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해 봐, 공룡! 생각곰곰 16
송지혜 지음, 김현영 그림, 이정모 감수 / 책읽는곰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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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유아용으로 분류되어있는 그림책이지만 성인인 나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다. 어린이책 공모전 대상 교양부문 수상작이라는데, 비문학 부문도 수상의 영역에 넣은 것에 찬성한다. 문학도 소중하지만 이런 지식책들도 참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아이들이 다 컸지만 걔네들이 어릴 때라면 당장 사주고 싶은 그림책이었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특히 남자어린이들이 한번씩 공룡 사랑의 시기를 거치는 것 같다. 길고도 복잡한 공룡들의 이름을 줄줄줄 외우고 있는 미취학 어린이들도 많이 봤다. 공룡의 어떤 점 때문에 그렇게 지극한 관심을 갖게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부분 어린이들의 선호 소재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 책은 수많은 기존의 공룡 책들과는 확연하게 구분된다. 그림체가 뭔가 부실(?)해 보인다고 할까?^^;;; 지금이라도 크앙 울부짖으며 튀어나올 것 같은 생생한 공룡들이 가득 들어있는 공룡책들도 많은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그 이유가 있다. 이 책은 상상을 촉구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흔히 알려진 공룡의 모습은 진짜로 확실히 그렇게 생겼을까? 벽화가 남은 것도 아니고 사진이 있는 것도 아니니 당연히 확인할 수 없다. 추측의 근거는 화석, 말하자면 골격(뼈) 뿐이다. 거기에 살을 붙이고 거죽을 입히는 것은 당연히 상상의 영역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다양한 가능성이 당연한 게 아닐까? 그 당연한 것을 나는 생각 못하고 있었다.

이 책에는 몇 개의 골격 그림이 나온다. 그건 꽤나 무섭게 생겼다. 하지만 모두 공룡의 골격은 아니었다. 뒷장에서 손전등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게 되어있는데 어린이들이 탄성을 지를 듯하다. 뼈만 보고 무서운 동물일 것 같던 것은 토끼, 돼지, 앵무새의 골격이었다. 이와같이 우리는 공룡의 골격을 보고도 새로운 상상을 할 수 있다. 어떤 겉모습을 가졌을지, 어떤 색이나 무늬를 가졌을지, 또 어떤 소리를 낼지.... 그런 상상을 미술활동으로 하고 서로 비교해봐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의도대로 아주 다양한 상상이 가능할 테니까. 언젠가 상상의 동물 그리기 미술활동을 한 적 있었는데 이 책을 읽은 후 같은 골격을 바탕으로 해보면 또 색다른 재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후반부 이 장의 문장들이 난 가장 마음에 들었다.
“공룡을 둘러싼 상상은 지금도 변하고 있어.
새로운 사실이 끊임없이 발견되고, 연구도 계속 하거든.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지금 상상하는 공룡의 모습이
또다시 완전히 뒤집힐지도 모르지.
가까이에 있는 생물과 자연을 잘 관찰해 봐.
공룡에 대한 상상은 바로 그렇게 시작하는 거야.”

공룡책을 많이 읽은 어린이들이 이 책을 추가로 읽는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화룡점정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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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 마음대화 - 나와 친구의 마음을 말랑하게 해줄 다섯 가지 대화 방법
옥이샘 지음 / 지식프레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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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옥이샘의 ○○툰 시리즈를 많이 활용해봤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독자다. 감정툰과 진로툰은 24권씩 사서 수업에 직접 활용했고, 학년에서도 같이 사용했다. 환경툰은 한권 갖고 있는 걸 도서실 책바구니 사용할 때 슬쩍 넣었더니 하도 경쟁이 치열해서 몇 권 더 사서 경쟁을 완화했다.ㅎㅎ 이렇듯 이 시리즈들은 활용성이 매우 좋다. 이제는 초등교실 구석구석에 퍼진 옥이샘의 익숙한 캐릭터들이 친근감을 주고, 자세히 보면 내용이 적은 것도 아니건만 일단 만화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뛰어나다. 위에 쓴 경쟁도 독서에서 멀어져 있는 아이들이 서로 차지하려고 다툰 것....ㅋ 이렇듯 보편적인 접근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권하기도 좋고 활용하기에도 좋다.

이번 책은 공감대화툰! 감정, 진로, 환경과 마찬가지로 교실에서 많이 다루는 주제이다. 중요성도 당연히 높다. 특히 이 주제는 시기성도 중요해서 3월인 요즘 많이들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3월 초 학급세우기 단계의 자료에서 빠지지 않는 우정의 대화법이 1,2장에 나온다. 사나바(나는 행감바로 지도하는데, 같은 내용)와 인사약이 그것이다.

1장은 <화가 나거나 속상할 때는 어떻게 말하지?>로 ‘사나바’를 자세히 안내한다. 사실, 나의 마음, 바람의 첫 글자만 따서 축약한 용어이다. 이 대화법을 3월에 충분히 가르치고 시시때때로, 또 사건발생마다 다시 되새기면 확실히 효과는 있다. 여러 명의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교실에서 갈등이 없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수시로 일어나는 갈등을 일차적으로는 아이들 스스로 해결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이런 지도는 필요하다. 특히 친구의 행동 때문에 기분 나쁘거나 속상해진 아이들이 그 반응을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해결의 시작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상대방의 잘못 이상으로 화를 내면 싸움으로 번지고, 아무소리 못하고 참아버리면 속에 쌓이게 된다. 자신의 불편함이나 불쾌함, 속상함을 표현은 하되 그 표현방법을 정제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기술이다. 기술은 익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사들은 대화법을 가르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상황을 설정하고 연습을 시키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연습에 아주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겠다. 나는 한때 짝끼리 상황을 설정하여 역할극을 만들고 발표하는 활동도 해봤었는데, 그 상황이 다양하지 못하고 많이 중복되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는 각 장별로 10개씩의 상황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한 개씩 맡아서 표현해도 20명 교실에서 모든 아이들이 다른 장면을 표현할 수 있겠다.

2장은 <미안해서 사과할 때는 어떻게 말하지?>로, ‘사나바’의 답변인 ‘인사약’(인정-사과-약속)이다. 사과의 기술도 중요하다. 사과하는 태도가 심각하게 잘못된 아이들도 있어 사과가 더 화를 부르는 경우도 있다. “미안해.” 한마디로 때우려는 사과보다는 인정과 약속이 들어간 사과가 더 충분한 느낌을 준다.

여기까지가 학교에서 많이 쓰이는 갈등해결을 위한 우정의 대화법이고 3장부터는 한발 더 나아간다. 3장은 칭찬, 4장은 위로, 5장은 감사이다. 셋 모두 마음과는 달리 왠지 잘 안되는 표현들인데 이 책을 읽고나서 자꾸 시도하다보면 정말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 될 수 있겠다.

이 책은 만화-마음 돋보기-예시 대화의 구성으로 되어있다. 만화는 상황 설정이고, 마음 돋보기에서는 그 상황에서의 감정을 잘 설명해준다. 마지막으로 예시 대화는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적절한 대화를 예로 들어 놓은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예시 대화는 우리의 평소 대화와는 살짝 거리가 있다. 원래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상적인 대화를 하지 못하고 사니까.ㅎㅎ 예시 대화를 참고로 삼으면서 각자 할 수 있는 대화를 적어보거나 역할극으로 발화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 연습을 하기에 이 책은 교재나 참고서가 될 수 있다. 학급 인원수만큼 있어서 함께 보면서 할 수 있다면 가장 좋고, 그러기 힘들다면 만화만이라도 전체가 볼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해서 교사가 제시하고 함께 생각나누기, 대화 연습하기 등을 하면 좋을 것 같다.

학급문고로 넣어두어도 많은 인기를 끌 책이다. 지금 딱 가장 좋은 시기에 출간된 이 책이 많은 교실에서 활용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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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보이지 않는 - 2024 뉴베리 대상 수상작 오늘의 클래식
데이브 에거스 지음, 숀 해리스 그림, 송섬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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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많음 주의)

다니엘 페나크의 『까보 까보슈』나 강정연 작가님의 『건방진 도도군』을 떠올리게 하는, 개가 화자이며 인간에게 종속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비슷한 이야기라고 느껴지기에는 상당한 독특함을 갖고 있었다. 주인공 개의 주체성 면에서는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공간적 배경도 매우 특색있었다.

요하네스라는 이름의 개가 화자이다. 이 개는 주인이 없으나 유기견이라 할 수는 없다. 사람들에게 호의는 있지만 독자적인 삶을 즐긴다. 사는 곳은 바닷가에 위치한 매우 넓은 자연공원 같은 곳이다. 자신의 은신처도 있는가 하면, 놀이나 휴식을 위해 공원에 나온 인간들의 모습도 지켜볼 수 있고, 다양한 종의 동물 친구들도 있는 곳이다. 그의 출생 배경이 살짝 나오는데, 엄마가 반려견이었다고 한다. (아빠가 누구였는지는 후반부에 반전으로 나옴) 엄마는 무슨 이유에선지 이 공원의 숲속을 출산 장소로 택했고 다섯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그중의 한 마리를 데리고 주인집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중 세 마리는 인간들이 데려갔다. 요하네스만 끝까지 남아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개의 자부심은 인간에게 종속되지 않았다는 것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스스로 의무감과 사명감을 갖고 있다. 그의 역할은 바로 이 책의 제목에 나온다. ‘The Eyes’(눈)이다. 이 임무는 이 공원에 사는 매우 늙은 세 마리의 들소가 의뢰한 것이다. 개는 이 들소들을 매우 존중하며 이렇게 생각한다.
“자연의 모든 공간이 모두 그렇듯, 이 공원에도 균형이 존재하며, 들소들은 이를 지켜보고 지키는 존재다. 들소들은 균형의 수호자다. 균형이 깨지면 문제가 생긴다.
..... 우리의 체계는 썩 괜찮다. 내가 무언가를 보고 들소들에게 알리면, 그들이 해결 방법을 궁리한다.”
이렇게 이 개는 자신의 빠른 발과 관찰력으로, 이 생태계의 ‘눈’이 되는 역할을 기꺼이 맡아 수행하며 살고 있다. 그의 다소 높은 자존감은 귀엽기도 하고, 하지만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인간 못지않다. 아니 나보다 훨씬 낫다.

그의 빠른 발과 예민한 감각은 그의 자부심이었는데, 얘도 예외적으로 허당일 때가 있다. 그건 바로 그림을 볼 때다. ‘사각형’ 안에 인간들이 표현해 놓은 그것에 마음을 빼앗기는 개라니. 결국 또 넋을 놓은 순간, 못된 인간들에게 붙잡히고 만다. 하지만 그 때가 바로 이 책의 재미 요소중 하나인 친구들의 활약이 펼쳐지는 때였다. 갈매기(버트런드), 펠리컨(욜란다), 다람쥐(소냐), 너구리(앵거스) 등.... 겨우 그들의 마수에서 벗어났지만, 개는 다른 일로 인간들의 눈에 제대로 띄게 된다. 바로 연못에 빠진 어린아이를 구해 준 일이다. 위험이 예측되는 일이었지만 생명 앞에서 다른 선택은 없었다. 결국 개는 친구들이 주워 온, 그토록 혐오하던 반려견옷을 입고 일종의 변장(?)을 하고 다니게 된다.

그사이 공원도 많은 변화가 있다. 당연히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좋지 않은 쪽으로.... 그리고 인간들이 데려온 새로운 종과의 만남도 있었다. 바로 염소였다. 염소들은 요하네스와 친구들이 거들떠보지 않던 풀들을 맹렬히 뜯어먹는다. 그중에 왕따인 염소 헬렌. 개에게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하나 더 생겼다. 그런데 염소들과의 만남에서 알게 된, 개에게는 인생을 뒤흔드는 새로운 사실. “우린 메인-랜드에서 왔어.” 개와 친구들의 세상이던 이곳이 사실은 아주 작은 섬이라는 것. 바다 건너에 아주 큰 세상인 육지(메인-랜드)가 있다는 것이다.

개는 들소들을 울타리에서 풀어주려는 계획을 수정하여, 아예 섬 밖으로 내보내주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게 가당키나 한 계획인가? 더구나 염소들을 태우고 갈 배 시간이 얼마 남지도 않았다. 이때 그동안 책에 등장했던 거의 모든 친구들이 일사불란하게 역할을 수행하며 목표를 향해 간다. 과연, 그들이 도모하던 일은 어떤 방향으로.....?

마지막 장까지는 쓰지 말아야겠다. 나는 들소들의 선택도 이해한다.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또 모든 독자들에게 주체적인 삶을 아주 극적으로 보여준다. ‘주체적’ 이것은 요즘들어 아이들에게 거의 소멸되어버린 가치나 마찬가지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어른 독자들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들소들과 개를 보면서 이런 생각도 했다. 주체적인 삶에 꼭 공간의 확장이 필수인 것은 아니라고. 공간도 광활하면 물론 좋지만 자기주도성, 자기선택성의 유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요즘 아이들의 주체적인 삶은 고사된 것이나 다름없다.

남겨진 들소들이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간 개나 그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생이 어차피 그런 것이다. 그러니 두려우려면 한없이 두렵고, 기대하려면 한없이 기대되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나는 주로 두려워하는 편이었다....;;; 이런 내가 요하네스의 거침없는 전진을 보니 느껴지는 게 많네... 어린이 독자들도 그랬으면 한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산다는 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갔다.”

사족1) 이 책도 영화, 특히 애니로 만들면 아주 괜찮겠다. 첫째로 각각의 동물 캐릭터들이 확실하고, 유머 캐릭터를 담당할 동물도 있다. 둘째로 장엄한 풍경을 구사하기에 적당하고, 그랬을 때 엄청 멋질 것 같다. 셋째로 유머코드와 교차하는 감동코드도 아주 묵직하게 배치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족2) 이 책을 읽고 코요테를 검색해봤다. 코요테와 개의 잡종을 코이독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늑대와의 잡종은 울프독...) 흥미롭네.

사족3) 제목의 번역에 약간 의문이 있다. 영어를 못해서, 설명을 들어보고 싶다. 제목이 좋은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해서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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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한글 깨치는 맨 처음 한글 동시
김영주 지음, 김선배 그림 / 휴먼어린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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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교장선생님의 페북에서 이 책 출간 소식을 보고 바로 구입해봤다. 올해 저학년을 맡다보니 한글 교육에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어서. 32년 경력에 놀랍게도 1학년을 한 번도 안해봐서 한글교육에 몰두해 본 적이 없었다. 2학년은 몇 번 해봤지만 한글 기초교육은 1학년 몫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특별히 지도한 적은 없었다. 올해 오랜만에 2학년을 맡았는데... 옛날 2학년과는 다르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특별히 힘든 케이스를 맡은 것도 있고, 요즘 2학년은 옛날 1학년이다 뭐 이런 말도 들린다. 모든 면에서 그렇다고 한다면 과장이겠으나 어떤 면에서는 맞는 말일 것이다. 일단 아이들을 만나서 생활해봐야 느낌이 올 것 같다.

일단 이 책은 너무 맘에 들었다. 와~ 천재시다.ㅎㅎㅎ 웃음과 함께 책장을 넘겼다. 구성이 매우 짜임새 있는데 구성과 내용 모두가 좋다. 130쪽 정도의 얇은 책이지만 130쪽이 그냥 130쪽이 아닐 것이라 짐작한다. 그 갈피 갈피에 들어간 궁리와 시간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이 책은 모두 4부로 되어 있다. 홀소리가 1부로 먼저 나오고, 닿소리는 2,3부로 나누어서 나온다. 4부는 복잡한 것들 총집합이라 할까? 된소리, 겹홀소리, 겹받침을 모아 놓았다. 각각의 소리에 펼친 화면 두 쪽을 할애하였고, 두 편의 시가 나온다. 왼쪽은 말놀이 동시, 오른쪽은 겪은 일 동시다. 이것도 무릎을 쳤다. 와 너무 적절해! 저학년 시 단원에는 말의 재미를 느끼기 위한 말놀이 동시의 비중이 고학년에 비해 높다. 그렇다고 경험시를 다루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말놀이도 중요하고 문학 본연의 역할인 공감도 뺄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우 적절한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게 글자의 제한이 있다는 것 아니겠어? 글자를 살리면서도 내용이 너무 무의미하지 않게 시를 지어야 하는 것에 이 책 작업의 난이도가 있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금방 생각나는 것도 있었겠지만 마지막까지 고민해야 하는 글자도 있었을 것 같다.^^

닿소리에서 첫 장은 첫소리, 둘째 장은 끝소리(받침)로 구성한 것도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보통 첫소리는 연상을 잘 하지만 받침을 떠올리는 것은 조금 더 어렵다. 받침으로 자주 나오지 않는 ㅋ이나 ㅍ 같은 글자도 알뜰히 다 챙겨서 들어있다. 마지막 4장 겹받침들도 마찬가지다. 이 부분은 한글 기초 단계인 저학년 뿐 아니라 중학년도 활용할 여지가 있겠다.

이제 나의 문제는, 한글 기초교육은 받았으되 아직 완전하지는 않은 2학년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이다. 너무 좋아서 꼭 활용은 하고 싶다. 일단 하루에 소리 하나씩 필사하면서 해당 글자에 색깔로 표시하고 그림을 그려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하단에는 그 글자가 들어가는 낱말을 스스로 생각해서 적어보고.... 칸 국어 공책은 칸이 모자라서 안되고, 종합장을 충분히 준비해놓긴 했는데 줄공책이 나으려나 고민이 되네. 느린 아이들은 딱 거기까지만 하고 빨리 한 아이들은 같은 글자를 넣어 다른 시를 써보는 활동도 좋을 것 같다.

국어 시수가 가장 많긴 하지만 여러 가지 활동을 충분히 하려면 늘 시간이 부족하다. 하지만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 시간이 국어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해보면서 잘 조정을 해나가야겠지. 힘들 것이 뻔한 일상이지만 이런 즐거운 궁리가 조금의 활력소가 되어준다. 좋은 책이 나와서 참 고맙고 기쁘다. 널리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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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25-03-01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가 ‘한글’을 찬찬히 짚으면서 배우는 길잡이는 여러모로 있어야 한다고 느껴요. 그런데 ‘ㄱㄴㄷㄹ’이나 ‘ㅏㅓㅗㅜ’만이 아니라, ‘우리글씨에 담는 우리말씨’를 더 짚고 헤아리는 길을 열어야 할 텐데 싶습니다. 적잖은 길잡이(교사)나 어버이(부모)는 그저 ‘한글 배우기’에 마음을 많이 쓰는데, ‘한글로 담는 우리말 익히기’에 넓고 깊게 마음을 담을 때에 비로소 아이도 어른도 기쁘게 삶·살림·사랑을 맞아들일 만하다고 봅니다. ‘한글쓰기’에 너무 매이면 ‘말장난’에 그치기 쉽습니다. ‘우리말을 한글로 담기’를 살펴야 비로소 ‘말놀이·말노래’로 나아갈 텐데, 이 책은 퍽 아쉬워 보입니다.
 
야드라, 떠나보니 살겠드라 - 65살, 여자, 혼자, 세계 여행자 쨍쨍으로부터
쨍쨍 지음 / 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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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쨍의 두번째 여행 에세이가 나왔다. 첫번째가 나온 후 거의 10년만이다. 그사이 쨍쨍은 또 수많은 곳을 여행했을 테니 책은 몇권이라도 나오고도 남았겠다. 그러니 이 책은 수많은 여행기록 중 엄선한 이야기일 것이다. 어린아이가 할머니 무릎에서 이야기 한개만 더 들려달라고 조르는 느낌으로, '아~ 책이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으로 책을 덮었다. 실리지 못하고 짤린 이야기들도 듣고 싶다는 느낌^^

나와 같은 직종(초등교사)이던 쨍쨍이 50세에 퇴직하고 본격적인 여행가가 되었을 때, 적당한 때에 좋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근데 남의 세월은 왜이리 빨라. 벌써 15년이 지났고, 나는 퇴직 당시 쨍쨍의 나이를 넘어 아직도 현장에 있다. 작년부터 퇴직 시기를 훅 앞당겨 계획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올해 아이들이 마지막? 늘 그랬지만 올해는 더더욱 빡세게 봄방학을 보내고 있다. 매일 출근해 교실 이사하고 청소하고, 학기초 필요한 안내와 서식들을 준비하고, 교육과정 살펴보고 자료 만들고 등등으로 꽉채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다 이 책을 구입했다. 오늘은 오후에 병원진료도 있어 하루 쉴까 고민하던 참에, 잘됐다 하고 이 책을 들고 병원 근처 까페에 왔다. 그리고 새학기 준비와 전~~~혀 상관없는 이 책을 읽었다. 쨍쨍 페북에 한 교사 독자분의 소감을 공유하셨던데, 한마디로 "해로운 책"이었다.ㅋㅋㅋㅋ 느낌 알겠지? 지금 이런 책 읽고 앉았을 때가 아니라는 거야.ㅎㅎㅎ 하지만 궁금해서 읽었다. 저분도 물론 농담으로 하신 말씀이지만, 전혀 해롭지 않았다. 나의 마지막 해를 불태운 다음에 나도 자유로워지리라. 꿈을 예약하고 현실에 매진하는 건 그나마 현실의 고통에 마취약을 놔주는 효과가 있으니까....^^;;; 단 쨍쨍의 여행은 좋은 숙소에서 잘먹고 노는 럭셔리 여행이 아니라서 사실 내가 일하는 것보다 더 힘들 수도 있다. 덥썩 저지르는 본인의 성격 탓도 한몫을 하지만서도.... 이건 내가 하는 말이 아니고 본문에 다 있다. 사서 고생한 이야기들.^^

무계획이 특징인 쨍쨍의 여행기는 그래서 여행 가이드북으로는 적절치 않다. 어느 코스가 시간을 절약하며 어디서 뭘 하는게 가성비가 높고 편한지 그런 것들을 이 책을 보고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은 정말 재밌다. 쨍쨍의 필력은 원래부터 좋았는데 더 좋아지신 느낌이다. 가독성이 매우 좋았다. 한자리에서 다 읽었다. 물론 아껴서 천천히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치고 우울할 때마다 꺼내 한꼭지씩 읽는 것도 좋겠다. 여행할 때 한권을 휴대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집중력을 요하지 않으면서도 느낄 것들은 많은 책이라 딱 맞춤일 것 같다.

인생이 여행인, 여행이 인생인 쨍쨍이므로 이 책은 어쩌면 쨍쨍의 인생 이야기라고도 하겠다. 만남에 최고의 가치를 두는 쨍쨍이므로 만남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그 만남은 사랑이기도 했고 우정이기도 했고 잠깐 스쳐지나가는 감정이었는가 하면, 신의이기도 했고 친절, 유쾌함, 여유 등등 온갖 삶의 태도이기도 했다. 보통 여행을 실행하는 사람들은 '보러' 가는 경우가 가장 많다. 먹으러 가는 경우도 있고. 다 합하면 경험하거나 느끼러 간다고 할까? 타지의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 그들과 친구 맺기 위해 여행을 가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쨍쨍 여행의 차별성이 여기에 있다. 그래서 쨍쨍의 여행 이야기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쨍쨍만의 것이다.

쨍쨍은 sns도 활발히 하시는 것 같은데, 몇 종류를 하시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페이스북에서 친구다. 언제부터인가 쇼츠도 올리시더라고. 그런거 잘 못하는 내 눈에는 퀄리티도 상당해. 그리고 배아픈 점은 갈수록 젊어지신다는 거. 저렇게 꼿꼿한 근육질의 몸매에 매끈한 피부가 60대 중반이신거 실화? 아직 난 60대도 아닌데 같이 있으면 내가 연장자로 보이겠...;;; 이것 또한 그의 라이프 스타일과 관계있을 것 같다.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인생을 즐기며 도전하는 태도. 자주 걷고 수영이나 요가를 꾸준히 하시는 것도 관계가 있겠다. 하여간에 이렇게 젊게 인생을 즐기며 그 장면들을 공유하시는 영상에 부러움과 찬사의 댓글이 주로 달리지만 '주책이다' 등의 댓글도 달리는 것 같더라고. 하긴 당연한 거다. 세상엔 별별 꼰대가 다 많으니까. 그 옛날 쨍쨍이 현직에 있을 때 그의 공개수업에 "청와대에 보내야 합니다" 라는 후기를 쓴 쌤도 있고 "수업이 개판" 이라고 쓴 쌤도 있었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ㅎㅎ 의외로 여린 쨍쨍은 가끔 상처도 받는 것 같지만 꿋꿋하게 자신만의 인생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멋진 책도 펴냈다.

쨍쨍의 쇼츠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야드라~"로 시작한다는 점인데, 나는 서울말이 섞이지 않은 그의 순수 사투리가 참 듣기 좋다. 그게 책의 제목이 된 것에도 찬성이다.
"야드라~ 떠나보니 살겠드라."
쨍쨍같은 사람이 있듯이, 나처럼 굳이 타지에 모르는 사람을 만나러는 가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어떤 목적이든 떠나는 볼 생각이다. 그게 비행기를 타고 가는 곳이 아니어도 좋다. 내가 안가본 곳은 태어난 한국, 심지어 서울 내에서도 천지 삐까리니까. (쨍쨍 사투리 흉내내 봄) 나는 다시 내일부터 출근해서 일한다. 유예된(예약된) 즐거움은 일에 활력을 줄 수 있으리. 그런 면에서 당장 떠날 수 있는 자, 당장은 어려운 자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한다. 영 어려운 사람도 괜찮다. 이 책을 읽은 것도 일종의 떠남이 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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