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타의 조선 도공 백파선 봄봄 문고 9
한정기 지음, 김태현 그림 / 봄봄출판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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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역사동화를 읽었다. 읽고보니 비교적 최근(작년 말)에 나온 책이었네. 이 책에서 그려낸 '백파선' 이라는 여성에 대한 사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작가님은 본인의 마을 출신인 그 이름을 어떤 기회에 알게되고, 작품으로 되살리겠다 결심하셨다고 한다. 개연성있는 역사적 상상력으로 잘 살려내셨다고 본다. 그 인물 개인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일본에 끌려간 기술자들(특히 도공들)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이야기였다.

끌려간 이들은 돌아올 길이 없어 그곳에 정착해서 살게 되었고, 거기서도 그들의 기술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했다. 결국 그것은 남의 나라에 큰 도움이 되었지만, 그들에게 딱히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있었을까?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봐도 그게 최선이었을 것 같다. 더구나 그들은 고국인 조선에서 낮은 신분으로 천대받고, 그들의 작품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새도 없이 수탈만 당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끌려온 곳에서 기술자로 인정받고 일할 수 있었다면, 어차피 돌아갈 수도 없는 길, 새로 정착한 곳에서 최선을 다하며 장인으로 자존감을 갖고 사는 편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다만 그리운 고향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야 했던 것은 너무 가슴아픈 일이다. 가장 좋은 일은 나라가 국민을 지켜주는 일, 그리고 각자의 재능을 고르게 존중하는 일이었을 텐데.

자연환경이 (특히 도자기의 원료가 되는 토양이) 조선과 너무 달라 당황했던 도공들이 연구 끝에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또 어딜가나 아군 속에 적군이 있다고, 같은 조선출신 도공들 중에서도 다른 마음을 품고 동료를 시기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부분도 씁쓸하지만 현실적인 내용이라고 생각되었다.

오랜 세월을 지나도 살아남아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도자기들. 그걸 보면서 별 감흥이 없는 어린이들도 많을 것이다. 나도 그런 편이고.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좀 다른 눈으로 보일 것 같다. 최적의 흙, 유약, 안료, 가마, 불의 온도 등 최적의 상태를 위해 전문성을 발휘했던 과거 사람들의 숨결이 조금이라도 느껴질 것 같다. 이 책은 특히 그런 부분이 잘 부각되게 쓰여져 있다.

남의 나라를 침략해 수많은 피해를 준 것도 모자라 고급 인력, 즉 기술자들까지 약탈해 간 것을 생각하면 분하지만, 이 책은 그 과정을 담담하게 써내려가듯이 담았다. 그중 특히 한 인물, 백파선이라는 여성의 일대기에 그 모든 과정이 다 담겼다. 실존했으나 거의 알려지지 않은 한 인물을 작가는 이렇게 되살려 후대에 소개해 놓았다. 당시의 역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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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면 가게 초등 저학년을 위한 책이랑 놀래 12
김보경 지음, 차상미 그림 / 마루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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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고픈 어린이들이 음식점에 이끌려 들어가 주인이 주는 따뜻한 음식을 먹고 회복되는 이야기는 이 책이 처음은 아니다. 가장 기억나는 책은 윤숙희 작가님의 <꼬르륵 식당>이다. 난 그 책을 그냥 무심히 읽고 괜찮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학급 아이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응? 그렇게 좋나? 하고 다시 봤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은 그 책에서 뭘 느끼고 마음에 채웠던 것일까?

이 책도 비슷한 설정으로 되어있다. 세 아이가 각각 음식점을 찾아오고, 음식을 먹고 치유되는 과정을 보며 독자들은 그 아이를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설정이 같을 뿐 느낌은 새롭다. 이 책의 아이들이 더 어리고, 내용은 짧은데 여운은 더 긴 것도 같다.

이 책의 음식점 이름은 책 제목인 '너라면 가게' 이다. 라면은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음식이다. 라면 싫어하는 아이는 못봤을 정도다. 어른들이 먹이기 싫어해서 그렇지. 하지만 이 가게의 라면은 인스턴트가 아닌 각 손님에게 '맞춤형' 라면이다.

첫번째 손님은 치오였다. 치오는 아주 눈에 띄는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한다. 차에 치일 뻔한 경험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 앞 횡단보도를 등교 때는 엄마가, 하교 때는 아빠가 같이 건너줘야 한다. 오늘따라 아빠가 늦는다. 그냥 혼자 건너볼까 시도해보지만 역시 안된다. 한숨을 쉬던 치오는 맛있는 냄새에 끌려 너라면 가게에 들어간다. 치오에게 나온 라면은 '새라면' 이었다. 라면을 먹는 동안 횡단보도를 건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새처럼 훨훨 날게 된다. 가게를 나온 치오는 곧 아빠를 만난다. 그리고....

두번째 손님은 백호다. 백호 입장에서는 횡단보도를 못 건넌다고 해도 치오가 부러울 거다. 아빠가 데리러 오니까. 백호는 데리러 올 사람이 없다. 엄마는 '꿈을 찾으러' 떠났다고 한다. 우는 백호에게 아빠는 "무도인은 이런 일로 울지 않아." 라고 했다. 운영하던 합기도장이 망하자 여기저기 다른 도장에서 일하느라 집을 비우는 아빠 대신 어린 고모가 백호를 돌본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다.

백호에게 나온 라면은 '아빠 라면' 이었다. 그날은 아빠 생일날이었고, 백호는 미역국 맛의 그 라면을 들고 아빠를 찾아갔다. 가는 길에 백호는 이름뿐만이 아닌 진짜 호랑이였다. 그때의 기분을 잊지 않으려 한다.

엄마가 '꿈을 찾으러 떠났다'라.... 에휴, 뭐 욕하고 싶진 않지만 아이의 결핍은 각오하고 떠났겠지? 상황이 그렇게 된거 어쩔 수 없고, 아이가 호랑이처럼 굳센 마음을 먹고 힘내면 좋겠지. 그걸 응원하는 이야기.

마지막 수지는 앞의 두 아이에 비해 별 문제가 없어보인다. 일하는 엄마라 학원순례를 좀 하기는 해도 저녁엔 만나서 단란한 시간을 보내니까... 그래도 수지 또한 너라면 가게에 들어가게 되는데, 학교 놀이터에 두고 온 피아노 가방을 찾으러 나갔다가 무서워서 들어가지 못한 날이었다. 수지에게 나온 라면은 '고양이 라면' 이었고, 먹고 나와선 수지를 찾으러 나온 엄마를 만난다.

종류도 다르고 정도도 다르지만, 모든 아이들에게 넘어야 할 산 같은 마음의 문제들이 있다. 작은 언덕이라도 각각의 아이들에겐 큰 산이다. 그 산을 넘을 힘을 주는 맛난 맞춤형 라면가게 이야기. 따뜻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 느낌의 이야기다.

저학년용 문고로 나온 책이지만 중학년에게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너라면 가게를 찾는다면? 어떤 라면을 먹게 될까? 혹은 어떤 라면이 나오면 좋겠나? 이런 상상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는 책이겠다. 나에게 대입해서 생각해 봤는데, 한번에 생각나진 않았다. 결핍이 없어서는 절대 아니니, 너무 많아서겠지? 아니면 이젠 그걸 포기하고 살아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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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옆 만능빌딩 - 제14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난 책읽기가 좋아
이현지 지음, 김민우 그림 / 비룡소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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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맘이신 작가님은 아이들의 다면적 모습을 이해하고 작품에 담기에 적격이실 것 같다. <도둑의 수호천사>라는 책에서도 느꼈는데 이 책에서도 그랬다. 교사도 양육자가 되었을 때 한발 떨어져서 말하던 이상론과는 거리가 멀게 현실에 타협하거나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독박육아일 때는 더더욱. 작가님이 그렇다는 뜻은 아닌데, 작가의 말에 보면 어쩔 수 없이 학원순례를 시키는 현실적 고백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등에는 책가방을, 양쪽 어깨에는 학원가방을 주렁주렁 메고 다니는 모습이 이 책의 재이와 똑같아요."

 

재이네 학교 옆 6층짜리 '만능빌딩'은 층층마다 온갖 학원이 다 모여 있다. 수학, 영어 등 교과목 학원 뿐 아니라 피아노, 미술 등의 예술 학원, 수영, 태권도 등 체육 학원까지. 그야말로 종합 학원 건물이라 할 수 있겠다.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만능 빌딩' 이겠다. 하교 후 귀가 시간까지 이 건물 한 곳에서 다 커버가 될 테니까 말이다. 아이들에게는 그게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반 애들로 상상해보면 2시에 영어학원 갔다가, 3시에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 미술학원에 갔다가, 5시에 지하로 내려가 수영 하고, 6시에 수영 차 타고 집으로 간다.... 이런 식 아닌가? 애들도 정말 지치겠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푹 쉬라거나 눈 좀 붙이랄 수도 없는 일. 아이들이 ''에서 푹 쉬는 세상은 어떻게 만들 수 있으려나.

 

재이도 많은 친구들처럼 방과 후 이 빌딩 안을 순례하는 아이들 중 한 명이다. 다소 다른 점이 있다면 간식 한번 같이 먹어줄 친구도 없다는 점인데.... 거기엔 약간 자업자득 격인 사연이 있다. 단짝친구였던 선우가 사소한 일로 다투고 놀린 일이 있었는데 그게 학폭으로 번졌다. 주역은 재이 아빠, 그는 변호사였고 결국 승리를 따내고 서면사과를 받아 득의양양했다.

아무튼 박선우가 너 따돌리는 거 같으면 말해. 또 학교폭력으로 신고해 버릴 테니까. 혹시 박선우 엄마가 너한테 뭐라고 해도 말해. 그건 아동학대로 신고하면 되니까.”

신고해도 같이 놀 수는 없는걸. 사이좋게 지내자고 해 놓고도 사이좋게 안 지내.”

그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어쨌든 우리가 이겼잖아.”

아빠가 적을 무찌른 장군처럼 턱을 치켜들었다. 아빠는 지고는 못 사는 사람이었다.(26~27)

 

캐릭터가 과장된 감은 있어도 비현실적인 설정은 전혀 아니다. 이미 이런 사례들이 차고 넘치고 있다. 아마 작가님도 가까이서 보신 일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쓰셨을 것이라 짐작한다. 하여간에 재이와 선우 사이의 일은 이렇게 위원회로 올라가게 되어 둘의 화해와 관계 회복은 물건너가 버렸다. 처분을 받은 선우는 함께 놀 친구들이 있지만 재판에서 이긴 재이는 주변에 아무도 오지 않는다. 쓸쓸하게 만능 빌딩을 배회하는 수밖에.

 

그러다 재이는 6층에서 임대쪽지가 붙은 빈 학원을 발견했다. 전 하버드 영어 학원이던 그곳에선 웬 할머니가 욕을 하며 청소를 하고 있었다. 욕을 가르쳐 달라고 조르던 재이는 그 이상한 할머니에게 인생의 진리에 가까운 것을 배운다.

지는 게 이기는 거다.’

오래된 학원들처럼 해봐라

이런 것들.

 

저학년 대상의 짧은 동화이다 보니 재이의 시도는 빨리 먹혔고, 둘 사이는 그동안의 일이 싱겁도록 빨리 회복되었다. 하지만 미안해 흑흑 괜찮아 흑흑 그런 신파는 아니고, 여러 가지 사건들과 소문과 진실이 얽혀 꽤나 흥미진진하게 결말에 도달했다.

 

주인공들이 2학년으로 나오지만 중학년까지는 재미있게 읽고 이야기도 깊이있게 나눌 수 있을 만한 책이었다. 학교가 부모들의 대리전의 장이 된 것, 그리고 아이들까지 그들의 용어를 걸핏하면 사용하는 것, 이런 사실들은 슬프다. 하지만 아이들만 놓고 보면 회복과 해결의 가능성은 아직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그 역할을 할 수도 있고. 따라서 어린이들에게 널리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왕이면 부모님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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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 공주 옛이야기 그림책 1
이루리 지음, 최영아 그림 / 이루리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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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 많음 주의-

백설공주의 현대적 재화이며 동시에 동양적 재화.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서평게시판에 올라온 여러 책들 중에 마침 이 책이 있길래 아싸, 찜! 이런 느낌으로 신청했다.

배경과 그림체가 동양적, 메세지는 현대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적 배경이 신라시대이고, 진평왕과 마야부인이라는 실존했던 인물들이 나온다. 백설공주는 그들의 딸이다. 응?? 그렇다면 덕만공주(이후 선덕여왕)이 아닌가? 그런데 그렇지가 않고, 그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작가의 말에 이렇게 쓰여있다.
"역사적인 사실도, 시대도 다르지만 저만의 백설공주에서 그들은 모두 훌륭한 배우였습니다. 저는 지식이나 사실에 매달리는 성격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바란 것은 오직 독자들을 웃기거나 찡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작가님은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고 역사적 인물들을 마음껏 캐스팅해 배치했다. 진평왕과 마야공주 외에도 서동왕자, 관우 등도 나온다. 삼문, 팽년, 응부... 등의 사육신까지 나오는데, 역사에서의 그들의 역할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서동왕자와 사육신이 합해 원작의 일곱난쟁이 역할을 하니까 말이다.^^

원작과 공통된 화소는 새어머니와 거울, 사과 등이다. 마야부인이 병약해서 일찍 죽고 서태왕비가 들어왔는데, 마법거울을 갖고 있었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아름답지?" 라는 그 유명한 대사도 그대로 사용된다. 거울은 항상 왕비님이 가장 아름답다고 대답했지만 어느날부터 대답이 바뀌었다.
"백설공주가 왕비님보다 천 배 더 아름답습니다."

그 어느날엔 이런 일이 있었다. 왕 부부와 공주는 산책중이었는데, 누가 제일 예쁘냐는 공주의 질문에 왕이 이렇게 답한 것이다.
"그야 당연히 우리 백설 공주지!"
책에는 그순간 왕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고 되어 있다. 질투가 시작된 순간이다. 그때부터 왕비의 지옥이 시작된 것이다.

동시에 백설공주의 수난도 시작되었는데, 난 여기에는 공주의 책임도 어느정도 있다고 본다.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냐고 그런 질문을 왜 해. 애기도 아니고 다 컸으면서 말이야. 왜 굳이 비교를 하라고 상대방을 종용하냐고. 물론 그 질문을 일축하거나 요령있게 대답하지 못한 왕도 센스없긴 마찬가지다.

자, 이리하여 질투에 의한 잔인한 괴롭힘은 시작되었다. 무사를 불러 산속에 가서 죽이라고 명하고, 무사는 차마 죽이지 못하고, 왕비는 거울을 통해 공주가 산속에 살아있는 것을 알게 된다. 원작과 같은 흐름이다.

그런데 숲속 오두막에서 일곱 개의 백설기를 조금씩 떼어 먹고 잠든 백설공주를 보고 일곱 난쟁이 아닌 서동왕자가 한 말에 웃음이 나온다.
"소문처럼 대단한 미인은 아닌 듯해요. 게다가 떡만 좋아하는 떡만 공주로군요. 그래도 제 눈엔 참 귀엽습니다."
당시의 미의 기준이 뭐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옛날이든 지금이든 간에 각자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랑도 마찬가지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결말이었다. 모든 것이 들통나고 왕비의 악행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왕과 무사가 들이닥치자 왕비는 '거울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난 이 대목에서 저절로 오호.... 소리가 나왔는데, 거울과 왕비의 동일시. 말하자면 사실 한 존재였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해석은 내맘대로ㅋㅋ) 이런 거울을 가진 사람들은 많다. 나 또한 자유롭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진짜 마지막, 거울을 내던져 깨버리고 목놓아 우는 진평왕의 마지막 대사,
"어리석은 사람아! 내 눈에는 당신이 가장 아름다웠소!"
살짝 소름이 돋았다. 작가의 말에서 말씀하신 '웃기거나 찡하게' 중 찡하게에 해당되는 부분이었다. 나에게는. 동시에 아주 흔한 결론이 남았다. 어리석게 살지 말자.

결론에서 김이 샜다면.... 책을 더욱 추천한다. 책은 김새지 않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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