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한눈에, 아롱다롱 민족의상 천개의 지식 14
마츠모토 리에코 지음, 다케나가 에리 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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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제의 책이 보편적으로 널리 잘 팔리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해주신 출판사에게 감사를.... 정확히 말하면 개인으로보다는 이 책을 필요로하는 현장의 교사로서 감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이런 책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다 써먹을 데가 있다.^^

문학교육으로의 독서교육이 우선 매우 중요하지만, 나는 수업자료로서의 독서교육에도 큰 비중을 둔다. 즉 비문학도서에 대한 독서교육인데, 이것이 평생학습의 기반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세상이 된 지금에도 책을 통해 정보와 배움을 얻는 일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며 어릴 때부터 조금씩 이루어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이 책을 골랐다!^^ 떠오르는 수업 장면이 있어서였다. 2학년 아이들과 <두근두근 세계여행>이라는 단원을 공부할 때였다. 도서관에서 관련이 있는 책들을 모두 골라내 바구니에 담아 대출해서 단원 공부하는 내내 교실에 두고 틈틈이 읽게 했다. 이런 주제는 억지로 권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좋아한다. “우와~~ 신기하다, 이런 게 있어!” 하면 “어디, 어디?” 하면서 머리를 맞대며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배움을 얻어나간다. 그런 장면을 보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다시 바구니를 구성한다면 이 책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놓을 것이다. 아니 그러지 않아도 아이들은 흥미있는 책을 귀신같이 잘 골라낸다. 위에서 말한 단원의 차시 주제 중 하나로 ‘세계의 전통의상’이 있다. 바로 딱 이 책의 내용이지 뭐야! 이 책을 차근차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반 이상 수업을 했다고 할 수 있겠다.(빅북도 나오면 좋겠다) 그리고 표현활동으로 세계의 전통의상을 그리거나 만들어보는 활동이 나오는데, 그때 이 책을 차지한 아이는 땡잡은 거지! (쟁탈전이 벌어질까 걱정^^) 이 책이 없을 때도 그 수업은 재미나게 잘 진행됐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보니, 와 이 책은 정말 많은 나라를 다뤘구나, 중요한 설명을 상세히 해줬구나, 의상의 특징을 잘 잡아서 그렸구나. 뿐만아니라 그림들의 색감이 좋고 예뻐서 의상 하나하나에 더 관심을 갖게 해준다. 우리나라 한복이 좀 밋밋해 보여서 아쉬울 정도다.    
       
그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색연필 종류로 채색한 것 같은데, 이것도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는 좋은 점이다. 경계가 명확해서 아이들이 따라 그리기에 좋다. 아이들 그림은 참 멋지다. 아마도 원작에 버금가는 멋진 그림들이 많이 탄생할 것이다.^^

여객선도 뜨지 않는 코로나 시대에 세계 여러나라에 대한 책을 보고 있자니 감회가 새롭다. 나나 교실 아이들이나 코로나 이전에도 주로 이렇게 책으로 간접경험을 했었지만, 가려고 해도 갈 수 없는 것과는 다르니까 말이다. 부디 세상은 부지런히 오고가고, 그 와중에 나와 아이들은 이 책으로 세계여행을 꿈꾸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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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5반 불평쟁이들 큰곰자리 53
전은지 지음, 이창우 그림 / 책읽는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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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님의 책을 많이 읽진 못했는데(장래희망이 뭐라고, 엄마 때문이야 이렇게 두권 읽음) 갈수록 더 재미있어지는 느낌? 아이들의 입을 통한 입담이 아주 자연스러우면서도 재미나고 캐릭터가 펄펄 살아있다. 그 캐릭터가 현실 캐릭터여서인지 어쩐지는 몰라도 사랑스럽기만 하지는 않았다. (헉... 죄송합니다. 저는 아이들이라고 무조건 예쁘진 않아요.)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이 학급을 머리속에 그려봤는데, 맡고 싶은 학급은 아니었다. 아주 심각한 문제나 학폭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쎈척에다 대장노릇 일삼는 정일태, 배려없이 제잘난 맛에 사는 신다혜, 으르렁쟁이 명은희 이 셋의 조합만으로도 화기애애는 물건너갔기 때문에 학급세우기에 상당한 에너지와 주의깊은 관찰력이 요구된다. 피구시합 하나도 즐겁게 마치지 못하고 고래고래 남탓에 성질부리는 아이들. 동화로 읽기엔 재미있겠지만 실제라면 손을 써야 하는 학급이다.

담임인 구덕이 선생님이 아이들과 한 활동도 그런 차원이었을거라 짐작한다.
1. 나 자신에 대한 불만 한가지
2. 내가 부러워하는 친구와 이유
이 두 가지를 적게 한 것이다. 이에 대한 다섯 친구+선생님의 이야기, 도합 여섯 꼭지가 바로 이 책의 내용이다.

신다혜는 공부를 아주 잘하고 똑똑하지만 친구들에게 '재미없다'는 평을 들으며 인기가 없다. 재미없다는 그나마 순화된 표현이고 노골적으로 말하면 밥맛없다가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다혜는 잘하는거 하나 없는 땅꼬마 차현수가 웃긴 소리 한마디로 인기를 얻는 게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부럽다.

운동을 엄청 잘하는 명은희는 피부색이 너무 진한 게 콤플렉스다. 노상 으르렁대는 앙숙이지만 피부가 하얀 신다혜가 부럽다.

키가 작지만 친구들과 운동경기하는 걸 좋아하는 차현수는 집이 가난해서 야구중계도 제대로 못보고 야구공 하나 자기것이 없어서 속상하다. 넉넉한 집의 외아들이라 모든 것이 혼자만의 소유고 마음도 넉넉한 선우가 부럽다.

윤선우는 정일태가 너무 싫으면서도 부럽다. 소심하고 여성적인 선우는 제멋대로 친구들을 부리는 일태에게 마음속으로는 따박따박 따지지만 그 말을 입밖으로 내뱉지는 못한다. 하고 싶은 말 맘대로 하고 쎄 보이는 일태가 부럽다.

피구를 너무 못해서 팀을 정할 때 핑퐁 신세가 되는 송나림은 뚱뚱한 게 고민이다. 요리를 잘한다는 자랑거리가 있음에도 체중과 연결지어 놀림당할까봐 말도 꺼내지 못한다. 피구시합 때마다 나림이가 자기 팀에 들어올까봐 쌍심지를 켜는 명은희지만 먹어도 살 안찌는게 너무 부럽다.

마지막으로 구덕이 선생님. '덕이'는 예쁘지만 성을 붙여보라... 선생님은 평생을 시달려왔다. 거기다 이름이 전면에 드러날 수밖에 없는 교사라는 직업까지 갖게 되었으니.... 학급에서 제일 예쁜 이름을 가진 나림이가 부럽다.

이렇게 부러움은 돌고 돈다. 물론 이것은 이상적인 경우고 보통의 경우엔 부러움도 집중된다. 하지만 의외의 반전은 어디에나 있는 법. 실제로 이런 활동을 한다면 의외로 고무되는 아이도, 그 와중에 남모르게 더 상처받는 아이도 있을수 있다. 자존감이 없는 아이는 자신을 부러워하는 타인의 멘트에도 '겨우 그런게 부러운 거라니...ㅠㅠ' 하면서 더 자학한다.

건강한 자존감은 평상시에 꾸준히 키워가야 한다. 누구 한 사람의 노력으로 극복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기회를 가지려는 노력은 다각도에서 해야 하는게 맞다. 그 한쪽 노력을 구덕이 선생님이 하고 있는 것처럼. 똑같은 활동을 하기엔 운영의 묘가 많이 필요하고 상황도 따라줘야 하지만, 누구에게나 장점도 단점도 고민도 콤플렉스도 있다는 것, 나의 콤플렉스가 타인에게는 부러움일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것은 중요할 것 같다.

좋은 방법이 있네! 이 책을 읽으면 되잖아!!^^ 자신을 직접 다루기보다 대리 인물들을 넣어 간접적으로 다루는 건 정면돌파를 꺼리고 소심한 내가 자주 사용하는 전략이다. 근데 뭐,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하는 건 직업병이고, 이 책은 재밌다. 그러면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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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화가 났어? 울퉁불퉁 어린이 감성 동화 1
톤 텔레헨 글, 마르크 부타방 그림, 유동익 옮김 / 분홍고래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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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우화 모음 같은 그림동화책이라 가볍게 넘기다가, 엥???? 하면서 자세를 고쳐앉게 되었다. 어떤 편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럴수가!! 나는 확실히 철학적 내용에 약한가보다.ㅎㅎ
제목이 알려주듯 모두 '화'에 대한 이야기다.
화를 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화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1편 <외로운 너구리>에서는 태양에게 화를 내는 너구리가 나온다. '이번 한번만 지지 말라'고. 이 부질없는 요구를 진심으로 발을 쾅쾅 구르며, 서러워하고 원망하면서 한다. 결국 자신을 무시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태양이 막 넘어가는 붉은 벌판에 혼자 서있는 너구리는 '외로움'의 상징 같다. 이런 사람이 은근히 많다. (나도 비슷한 짓을 했던 적이 있을 것 같다.) 아이들 중에도 당연히 있다. 말이 안되는 요구를 하며 분노조절을 못하는 아이들. 그래놓고 나를 미워한다며 주변을 원망하는 아이들. 이 이야기를 읽으면 거울처럼 자신을 보게 될까?

2편 <나무에 오르고 싶은 코끼리>에서 코끼리는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낸다. 두 자신이 서로와 대화하며 싸운다. 하나는 나무에 올라가겠다고, 하나는 올라가지 말라고. 구제불능이라 욕하기도 하면서. 끝내 코끼리는 끝까지 올라갔지만, 다음 순서는 곤두박질! 코끼리의 내적 갈등을 어떻게 봐야할까? 자신을 향해 내는 화. 이것도 평범한 이들의 일상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3편 <지렁이와 딱정벌레, 누가 더 화가 났을까?>에서 지렁이와 딱정벌레는 싸운다. 서로 자기가 더 화났다고. 어찌나 화를 내는지 고래고래 소리지르다 못해 이글이글 눈에서 나온 불꽃이 잔디를 사를 정도다. 그렇게 몇시간을 싸우다 밤이 되었는데, 이들의 마무리에 웃음이 실실 나온다. 그동안 낸 화가 아깝다 이녀석들아. 그럴 걸 왜 싸운거야? 아니 그렇게 싸웠으니 화해도 있는 건가? 싸우고 나야 해소되는 것도 있으니 일단 싸우게 두고 마무리를 아름답게? 글쎄, 어려운 문제다.^^;;;

<생쥐와 가재의 가방>은 특히 의미심장하다고 느꼈다. 어른들끼리도, 아이들하고도 나눌 이야기가 많다. 가재는 가방을 가지고 생쥐 집을 방문했다.
“저는 가재입니다. ‘화’를 보시겠습니까?”
“화내고 싶으면 그냥 화내면 되는 거 아닌가요? 저절로 화가 나잖아요.”
“그렇지만 언제나 상황에 맞게 화가 나던가요?”
이 질문에 머뭇거릴 수밖에. 가재는 가방에서 여러 종류의 ‘화’를 하나하나 꺼냈다. 순간적으로 났다가 금방 사라져버리는 연한 붉은 색의 화, 주름진 회색빛 짜증, 자주색의 분노와 녹색의 질투.... 가방 바닥에서 언뜻 보이는 파란색에 생쥐가 관심을 보이자 그것은 ‘화’가 아니라고 한다. 더 깊은 슬픔이라고. 그것의 이름은 ‘우울’이었다. 우울을 걸친 생쥐가 먼곳을 바라보며 내쉬는 한숨이 슬프다. 하지만 누구나 그럴 때가 있으니.

<화내지 않는 다람쥐>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땃쥐는 남의 감정을 격동시키려는 이들을 상징하나? 왜 그런 사람들 있잖아. 남을 충동질하고 거기에 동요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더 길길이 분노하는.... 다람쥐는 땃쥐의 격발에도 끝까지 화내지 않았다. 땃쥐는 쓸쓸하고 우울하게 퇴장한다. 아마도 동요하지 않는 다람쥐의 모습이 자존감에 더 상처를 준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다람쥐가 너무한 건가? 감정에 대응하지 않는 것도 잔인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어쩌면 그냥 땃쥐의 문제일 뿐일지도 모른다. 그를 도와줄 만큼 다람쥐가 오지랖이 넓지 않을 뿐이고.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일에 속한다. 나의 한계로는 그렇다.

<양보하기 싫은 하마와 코뿔소> 이야기는 ‘화’를 주제로 한 이야기 치고는 웃기고 경쾌하다. 좁은 길 가운데서 하마와 코뿔소가 만났다. 둘은 서로 비켜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둘은 마주보고 앉았다. 가져온 풀도 나눠먹었다. 같이 춤까지 추었다. 하지만 비켜주진 않았다. 결국은 날이 어두워 둘은 되돌아갔다. 정겨운 인사를 나누며.ㅎㅎㅎ 이건 ‘귀여운 똥고집’에 해당되나? 얘네들은 다음에 만나면 누군가가 양보를 할까? 아니면 서로 양보하겠다고 싸울까? 헤어지면서 “다음에 만나도 비켜주지 않을 거다.”라고 큰소리치기는 했지만.^^

마지막 편 <화가 모두 사라진 날>에서는 화라는 감정도, 어떻게 내는 건지도 모두 잊어버린 동물들이 어쩔 줄 모르고 모여 앉아있다. 어느 순간 되살아난 ‘화’에 환호하는 동물들. 그들은 비로소 어쩔 줄 모르는 상태에서 좀 벗어나 홀가분한 듯이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영화가 우리에게 말해주었듯이 어떤 특정 감정이 악은 아니다. 모든 감정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고 그것을 잘 표출하는 기술과 알아차림이 중요할 뿐이다. 억압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부른다. 이 책은 ‘화’를 중심으로 해서 그것을 잘 말해주는 것 같다.

열두 편이 실려있는데 내가 다 이야기하지 않은 이유는? 글이 너무 길어져서이기도 하지만 어떤 편은 아리까리 좀 이해가 안가서리...^^;;; 나중에 다시 보면 이해가 갈 수도. 또 아이들은 그냥 바로 이해할지도 모르고.

감정을 다루는 많은 동화책과 그림책들이 있는데 이 책은 그 책꽂이 잘 보이는 곳에 꽂아놓을 책이다. 이중에 어떤 편을 아이들에게 들려주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열두 편이나 되니 풍성하지 뭐. 그리고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 그림이 아주 훌륭하다. 매우 정성스러운 그림일 뿐만 아니라 그림 자체에서도 느낌이 물씬물씬 난다. 판형도 크고, 생각보다 두껍고(편수가 많으니), 그림도 좋고, 캐낼 거리도 많고. 여러모로 흡족한 느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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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개들 - Time of Dogs 생각곰곰 6
안승하 지음 / 책읽는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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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정보그림책' 이라고 하기엔 너무 재밌다고나 할까. 이야기가 아니니 서사가 재밌는 건 아니다. 이 책의 재미는 곳곳에서 발견되는 익살스런 표현방식,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창의력 넘치는 컨셉이라고 하겠다. 여기저기서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해본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통합적 창의력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타임지를 연상시키는 표지에는 개와 마이크를 배치함으로써 개를 '인터뷰하는' 책임을 알게 해준다. 인터뷰어는 고양이 해피. 적절한 설정이다. 개와 고양이는 완전히 다르니까. 인터뷰 대상이 '일하는 개들'인데 '일하는 고양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후기에서 해피는 이렇게 말한다. "사실 고양이 입장에서 바라본 개들은 지나치게 유쾌하거나 부지런하고 너무 시끄러웠어요. 하지만 직접 만나 보니 그런 개들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다른 생명을 사랑하고 함께 살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뷰한 개들을 소개하면 이렇다. 동물배우견 네오폴리탄 마스티프, 심리치료견 케이스혼트, 공혈견 그레이하운드, 맹인안내견 리트리버, 독서도우미견 닥스훈트, 청각도우미견 시추, 감역탐지견 비글, 썰매견 사모예드, 경찰견 도베르만, 폭발물 탐지견 셰퍼드 등등..... 개들 고유의 성격과 능력에다 적절한 훈련이 더해져서 사람이 할 수 없는 일들을 하며 사람의 소중한 친구로 견생을 보낸다. 내용 중에 투견이 있어서 맘이 좀 그랬다....ㅠ 엄연히 있는 것을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건 정말 마음을 합해 없애야 할 일이다. 이어서 나오는 경견도 마찬가지. 이들은 인간의 '눈요기'를 위해 희생된다는 점에서 다른 '일하는 개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굳이 이 내용을 넣은 것은 이런 생각을 유도하기 위해서였을 거라 짐작한다.

모든 개들은 '펠트 콜라주'라는 기법으로 표현되었는데, 물론 사진만큼은 아니지만 견종별 특징이 잘 나타나게 동작과 표정, 털의 색깔과 질감까지 잘 표현되어 있어 감탄하며 읽게 된다. 내용 구성과 함께 표현기법도 새롭고 눈길을 끈다.

좀 웃기는 얘긴데, 딸이 책 제목을 보더니,
"푸들도 있어? 없지?"
(우리집 개가 푸들. 정확히 말하면 말티푸.)
"그럴 줄 알았어. 푸들이 셰퍼드보다 똑똑한데 군견이 못되는 이유가 뭔지 알아? 지 하기 싫은 건 절대 안해서야."
"영리하기만 하고 이기견이란 소리네."
"글치ㅎㅎ"

그러잖아도 개가 말썽부려 혼낼 때 내가 그랬었는데.
"야, 너는 대체 하는 게 뭐냐? 썰매를 끌길 하냐? 신문을 물어다주길 하냐? 먹고 자고 산책하고. 니 팔자가 부럽다!"
하지만 생명은 그 자체로 이쁜 것. 고양이도 일은 안하지만 이쁘듯이. 하지만 <일하는 개들>에겐 특별히 고맙지. 미안하고 안쓰럽고. "얘들아 고맙고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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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 행복한 장애인 미래로 가는 희망 버스 5
김혜온 지음, 원정민 그림 / 분홍고래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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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가는 희망버스 다섯 번째 책이 나왔다. 이 시리즈 참 알차다. 나는 재개발과 에너지, 두 권을 읽었는데 초등용 만이라고 하기엔 내용 욕심(?)을 포기하지 않은 책들이라고 느꼈다. 흥미와 관심 유발 정도를 목표로 하는 가벼운 책들도 필요하지만 이렇게 내용을 꾹꾹 눌러담은 책들도 필요하다. 독서력이 좀 있어야 읽을 수 있겠지만 중학생 정도까지 폭넓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분야의 적임자가 집필하셨다는 점도 좋다. 이 책을 쓰신 김혜온 선생님은 일단 장애학생들을 지도하는 특수교사이시고, 장애아동들의 삶에 애정을 담아 작품을 쓰시는 동화작가이며 젊은날 노들야학이라는 장애인 야학에서 교사로 일한 귀한 경험으로 그들의 삶과 아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분이다.

이 시리즈는 '희망 버스' 라는 판타지 소재로 주인공들을 과거, 현재, 미래로 자유자재로 이끌 수 있다. 이 책에서도 그 장점이 빛났다. 과거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어둡고 힘들고 암담하고 처절하다. 그 처절함이 현재를 이끌었다. 많은 면에서 과거보다는 나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미래는 아름다운 상상이다. 요즘들어 미래에 대한 전망을 이렇게 아름답게 한 책을 거의 못본 것 같다. 하지만 그 상상이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라서 마음이 좋았다. 마음만 있다면, 합의만 된다면 기술적으로는 가능해보이는 것들이었다. 제목 그대로 '희망' 버스의 아름다운 결말이었다.

이 가운데 민이가 장애인 짝꿍 솔비, 존재조차 모르게 시설에서 살았던 삼촌을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부분(문학), 장애인들이 권리를 얻기 위해 싸워온 역사와 정책, 용어 등에 대한 정보 부분(비문학)이 잘 어우러져 몰입감도 있고 적절한 정보도 쌓을 수 있는 알찬 책이 되었다.

민이의 6학년 첫 짝꿍은 휠체어를 타는 솔비. 민이는 이미 작년에 자폐성 장애를 가진 재현이와 같은 반을 해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비에게 도움을 줘야 하는 상황이 달갑지 않아 툴툴거린다. 그런 말에 어두운 표정을 짓던 아빠가 폭탄선언처럼 알려준 사실. 아빠에게는 동생이 있었다. (민이에겐 삼촌) 어릴때 열병을 앓고 뇌성마비 장애인이 된 삼촌은 학교에도 못가고 집에 갇혀 지내다 시설에 맡겨졌다. 이후 30년간, 가족과도 단절된 채 시설에서만 지냈다.

삼촌이 지낸 시설은 뉴스에 나오는 학대와 노역이 있는 곳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정도도 고마운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 자기결정권. 그것이 없는 삶은 의미없고 무료했다. 그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삶이었다. 삼촌은 더 힘든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을 알면서도 시설 바깥의 자기주도적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다.

쉽게 '시설'을 생각했던 나를 돌아보게 됐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한국에는 장애인이 없더라" 했다는 말이 부끄럽다. 구별하고 분리하는 방식으로 우리는 장애인들을 대해 왔다. 하지만 우리의 지향점은 장애가 하나의 특징으로 이해되고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 없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세상이다. 언젠가 두 팔이 없는 장애인인 특수교육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러 간 적이 있었는데 그분이 전제로 하신 말씀이 이것이었다. "앞으로는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의 경계가 무의미해질 것이다." 온전한 통합교육. 그것을 위해선 교사들도 학생들도 학부모들도 어느정도 같은 관점과 이해를 가져야 한다. 이 책은 그 기초를 놓을 만한 튼튼한 내용을 갖추었다.

과거로 간 희망버스에서 장애인들이 이동권을 위해 처절히 싸우는 모습이 눈물겨웠다. 나라면 그러지 못했을 것 같다.... 민폐 끼친다는 비난에 움츠러들어 평생을 좁은 공간에 나를 가두고 무력한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분들은 거리로 나섰다. 조금의 불편을 참지 못해 이들에게 욕을 퍼붓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들을 통해 눈을 뜨고 사재를 털어 장애인들의 생활공간 '평원재'를 지은 고 이종각 선생 같은 분도 있다. 그외 이름을 남기지는 못했어도 그들의 옆에서 함께해준 많은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이런 분들이 있어 세상은 조금씩 진보한다.

그 진보는 미래로 간 희망버스가 아름답게 보여준다. 유니버설 디자인, 배리어 프리 같은 용어들이 이를 잘 설명해준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특별한 요구가 해결된다면 장애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했다는데, 위에서 쓴 교수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다. 마치 내가 안경으로 시력교정을 하고 정상인으로 사는 것처럼....(안경이 없다면 난 직장생활을 할 수 없다) 미래에는 더 발달한 기술로 다양한 교정 제품들이 나와 장애인들의 필요가 해결되면 좋겠다.

기술적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느 문제나 그렇듯 마음가짐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마음가짐. 그것을 바꾸는 것은 지난한 작업이다. 하지만 과거로 간 희망버스에서 본 처절함에 우리가 놀라고 눈물 흘렸듯이, 미래는 지금의 문제들이 좀더 해결되어 있을거라 믿는다. 이 책이 많이 읽힐 수록 그 일에 조금 더 가까이 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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