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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환경 수업, 어떻게 시작할까 - 온작품 읽기와 함께하는 생태환경교육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우리말가르침이 지음 / 푸른칠판 / 2024년 3월
평점 :
그림책으로 접근하는 주제수업 책들이 쏟아져나오고 있고 온작품읽기 관련 책들도 꽤 많이 나왔다. 이 책의 부제는 '온작품읽기와 함께하는 생태환경교육'이다. 독서와 생태환경은 어찌보면 결이 맞지 않다. 한계점을 갖는다는 표현이 맞을까? 관련내용의 독서를 한다 할지라도 그 끝에 생태환경이 딱 자리하고 있지는 않다. 그 연결 다리는 다른 주제에 비하여 훨씬 찾기 어렵고 멀리 있다. 그걸 찾아서 연결하지 못하면 이 독서는 거의 의미가 없어진다. 머리 크고 입만 산 시민을 양성하는 격이랄까?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주제의 관건은 '실천'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책을 펼치다 부끄러워졌다. 거의 항상 그렇다. 내가 하는 생각을 다른 선생님들이 안했을 리가 없잖아? 군소리 말고 이 책을 쭉 따라가보자.^^
온작품읽기를 표방했지만 이 선생님들이 수업에 사용한 매체들은 다양했다. 그림책, 동화책 등의 책 뿐만 아니라 노래, 다큐, 영화, 방송영상, 보드게임 등등이 소개되었는데 대부분 큐알코드를 같이 실어놓아 교사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다각도로 접근하고자 했던 저자샘들의 고민과 노력, 그리고 공유를 위한 착실한 기록이 눈에 보였다.
1장 [자연과 계절]은 저학년 선생님께서 쓰신 것 같고, 발도르프 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으신 것 같다. 발도르프를 곁눈질로밖에 못봤지만 나랑 맞는 것 같지 않아 깊이 들여다보진 않았다. 하지만 생태수업 면에서는 매우 적절한 교육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천천히 여유있게 계절과 자연을 느끼는 교실의 일상이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이 대목에서 뒤통수 맞은 느낌이 들면서 아! 하고 공감했다.
"아직은 세상이 한창 신기하고 재미있을 저학년에게 환경오염이나 기후위기 같은 심각한 이야기부터 꺼내며 섣불리 다가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보다는 자연과 함께 놀면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며 자연을 좋아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26쪽)
나는 발도르프는 모르지만 10년 전쯤 2학년 맡았을 때 아이들 데리고 학교근처 공원도 열심히 데리고 다니고 쑥도 뜯고 쑥버무리도 찌고 그랬었는데... 다시 저학년을 한다면 내가 그럴까? 아닐 것 같다는 게 슬픈 점이다.ㅠ 이 책의 선생님처럼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에서 행복을 느끼는 아이들을 키워내야 하는데... 학교는 갈수록 제약이 많아지고 방어해야 할 것들도 많아진다. 생태환경은 구호로만 내려꽂히고 실상은 그렇지 못한 모순이 커져간다. 그 어려움 가운데 저자 선생님들의 실천은 참 대단하다 생각한다.
2장 [생명과 공존]에서는 동물복지, 동물권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었다. 공장식 축산과 과다한 육식의 문제점에 대한 꽤 심도깊은 수업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고기맛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육류 없는 급식은 불평과 비난의 대상일 정도인데, 육식 줄이기와 나아가 채식까지 살펴보는 수업은 부담이 컸을 것 같다. 하지만 꼭 다루고 채식까진 아니어도 줄이기를 목표로 함께 노력은 해야겠다. 솔직히 나도 고기반찬 너무 많이 해. 그게 편하니까... 이처럼 환경적 실천에는 편리과 풍요에 대한 포기가 꼭 따른다.
투명구조물에 부딪혀 죽는 새들을 위한 프로젝트 학습은 정말 훌륭했다. 실천과 변화로까지 이끈 훌륭한 수업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3장 [탄소와 소비]가 최종장이다. 여기에 이르러서 기후위기와 탄소감축, 플라스틱 문제를 다룬다. 이 장에서도 1장에서 인용한 문장과 일맥상통하는 문장을 발견했다.
"생태적 삶은 위기에 대한 협박을 통해 하루아침에 시작되지 않는다. 함께 모여 고민하고 공동체가 이룬 작은 성취에 기뻐하고 서로 격려할 때 피어난다." (165쪽)
이 문장을 보고 그동안 나의 환경수업은 '협박' 단계였음을 깨달았다. 물론 실상을 깨닫는 것도 필요하긴 한데, 거기서 그치면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오히려 자포자기하는 무기력 시민들을 길러낼 수 있다. 지금의 젊은이들에게서 이런 모습을 상당히 발견할 수 있고, 이게 저출산 심화로 이어지겠다는 우려까지 든다. 어차피 틀린 세상 걍 나만 살고 죽자. 이런 생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샘들이 작은 실천부터 아이들과 함께 하려고 애쓰는 모습은 많은 도전이 되었다. 수업 내용 또한 좋았다. 문학으로 감수성을 일깨우고 다양한 자료로 객관적 사실을 파악하고 실천으로 이어가는 흐름이 딱 적당하다 생각했다.
책의 만듦새도 마음에 든다. 본문의 소제목이나 도표 등에 초록을 사용했고, 앞표지와 뒷표지의 주색상도 초록이면서 디자인도 예쁘다. 많은 선생님들의 책꽂이에 꽃히면 좋겠다는 응원을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