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급식실 북멘토 그림책 29
박규빈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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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학교에서 급식실이 아주 중요한 장소가 되었다. 당연히 그렇겠지. 먹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드무니까. 힘든 일과 속 잠시의 ‘먹는’ 시간은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니까. 나 학교 다닐 땐 급식이 없었고(엄마의 도시락싸기 중노동), 발령 나서 나왔을 때는 급식실이 없었다. (교실 급식) 지금은 급식실이 필수인 것 같지만 아직 없는 학교도 있다. 나도 지금 있는 학교가 처음이다. 와보니 너무 좋았다. 이래저래 급식실은 은혜로운 곳이다.

그래서 내 생각은 이렇다. 웬만하면 좀 감사하게 먹어라~ 작작 좀 요구하고.... 어떻게 니 입맛에 다 맞추니. 집에서 날마다 메뉴 바꾸면서 1식 4찬에 따뜻한 국이랑 밥 먹니? 아니잖아. 그런 도시락 싸줄 수 있니? 아니잖아. 그럼 좀 감사하게 먹어라 제발. 솔직히 나는 사람 많고 떠드는 곳에서는 세상 산해진미도 다 소용없는 사람이어서 겨우 먹는 시늉만 한다. 그러니 급식비가 아까운 사람이지만 (학생 외 어른들은 급식비 내고 먹음) 그래도 감사하게 여긴다. 영양사님 바뀔 때마다 조금씩 장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무조건 감사. 극심하게 맛없거나, 너무 부실해서 뭔가가 의심되는 경우라면 모르지만 그런 경우는 한 번도 못 봤기 때문에.

이세계에서 온 드래곤과 용사들이 급식실의 은혜로움을 체험하는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 생각이 더 든다. 학교는 모든 요구의 쓰레기장 같은 곳이 되었다. 이미 할 수 있는 힘과 노력을 들이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은 까맣게 잊혀진다. 도깨비 방망이도 없는데 뚝딱 대령해야 하는 곳.

학생들에게 자치의 기회를 주는 것에 나는 전적으로 찬성하지만 그 권한을 가진 학생들이 주로 물고 늘어지는 게 급식이라는 사실이 나는 너무 못마땅했다. (내가 급식과 아무 상관없는 직책에 있으니 이 말은 해도 되겠지) 고학년을 몇 년간 맡으면서 전교임원 선거 공약에서 급식이 빠지는 걸 보질 못했다. 작년에는 우리반에도 출마자가 두 명 있어서 이렇게 조언했다.
“니네들이라도 급식 타령 좀 그만해라. 식상하다.”
그 중 한명은 고민하며 나름의 공약을 준비해왔다. 한명은 여지없이 학생희망식단으로 급식을 실시... 어쩌구 하는 공약을 적어왔다.
“근데, 이 음식들을 누가 만드는 거야. 너야?”
“아니요.”
“그럼 그분들이 지금 급식 만드시면서 시간이 남아 놀 거라고 생각해?”
“음.... 어....”
“너네가 할 일로 공약을 만들어. 왜 남의 노동으로 생색을 내려고 해. 급식실이 무슨 고급 레스토랑이야? 급식은 한정된 예산으로 한정된 인원이 만드는 거야. 대체 어디까지 바랄 참이야?”
“.... 사실은 공약이 생각이 안나요.”
ㅎㅎㅎ 이랬던 에피소드도 있다.

어쨌든 오늘도 급식실엔 치킨이든 돈까스든 구슬아이스크림이든 아이들이 선호하는 음식들이 한가지씩은 나온다. 드래곤과 용사들이 싸우다 지쳤을 때 냄새에 끌려 찾아온 급식실에도 로제 떡볶이와 치킨너겟이 나왔다.^^ 거기서 고군분투하고 계신, 나보다는 젊지만 나를 닮은듯한 여선생님이 급식실에서 지켜야 할 일을 가르치신다. 줄을 잘 서야 하고,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차분하게 받아야 하고, 뜨거운 음식을 받을 때는 더욱 조심하고 등등.... 드래곤과 용사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연상되는 아이들이 있어 웃음이 터진다. 한가지 소개하면
“조리사 선생님이 취나물 무침을 주려고 하자, 전사는 식판을 자기 앞으로 쓱 당겼어요.”
진짜 이런 아이들 많다. 작가님은 어디서 보셨을까.^^

맛있는 음식은 마음을 녹인다. 상훈이와 지호는 화해하고 색연필을 빌려주기로 했고, 드래곤은 용사들에게 꼭 필요한 붉은 보석을 빌려주었다. 그 전에 다 먹은 후 식판 처리법까지 깨끗이 배웠고, 아이들과 아쉬움의 작별도 했다.

뒷면지에 10가지 급식 예절 메모가 인쇄되어 있다. 이 책 아무래도 급식지도의 교과서가 될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의 편식은 그 뿌리가 깊어서 절대 만만하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둘 수만도 없으니 이렇게 재미있는 그림책으로라도 지도해 봐야지. 읽어주기에도 좋지만 그냥 놔둬도 인기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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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빙허각 창비아동문고 340
채은하 지음, 박재인 그림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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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을 읽으며 나의 무식함을 깨달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이 책도 그렇다. 빙허각 이씨라는 인물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여성 저자, 더구나 지금까지 전해지는 책을 쓴 여성은 매우 드문데 그중 한분이었다. 저서는 <규합총서> 음... 이 책도 들어본 듯 만 듯하다...;;;;

작가는 실존인물인 빙허각 이씨와, 동화 속 허구 인물이자 조력자인 덕주를 매우 매력적으로 그려 놓았다. 덕주는 조선후기 아주 가난한 양반가의 딸이고, 빙허각은 한양에 살다 노년에 덕주네 마을로 옮겨와 조용히 본인의 과업을 수행하며 살아가는 설정으로 나온다. 둘은 ‘눈이 맞았’는데, 그건 아마 끼리끼리 알아보는 감 같은 것이랄까?

사실 두 사람의 만남은 덕주의 아버지가 주선한 것이긴 했다. 두 여인의 속마음과는 전혀 다른 의도로.... 몰락하여 궁핍한 중에도 아버지는 몸을 쓰는 일을 하지 않고 법도만 찾았고, 그러니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 건 부인의 몫이었다. 아버지는 한양에서 왔다는 그 큰 양반댁 마나님에게 시집가기 전 딸의 지도를 부탁하려 했던 것이다. 그건 아버지가 빙허각의 면모를 몰랐기에 그랬던 것. 눈과 마음에 불꽃을 품은 둘의 만남은 아버지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걸 알면서도 눈감아준 덕주의 어머니가 내게는 가장 친근하면서도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오히려 두 주인공들보다도. 어딘가 나랑 비슷하다는 느낌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그시절 양반가의 부인이면서도 아주 시니컬했다. 죽어라고 일을 했지만 남편한테 굽신거리진 않았다. 오히려 은근히 멕이는 장면들도 살짝씩 나오는데, 조연이고 조용한 인물이지만 가장 임팩트 있었다고 할까. 예를 들면 이런 장면들.ㅎㅎ
「“그까짓 거, 먹고사는 게 더 중하지.”
어머니는 덕주가 읽는 여훈서에도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느 날 덕주가 소학에서 ‘여자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부분을 소리내어 읽자 우뚝 멈춰 서서는 말했다.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말이다. 바깥에 나가지 않으면 일은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니까. 그냥 다 굶어 죽으라는 소린가?”
어머니가 묻자 아버지가 계신 사랑방에서 못마땅한 기침 소리가 났다.」

사료에 남아있는 빙허각에 대한 사실은, 실학자 집안의 며느리였다는 것이다. 시동생이 서유구.... 그랬기에 가능했던 일일 것도 같지만, 유달리 총명하고 성취 의욕이 큰 인물이었던 것 같다. 덕주가 그 집에서 보게 되었던 빙허각의 메모가 가득한 공책. 그 마지막장에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덕주의 내면을 깨운 말이기도 하다.
“규합에 어찌 인재가 없으리오.” (규합은 안채 등 여인들이 거주하는 곳을 말함)
<규합총서>를 비롯한 저술 작업의 동력이 된 생각이기도 하지 않을까.

가슴에 불을 품은 여인들이 어찌 없었을까. 재능이 빛나는 여인들도 마찬가지. 지금 있듯이 과거에도 당연히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여인들을 생각하게 해준다. 그리고 양반가의 딸이지만 여력이 없어 한자를 못 배우고 언문만 쓸 줄 아는 덕주를 통해 한글의 실용성과 중요성을 보여준 장면들도 좋았다.

이 집을 드나드는 양반집 도령 윤보도 중요한 인물이다. 처음에는 약간 한심하고도 밉살스럽게 나오는데, 그 내면을 들여다보니 이해가 갈 뿐 아니라 선구적인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나는 혹시 그 둘이 맺어지나 했는데 그건 너무 나간 것....^^;;; 마지막 장에 마치 에필로그처럼 등장하는 그는 어린 딸을 데리고 세책점(서점)을 찾는 모습이었다. 그의 생각을 잘 지키며 어른이 된 것 같아 좋아보이는 장면이었다.

마지막장이 에필로그라면 첫장은 프롤로그. 남장을 한 나그네가 무덤을 찾아왔다가 무덤 주인공의 시동생을 만나 함께 고인을 그린다. (그 시동생이 바로...)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이었다. 다 읽고 나서 전체 구성을 보니 참 짜임새있게 쓰여졌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검색해보니 요즘 인기있는 역사동화구나. 역사동화도 이제 다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나와 있는데, 그중 재미있는 책을 잘 골라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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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시'개' 짬뽕 도장 큰곰자리 중학년 2
공수경 지음, 신민재 그림 / 책읽는곰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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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학년용으로 보여서 골랐는데 자세히 보니 큰곰자리 중학년문고였다. 100쪽 정도의 분량으로 3학년 정도에 딱 맞아 보이고, 2학년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어른인 나도 읽고 있다는 점에서 나이 구분은 무의미하지만....^^

 

어서 오시에서 눈치를 챌 수 있듯이, 주인공이 개다. 고양이 주인공 이야기가 워낙 많이 나와서 개는 조금 밀리는 감이 있지만... 이 책의 개 이름은 짬뽕이다. 그러고보니 제목에 짬뽕이 있다. 짬뽕 도장! 어떻게 된 사연일까?

 

산속에서 죽어가던 강아지를 김차돌 할아버지가 구해주셨다. 할아버지는 오래된 태권도장관장님이었다. 짬뽕을 좋아하시는 관장님은 강아지 털색이 짬뽕이랑 비슷하다는 이유로 짬뽕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키워주셨다. 날로 쇠락해가는 도장에서 마침내 짬뽕이 유일한 수제자가 되었고, 관장님은 짬뽕이 자신만의 무술을 개발하는 것도 격려해 주셨다. 그러다 마침내, 돌아가시면서 도장을 짬뽕에게 물려주셨다. 짬뽕은 그렇게 <짬뽕 도장>이라는 간판을 걸고 관장이 되었다.

 

원래 안되던 도장이 갑자기 잘될 리는 없을 터, 나른하게 파리를 날리던 어느 오후 첫 번째 수련생 도토리가 왔다. 얘는 줄넘기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줄넘기를 못해서 친구들에게 놀림 받는다며. 짬뽕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줄을 엮어 도토리와 한바탕 놀아주었다. 아 그랬더니 줄 공포증 바로 극복!

 

두 번째 수련생은 마카롱오동통하고 볼록한 몸매 때문에 살 빼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아이. 살 좀 빼게 도와달라고 찾아왔다. 그런데 온 날부터 짬뽕과 도토리가 먹던 푸짐한 간식을 막 먹이는데 이게 살을 찌우려는 거야, 빼려는 거야? 하지만 빠진다! 의도했든 아니든, 짬뽕과 함께하면! 외로움과 무기력이 살을 찌우는 경우도 많으니까.

 

세 번째 수련생이 추로스얘는 글쎄 싸움 잘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네? 하지만 짬뽕에게 거절은 없다.

뭐든 배워두면 다 쓸데가 있는 법이다. 배운 걸 어떻게 써먹느냐에 따라 옳고 그름이 나뉠 뿐이지.”

이렇게 짬뽕은 할아버지가 생전에 하시던 말씀을 인용하는데, 이 책에 나오는 그 말씀들이 하나같이 어록이다. 말하자면 작가님이 거기에 주제를 담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리하여 짬뽕이 가르쳐준 싸움은? 아무도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은 싸움이라고 하겠다. 네 번째 수련생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이야기가 끝나는데, 이걸 보면 이 책도 시리즈? 표지에 1권이라는 표시는 없지만 2권이 나오려는 끝맺음인 것 같다.

 

언뜻언뜻 보일 듯 말 듯 깔아놓은 복선은 짬뽕의 과거와 관련된 것이다. 에필로그에서 그게 다 밝혀지는데 꽤나 감동적이다. 이로서 2권에서 함께하는 식구가 늘어난다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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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농촌 유학기 햇살어린이 94
이봄메 지음, 최명미 그림 / 현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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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었다. 잘 쓰신 동화라 생각했다. 근데 농촌 유학에 대해 내가 잘 모르는 점이 있다. 온갖 지원을 해주면서 농촌 유학을 유치하는데, 그게 진짜 농촌에 도움이 되는지. 그게 궁금하다. 농촌 유학을 가는 집들 중 “살아보니 좋더라” 하면서 귀촌을 하여 그곳에 정착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 같다. 말하자면 단기간 머무르다 다시 자신들의 도시 터전으로 돌아가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움이 될까? 유학을 가는 그 아이와 가정은 결단만 한다면 자연 속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며 확실히 좋을 거다. 하지만 그 아이를 잠깐 품었던 농촌은.... 달라지는 게 있을까? 폐교를 막는 것? 물론 그것도 중요하긴 하지. 일정 수준 이상의 인원이 있어야 유지가 가능하니, 단기간이라 하더라도 그 유지의 역할을 해주는 건 도움이 되는 것일까?

이런 걱정을 뒤로 하고, 실화에 가까운 이 동화의 내용은 참 흥미로웠다. 페이스북 친구 중에 작년과 올해 바로 이 책의 배경인 구례에서 농촌유학을 하고 계신 분이 있다. 그분이 올린 사진을 보며 늘 감탄하고 있던 중이라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고 당장 집어왔는지도 모르겠다. 부러워는 하면서도 나한테도 그런 결단이 가능할까 생각해보면 그건 아닐 것 같다. 일단 온 가족이 터전을 옮기는 것은 불가능해서 부부 중 한 명이 남고 한 명이 자녀를 데리고 가야 하는데, 내가 가는 역할을 맡을 자신이 없다. 촌락에서의 나는 정말 부진아 중의 부진아일 것이고, 벌레 한 마리에도 벌벌 떠는 의존적인 사람일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보니 서울서 나고 자란 나는 진짜 뼛속까지 도시 사람이구나, 나같은 사람이 너무 많은게 바로 문제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앞에서 말한 페친분은 부부가 번갈아 휴직을 하며 자녀들을 인솔했고, 주말에는 나머지 한 명이 먼 길을 달려 합류한다. 이와같이 일단 부모의 결단과 실행력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책에서는 엄마가 허리디스크로 웹디자이너 회사를 그만두며 제주도 1년살이냐, 농촌유학이냐를 저울질하다 농촌유학으로 결정했다.

이렇게 하여 화자인 려한이와 여동생 리유는 지리산 자락의 한 소규모 학교로 전학을 왔다. 1학년인 리유는 동네 할머니들과 함께 공부를 하고, 5학년인 려한이네 반은 총 4명인데 그중 둘이 농촌유학생이다. 레레라는 여학생은 피부가 검어서 려한이가 “한국말 잘하네. 어느 나라에서 왔니?”라고 물었다가 졸지에 편견을 가진 아이가 되어 버렸다. 레레 엄마가 나이지리아 사람이긴 하지만 레레는 여기서 나고 자란 아이였던 것이다. 레레 아빠는 이 마을 이장님이었다.

기대한 대로 이 학교 학생들은 혜택도 많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과 체험의 기회도 많았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나는 이 학교 교장선생님을 비롯 교사진들이 대단해 보였다. 나처럼 소통 범위가 좁고 평범한 사람에게는 안 맞는 일이었다. 거의 모든 활동이 마을과 연계되어 있었고(벼농사 등등), 자전거 완주 프로그램처럼 나도 못할 일들은 너무 난이도가 높았다.

그래도 부러웠던 것은 지리산과 섬진강이라는 아름다운 자연환경... 퇴직하면 좋은 계절에 이곳부터 여행해보고 싶다. 구례는 나 아주 어릴 적, 전라선 기차를 타고 외갓집인 광양에 가려면 순천에서 내렸고, 그 전 정거장이 구례여서 이름이 옛날부터 익숙했던 곳이다. 하지만 익숙할 뿐 가보지는 못한 곳.... 조만간 꼭 가보고 싶다. 나도 자녀를 이런 곳에서 키워봤더라면 아이들 마음에 평생의 아름다운 기억이 깔렸을 것 같다. 망설이는 분이 계신다면 등떠밀고 싶도록 부러웠다.

주변환경 뿐 아니라 학교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중에, 또 몇명 안되는 아이들끼리 부대끼는 동안 훌쩍 자라나는 려한이의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다. 실수도 많이 하고 실패도 했지만 그 가운데서 일어서고 깨닫고 점차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는 려한이를 보는 즐거움이 컸다.

매우 구체적인 상황을 그린 동화여서 약간 홍보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는데 워낙 내용이 좋아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홍보여도 좋다. 이 사례가 좀더 많아지면 좋지 않을까. 그리고 그중에 촌락을 사랑하고 그곳에 뿌리를 내리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한다면 그것이 바로 희망의 시작이 될 것이다. 여기가 아직은 희망이 남아있는 나라이길 바라며 이 책을 소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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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벽을 어떻게 넘을까?
니호 지음, 황진희 옮김 / 한빛에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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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의 은유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것을 떠올릴 것이다. 인생의 과제, 난관, 혹은 장애물.....

공통된 이미지라 해도 실전에서 그것을 대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불굴의 의지로 주변에 놀라움을 선사하며 넘는 사람은 화제가 되기도 하고 귀감이 되기도 한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렇게 저렇게 시도하다 때로 포기하기도 했다가 꾸준함으로 어찌어찌 넘기도 한다. 내가 바로 이랬던 것 같다.

범위를 좁혀서 교실 안의 과제 상황이라고 한다면, 일단 쉽고 편하고 재밌는 것 아니면 짜증부터 내는 아이들이 있다. 궁리해보는 게 일단 첫번째 단계인데 어쩌란 말이냐며 화부터 내는 인물.

그런가하면, 과제를 파악하고 지금 가능한 것과 어려운 것을 구분하며 어려운 것에 집중해 문제를 명료화하고 대책 논의를 이끄는 아이가 있다. 리더의 싹이 보이는, 흔치는 않은 인물이다.

가장 많은 케이스는 그 중간 어디엔가 속하는 아이들이다. 위의 리더가 있는 것에 반색하며 자기 의견을 내고 자기 한 몫의 기여를 하며 문제해결에 조력하는 아이들. 그보다는 못하지만 마지못해라도 꾸역꾸역 따라가는 아이들.

위와 같은 공통의 벽이 아니고 개인의 벽이라면 그 편차는 더욱 심할 것이다. 자신의 벽 앞에서 화를 내고 남탓을 하고 벽을 발로 차다 발가락 부러지는 인간이 바로 나라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이 책은 벽 앞에 선 나의 모습을 비춰주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벽도, 그 벽을 넘는 방법도 다양하다는 것을 재미나게 보여주며 벽 앞에서 궁리와 도전을 좀 더 해볼 용기를 주는 책이다.

높다란 철벽같던 벽은 의외로 그리 견고하지 않은 벽이었을 수도 있다. 고마운 도움이 다가올 수도 있고 운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극적인 장면은 이런저런 궁리와 시도 끝에, 여러 번의 도전 끝에 그 벽을 넘어가는 장면이다.

인생에서 이런 장면, 누구에게나 있어야 인생의 맛을 느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거기서 본 그 너머의 풍경은 얼마나 아름답고 시원할까? 비록 그 풍경이 곧 일상의 풍경이 되면 시들해질지라도. 곧 새로운 벽이 또 내 앞을 가로막는다 할지라도. 그게 인생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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