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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다!
쓰쓰이 도모미 지음,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20년 7월
평점 :
도서실 지난 수서때 신청했던 책이다. 작가 이름은 처음 보는데, 그림이 요시타케 신스케여서 신청했었나보다. 웃음지을만큼 꽤 재밌기도 하고 사소하지만 살짝 거슬리는 대목도 있고 그랬다. 일본 작품의 번역체는 역자가 달라도 뭔가 공통된 느낌이 있다. 일단 문장이 간결하다. 표현은 잘 못하겠는데 익숙한 어떤 느낌이 있다. 일본어를 몰라서 그 느낌의 근원이 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이 책도 무심한듯 간결한 문장 속에 수많은 감정들이 들어있는게 느껴진다.
스무 명의 아이들이 한꼭지씩 '멋지다'를 이야기하는 구성이다. 거기에는 언뜻 멋질 리가 없어보이는 것들도 들어있다. 예를 들면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는 일, 콧구멍에 휴지가 박히는 일, 아무리 해도 잠이 안오는 일, 보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일 등등.... 하지만 읽다보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뭐 정확히 공감하지는 못한다 해도.^^ 모든 것에서 긍정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건 아이들이 가진 대단한 능력 아닌가. 그걸 어른들이 일깨워주지는 못할망정 "그까짓게 뭐 대단한 거야?!" 이러면서 초를 치지지는 말아야겠다.
아주 아이스러운 '멋지다'도 있었다. 학교 화장실에서 아무리 물을 내려도 안내려갈 만큼 크고 굵은 똥. 그걸 보고 "우아, 대단하다. 나도 저런 똥 한번 쑥 싸 보고 싶은걸." 하는 이야기는 웃음이 난다. 벚꽃잎이 가득 쌓인 길을 맨발로 걸어본 아이의 이야기, 주먹밥을 좋아하는 아이가 할머니와 함께 주먹밥을 만들어본 이야기, 애착이불이 아닌 애착'타월'이 너무 소중한 아이 이야기 등은 아주 생생하면서도 공감이 갔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걸리는 부분은 이런 거였다. [빡빡머리, 멋지다]꼭지에서 아이는 빡빡머리를 해보니 생각보다 멋지다고 말하는데, 머리를 민 이유가 특별활동 연습을 몇번 빠져서였다니 이게 무슨 말이야? 부모가 억지로 깎였다는 말인가? 그래서 화는 났지만 깎아놓고 보니 멋있다는 말인데, 이건 납득되지 않았다. 너무 미개한 일 아닌가?
[고추, 멋지다]는 아빠랑 목욕하면서 있었던 일인데 음냐... 뭔가 반 아이들이랑 읽기는 민망하달까?^^;;;
[남자끼리, 멋지다]는 남자 4인조가 한명 집에서 놀다가 뒤뜰에 심은 양배추에 함께 오줌을 갈기고, 어느날 보니 그 양배추가 훌쩍 커져 있더란 얘기였는데, 공공장소도 아니니 도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이런 행위로 남성성을 강조하는 것 또한 아주 미개하게 느껴진다. 작가분이 연세가 많으신가? 작품을 발표할 때 이런 점은 고려하시는게 어떨까 싶다. 내가 이런 민감성에서 평균보다 높은 사람도 아닌데 말이다.
이렇게 입안에 걸리는 가시가 좀 있긴 했었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함께 활동해보고 싶은 이유는 아이들에게도 '멋짐'을 발견해주고 싶어서다.
"나에게도, 너에게도, 우리 모두에겐
'멋지다'가 들어있어.
마음속에도 몸속에도 가득
한가득 들어있어."
이런 작가의 서문처럼 말이다. 학급책 만들기 활동으로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한 학급 20명 아이들의 이야기인데 여기저기서 같은 고양이가 등장한다는 것도 재미있는 점이었다. [쓸쓸함, 멋지다]를 쓴 아이는 그 고양이 옆에 앉아 자기 이야기를 쏟아 놓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는 고양이. 그 이야기를 나누던 반 아이들은 '고양이 신문'을 만들기로 한다. 아이는 왠지 기운이 나는 걸 느끼며 '쓸쓸함도 멋지다'라고 결론 내린다.
담임선생님이 게시판 한쪽에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아이들은 각자 작성한 기사를 가져다 붙인다. 그 '고양이 신문'이 책에 실려 있다. 기사라고 하기엔 자기 이야기거나 단상에 불과하지만 앞에 나온 어떤 이야기의 주인공인지 연결이 되기도 해서 귀엽고 재미있었다. 가장 돋보이는 건 그림이었을거다. 신스케의 그림인데 안그럴 수가 없잖아?^^
'멋지다'를 찾아내는 긍정의 아이콘이 아이들이라 해도, 요즘엔 이 아이성을 잃어버린 아이들도 많기 때문에 발상에 난관이 예상된다. 물론 기발한 '멋지다'로 감탄을 선사하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의 어린시절이 그랬듯이 뭐하나 내세울게 없다고 느끼는 아이들도 있다. 작가는 몸이 약하고 이렇다할 재주도 없었는데 그 가운데서도 "나는 인간이라고 하는 존재를 싫어하지 않았다. 왠지 귀여운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나는 어떤 일이든 '멋지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라고 고백한다. 안되는 일은 안되는 거다 -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보자 - 오 멋진데? 이런 과정이었을 거라고 짐작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나와 아이들의 '멋짐'을 열심히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