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도둑 두두 씨 이야기 작은 책마을 56
윤경 지음, 김명 그림 / 웅진주니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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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에 선물하고픈 따뜻한 이야기로 가득찬 책이다. 글에도 성품이 있다면, 이 책은 아주 품이 넓은, 누구나 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는 낮은 울타리의 허름한 집 같은 책이다. 조용한 환대가 있는. 어서 와~ 따뜻하게 몸 녹이고 쉬었다 가~ 하는 것 같은.

다섯 편의 이야기가 들어있고 주인공은 각기 다른 동물들이다. 까마귀 깜즈 씨, 두더지 두두 씨, 여우 미호 씨, 멧돼지 쿵쿵 씨, 고양이 코코 씨. 이들의 삶이 평안하고 풍족하냐면 그렇지 않다. 하나같이 아픔과 힘겨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데, 살짝씩 내어주는 마음이 보이지 않게 단단히 지탱해주는 밧줄이 되어주는 느낌이다.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실제로는 쉽지 않기에, 작으면서도 대단한 이야기다.

첫번째, 깜즈 씨는 얼마 전 엄마가 돌아가셔서 슬픔과 무기력에 빠져있다. 엄마가 살아계실 땐 함께 탐정 사무소를 했었다. 깜즈 씨를 걱정하며 지켜보던 두두 씨는 간곡하게 사건을 의뢰한다. 사건을 의뢰하는 두두씨의 마음도, 사건 속에 등장하는 그 아이의 마음도 참 고맙다. 어쩜, 첫편부터 이처럼 부드럽게 힘이 나는 이야기라니.

두번째, 두두 씨는 깜즈 씨 엄마인 까미 아주머니 덕분에 달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두두 씨에겐 달에 대한 동경이 생겼다. 까미 아주머니가 돌아가신 건 깜즈 뿐만 아니라 두두에게도 커다란 슬픔이었다. 하지만 두두 씨는 땅속에 달을 밝힌다는 약속을 이루어낸다. 그제서야 마음 속의 까미 아주머니를 배웅할 수 있었다. 달빛이 되어준 그 작은 존재들에게 고맙다.

세번째, 미호 씨는 변신이 가능한 여우다. 그날도 미호 씨는 여자아이로 변신하여 사람들의 세상으로 갔다. 공원에서 학교소풍을 온 남자아이를 만났는데, 머리색이 남다른 그 아이는 아빠가 체코 사람이었고, 미호를 보면서 얘도 다문화가 아닐까 기대하는 눈치였다. 아이는 따돌림을 당했고 많이 외로웠던 것 같다. 둘이는 놀다가 구덩이에 빠졌다! 구하러 와 준 이는 미호한테 늘 불퉁거리던 멧돼지 킁킁 씨. 사람들이 몰려왔고, 총소리가 한 방 났고, 소년은 사람들에게 업혔고 미호 씨는 조용히 사라진다.

네번째, 멧돼지 쿵쿵 씨가 왜 사람들을 멀리하게 됐는지 알 수 있는 가슴아픈 이야기였다. 그런 쿵쿵 씨가 미호 씨와 소년을 구하러 사람들 가까이 간 것이다. 소년의 빨간 잠바를 물고 흔드는 멧돼지를 사람들이 어떻게 봤겠어! 하지만 그런 위험을 무릅쓸 수밖에 없었던 쿵쿵 씨.
"사람이 무서운 쿵쿵 씨지만 그것보다 더 무서운 건, 미호 씨를 구하기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었어." (82쪽)
상처받은 짐승은 겉으론 거칠다. 쿵쿵 씨가 무사하길.

다섯번째, 코코 씨는 길고양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미움과 독함만 남았을 것 같은 숫고양이다. 그가 만난 종이봉지 속의 아기고양이 세 마리. 그리고 자주 찾아오는 한 명의 인간. 코코는 어째야 할까? 전에 다쳤을 때 두두 씨가 코코를 치료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왜 날 도와주는 거죠?" 라는 질문에 두두 씨가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요, 내가 도울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코코 씨는 아기고양이들을 품어 주었고, 한 명의 인간은 먹을 것과 이불을 갖고 왔던가. 그리고 이 다섯 이야기는 서로 별개가 아니게끔 이리저리 연결되어 있던가.

너무 착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우유를 너무 많이 타서 싱거운데다 식어버리기까지 한 라떼 맛이 아니고 적당히 진하고 향긋하며 따끈한 카푸치노 맛이라고 할까. 아이들과 착한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도 좋겠다. 교실에서 다루겠다면 3학년 정도가 딱이고 2,4,학년도 좋을 것 같다. 아, 세상이 따뜻하면 좋겠어. 냉소가 가득한 세상이 슬프다. 내 입가의 냉소는 어떻게 지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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