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환경일력 365 - 날마다 지구하자
지구하자 초등환경교육연구회 지음 / 시대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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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력이라는 종류의 책을 처음 가져본다. 탁상형의 스프링제본이 튼튼하고 쓸모있어 보인다. 이런 외형보다도 더 쓸모있는 것은 내용이다. 365일을 환경 지식과 활동으로 채운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협업이라서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구하자라는 이름의 초등환경교육연구회. 이름이 참 좋다. ‘지구를 구하자라는 문장이 떠오르기도 하는 이 낱말은 땅이 오래도록 변함이 없다는 뜻이라고 한다. 훌륭한 교사모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한 장씩 넘기는 이 책은 매 장마다 간단한 본문과 한문장의 활동으로 되어있다. 예를 들면 19일에는 기후 위기라는 용어의 해설이 나오고 기후 변화에 대한 영상을 보고 기후 위기에 대해 생각해 보자라는 활동이 나온다. 그 옆에 QR코드가 찍혀있는 것을 보니 영상도 제공해 주는 것이다. 이처럼 알차게 하루하루가 진행된다.

 

매달 새로운 달의 이름이 제시되는데, 이렇게 달마다 환경과 관련된 달의 이름이 있는지 몰랐다. 1월은 기후의 달, 2월은 자원순환의 달, 3월은 공기의 달, 4월은 생태 감수성의 달, 5월은 생물다양성의 달.... 이런 식이다. 내용도 대체로 이 달의 이름과 관련되게 구성되어 있어 짜임새가 아주 좋다. 예를 들면 28일에는 음식쓰레기 분리배출을 설명하고 음식물 쓰레기로 버릴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찾아보자라는 활동이 제시되어 있는 식이다.

 

본문 내용은 짧고 어렵지 않아 매일 보기에도 부담이 없는데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이 실천이다. ‘활동중에는 쉽사리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운 것들도 보인다. 당연한 일이다. 실천이 쉽다면 지구가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겠지.... 하지만 되든 안되든 지구에 필요한 일을 매일매일 하나씩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환경문제는 교육으로도 개인의 실천으로도 어려운 점이 지속성이다. 놀라고 걱정하다가 어느새 스을쩍 잊어버리고 제자리로 돌아가버리는 관성. 그것이 문제다. 이 일력은 그런 우리를 잡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년 지나면 버려야 하는 책도 아니다. 완벽하게 실천했을 리가 없으니까(?....^^) 다시 시작해볼 수도 있고, 교사라면 새 학생들과 새롭게 시작해도 좋을 듯하다. 어쨌든 신경쓰이는 일력 한 권이 눈앞에서 항상 얼쩡거리는 것은 좋은 일이다. “너 그래두 되니? 그건 아니잖아.” 라고 말해주는 존재. 환경문제는 이제 인류에게 선택이 아니고 절체절명의 막다른 골목인 바, 우리를 일깨우는 무엇인가는 꼭 필요할 것이다.

 

학급 아이들과 매일 잠깐씩의 시간을 들여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찬찬히 넘겨본다. 물론 일력의 특성상 내용적으로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그렇게 학습의 확대가 이루어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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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그림책
벤야민 고트발트 지음, 윤혜정 옮김 / 초록귤(우리학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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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니! 놀라운 그림책을 또 한 권 발견!! 이제까지 이런 그림책이 있었던가? 내가 그림책을 그렇게 많이 본 건 아니라서 단언할 수는 없지만 처음인 것 같다.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좋은 아이디어를 그동안 아무도 생각을 못했다니 말이 안 되는거 같은데? 만약 그렇다면 일종의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게 아닐까? 너무나 멋지고 재미있는 달걀이다.^^

 

'소리'를 표현한 그림책이다. 제목이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그림책> 그림책이 시끄럽다니? 어떻게 표현을 했길래? 너무나 궁금해진다. 책장마다 온갖 의성어들이 춤을 추는게 아닐까 짐작했다. 그러면서, 그걸 어떻게 번역했을까 궁금했다. 아 그런데 책장을 열어보니 이런 반전이! 글자가 하나도 없어! 엥 분명히 표지에 역자가 있었는데 뭘 번역하신 거여? 서문이랑 작가의 말 정도만 번역하셨나보다. 본 내용이 시작되면서부터 글자는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의성어의 난무는 독자들의 몫인 것이다. 작가가 아니고.

 

작가는 그저 자신이 찾은 소리들을 모아 열심히 그려주었을 뿐이다. 작가의 말에 보니 160여 가지나 되는 소리를 모으느라 가족이나 친구들의 도움도 받으면서 애를 쓰신 것 같다. 그리고 '마치 그 소리가 들리는 듯한' 장면을 한 장 한 장 그리는데 공을 들였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그림책 치고는 상당히 두꺼운, 164쪽이나 되는 그림책이 탄생했다. 그 그림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림이 들려주는 소리를 들어 보세요.”

실제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다채로운 소리의 향연인 그림책.

 

이 책은 읽기만으로도 좋지만 아주 다양하게 활용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가정에선 형제들끼리, 혹은 부모가 아이와 함께 놀이책으로도 활용 가능하고, 교실에서는 더욱 쓰임새가 많겠다. 누구나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쓰임새는 당연히 의성어. 이 수많은 페이지의 어느 장면이나 수업에 활용할 수 있다. 개 짖는 소리는 항상 멍멍으로 들리지 않으며 매미 우는 소리 또한 맴맴이 다는 아니다. 전에 그런 수업을 하고 시로 써본 적도 있었는데, 그런 수업에 이 책을 활용하면 너무 훌륭한 시각자료가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 쓰기 뿐 아니다. 이야기 만들기로 이어갈 수도 있겠다. 이야기의 도입은 아주 중요한데 의성어로 시작되는 도입도 흥미진진한 방법 중의 하나다. 게다가 장면까지 있으니 서사를 만들기 아주 좋은 자료다.

 

바로 그런 발상을 바탕으로, 출판사에서 제작한 카드도 제공된다. 설명서에 의성어 말하기와 이야기 만들기, 이렇게 두 가지 놀이방법이 제시되어 있다. 24장이 살짝 아쉬운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펴보니, “더 재미있는 카드 놀이를 만들어 보세요.” 라는 안내가 되어 있다. ! 좋은 생각이다. 미술활동 쪽으로 확장해도 좋겠다. ‘소리가 날 듯한 그림을 그려 보세요.’ 이것도 미술 시간의 좋은 아이템이 될 것 같다. 근데 그것과는 별개로 장수를 더해서 카드게임을 선택 부록으로 출시하면 어떠실까 싶은데.... 저작권 문제가 있으려나?^^;;;

 

17000원이라는 금액이 적은 것은 아니라 해도, 이 책을 보면서는 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빼고 모든 물가가 좀 내려서 책의 가치가 그만큼 올라갔으면 좋겠다. 근데 실상은 장바구니 물가가 너어무 올라서 오히려 책은 웬만하면 사지 말자가 되어가고 있으니.... 안돼~~~ㅠㅠ 어쨌든 나는 이 책을 잘 활용해서 본전의 열 배는 뽑을 것이다. 그러고도 남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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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8 13: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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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1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야기 귀신이 와르릉와르릉 1 - 딱 하나만 들려주오 초승달문고 49
천효정 지음, 최미란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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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부적 이야기꾼 작가님들을 보면 이야기 주머니를 갖고 계신 것 같다고 표현하곤 했는데, 이 책에 바로 그 이야기 주머니가 나온다. 물론 내가 생각한 이야기 주머니는 좀 성격이 다르다. 이 책의 주머니는 모아서 넣어놓는 주머니였고 내가 생각한 건 화수분 같은 주머니다. 천효정 작가님이 갖고 계신(계시다고 내가 생각하는) 주머니가 바로 그 화수분 주머니다. 작가님의 노력을 깎아내리고 싶은 게 아니고, 정말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서사력이라서 그렇다. 타고난 이야기꾼!

 

벌써 10년이 지났나? 싶은 작가님의 첫 수상작, 삼백이 시리즈와 느낌이 비슷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이런 작품이 또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도 반갑다. 삼백이 시리즈는 교실에서 널리 읽히고 있고 아직도 열기가 전혀 식지 않았는데, 거기에 이 이야기 귀신이야기까지 가세.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상황이다.^^

 

천효정 작가님의 특기 중 하나는 그럴듯한 설정 만들기. 이야기에 빠지게 되는 설정을 정말 기가 막히게 만든다. 뼈대를 세우는 이것부터 너무 잘하시니 기본부터 먹고 들어가는 거다. 삼백이 때도 그렇더니만, 이 책도 그러네. 옛날 옛날에 밥보다 이야기를 더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다. (여자아이로 나와서 더 좋았다. 균형이 맞는 느낌) 이야기를 갈구하는 이 아이가 안 가본 곳, 안 들어본 이야기가 없어 세상 사는 재미가 없던 차에, 예전에 인연이 있던 영감의 집에 찾아갔다가 보따리를 발견하게 된다. 그 보따리에서 나오는 소리 때문에 그 집은 흉가가 되었지만 아이는 알아낸다. 그 보따리엔 세상으로 나가고 싶은 이야기 귀신들이 갇혀 있다고. 아이는 보따리를 풀어 이야기들을 훌훌 날려 보내준다. 그런데 여섯 이야기가 날지 못하고 빌빌대는 것이다. 사연인즉, 너무 웃겨.ㅎㅎㅎ

우린 너무 오래 갇혀 있는 바람에 본모습을 잃었소.”

우리조차 우리가 무슨 이야기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니 누가 우릴 알아보겠소.”

 

바로 이거다! 이제 여기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야. 아이가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 빌빌이들이 겨우 기억하는 부분을 어눌하게 말하면 야무진 아이는 딱딱 정리하고 빈 부분을 채워 새로운 이야기로 만든다. 이렇게 해서 두 권의 책이 채워진다. 이 책에 세 편, 2권에 세 편이 들어간다.

 

나는 이 설정에서 입을 틀어막을 정도로 좋았다. 이건 그냥 살아있는 교재야! 난 아이들과 이야기만들기 수업하는 걸 아주 좋아하는데 한 가지 소스 추가! 주인공과 동시에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빌빌이들 이야기까지만 딱 읽고, 각자 이야기를 만들고 발표한 후에 책을 이어서 읽어보는 거지. 물론 아이들은 작가님과 너무 비교되는 자신들의 결과물에 비명을 지르며 좌절할 수도 있지만, 그게 다 배우는 과정이지 뭐. 그 와중에 드물게 반짝거리는 보물을 발견할 때도 있거든.^^

 

하여간에 설정은 그렇고, 설정만으로도 너무 재밌었는데 이어지는 세 편의 이야기 또한 흡인력이 대단하다. 그냥 입맛이 짭짭 다셔지는 감칠맛. 입말체가 너무 자연스러우면서도 익살스럽다. 입말체를 읽다보면 여기에 작가의 말투가 반영되는 게 아닐까 의심스러워질 때가 있는데, 그게 맞다면 작가님은 엄청 웃긴 사람. 같은 말을 해도 더 재미나게 하는 사람.^^

 

거기에 재미를 더해주는 고마운 양념은 삼백이 때부터 함께해오신 그림작가 최미란 님의 그림이다. 특히 빌빌이 귀신들이 어리버리하게 자기 얘길 하는 부분은 만화 형식으로 구분하여 그리셨는데 효과가 만점이다. 글에도 그림에도 익살이 가득하니, 어찌 재미없을 수가 있으리오.

 

첫 번째 귀신은 운이 없는 사나이 이야기를 했다. 아니 근데 이게 운이 없다는 건지 있다는 건지부터 갈팡질팡한다. 우리의 야무진 주인공은 이 상황을 정리하고 세상에서 가장 운 없는 사내라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다 읽어보니 운이 있는 건지 없는건지 헷갈리는 상황까지 작품에 다 담았어! 참으로 절묘하다. 운이 있다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건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닌가!

 

그 사내는 보통 기준으로 볼 때 엄청나게 운이 좋았다. 일확천금을 하는가 하면, 산길에서 구해준 처자가 알고보니 공주여서 왕이 되기까지 한다. 이보다 더 운 좋은 이야기 있음? 그런데 사내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탄식 뿐이다.

아이고, 안되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운이 없다 없다 이렇게 지지리도 없을 수가!”

이러면서 자신의 불운을 한탄한다. 그러다 마지막에 개똥에 미끄러지는데 신하들이 이제 죽었다 싶어 머리를 조아리는 가운데 사내가 한다는 말이,

이렇게 운이 좋을 수가!”

사내의 운을 좋게 한 그것은 대체 뭐였을까. 그러게 사람마다 운의 기준이 다르다니까. 나의 기준으로 남을 판단하지 말 것이며 남의 기준에 맞추려도 애쓰지도 말지어다. , 그러니까 행복의 조건은 도처에 숨어있는 것이니.

 

두 번째 귀신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이야기는 신기한 대나무 베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잠보. 왠지 나인 것 같잖아? 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가장 소중한 물건은 베개. 와 정말 딱 나네! 내가 언젠가 남편한테 내가 가장 사랑하는 무생물은 이불이랑 베개야.” 라고 했더니 남편이 웃음을 깨물며 나가다 말고 방구석에 이불과 베개를 꺼내놓고는 푹 자라고 어깨를 두드려주고 나갔다. 나같은 주인공이 있다니!ㅎㅎ

 

어느 날 아끼던 목침이 쪼개져버린 잠보는 대나무를 쪼개 새 베개를 만들었다. 쌍둥이 같은 두 베개를 나란히 놓고 자다가 함께 누울 이가 없다는 생각에 미친 잠보는 광고를 낸다.

푹 자고 싶은 이라면 누구나 환영! (매일 밤 선착순 한 명 모집)”

그리하여 다양한 존재들이 잠보의 옆에서 쌍둥이 대나무 베개를 베고 하룻밤 잠을 자고 간다. 선비, 할머니, 호랑이에 저승사자까지 각양각색에다 저마다의 사연도 재미나기 짝이 없다. 그런데.... 마지막이 좀 쓸쓸한가 싶었는데 그게 아닌 것도 같아. 마지막 주인공은 바로 그의 그림자였거든. 어제도 그림자 이야기를 읽었는데 신기하다. 하여간 한 이불을 덮고 사이좋게 잠이 들었다니 잘 됐지 뭐야.

 

세 번째 귀신의 이야기는 배경이 지넷골이다. 연약한 소녀들을 잡아가는 왕지네. 우리의 주인공은 그 이야기를 이렇게 바꿨다. “몰랐어? 지금 소녀들은 하나도 안 연약하거든.” 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귀신에게 하면서 말이다. 바꾼 이야기의 제목은 빨래꾼과 복복이. 씩씩한 빨래꾼 소녀는 빨랫방망이 하나로 어찌나 깨끗하게 삯빨래는 하는지 아주 동네의 보물이다. 부모를 잃고 복복이라는 병아리(?)와 둘이 산다. 없는 형편에도 복복이를 잘 먹이며 소중하게 키운다.

 

드디어 이야기 귀신이 말한 왕지네가 나올 차례가 되었다. 왜 있잖은가? 제물로 소녀들을 바쳐야 하는 이야기. 하필 이번에 빨래꾼이 뽑힌 거다. 하지만 이야기란 건 변화무쌍하면서도 공통적인 고갱이 같은 것이 있잖아. 바로 키워준 동물이 은혜를 갚는 설정. 복복이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무서운 왕지네에 대한 실감나는 묘사, 당당한 빨래꾼의 모습, 복복이의 활약까지 여기도 재미가 한가득이다. 이렇게 하여 1권이 끝나고, 나머지 세 귀신의 이야기도 궁금하여 독자는 2권을 사러 간다.^^ 거기다가 부록처럼 덤 이야기 하나가 뒤에 붙어있는데, 그것도 센스 만점. 이야기를 만드는 주인공 아이가 윙크를 하면서 나를 보네. 그래, 바로 나!를 말이야.ㅎㅎㅎㅎㅎ

 

이 책도 대박이 날 느낌이다. 왜냐하면 이게 소장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혹시 빌려주게 되면 꼭 챙겨서 받을 거고, 웬만하면 사시라고 권하겠다. 교실에 있어도 활용할 일이 많고, 가정에 있다면 닳도록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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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그림자가 탈출했다 작은 곰자리 71
미셸 쿠에바스 지음,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 책읽는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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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는 다양한 비유에서 사용된다. 그 의미도 매우 폭이 넓고 다양하다. 이 책 한 권에서도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 이런 책은 책모임에서 읽으면 무한히 의미를 넓힐 수 있을텐데 라는 아쉬움도 들었다.

 

나는 나의 또다른 자아정도로 생각해 보았다. 이 책에서 특별한 점은 그림자에 이름이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주인의 이름은 없다. ‘그 아이라고만 나온다. 그림자에게는 스무트라는 이름이 있다.

 

삶이 한 권의 책이라면, 그림자 스무트는 지난 7년 반 동안 하품 나는 장면만 읽으면서 지냈습니다.

첫 장에 책을 읽는 그 아이와 그림자의 모습이 나오지만 책이라면이라고 비유를 했으므로 꼭 책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인생이 지루했다는 뜻이겠다. 음 약간 나의 얘기 같기도 하다....?ㅎㅎ

 

그 이유는 다음 장에 나온다.

언제나 정해 둔 선 안에만 머물렀지요.

이것도 나와 비슷하다. 나는 선을 그어놓는 사람이다. 그 선을 넘거나 건드리면 몹시 싫어한다. 선이 출렁이면 불안해 한다.

 

그림자가 자유로운 때는 자는 시간 뿐이다.

하지만 그림자는 꿈을 꿀 수 있었어요.

현실 세계가 무채색이라면 꿈속은 총천연색이었다. 스무트는 꿈속에선 자유롭게 춤추고 노래할 수 있었다. 음 나도 그렇고, 대부분이 그렇겠지. 꿈은 억눌린 욕구를 반영하지.

 

드디어 어느 날, 스무트는 그 아이와 분리된다. ! 소리와 함께 그 아이에게서 떨어져 나온 것이다. 잘 됐다! 스무트는 길을 나선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자유를 맘껏 누린다. 그런데 그림을 찬찬히 보니 재밌는 점이 있다. ‘그 아이가 따라다니며 어딘가 구석에서 스무트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다른 그림자들도 스무트를 보고 용기를 냈다. 민들레의 그림자가 날아올랐고, 귀뚜라미와 메뚜기 그림자는 멋진 연주를 한다. 하나도 떨지 않고. (원래는 겁나서 남들 앞에 못 나서던 밴드) 그런데, 그림자들의 변형과 확장은 점점 규모가 커진다. 잠자리의 그림자는 용이 되었고 바위의 그림자는 거대한 성이 되었다. 이제는 원래의 모습과 매칭하기 어려울 정도다. 스무트는 걷잡을 수 없는 일이 생길까 봐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바람을 다 이룬 그림자들은 제자리로 돌아가기로 한다. 이제 스무트의 차례다.

 

다시 합체그 아이의 모습은 예전 그 아이가 아니다. 수미상관으로 마지막 장에도 책의 비유가 나온다.

삶이 한 권의 책이라면.

이제 그 책은 지루한 책이 아니다. 활력이 넘치고 온갖 색으로 가득하다.

 

부모가 짜놓은 틀에 갇혀 세상의 다양함을 모르고 살아가는 아이들, 자신이 쳐놓은 선 안에서 한 걸음을 내디딜 용기를 못 내는 어른들, 그 외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인생 책을 다시 점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매우 상징적이면서도 어찌 보면 매우 직관적인 글과 그림이 인상적이다.

 

그림자를 묶어두고 속박하는 것도, 그림자를 완전히 놓쳐버리는 것도 생의 위기다. 그림자로 나의 인생과 현재의 상태를 성찰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깊은 의미가 담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이 때 본 이 책을 어른이 되어 다시 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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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도둑 두두 씨 이야기 작은 책마을 56
윤경 지음, 김명 그림 / 웅진주니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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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에 선물하고픈 따뜻한 이야기로 가득찬 책이다. 글에도 성품이 있다면, 이 책은 아주 품이 넓은, 누구나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는 낮은 울타리의 허름한 집 같은 책이다. 조용한 환대가 있는. 어서 와~ 따뜻하게 몸 녹이고 쉬었다 가~ 하는 것 같은.

다섯 편의 이야기가 들어있고 주인공은 각기 다른 동물들이다. 까마귀 깜즈 씨, 두더지 두두 씨, 여우 미호 씨, 멧돼지 쿵쿵 씨, 고양이 코코 씨. 이들의 삶이 평안하고 풍족하냐면 그렇지 않다. 하나같이 아픔과 힘겨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데, 살짝씩 내어주는 마음이 보이지 않게 단단히 지탱해주는 밧줄이 되어주는 느낌이다.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실제로는 쉽지 않기에, 작으면서도 대단한 이야기다.

첫번째, 깜즈 씨는 얼마 전 엄마가 돌아가셔서 슬픔과 무기력에 빠져있다. 엄마가 살아계실 땐 함께 탐정 사무소를 했었다. 깜즈 씨를 걱정하며 지켜보던 두두 씨는 간곡하게 사건을 의뢰한다. 사건을 의뢰하는 두두씨의 마음도, 사건 속에 등장하는 그 아이의 마음도 참 고맙다. 어쩜, 첫편부터 이처럼 부드럽게 힘이 나는 이야기라니.

두번째, 두두 씨는 깜즈 씨 엄마인 까미 아주머니 덕분에 달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두두 씨에겐 달에 대한 동경이 생겼다. 까미 아주머니가 돌아가신 건 깜즈 뿐만 아니라 두두에게도 커다란 슬픔이었다. 하지만 두두 씨는 땅속에 달을 밝힌다는 약속을 이루어낸다. 그제서야 마음 속의 까미 아주머니를 배웅할 수 있었다. 달빛이 되어준 그 작은 존재들에게 고맙다.

세번째, 미호 씨는 변신이 가능한 여우다. 그날도 미호 씨는 여자아이로 변신하여 사람들의 세상으로 갔다. 공원에서 학교소풍을 온 남자아이를 만났는데, 머리색이 남다른 그 아이는 아빠가 체코 사람이었고, 미호를 보면서 얘도 다문화가 아닐까 기대하는 눈치였다. 아이는 따돌림을 당했고 많이 외로웠던 것 같다. 둘이는 놀다가 구덩이에 빠졌다! 구하러 와 준 이는 미호한테 늘 불퉁거리던 멧돼지 킁킁 씨. 사람들이 몰려왔고, 총소리가 한 방 났고, 소년은 사람들에게 업혔고 미호 씨는 조용히 사라진다.

네번째, 멧돼지 쿵쿵 씨가 왜 사람들을 멀리하게 됐는지 알 수 있는 가슴아픈 이야기였다. 그런 쿵쿵 씨가 미호 씨와 소년을 구하러 사람들 가까이 간 것이다. 소년의 빨간 잠바를 물고 흔드는 멧돼지를 사람들이 어떻게 봤겠어! 하지만 그런 위험을 무릅쓸 수밖에 없었던 쿵쿵 씨.
"사람이 무서운 쿵쿵 씨지만 그것보다 더 무서운 건, 미호 씨를 구하기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었어." (82쪽)
상처받은 짐승은 겉으론 거칠다. 쿵쿵 씨가 무사하길.

다섯번째, 코코 씨는 길고양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미움과 독함만 남았을 것 같은 숫고양이다. 그가 만난 종이봉지 속의 아기고양이 세 마리. 그리고 자주 찾아오는 한 명의 인간. 코코는 어째야 할까? 전에 다쳤을 때 두두 씨가 코코를 치료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왜 날 도와주는 거죠?" 라는 질문에 두두 씨가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요, 내가 도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코코 씨는 아기고양이들을 품어 주었고, 한 명의 인간은 먹을 것과 이불을 갖고 왔던가. 그리고 이 다섯 이야기는 서로 별개가 아니게끔 이리저리 연결되어 있던가.

너무 착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우유를 너무 많이 타서 싱거운데다 식어버리기까지 한 라떼 맛이 아니고 적당히 진하고 향긋하며 따끈한 카푸치노 맛이라고 할까. 아이들과 착한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도 좋겠다. 교실에서 다루겠다면 3학년 정도가 딱이고 2,4,학년도 좋을 것 같다. 아, 세상이 따뜻하면 좋겠어. 냉소가 가득한 세상이 슬프다. 내 입가의 냉소는 어떻게 지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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