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받아보고 얇은 두께에 ‘저학년용인가?’ 했는데 펼쳐보니 글자 크기가 작은 편이었다. 읽어보니 중학년용으로 추천하면 좋을 것 같다. 물론 고학년이 읽지 말란 법은 없다. 어른인 나도 재미나게 읽었으니까. 아동 급식카드가 소재로 등장한 책은 두 번째 읽는다. 첫 번째는 윤숙희 작가님의 <꼬르륵 식당>이었다. 그 책에선 세 주인공 중 한 명이 이 급식카드를 갖고 있었다. 사용할 때마다 누가 볼까 싶어 눈치를 본다. 이 책의 서진이는 좀 다른 캐릭터다. 순수하고 해맑다. (흔히 비꼬아서 사용하는 ‘뇌가 청순하다’... 류의 뜻이 아니고 좋은 뜻이다.) 그렇다고 눈치없고 염치없어 민폐를 끼치는 유형도 아니다. 어떻게 이런 인물을 창조하셨지? 이것도 작가의 능력일 것이다. 두 번째 인물, 서진이의 베프 유림이도 이쁘다. 서진이에게 먹을 것을 잘 사주고 용돈이 들어있는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걸 보면 서진이와 집안 형편 차이가 많이 난다. 그런 경우 양쪽 아이들이 극단적인 캐럭터로 설정되어 갈등을 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선 그렇지 않았다. 그런 점이 너무 맘에 들었다. ‘갈등 없이 기승전결이 되겠나?’ 그런 염려는 뚝!!^^ 세 번째 인물, 김소리는 셋 중 가장 어른스럽다고 보겠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세상 쓴맛을 좀 안다고 할까. 소리도 급식카드를 갖고 있다. 서진이는 이제 막 받은 초짜고 소리는 오래된 경력자다. 아주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어서 서진이에게 참고가 된다. 다만 눈치를 보는 면은 좀 있다. 편의점에서 산 것을 거기서 당당히 먹지 못하고 공원으로 가져와서 먹을 정도로.... 그 바람에 길고양이에게 참치를 나눠주고 자신의 성을 붙여 김소망이라는 고양이 이름을 지어주기도 한다. 작가님은 서진이를 통해 도움 받는 아이들의 심리를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받기만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호구를 뜯어먹는 몰염치한 인간도 많다고는 들었는데, 보통의 심리는 서진이와 같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 여기서 떡볶이 먹을 건데, 그럼 너 나 먹는 동안 안 먹고 있을 거야? 떡볶이 먹고 싶다며? 나도 먹고 싶단 말이야. 네가 많이 사줬으니까 나도 사 주고 싶단 말이야. 맛있는 거 같이 먹고 싶단 말이야. 친구는 그러는 거거든!” 유림이 엄마는 교양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서진이 앞에서 절대 내색하지 않았고 대신 유림이한테 “서진이 밥 뺏어먹지 말라.”고 혼을 냈다. 하지만 그게 서진이에게는 상처다. 나도 유림이 사주고 싶다고~~ 비록 급식카드지만, 그래도 나눠먹고 싶다고~~~ 솔직히 나라도 유림이 엄마처럼 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꽤 교양있다고 안심하며 살았을 테지. 음 하지만 안심하면 안 돼~~ 다 티 난다고~~~ 유림이가 “그럼 이거 우리 엄마한테 비밀이다. 약속.” 하고 귓속말을 할 수 있는 융통성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딸기우유 원 플러스 원에 뛸 듯이 기뻐하는 두 아이. 너무 이쁘다. 편의점 원 플러스 원은 정말 너무 사랑스럽다니까.ㅎㅎㅎ 나는 뻔뻔하고 못된 아이도 싫지만 너무 눈치보는 아이도 보기 딱하다. 윤가은 감독 작품 <우리들>에서의 선이처럼. 물론 선이는 착한 아이다. 하지만 별로 친구가 되고 싶진 않다 솔직히. 비교해서 좀 그렇지만 친구를 사귀라면 난 서진이! 우리 아이들이 상황에 따라 도움을 받을 줄도 도와줄 줄도 고마워할 줄도 당당할 줄도 아는 아이들이었음 좋겠다. 쓰고나니 내 리뷰가 작품을 너무 평면적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네. 이게 다가 아니에요. 읽어야만 알 수 있는 밀착취재 생활 다큐 같은 느낌의 동화. '설정'은 다큐보다도 훨씬 적어요. 거기다 심리묘사는 보너스죠. 감정 낱말을 직접 사용하지 않은 심리묘사가 오히려 더 생생합니당. 잘 쓰는 작가들이 왜 이렇게 많이 나오시는 거지. 너무 노력하는 사회인 것 같아. 좀 안그랬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 덕에 오늘도 재미난 동화 한 권을 읽고 학급문고에 추천책이 한 권 더 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