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가디언 책 읽는 샤미 42
이재문 지음, 무디 그림 / 이지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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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수상작이었던 <몬스터 차일드>를 강렬한 느낌으로 읽었고, 작가님이 교사라는 사실에 잠깐 놀라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지나는 길에 잠깐 들른 도서관에서 허둥지둥 책을 고르다 작가 이름만 보고 일단 집어왔다. 흥미롭게 잘 읽었다.

이 책은 청소년기에 진입하려 하는 초등 고학년들의 '관계' 문제를 담았다. 주인공들은 여학생이지만 남학생의 문제일 수도 있다. 아무래도 여학생이 더 관계지향적인 면이 있으므로 주인공으로 더 적당한 것 같다. 독자들 눈에 '분명하게 잘 보이게' 하고 싶어서였는지 주인공 캐릭터들을 극단적으로 잡으신 느낌이 있다. 제일 못돼먹은 애와 제일 속터지는 애를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보면서 짜증남ㅋ) 하지만 이 양상 자체는 매우 흔한 것이다. 극단적 캐릭터라고 했지만 이보다 더한 경우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제는 나이 들어 지쳤는지, 학급에 이런 아이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설득하거나 내 말로 훈계하지 말고 이 책을 권해주거나 같이 읽거나 하고 싶다. 선이 분명한 그림처럼 상황과 캐릭터가 복합적이거나 입체적이지 않고 매우 분명하다.
1. 다미 : 이 책의 최고 빌런. 예쁘고 친화력도 좋아 인기가 많다. 독점욕이 강하고 권력추구형이다. 관계적인 폭력을 예사로 저지르는데 그 수위가 보통이 아니다. 하지만 아주 지능적이진 못한 느낌.

2. 은하 : 이 책의 화자. 혼자 고립되었을 때 손잡아준 다미를 구원자로 생각하고 자발적 노예가 됨. 때로 고개를 갸웃할 일이 있어도 다미의 한마디에 녹아버림. 다미 없는 세상을 상상 못할 만큼 다미의 그늘에 있기를 추구함.

3. 지은 : 다미가 원수같이 여기는 아이. 무슨 사정인지 다미랑 싸웠고, 관계 권력을 잡고 있는 다미의 공작으로 지금은 혼자 지냄. 하지만 개의치 않고 꿋꿋하고 당당함.

이 책은 당연하게도(!) 은하가 다미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하는 과정을 다룬다. 그 과정에 많은 진통이 있었고, 보는 독자는 혀를 차며 짜증을 참아야 한다.^^;;; 다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은하를 끌어들였고, 함께 해야만 친구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다. 예를 들면 화장을 한다든지, 자기 취향의 옷을 똑같이 산다든지. 은하는 의미없는 일에 돈과 시간을 허비하면서도 거절을 하지 못한다. 나는 평소 학생들에게 이것을 지표로 제시하곤 한다. "그친구가 하자고 하는 일이 싫을 때 '거절'할 수 있나요? 그러고도 문제없는 친구라면 건강한 관계일 확률이 높아요. '거절'하기가 두렵나요? 그러면 그 관계를 다시 돌아봐야 합니다."
"반대로 생각해봅시다. 내가 어떤 제안을 했는데 친구가 그건 안되겠다며 거절했어요. 약간 서운은 하겠지만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나요? 아니면 괘씸한 마음이 드나요? 그럼 내 태도가 폭력적일 가능성이 많아요. 돌아봐야 합니다."

은하는 좀처럼 '거절'을 하지 못한다. 필연적으로 관계에서 질질 끌려다닌다. 심지어 지은이를 괴롭히는 악행에까지 가담하게 된다. 보면서 속터졌지만 이런 아이들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은하의 경우 다시 고립된다는, 다미라는 하늘을 잃는다는 두려움이었다. 이 또래 아이들에게 관계란 이렇게 절대적인 것인가? 그렇다고 한다........... 사실 나는 70퍼 정도는 '왜저뢔?' '어휴' 하는 마음이지만 30퍼 정도의 마음은 이해를 하는 것 같다. 고립이란 본능적인 두려움이기도 하니까.

다미의 악행은 수위를 더해갔고 자신 외의 다른 친구와 관계 차단, 조종, sns 저격 등 다양한 양상을 보여준다. 은하가 못먹는 매운 음식을 억지로 퍼먹이는 장면에선 미간에 내천자가.... 얘 은하야, 그정도는 거절해야지 이건 니가 더 문제다! 게다가 자신의 유일한 특기이자 자부심인 춤에서 센터자리까지 뻔히 두 눈 뜨고 뺏기는 은하. 짜증나서 더이상 못보겠네 할 즈음에 은하의 반격이 시작된다.^^

다미는 은하와 지은이의 접촉을 광적으로 싫어했는데 결국 둘은 가까워졌다. 둘의 공통점을 확인하고부터였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아이돌 그룹인 '가디언스'를 좋아한다는. 책 제목인 '마이 가디언'은 그들의 대표곡 제목이었고 그들의 노래 가사에는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모두가 날 버려도, 세상에 혼자 남아도, 끝까지 날 사랑할 사람. 바로 나."

진통이 끝나고 홀로서기에 성공한 은하가 지은이와 절친이 되는 결말이 유력하지만 그렇지가 않더라는 ...ㅎㅎ 그 결말도 맘에 들었다. 따로 또 같이! 얼마전 읽었던 <우리 사이에는> 이라는 그림책에서도 관계 자체에 집착하지 말 것을, 적당한 간격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는데 은하와 지은이의 관계가 바로 이런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우리 안의 다미를, 은하를 발견하고 자신의 모습을 건강하게 만들어가는데 이책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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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교사로 산다는 것 - 교사라는 이유로 참지 않겠습니다
가넷 지음 / 얼룩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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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깊이있는 글을 쓰시는 선생님 한분이 이 책을 읽고 남기신 글을 읽었다. 마음이 힘들 것이라 예상되어 망설여졌지만 그것보다 궁금증이 더 앞섰다. 집근처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했더니 취소문자가 왔다. 사유는 ‘품절도서’였다. 앗, 그러네. 나온지 1년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절판되었다. 다행히 인근 도서관에 한 권 있어서 상호대차로 대출해 읽었다.

겪으신 일은 모두 내가 익히 알고 있던 내용이다. 선생님은 특히 2023 교사집회 중 가장 컸던 9월 2일 집회에서 발언하신 분이기도 하다. 나는 그때 여의도광장 끄트머리에 겨우 자리를 잡아서 발언 내용을 정확하게 듣진 못했다. 하지만 여러 사람과의 대화 중에 언급되었고 언론보도를 통해서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라 기억이 생생하다.

7년차 젊은 여교사가 익명의 교원평가를 통한 남학생의 성희롱을 무기력하게 묵과하지 않고 끝까지 파헤쳐 공론화한 일은 보통 용기로는 할 수 없는 일이고, 또한 이 사회에 무지막지하게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바위는 너무 크고 단단하며, 계란 한 개로 깨질 리가 없었다. 선생님은 무수한 2차 가해를 받았고 결국 교직을 내려놓고 나왔다.

내가 선생님의 주변인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부끄럽고, 알지도 못하는 그분께 미안하다. 왜냐하면 나는 만류했을 것 같으니까. 무수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니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자고 했을 테니까. 나는 교원평가 열람 안한 지 10년도 넘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을지도 모르니까.ㅠㅠ

하지만 교사들이 이처럼 분노를 안으로만 삼키고 체념했기 때문에 전국민의 교사 때리기 스포츠는 더욱 중흥되었다. 끝없는 가스라이팅으로 나는 내가 죄인인 줄로 착각하며 살게 되었다. 교사라는 원죄. 씻을 수도 없으며 항변할 수도 없는 원죄에 뒤덮여 모든 처분에 따르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선생님이 작은 파열음을 냈다. 너무 당연한 일에 우리는 놀라고 있었다.
- 교원평가는 익명인데 가해자를 밝힐 수 있나?
- 학생을 고소할 수 있나?
- 용서 안해줘도 되나?

교사도 시민이고 노동자이며 국민들과 똑같은 인권을 가진 직업인일 뿐이다. 왜 교사라는 이유로 금기되는 것이(참으라고 요구되는 것이) 그리 많았을까? 평소에 내가 가슴을 치며 답답해 하던 일에 대하여 저자는 이렇게 적어놓았다.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한다. 그렇게 해도 당장 자신에게 불이익이 생기지 않고 아무도 자신을 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도 당장 경찰에 연행되거나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그런 생각이 교사 또는 누군가를 향한 폭언, 폭력, 협박, 악성 민원, 인권 침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92쪽)

옳지 않은 행동을 하는 학생에 대하여 교사는 ‘사랑으로 감화시키라’는 강요를 받는다. 나이가 꽤 되었는데, 나는 살면서 쉽게 말하는 사랑처럼 부질없는 단어를 보지 못했다. 대체 사랑이 뭐냐. 어떤 직업군에게 ‘사랑’을 요구한다는 게 말이 되냐. 물론 인간을 상대하는 직업은 마음도 교류하게 되니 사랑이 생겨날 수 있다. 상당히 깊은 사랑을 오래 주고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요구해서는 안되는 ‘감정’이다. 나의 직업윤리는 나에게 ‘책임’을 요구한다. 그게 다른 말로 하면 사랑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에게 필요한 것을 내가 책임있게 주고자 하는 것. 그게 교사로서의 사랑이란 말이다. 거기에는 훈육이나 처벌도 포함된다. 필요하다면 말이다. 그런데 무슨~~ 선생님 흑흑, 철수야 흑흑 하는 신파를 찍으라고 난리야. 옛날같이 어수룩한 시대라면 가끔 신파가 찍혔을 수도 있겠지. 지금 세상에 날 잡아 잡수 하고 자신을 내놨다가 얼씨구 하고 달려드는 메뚜기떼한테 뜯어 먹히고 나면 남는 것은 회의와 자괴감 뿐이겠지. 사랑으로 감화, 나는 후배들에게 절대로 권유하지 않겠다.

두 번째 얼핏 그럴듯하지만 매우 잘못된 요구는 ‘교사가 먼저 존중하면 학생도 따라서 존중하게 될 것’ 이라는 말이다. “존중 받아본 이가 남을 존중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이 말의 잘못된 점은 이것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점이다. 대체로 그런 것과 반드시 그런 것은 구분하여 말해야 한다. 하지만 인권을 부르짖는 많은 이들이 ‘반드시’ 그렇다며 교사를 옥죄었다. 심지어 교사들 중에도 그런 강사들이 있었다. 학생이 존중을 배울 때까지 그를 끝없이 존중하라는.... 학생에게 사사건건 선택권을 주고, 그의 권리를 일깨우라는.... 그런 분들에게 내가 “본인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그가 지켜줘야 할 남의 권리도 똑같이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권리와 같은 비중으로 책임을 가르쳐야 합니다.” 라고 댓글을 달았을 때 비웃음의 대댓글이 달렸다.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하긴 한데 그중에는 “당신 수업을 앉아서 들어주는 사실 만으로도 고맙지 않냐?” 였던가.... 아니? 나는 그게 고맙진 않은데? 나는 자격을 획득하여 국가에 고용된 직업인이고 그 임무인 수업을 내가 실행하며 그것은 그 대상에게 도움이 되는 건데 내가 왜 고마워해야 되지? 피차 마땅한 태도를 가지고 역할에 충실하면 되는거 아닌가? 심지어 “숙제를 안할 권리도 있다.”는 주장에는 아연실색.... 이렇게 ‘교사가 먼저 존중’ 주의자들이 놓친 것들이 있다. 존중이 반드시 존중으로 돌아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존중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교사의 덕목으로만 몰고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호의를 이용하여 악행을 하는 인간들이 꽤 많은 비율로 있다. 이것을 모른 척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에는 법이 있지 않나? 사회는 법이 필요한데, 학교에는 도덕만 있으면 된다는 거냐?

교사를 포함한 공무원들에 대한 멸시적 표현으로 ‘내가 낸 세금으로 월급 받는 것들’이 있다. 이런 무식한 논리를 펴는 사람들은 자신이 ‘고용주’라고 착각한다. 그래서 자기 말대로 하지 않으면 그토록 화를 내며 악성민원으로 괴롭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그에 대한 반론도 나와 있다.
『공무원들은 국가행정을 위한 노동을 하고 그 대가로 급여를 받는다. 다시말해 시민이 세금을 개인에게 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시민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을 하고 국가로부터 급여를 받는 시스템인 것이다.』 (93쪽)
그러므로 공무원이 근무시간에 일하지 않거나 잘못된 일을 한다면 비난받을 수 있어도 특정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화풀이 대상이 될 수는 없다. 특히 교사는 자신의 교육관대로 학생을 지도한다. 학부모 개개인의 생각을 다 수용할 순 없다. 배가 산으로 갈 일이다.

저자는 학교가 사회화 기관이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 사회로 나가기 전에 잘못된 행동을 지적받고 교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과정에서 잘못된 행동에 대한 적극적 제재와 교정 없이 자라난 아이들이 사회에 쏟아져 나온다면 이 사회의 안녕과 안전 또한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중략) 지금 무너져가는 공교육을 바로잡지 않으면 이 디스토피아는 곧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다. 교사를 지금처럼 무력하게 만들고, 보호자는 자녀들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거나 사회화를 돕기는 커녕 '우리 애를 학대한다'고 교사를 몰아가고, 학교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아야' 교사에게 안전한 환경이 된다면, 그 대가는 모두가 함께 치르게 될 것이다.』 (106~107쪽)

그렇다고 저자가 체벌을 찬성하거나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의 인권이 보장되는 만큼 교권에 대해서도 상호존중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과거의 야만 상태로 회귀하고 싶은 교육주체는 아무도 없다. 한쪽의 인권을 후려쳐서 다른 한쪽의 인권을 높일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은 구시대적이고 야만적인 발상이다. 야만으로의 회귀는 말 그대로 퇴보하는 것일 뿐 아무것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131~132쪽)
저자가 원하고 주장하는 것은 재작년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우리가 외쳤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가르치고 싶다!"
가르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바라는 것이다. 가르침과 배움을 방해하는 악한 행위로부터 교사와 학생들을 지켜달라는 것이다. 이것이 그렇게 힘든가? 그렇게 죽음으로만 호소해야 듣는 시늉이라도 할까말까한 일이었나? 저자는 본인을 '생존자'라고 표현했다. 거기엔 많은 의미가 담겼다.ㅠ

저자가 겪은 일은 특히 젠더 권력이 작동한 일이라는 점에서 더 서글픈 면이 있다. 여교사들은 속수무책으로 정글에 던져졌다.
『교사-학생 관계가 젠더 위계에 의해 전복되고 교사로서의 권위를 잃는 경험은 피해 교사들에게 매우 큰 무력감과 트라우마를 심는다. 교사이지만 동시에 여성이므로 교사를 성적 대상화하고 성적으로 모욕한 경험이 있는 가해자들은, 여성 교사가 더이상 지도하거나 교정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113~114쪽)
남학생이 여교사를 물리적으로 위협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초등 고학년만 되어도 흔한 경우다. 선택적 분조장이란 말이 있다. 저자도 표현하셨듯이 '그 아이의 분노는 오로지 자신보다 물리적 힘이 약한 사람 앞에서만 터져나왔다.' 언젠가 내가 자조적으로 "이제 학교에 필요한 인력은 마동석 같은 분이야." 라고 한 적이 있는데 (배우님 함부로 일컬어서 죄송해요ㅠ) 물리적 위계 외에는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학생들이 실제로 있기 때문이다. 교사로서 유능해지기 위해 갈고닦아온 그간의 노력들이 허탈해지는 순간이다.

막다른 곳까지 몰린 저자는 교직을 내려놓는 길을 택했다. 그게 살아남는 길이었다는 것이 너무 슬프다. 그래도 저자는 드물게 강한 분이다. 날마다 자신을 일으켜 우울과 불안을 필사적으로 이겨냈고 연대의 따뜻함과 희망도 체험했다. 벽이라고 생각했는데 부딪쳐보니 문이었다는 저자의 표현에 소름이 돋았다. 그걸 깨닫기까지 얼마나 온 힘을 다했을까 생각하니 안쓰러우면서도 존경스러웠다. 이 리뷰를 이렇게 길게 쓴 이유는 이렇게라도 응원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다. 퇴직을 고려 중인 늙은 교사가 주절거린 말이 가져올 변화는 없겠지만, 이렇게라도 후배들과 마음을 함께하고 싶다.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보탬이 못 되어 미안하다. 저자가 표현한 ‘작은 틈새로 보이는 희망의 빛’을 부디 붙잡으시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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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탐정 강충- 사라진 고양이 체다를 찾아라
송라음 지음, 란탄 그림 / 사계절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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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 코딱지 1 : 정의로운 일에 쓸 것
도대체 지음, 심보영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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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에 히어로는 무리지만
구로노 신이치 지음, 사타케 미호 그림, 이미향 옮김 / 한빛에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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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동화가 재밌게 느껴졌다. 다시 동화를 열심히 읽어볼 시기가 된 걸까, 아님 이 책이 좋았던 걸까.^^ 소재와 주제는 가볍다 할 수 없는데 경쾌하게 잘 읽히는 문체여서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이 작가의 책은 처음 읽는다. 청소년 소설을 많이 쓰신 것 같고 특히 <어쩌다 중학생 같은 걸 하고 있을까> 라는 책의 제목이 아주 익숙하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도쿄에서 살던 주인공 유즈하는 부모님과 같이 시골로 이사했다. 일본의 소설이나 동화에서 우리나라와 유사한 문제를 자주 보게 된다. (지역간 인구 불균형 심화, 촌락인구 감소, 저출산, 고령화 등) 여기도 고령화된 마을이고 전학온 학교에는 6학년이 한 반뿐이며 학생은 유즈하까지 9명 뿐이다. 그나마 6학년은 낫다. 1,2학년은 복식학급이다. 아래로 갈수록 저출산 현상이 심화된 모습이다. 우리랑 똑같네.

아빠는 도쿄대를 나와 은행에 다녔지만 이 마을에서 슈퍼를 하시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유언을 남기자 기다렸다는 듯 은행을 관두고 시골로 내려왔다. 아마도 한계에 다다른 시점이었다는 것을 유즈하도 짐작했기에 군소리없이 따라왔다. 가족은 마을에 나름 잘 적응한다. 유즈하도 자전거로 배달을 돕는 등 열심이다.

문제는 여름방학을 지내고 2학기에 전입을 하면서 시작됐다. 도쿄 학교에서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존재였던 유스하가 수학시험을 잘보고 달리기에서도 1등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게 되어 졸지에 '히어로' 비스름한 위치가 되어버렸다. 어느날 반장 미키 외 두 여학생이 다가와 학급의 문제를 상의하며 해결사 역할을 요청한다. 난 유스하가 두각을 나타낼 때 시기와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건가 짐작했는데 의외였다. 생각해보니 박힌 돌들 사이에서 해묵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을 때, 굴러들어온 돌이 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것도 당연한 마음 같다. 그 문제란 역시 괴롭힘의 문제였다. 겐타라는 남학생이 졸개들을 거느리고 가오리라는 여학생을 집요하게 괴롭히고 있었다. 소그룹에서도 이게 가능하다니, 참 인간의 악한 본성은 집요하다.

그런데 인간의 악한 모습은 본성과 상황의 융합물인 것 같다. 각자마다 그 비율이 다르다. 그를 둘러싼 환경에서 결핍이나 상처를 찾아볼 수 없는데도 놀라운 악함을 보여주는 순도 높은 악인도 있고, 상황이 만들어낸 안쓰러운 악인도 있다. 다들 그 사이 어디쯤에 위치할 것이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도 그렇다. 물론 순도가 높든 낮든 그걸로 합리화할 순 없다. 인간은 그저 자신의 행동과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할 뿐이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작은 마을이다 보니 어른들의 관계가 밀접하게 얽혀있고 자녀들도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겐타의 아버지는 지역에서 큰 영향력이 있는 '고토 개발'의 사장이었다. 겐타가 함부로 나대는 이유를 알 만하다.

결과적으로 유스하는 히어로 역할을 보란듯이 해내진 못했다. 제목처럼 말이다. 하지만 악한 모습에 분노했고 친구들과 함께 해결해보려 애썼다. 그러는 중에 자신의 부족함도 알게 되고, 함께 성장했다고 할까. 학급의 문제도 극적으로는 아니지만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그런 과정의 이야기다.

읽으며 가장 미개(?)하게 느껴졌던 부분이 있었는데 체육복을 갈아입는 상황이었다. 내 눈을 의심하게 하는 상황이 펼쳐져서 엥? 이런 일이 있을수 있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초등에서는 보통 '간편복'으로 알림장에 써주고 설령 잘못 입고 왔더라도 그냥 수업하기 때문에 탈의 상황은 없는데, 생각해보니 중등에서는 어떤가? 확실히 모르겠다. 요즘은 대부분이 남녀공학이니 탈의 장소는 확보되어 있겠지? 이 대목이 옥의 티. (치고는 매우 컸다) 물론 문제장면으로 설정된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의외였던 점은 마을의 개발에 대한 작품의 관점이다. 보통 작품에서는 이상을 추구하기 때문에 '개발'을 막아내고 마을을 고수하는 결말로 가지 않던가? 탐욕과 수호의 맞대결로 설정되는 것이 보통인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결국 마을 사람들은 개발에 찬성했다. 특히 노인들은 혼자 힘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산골마을을 떠나 새로 지어진 '콤팩트 시티' 라는 노인 맞춤 거주지에 들어가게 됐다. 그곳이 매우 복지적이고 노인 편의를 배려한 곳으로 그려졌다. 이런 곳이라면.... 이라는 관심이 생긴다. 노인 문제는 바로 당면한 문제이자 미래이기도 해서 말이다. 이렇듯 개발 문제는 흑백논리로 풀기에는 매우 복합적이고 어렵다. 이런 문제야말로 순수하고 전문적이며 실용적인 시각에서 연구되어야 한다. 그런 눈이 우리에게 있기를.

마을에서 유즈하가 친하게 지낸 미즈하라 할머니의 말씀 중에 고개를 끄덕일 말씀이 많았다. 유즈하가 분노에 못이겨 꽃병을 지켜들고 자칫 대참사를 벌일 뻔했던 그날,
"그건 증오의 연쇄작용이라는 거야."
라는 할머니의 설명을 나도 기억해놔야겠다.
"이쯤되면 더이상 어느쪽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가 없어."
살면서 많이 본 상황이다.

또 하나는 어떤 행진곡을 부르시고 하신 말씀.
"행복은 우리에게 걸어오지 않아.
그러니 우리가 걸어서 가는 거야.
하루 한 발짝 사흘이면 세 발짝
세 발짝 내딛고 두발짝 물러나.
인생은 원투 펀치"
- 그래,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때로는 조금 후퇴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착실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거야.

인간세상 끔찍해 보일 때가 많지만 과거로 돌아가고 싶진 않다. 과거는 더 야만적이었기 때문에. 일부 추억을 빼고는. 그러니 세 보 전진 이 보 후퇴(결과적으로 일 보 전진)의 사이클을 믿고 희망적으로 살아도 되는 걸까. 작가는 독자들에게 그런 시각을 보여주려 하는 것 같지만. 그게 맞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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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해결사 깜냥 5 - 편의점을 환하게 밝혀라! 고양이 해결사 깜냥 5
홍민정 지음, 김재희 그림 / 창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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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냥 시리즈를 4권까지 읽고 멈췄었다. 1,2권이 나왔을 때 교실 아이들에게 읽어주자 아이들이 집에 가서 사달라고 졸라 “그 읽어주신 책 제목이 뭔가요?” 라고 학부모님에게 문의가 오기도 했었다. 이후로는 이 책이 엄청 유명해지고 도서관에도 빠짐없이 들어오고 하니 읽은 아이들이 많아 굳이 내가 다루지는 않았다.

그러다 얼마전 7권이 학교도서관에 들어온 것을 보고 다시 읽어볼 마음이 생겼다. 내가 어디까지 읽었더라? 아, 5권 읽을 차례구나. 5,6,7권을 한꺼번에 대출했다. 1권은 아파트 경비실, 2권은 피자집, 3권은 태권도장, 4권은 눈썰매장이더니 이번은 ‘편의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우리반 아이들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됐고 살짝 마음이 찔리기도 했다. 지난 한달 남짓 우리반 2학년 어린이들은 <마을>이라는 교과서를 공부했다. 참 진행하기 어려운 단원이었다. 특히 우리 학구처럼 대도시 변두리의, 녹지도 거의 없고 다가구 주택들이 밀집된 동네는 딱히 이렇다할 특징이 없었다. 기본조사를 위한 질문에 아이들의 답변은 거의 ‘편의점’ 일색이었다. 예를 들면
- 우리 마을에 대해서 궁금한 점을 써 보세요 (우리 마을에 편의점은 몇 개인가요?)
- 우리 마을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을 써 보세요. (편의점)
- 우리 마을의 자랑거리를 하나 써 봅시다. (우리 마을에는 편의점이 많아요)
이런 식이었다. 나는 이 상황이 좀 안타깝고 답답해서 집에 가서 딸한테 푸념을 했다.
“2학년 아이들이 젤 좋아하는 장소가 편의점이라니 너무한 거 아니냐. 어휴.”
그러자 딸이 말했다.
“엄마, 엄마 학교 다닐 때 추억의 장소는 학교 앞 분식집이잖아. 요즘 애들한테는 그게 편의점인가부지.”

이 책을 읽고 보니 딸 말이 딱 맞았다. 편의점을 찾는 아이들의 상황과 마음을 작가님은 나보다 훨씬 애정을 가지고 관찰하셨던 것이다. 간편식이나 인스턴트를 주로 사먹는 편의점에 어린이들이 몰리는 것은 다소 걱정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거기엔 또 요즘 아이들의 애환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님은 다섯 번째 장소로 편의점을 선정하신 게 아닐까.

밥값하는 츤데레 우리의 깜냥이 한 편의점 탁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탁자에 앉은 깜냥의 등장에 주인아주머니는 난감해 했지만 매정하게 내치지는 못했다. 그때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깜냥 특유의 그 제안,
“혹시 조수가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원래 일 같은 건 안 하지만 친절하신 분 같아서요.”
결국 주인에게는 급한 일이 생겼고, 깜냥은 조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는 이야기.

5권에서 독특한 만남은 깜냥보다 훨씬 먼저 그 동네에 터를 잡았던 하얀 고양이 ‘하품이’다. 늘 숨어 있어서 눈에 띄지 않았지만 깜냥 덕분에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동네를 잘 알고 개개인의 특성까지 잘 알고 있어서 깜냥에게도 도움을 많이 주는 캐릭터.

그리고 깜냥이 만난 편의점 손님들. 전편들에서도 그랬듯이 처음 만나는 인물은 어른이지만 결국 깜냥은 어린이들의 친구다. 풍족하지 않지만 예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 그래서 그 손님들에게는 원 플러스 원 같은 행사 상품들이 아주 중요했다. 하긴 돈 버는 나도 편의점 가면 그것부터 살펴보니까. 동생이 좋아하는 음료수를 사주고 행복해하는 아이. 그 오누이의 모습은 참 애틋했다. 부모님이 아주 바쁘시고 생활도 넉넉하지 않아 보이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빈 곳을 메우는 가족일 것 같다.

킥보드를 타고 등장한 두 소녀 이야기는 재밌다. 편의점 풍속도를 제대로 그려냈다고 할까. 매콤볶음면과 참치마요 삼각김밥의 환상 짝꿍을 포기할 수 없던 아이들은 어떻게 해서 그 조합을 무사히 먹게 될까? 덕분에 깜냥도 킥보드를 신나게 타봄.^^

생일파티 에피소드도 흐뭇했다. 그렇구나. 장소도 없고, 돈도 얼마 없는 아이들은 친구를 위해 이렇게 편의점을 이용하기도 하는구나. 우리반 아이들의 편의점 타령에 한숨을 쉬던 나는 이 대목에서 살짝 찡해짐.

손녀가 좋아하는 과자를 냥이들 덕분에 사간 할머니는 손녀딸 떠주고 남은 실로 냥이들 목도리를 떠 오시고.... 이렇게 마음을 주고받는 이야기가 펼쳐져 따뜻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깜냥은 갈 때가 되면 미련없이 떠난다. 깨끗이 정리하고, 바퀴달린 여행가방을 끌고.

요즘 책이 통 눈에 안들어오던 참인데 이번주에는 깜냥을 완독하며 보내야겠다. 다음 장소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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