북트레일러가 있어서 재생해봤다. 응? 길이가 되게 길다? 웬일이니! 책 전체를 읽어주는 영상이었다. 유튜브에도 올라와 있었다. 작가가 직접 읽어주시는 거라고 한다. 저작권 때문에 독서수업하기 얼마나 어려웠는데 이런 은혜가....ㅠㅠ 이 감사한 책을 마지막 단원 수업에 꼭 활용해 봐야겠다. 국어 마지막 단원이 감상단원이거든.

거창한 활동이 떠오르진 않는다. 일단 재인과 폴의 만남을 뒷이야기로 써보면 어떨까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만든 질문을 좀 받아보고 싶다. (몇번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실망...^^;;;) 그래도 몇몇은 의미있는 질문이 나오지 않을까. 그 질문으로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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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saint 2021-01-06 2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보면서...‘입 없는 아이‘를 어찌 만나나? 재인만큼 긴장하면서 봤는데...끝이 반전이었죠.

기진맥진 2021-01-06 2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저두요.^^ 공감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책이 넘 많아 그중의 일부를 구경하기도 힘드네요.ㅎㅎ
 
가족이 있습니다
김유 지음, 조원희 그림 / 뜨인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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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친들의 포스팅에서 이 책 표지를 여러번 본 것이 기억나 2020년의 마지막 책쇼핑날 장바구니에 넣었다. 휘릭 넘겨봤더니 글밥이 적은 책이었다. 아껴읽고 싶어서 다른 책부터 읽고 펼쳐들었다. 역시, 잔잔한 감정이 밀물처럼 서서히 몰려와 그안에 잠기게 되는 책이었다.

완전한 글과 완전한 그림의 조합이었다. 더 잘 맞는 그림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개와 할아버지의 성품과 감정과 목소리까지 표현하는 듯한 그림이었다.

개가 닫힌 집을 열고 짐을 챙겨 나와 기차를 타고, 색연필로 편지를 쓰고 하는 장면을 보면 현실동화가 아니지만 그런걸 의식할 수 없을만큼 이야기는 현실을 반영했다. 혼자인 할아버지의 처지와 생활이 특히 그랬다. 개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가족이 있습니다." 라는 제목이 나올 수 없었겠지.

첫 장면에서 개는 동쪽바다로 가는 마지막 기차를 탄다. 밤기차는 특유의 느낌이 있다. 깜깜한 차창 너머로 느껴지는 막막함과 외로움. 개는 그렇게 할아버지를 찾아나섰다. 각 장마다 첫장은 기차 장면, 다음에는 회상이 이어진다.

할아버지는 큰 배의 선장이었다. 버려져 떠돌던 개는 배고픔에 할아버지 배의 수확물을 한마리 물었다가 할아버지랑 눈이 마주친다. 그날은 할아버지의 은퇴날이었고, 할아버지는 개를 집으로 데려간다. 둘은 그렇게 가족이 되었다. 식탁의자에 앉은 모습, 할아버지 손위에 발을 올려놓은 모습, 함께 잠든 모습 등이 너무 익숙하고 정겹다. 우리집에도 이런 가족이 있기에....

사계절을 함께 하는 그들의 모습은 너무 아름답다. 할아버지와 떠돌이개의 조합이 뭐그리 아름다울까 싶지만, 아름답다. 조원희 작가의 그림은 그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벚꽂을 꽂고 앉은 봄풍경(앙증맞게 귀여워), 선글라스 끼고 튜브를 탄 여름 풍경(웃기고 귀여워^^), 낙엽 맞으며 잠든 가을 풍경(잘때가 젤 귀여워), 눈밭을 걷는 겨울 풍경(빨간 모자가 귀여워), 모두 아름답다.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행복한 시절은 왜 오래가지 않는 걸까. 할아버지는 점차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냉장고에 구두를 넣었고, 다니던 길을 찾지 못했고, 성격도 변했으며 결국 어느날 나가서는 집에 들어오지 못했다. 현관문만 바라보고 앉아있는 개의 뒷모습은 내게 너무 익숙하다. 나는 개를 '기다리는 동물'이라 부르겠다. 이 개는 마침내 할아버지를 찾아나섰다. 그래서 개는 밤기차를 탔다.

행복하고 따뜻했던 한때는 길지 않았고 개는 또 거친 길을 헤맨다. 개는 할아버지와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할아버지, 우리는 가족이에요.
기뻐도 슬퍼도 아파도 함께하는 가족이요.
떨어져 있다가도 다시 만나는게
가족이라고 했잖아요.
가족은 버리는 게 아니잖아요."
개의 편지다.ㅠㅠ

작가의 말에 보니 김유 작가님은 동해 마을에 작업실이 있다고 한다. 거기선 휴가철이 지나면 사람들이 버리고 간 개들이 많이 보인다고.... 그 안타까움에서 이 책은 출발한 것 같다. 한편 이 책의 '개'의 자리에 다른 누군가를 넣는다면 어떨까 난 생각해 봤다. 고양이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다. 그래도 같은 이야기가 된다고 난 생각한다. 단지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강압하고 상처주고 세계를 제한하고 가두는 그런 가족 말고, 옆에 있어주고 들어주고 함께 웃고 울고 응원하는 그런 가족. 혼자인 할아버지와 개가 만나서 이룰수도 있는 그런 가족 말이다.

이 책은 비극도 완전한 해피엔딩도 아니게 끝났다. 열린 결말이라고 할까. 비극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마지막 그림을 보면 말이다. 두 존재의 뒷모습. 그건 가족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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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의 방화범 그린이네 문학책장
하은경 지음, 이윤희 그림 / 그린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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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문학에 의욕을 갖고 도전하시는 작가님인 것 같다. 이분의 책 중 <백산의 책>과 <마지막 책을 가진 아이>를 읽었는데 추리물은 아니었고 역사동화와 미래동화였지만 그 긴박한 전개가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긴박감이야말로 추리문학의 필수요소이니 이전부터 갈고닦아 오셨다고 할 수 있겠다.

장편인줄 알고 책을 펼쳤는데 3편이 들어있었다. 모두 동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이웃들의 일로, 방화나 귀금속 절도 등 사건 스케일은 크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은 평범하다. 하긴 범죄자라고 써붙이고 다니는 사람은 없으니까... 내가 맘에 들었던 점은, 3편 모두 화자들 주변의 인물들이 정황상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는데 결말에 이르러 그 의심을 모두 벗게 된다는 점이었다. 추리물이지만 따뜻하고 훈훈하다고 할까. 그러고보니 읽으면서 무섭지도 않았던 것 같다. 사건 전개에 대한 궁금증은 있지만 집에 혼자 있으면 못 읽겠고 그런 정도는 아니었다.^^

표제작인 [옆집의 방화범]이 내겐 솔직히 가장 실망스러웠다. 첫눈에 범인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단편이다보니 공식이 너무 드러났다고 해야 하나. 물론 '주인공은 절대 범인 아니야. 나중에 밝혀질거야' 이걸 아는 상태에서 봤기 때문이겠지만. 아이들 눈에는 그렇게 바로 띄지 않는다면 좋겠다. 그 점만 빼면 인물들에게 마음이 가는 그 느낌이 좋았다. 혼자된 엄마와 가게 사장님과의 만남, 그 만남이 싫은 사춘기 소년, 떨떠름한 소년이 못마땅한 옆집 소녀(화자). 그리고 일어난 방화사건은 소녀의 애를 태우고.... 그러나 결국 모든 인물의 감정을 말끔히 드러내고 또 새로운 감정을 싹틔우며 정리된다.

두번째 이야기 [불도그 미구]에서는 아랫집 부부가 키우는 불독이 나온다. 사건은 금은방 절도 사건이다. 특히 커다란 다이아몬드까지! 다이아몬드와 불독은 무슨 관계일까? 나도 이건 후반부에 가서야 알 수 있었다. 이 이야기에선 사건 자체보다도 '못된 녀석'으로 낙인찍힌 유철이가 더 내 눈에 들어왔다. 이런 아이들은 더 의심받기 쉽다. 그 낙인에 한몫을 하는 교사의 모습도 지나가는 장면이지만 몹시 보기 불편했다. 막다른 곳에서 인간은 (특히 아이들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그런 환경에 내몰린 아이들을 어떻게 판별하고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맘이 무거웠다. 그래도 유철이 안의 착함이 빛을 발해서 다행이었다. 특히 불독과의 사이에서.^^

세번째 [춤추는 아이]는 추리동화보다도 여학생들이 주로 등장하는 고학년 단편집에서 본 듯한 익숙함을 준다. 물론 같은 줄거리가 또 있는 건 아닌데, 재능있는 아이를 중심으로 부러움과 시기와 미묘한 감정들, 그안에서 얽혀가는 이야기는 많이 본 듯하다. 발레 영재인 제나와 만년 2인자인 지효, 그리고 주변 친구들이 등장하고 발레입시를 앞둔 제나에게 치명적인 자전거 사고가 일어난다. 범인은 그럼 2인자인 지효란 말인가? 과연?

고학년 아이들에게 권해줄 만하고 추리물을 특별히 좋아하는 취향이 아니라도 무난히 읽을 만하다. 낙인과 편견, 오해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춤추는 아이] 같은 경우는 진로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 수 있겠다. 범죄에만 집중하지 않은 이런 추리문학.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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