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 그림책 수업 - 쉽게 따라하는 열두 달 학급운영 길라잡이
생각네트워크 지음 / 비비투(VIVI2)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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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수업 관련 책들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줄줄이 쉬지 않고 나온다. 중복되는 내용도 많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에는 내가 읽어본 책이 몇 권 안된다. '그림책 수업' 책을 읽을 시간에 그냥 '그림책'을 읽는 쪽을 선택해왔기 때문에. (그렇다고 그림책을 그리 많이 읽은 것도 아니다^^;;;) 운좋게 서평모집 게시판을 딱맞춰 열어보는 바람에 금방 마감될 이 책에 신청댓글을 달게 됐고 책을 읽어볼 기회가 생겼다. 읽어보니 활용도가 높을 것 같아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학교의 1년 루틴은 학급마다 교사마다 다양하면서도 어느정도 공통되는 것들이 있다. 시작하며 서로를 알아야하고, 마무리를 잘 하며 닫아야하고, 그 사이사이에 시기에 맞는 의미있는 활동들을 하면 좋고. 이책은 3월부터 2월까지 열두달 12 챕터로 각 달에 알맞은 그림책과 활용 수업을 소개하는 구성으로 되어있다. 구성이 쉽고 간결하여 가독성이 매우 높고, 그에 따라 활용성도 높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책에 소개된 그림책들 중 읽어본 책, 활용해본 책도 있지만 모르던 책들도 꽤 많아서 참고가 많이 됐다. 일단 그 책들을 찾아서 읽어보는 일이 첫번째 실천이 되겠다.

1. 제일 앞에 소개된 <나는요>라는 그림책도 그렇다. 3월 자기소개 활동으로 이미 활용중인 책들이 있긴 하지만 이 책의 활동도 탐이 났다.

2. 편견, 차별, 다양성 주제로 이야기 나누려면 2장에 소개된 <이라라파냐무냐무>도 재미나겠다. 카드뉴스 만들기 활동도 활용도가 높겠다.

3. 6.25전쟁을 다룬 <숨바꼭질> 그림책으로 전쟁과 어린이 인권을 연결시켜 지도한 것도 좋아보인다.

4. <여름맛> <아빠, 나한테 물어봐> 처럼 계절의 느낌을 잘 나타낸 그림책의 활동을 미술수업, 사진수업으로 연결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5. '경계 존중' 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맞아, 이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것만 잘해도 큰 다툼이 생길 일은 없는데. <왜 먼저 물어보지 않니?> 등의 책으로 이 중요한 개념을 잘 심어주면 좋겠다.

6. 1년을 마무리할 때쯤 <선생님은 너를 사랑해 왜냐하면> 같은 책을 읽고 롤링페이퍼 비슷한 활동으로 개인별 책을 만든 활동도 잘 진행하면 소중한 선물이 되겠다.

몇가지 기억해둘 것을 메모해 보았다. 필요할 때 다시 찾아볼 수 있는 책이다. 그림책은 그 자체로 가치있는 작품들이므로 이런 기능적 접근에 너무 치우치는 것은 조금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림책이 가진 장점이 또 이런 점인걸 어떡해! 잔소리, 설교, 일방적 지시 없이 부드럽고 말랑하고 자연스럽게 가치나 덕목에 접근할 수 있는 점. 경험상 교사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책으로 수업하면 학생들에게도 잘 스며들었다. 교사가 순수한 독자가 되는 것이 수업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이 책의 저자샘들도 그렇고, 그림책에 빠진 샘들을 이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수업실천과 나눔은 앞으로도 무한 생산될 것이다. 모두에게 좋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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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식탁이 사라졌어요! 우리학교 그림책 읽는 시간
피터 H. 레이놀즈 지음, 류재향 옮김 / 우리학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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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의식은 아주 흔한 것인데, 그걸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훌륭한 예술작품이 되고 전달력도 높아지는 등 가치가 달라지는 것 같다.

사실 이 책을 읽고 가장 찔릴 사람은 나다. 나는 혼밥을 좋아한다. 매우. 여러사람들과 어울려 왁자지껄 밥먹는 자리는 피곤하다. 그건 쉬는 게 아니고 일이다. 퇴근하고 지친 몸을 씻고 나와서 먹고 싶은 걸로만 간단히 딱 차린 밥상을 혼자 마주할 때 하루 중 가장 편하고 만족스러운 시간이 된다. 여느 집들처럼 남편도 아이들도 평일엔 함께하기 힘드니 아버님 밥만 먼저 차려드리고 씻고 나와서 나혼자 저녁을 먹는다. 그래서 주말을 제외한 우리집 식탁은 거의 혼밥.

이 책의 바이올렛네 가족도 그런 상태다. 한때는 함께 장보고, 요리하고, 즐겁게 이야기하던 식탁의 추억이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빠는 TV에, 엄마는 SNS에, 오빠는 인터넷 게임에 각자 빠져있다. 즐거웠던 옛날을 생각하며 외로움을 느끼던 바이올렛은 어느날 식탁이 줄어든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모여서 밥먹는 식탁의 쓸모가 없어진 것을 크기가 줄어든 것으로 표현하니 아주 단순하면서도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한번 줄어들고 끝이 아니었다. 날마다 쑥쑥 줄어들던 식탁은 어느날 아예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이때부터 바이올렛의 활약이 시작된다.

"바이올렛은 제일 먼저 아빠한테 갔어요.
TV에서 가구 만드는 프로그램을 함께 보자고 부탁했어요."
"그런 다음 엄마한테 갔어요.
인터넷에 식탁 만드는 법을 물어보자고 제안했어요."
"마지막으로 오빠한테 갔어요.
컴퓨터를 사용해서 함께 도면을 그리자고 했어요."

가족이 빠져있던 TV, 휴대폰, 컴퓨터를 아예 배제하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다. 사실상 불가능하고 공감을 이끌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이것들은 배제보다 조절이 필요한 기기들이다. 시간적으로 질적으로 조절하며 현명히 사용해야 한다. 가장 어린 바이올렛이 그걸 해냈다. 이후의 결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대로다. 가족은 함께 작업하고 그래서 더 멋지고 의미있어진 식탁에 앉아 예전처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이야기를 나눈다.

이름만 들어도 아~ 하는 작가의 명성에는 이유가 있나보다. 특유의 그림체도 맘에 들지만 주제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능력이 놀라운 것 같다. 위에서 말한 식탁의 크기도 그렇고, 그림의 채색도 그렇다. 올 컬러로 시작된 그림이 어느새 단색이 되었다가 어느 순간 또 칼라로 바뀐다. 단색은 흑백 느낌을 주는 보라색(바이올렛)이다. 모든 것이 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 원제인 <Our table>도 좋고 <우리집 식탁이 시라졌어요!>라는 번역도 괜찮은 것 같다.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 다만 아이들이 바꿀 수 없는 한계가 있을테니 괜히 상처를 건드리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접근을 잘해야 될 것 같다. 가정마다 분위기가 다를테고 당장 나부터도 혼밥이 행복한 시간인 주제에 누구한테 무슨 말을 하겠어. 하지만 그 식탁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 바로 아이 자신이라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 디지털 기기들의 주체적 사용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를 만드는 일은 필요할 것 같다.

이제 그림책의 독자는 전 연령으로 확대되어가고 있는 바, 어른들의 독서모임에서도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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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 이빨 문지아이들
안나 볼츠 지음, 나현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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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알래스카>를 워낙 좋게 읽어서, 작가의 이름을 보자마자 바로 책을 샀다. 전작만큼 크게 좋진 않았지만 소소하게 좋았다. 인터넷 서점에 3,4학년용으로 분류되어 있던데, 분량상 두껍지는 않지만 중학년이 재미있게 읽고 소화할 정도는 아니다. 고학년은 되어야 권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안녕 알래스카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요소가 있다. 각각의 상처를 가진 남녀 학생 1명씩이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로 만나게 된다. 그들이 함께 여러 일들을 겪으며 친구가 된다는 설정이다. 상처는 서로 다르고, 처음부터 좋은 친구로 시작했던 것은 아니지만 상처는 서로를 위로하고 지지하여 함께 나아가게 한다.

전작과는 다르게 이 책만이 가진 특별함을 꼽으라면 로드무비 같은 내용의 성장기라는 점이다. 말 그대로 길 위에서의 이야기다. 하지만 그 기간이 매우 짧다. 1박 2일밖에 안되니까.^^ 여행의 수단은 자전거다. 국내의 작품 중 <불량한 자전거 여행>이 떠오른다. 자전거는 무척 매력적인 소재다.

‘애틀란타’라는 이름의 소녀는 무모한 자전거 여행을 혼자 떠났다. 철인경기도 아니고, 360km나 되는 여정을 숙박도 없이 다녀오기로 작정하고 나섰다. 한시간에 15km를 달리면 된다는 단순 계산만 하고서. 하룻밤 정도는 안자고 샐 수 있다는 각오를 하고.

‘핀레이’라는 이름의 소년은 가출했다. 아무 준비 없이 자전거만 끌고. 둘은 여정에서 만났다. 목적이 없는 소년은 촉박한 목적을 가진 소녀의 길을 따라가게 된다. 그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씩씩한 척했지만 소녀는 무서웠고 서로에겐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들의 상처는 다르면서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엄마’. 그리고 둘 사이에 매개적인 소재이자 이 책의 제목인 ‘상어 이빨’이 있었다.

지금부터는 스포. 애틀란타의 엄마는 암 투병중이다. 내일 중요한 검사의 결과가 나온다. 불안감을 동반한 기다림은 정말 견디기 힘든 시간이다. 애틀란타는 뭐라도 해야 했다. 그게 실제적으로는 도움이 될 리가 없는 일이라도, 애틀란타는 자신을 채찍질해야 했다.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하지만 육신의 한계는 마음을 뛰어넘기 힘든 법.

핀레이는 존재 자체에 상처를 받았다. 아빠는 핀레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가버렸고 혼자 힘들게 핀레이를 키우는 엄마는 핀레이에게 말로 상처를 많이 준다. 결정적인 말은 “너를 낳은 걸 후회한다.”는 말이었다.

이 극한의 자전거 하룻길에서 어쨌든 그들은 돌아왔고 각자의 ‘엄마’와 재회했다. 해피엔딩이 너무 급격하게 느껴지는 건 독자의 심술인가.^^;;;; 그들이 떠나지 않았어도 이 결말은 오게 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친구를 얻게 되었고, “뭔가 해보지 않았던 것을 하고 나면 다른 사람이 되어 있던데.” 라는 드라마의 대사처럼(나의 해방일지) 짧지만 강렬했던 여정 속에서 훌쩍 성장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매력은 제목이자 소재인 ‘상어 이빨’이 많은 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설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작가들은 자신이 접하는 모든 것에서 소재의 가능성을 찾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상어 이빨은 그 언어권에서 ‘유치가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올라오는 영구치’를 뜻한다고 한다. 즉 덧니의 시작인 것이고, 치아 교정이 필요한 것이지. 주인공 애틀란타가 자전거 여행에 챙겨온 비품들 중에 바로 그 치아교정기도 있었다.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핀레이가 가출하며 들고 나온 엄마의 행운의 상징. 그것 또한 ‘상어 이빨’이었다. 이건 진짜 상어 이빨이다. 오래된 화석이지만. 이런 식으로 중의의 의미를 겹겹이 갖는 소재가 나오면 이야기에 더 흥미와 의미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안녕 알래스카>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초반 접근성과 가독성이 높지는 않다. 하지만 그걸 견뎌낼 독서력이 있는 아이들이라면 중반 이후부터는 푹 빠져 읽고 많은 생각을 길어올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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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만난 어린이 세계 - 아홉 살 방구석 그림책 수다에 낀 엄마 성장기
강영아 지음 / 푸른칠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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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모임을 그려낸 책. 내가 쓸 수 없는 부러운 책이다. 필력이 없다거나 내용이 부족하다거나 등을 다 떠나서, 내 아이들이 이미 다 커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책을 시간들여 읽지 않는다. 육아책을 안읽는 것과 비슷한 심리다. 하지만 예쁘게 나온 책의 만듦새를 보니 한번 읽어보고 싶어서 구입했다. 저자가 휴직교사라고 하는데, 학교가 아닌 집과 마을에서의 실천을 어떻게 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저자는 고등학교 사회 선생님이라고 하는데 국어 전공이라고 해도 믿을만큼 문장도 감각적이고 그림책과 동화책에 대한 안목도 훌륭하고 의미있게 이끌어가는 능력도 좋으신 것 같다. 그렇다고 학교수업처럼 계획과 의도에 따라 목표점을 향해 가는 과정이라는 말은 아니고 그보다 훨씬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처음에는 저자도 아차 싶은 순간을 맞이하기도 했던 것 같지만 (선생들의 어쩔 수 없는 직업병) 점차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가 분리된 과정이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되어갔다.

이끔이는 휴직교사인 저자였고, 참여 멤버는 저자의 쌍둥이 자녀와 조카, 그리고 동네친구들이었다. 책과 간식, 그리고 이야기와 가끔의 활동이 있는 독서모임. 이게 말처럼 쉽진 않을거다. 특히 자기 자녀들이 멤버인 경우에. 해보진 않았지만 단기간이면 몰라도 긴시간 유지는 어려울 것 같은데.... 이 책에는 첫 모임 후 사계절이 지나기까지의 과정과 그 후기가 담겼다. 점점 깊어지고 무르익는 과정이 저자의 사색적인 문장과 현장 그대로의 묘사에 잘 나타나 있다.

몇몇 군데에서는 읽은 책의 제목을 검색해 책의 내용을 확인해보기도 하고, 읽어볼 책 후보에 올려놓기도 했다. 이 책은 이렇게 정보를 얻기 위해 읽어도 유용하지만 그보다는 그 모임이 의미를 갖게되는 과정에 그 귀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듣고 공감하며 엄마 세계에서 건강한 존재로 거듭났다. 언니, 동생들의 삶을 엿보며 비슷한 삶을 사는 것 같아도 매 순간 정성을 다해 사는 사람의 삶은 어쩔 수 없이 빛이 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자가 운이 좋았던 건지, 좋은 사람 곁에 좋은 사람이 모이기 마련인 건지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저자와 아이들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관계를 얻게 됐다. 그 관계 안에서 나눈 이야기와 그로 쌓은 생각이 아이들의 삶의 바탕을 단단히 다져주었다. 그 경험은 꽤 오래도록 아이들의 삶에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아이들 뿐 아니라 저자도, 교직사회에서만 있었다면 몰랐을 세상을 많이 접하게 된 것 같다.

어디에나 귀한 사람들이 있다. 저렇게 이기적일까 싶은 학부모도 보았지만 지난 학교에서 만났던 '책읽어주는 어머니'들의 자발적 봉사에 진심으로 감사했던 기억이 난다. 마을 안에 스며들어 맺은 저자의 관계와 만남은 아이들과 저자, 그리고 모든 가족에게 귀한 시간들이었다.

이 모든 것이 나에겐 이미 지나갔거나 성격상 불가능한 일들이라 이 책 소감의 대부분은 '부러움'이다. 나중에 손자가 생기면 기회가 있으려나?ㅎㅎ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 독서모임을 꿈꾸는 교사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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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걸의 패션스쿨 서유재 어린이문학선 두리번 13
이조은 지음, 홍지연 그림 / 서유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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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전작인 <패션걸의 탄생>도 꽤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서평을 쓰거나 주변에 권하거나 하진 않았다. 보육원에서 자라던 아이가 하루아침에 세계적 디자이너 샤넬 오의 손녀딸이 되는 상황이 만화 또는 드라마에나 어울리는 설정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 또한 나의 편견이라 할 것이다. 이어진 이 책을 읽으면서는 오호~ 하게 되었다. 꽤나 전문적으로 관련 분야를 그려낸 것 같아서다. 작가가 미술을 전공하셨다는데 패션 쪽으로도 경험과 관심이 깊으신 게 아닐까.

목표를 향한 주인공들의 대결 구도는 흥미로운 소재다. 그만큼 각종 서사에서 많이 사용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요리왕을 꿈꾸는 주인공들의 요리 대결이라든지.... 이 책은 세계 어린이 패셔니스타 대회 출전을 꿈꾸는 패션 꿈나무들의 대결을 담았다. 난 요리라면 좀 눈여겨볼지 몰라도 패션에는 영 관심없는데.... 그런데도 꽤 흥미진진하게 내용을 따라가게 되었다.

샤를 오가 세운 패션스쿨의 이번 시즌 참여자들이 주인공이다. 전작의 주인공이자 샤를 오의 손녀인 조수아를 비롯해서 수아와 보육원에 함께 있던 봉주, 샤를 오와 쌍벽을 이루는 디자이너의 손자인 이준, 자신감이 부족한 진아, 반대로 자신감이 지나친 공주병 세진 등 다양한 캐릭터의 출전자들이 나온다. 이들이 여러 단계의 미션을 치루며 최종 단계까지 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각 미션에 대한 아이들의 해결, 그에 대한 심사 내용 등에서 작가의 내공이 느껴진다. 내가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분야라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작가의 생각을 그림으로 직접 표현한 그림작가님도 꽤 애쓰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 삽화보다는 작업이 어려웠을 것 같다.

결국 누가 우승을 차지했을까? 납득할 만하게 적절한 이유로 승부가 결정됐고, 승부보다도 협력의 모습으로 마무리도 잘 되었다. 무엇보다도 관심분야에 역량과 안목을 쌓으며 정진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어른들 못지않게 진지했다. 특히 '나다움'에 큰 가치를 둔 작가의 시선이 마음에 들었다. 수행할 수 있는 역량도 중요하지만 남의 것, 기존의 것을 따라하지 않는 자신만의 독창성이 꼭 필요하다. 그것은 '자기 서사'에서 나온다.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 아이들은 무의식중에 그걸 알고있는 아이들이라고 생각된다.

패션은 흔치 않은 분야지만 다른 어떤 분야든 다 좋다. 어른들이 정해놓은 한가지 길밖에는 길이 없는 줄로 아는 아이들로 키우지 말았으면 좋겠다. 어버이날 카드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다 "좋은 대학 가서 효도할게요." 라는 문장을 보았다. 초등학생이 오죽하면 저런 말을 할까. 명문대, 거길 뚫고 들어갈 학업 등급이 전체의 몇 %나 될까. 모두가 한줄로 서서 한개의 문을 바라보고 거기서 탈락하면 실패자이고 불효자가 되는 건가? 얼마나 불행한 사회인가. 공교육은 모두가 명문대를 가기 위한 교육이 아니고 모두가 자기 분야에 정진할 수 있는 기초학문과 태도를 갖추게 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동상이몽인 경우가 많다. 난 그나마 초등이라서 내적 갈등이 덜한 거고.ㅠㅠ

나는 아이들이 자기 삶을 소중히 여기고 삶의 사소한 순간까지 자기 서사로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 그것이 비옥한 토양이 되어 모두가 자기 삶의 꽃을 피우길. 저마다의 색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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