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그림자가 탈출했다 작은 곰자리 71
미셸 쿠에바스 지음,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 책읽는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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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는 다양한 비유에서 사용된다. 그 의미도 매우 폭이 넓고 다양하다. 이 책 한 권에서도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 이런 책은 책모임에서 읽으면 무한히 의미를 넓힐 수 있을텐데 라는 아쉬움도 들었다.

 

나는 나의 또다른 자아정도로 생각해 보았다. 이 책에서 특별한 점은 그림자에 이름이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주인의 이름은 없다. ‘그 아이라고만 나온다. 그림자에게는 스무트라는 이름이 있다.

 

삶이 한 권의 책이라면, 그림자 스무트는 지난 7년 반 동안 하품 나는 장면만 읽으면서 지냈습니다.

첫 장에 책을 읽는 그 아이와 그림자의 모습이 나오지만 책이라면이라고 비유를 했으므로 꼭 책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인생이 지루했다는 뜻이겠다. 음 약간 나의 얘기 같기도 하다....?ㅎㅎ

 

그 이유는 다음 장에 나온다.

언제나 정해 둔 선 안에만 머물렀지요.

이것도 나와 비슷하다. 나는 선을 그어놓는 사람이다. 그 선을 넘거나 건드리면 몹시 싫어한다. 선이 출렁이면 불안해 한다.

 

그림자가 자유로운 때는 자는 시간 뿐이다.

하지만 그림자는 꿈을 꿀 수 있었어요.

현실 세계가 무채색이라면 꿈속은 총천연색이었다. 스무트는 꿈속에선 자유롭게 춤추고 노래할 수 있었다. 음 나도 그렇고, 대부분이 그렇겠지. 꿈은 억눌린 욕구를 반영하지.

 

드디어 어느 날, 스무트는 그 아이와 분리된다. ! 소리와 함께 그 아이에게서 떨어져 나온 것이다. 잘 됐다! 스무트는 길을 나선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자유를 맘껏 누린다. 그런데 그림을 찬찬히 보니 재밌는 점이 있다. ‘그 아이가 따라다니며 어딘가 구석에서 스무트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다른 그림자들도 스무트를 보고 용기를 냈다. 민들레의 그림자가 날아올랐고, 귀뚜라미와 메뚜기 그림자는 멋진 연주를 한다. 하나도 떨지 않고. (원래는 겁나서 남들 앞에 못 나서던 밴드) 그런데, 그림자들의 변형과 확장은 점점 규모가 커진다. 잠자리의 그림자는 용이 되었고 바위의 그림자는 거대한 성이 되었다. 이제는 원래의 모습과 매칭하기 어려울 정도다. 스무트는 걷잡을 수 없는 일이 생길까 봐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바람을 다 이룬 그림자들은 제자리로 돌아가기로 한다. 이제 스무트의 차례다.

 

다시 합체그 아이의 모습은 예전 그 아이가 아니다. 수미상관으로 마지막 장에도 책의 비유가 나온다.

삶이 한 권의 책이라면.

이제 그 책은 지루한 책이 아니다. 활력이 넘치고 온갖 색으로 가득하다.

 

부모가 짜놓은 틀에 갇혀 세상의 다양함을 모르고 살아가는 아이들, 자신이 쳐놓은 선 안에서 한 걸음을 내디딜 용기를 못 내는 어른들, 그 외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인생 책을 다시 점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매우 상징적이면서도 어찌 보면 매우 직관적인 글과 그림이 인상적이다.

 

그림자를 묶어두고 속박하는 것도, 그림자를 완전히 놓쳐버리는 것도 생의 위기다. 그림자로 나의 인생과 현재의 상태를 성찰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깊은 의미가 담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이 때 본 이 책을 어른이 되어 다시 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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