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전사 소은하 창비아동문고 312
전수경 지음, 센개 그림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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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작가의 관심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전작 <우주로 가는 계단>에서도 과학에 대한 식견이 꽤 높으시다고 느꼈는데 이 책을 보니 그중에서도 특히 우주과학? 물론 공상이지만, 밝혀진 것 없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구는 공상으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닐까.

전작엔 없었던 특별한 소재를 꼽는다면 '게임'이다. 아마도 작가는 게임도 쫌 하시는 것 같다. 나는 게임이라면 테트리스밖에 안해본 사람으로서 요즘 게임들이 얼마나 발달해있는지 잘 모른다. 경험이야 많을수록 좋은건데. 그만큼 세상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거니까. 그렇다고 이 나이에 게임에 입문해서 늦바람에 도끼자루 썩기는 싫고....ㅎㅎㅎ 하여간 이 책을 읽다보니 그런 경험들마저도 부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이 책이 매력적이었다고 하겠다.

공상동화이고, 황당무계한 설정인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소가 나오기는 커녕 스토리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자신을 누구나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자 일단, 주인공 소은하는 다소 엉뚱하고 눈치가 없어서 학교에서 '외계인'으로 통한다. 그런 은하가 진짜로 외계인이라는 거다! 정확히 말하면 외계인 2세. 헥시나 행성인 엄마와 지구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헥시나계 지구인. 지구를 점령해 초기화하기 위해 행성 개조 칩을 뿌린 우월주의파에 맞서 칩을 해체하기 위해 파견된 특수부대의 대장이 바로 은하의 엄마였다고.

이렇게 내가 써놓고 읽으니까 진짜 엄청 황당무계하잖아?ㅎㅎ 하지만 책 속에선 진지해진다. 아니 외계 종족 사이에 번식을 한다는 게 말이 돼? 유전자가 같다는 거야? 외계인들이 어떻게 정상적인 신분을 얻고 30년을 지구인처럼 살아가다가 그들끼리만 비밀모임을 갖고 그럴 수 있어? 그게 어떻게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로 유지될 수가 있어? 이런 의문으로 겉돌기보다는 그냥 그들을 응원하게 된다.

대장이었던 엄마의 충격적인 타격, 그리고 얼떨결에 엄마의 책무를 떠안은 '별빛전사' 소은하의 활약은 또래 어린이들을 꽤나 흥분시킬 것 같다. 게다가 지구 점령을 획책하는 적의 정체는? 은하가 골드레벨에다 랭킹 순위에 오를 정도로 맹활약하는 게임 '유니콘피아'와의 관계는? 500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다는 헥시나 행성 지하감옥에 갇혀있다는 적이 지구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방식은? 그의 계략과 시도에 다가오는 지구의 위기는? 이런 긴장감들이 독자들을 단숨에 결말까지 이끈다.

조력자들의 활약도 이런 스토리에서 빼놓을 수 없다. 한참 못미치는 게임 레벨을 가진 친구 소령이와 기범이가 개미군단들을 이끌고 은하가 부르는 곳으로 달려가지 않았다면 은하도 힘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또 한가지, 공상 우주과학 이야기지만 현실의 아이들 이야기도 들어있다. 무리짓고, 따돌리고, 끌어들이고 내치는 아이들의 적나라한 이야기. 하지만 거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지키는 아이들도 분명히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은 아이는 동요하지 않는다.

작가의 세계관을 볼 수 있는 인용구들도 나온다.
"이 우주에서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 (칼 세이건)
"고도로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 (아서 C.클라크)
흥미롭다. 내가 알 수 있는 건 없지만. 아이들도 그렇겠지. 어떤 분야에 관심과 탐구심이 생기는 건 꼭 그 분야 전문서적이 아니라 이와 같이 문학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작가의 말에 아이들 눈이 번쩍 뜨일만한 문장이.... "하루 종일 책만 읽으려고 하면 안 돼요. 가끔은 게임도 하고, 운동도 하는 게 좋아요. 우리의 게임 실력과 체력이 지구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부모님들, 그래도 이 책을 사주실랍니까? 사주실 거죠?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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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박사의 비밀지도 열린어린이 창작동화 19
앤드류 클레먼츠 지음, 김난령 옮김 / 열린어린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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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클레먼츠의 작품답게 역시나 '학교에서 일어나는' '학생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단순한 발단에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사건으로 이어지고 반전을 거쳐 흐뭇하게 끝맺는다. 이건 뭐 거의 이 작가의 공식이랄까? 엉뚱하고 전형적이지 않은 아이들이 등장하여 기상천외한 사건들이 펼쳐지지만, 결국은 무난하고 상식적인 선에서 훈훈하게 교훈을 주며 끝난다. 시시하냐고? 아니 아니다. 나는 이 작가의 이런 점이 무척 좋다.^^

우리말로 지도라고 하면 지리적인 지도를 당연히 떠올리게 되는데, 이 책에서의 지도는 더 넓은 개념이었다. 지리적 지도도 물론 포함되지만 그보다는 자료 조사와 통계, 통계의 시각적 표현에 가까웠다. 창의적 그래프라고 이해하면 빠를까? 이 책의 주인공 알튼은 어릴 때부터 여기에 꽂혀 있는 아이였다.

알튼은 이 책에서 불미스럽게(?) 등장했다. 전교생이 하는 소방훈련에서 따라 나오지 않고 혼자 교실에 남아 신규교사인 윌링 선생님을 곤란하게 만든 것이다. 혼비백산한 선생님이 알튼을 발견했을 때! 아이는 교실바닥에 엎드려 지도를 그리고 있었다.

이 아이가 지도에 빠지게 된 과정을 보면 인상적이면서 꽤 바람직하기도 하다. 아기 때 부모가 아기 주변을 관련된 것들로 의도적으로 배치한 것은 맞지만, 이후 아이는 혼자의 힘으로 관심 영역을 넓혀 나가고, 필요한 지식이나 기능을 스스로 익히고, 나아가서 스스로가 '제작자'가 되는 경지에 이르렀다. 나는 이런 몰입의 경험이 없어서 이런 사람들이 솔직히 부럽다.

그런데 지도박사는 그의 이런 경향으로 민폐를 끼치고 말았으니.... 책의 발단은 소방훈련이지만 시간순으로는 더 먼저 일어난 일이 있었다. 알튼은 자신과 많이 다른 친구 퀸트와 가까워지고 싶었다. 퀸트는 활발하고 대범해보였으며, 거침없이 말하고(비속어 같은 것도 좀), 특히 알튼이 하는 걸 보다가 감탄에 가까운 칭찬을 잘해주었다. 세번째 이유가 이해가 간다. 누구에게나 이런 존재가 필요하니까.

어느날 알튼은 자신의 결과물들이 담긴 서류철을 학교에 가져왔고, 퀸트를 도서실로 불러 지도를 몰래 보여주었다. 첫번째로 꺼낸 것은 '윌링 선생님의 뇌구조'. 퀸트 특유의 폭풍같은 반응 때문에 도서실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다른 것은 못보고 교실로 향해야 했다. 하교시간, 사물함을 열어본 알튼에게 기절초풍할 일이 생겼다. 그의 보물인 서류철이 통째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건 단지 소중히 여기는게 없어졌다는 문제만이 아니었다. 알튼이 지도에 담은 내용, 그건 절대 공개되어서는 안되는 것들이었다. '윌링 선생님의 뇌구조' 처럼 타인들이 보면 낄낄거릴 수 있지만 당사자는 그럴 수 없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알튼은 나쁜 의도에서 그린 건 아니었고 공개할 생각도 없었던 것이긴 하지만.

지도는 누구의 손에 들어갔을까? 그리고 그는 이걸 어떻게 활용할까? 초조해하는 알튼과 함께 독자의 긴장감도 높아지는 순간이다. 드디어! 범인의 연락이 도착했다.
"중요한 걸 잃어버렸니?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이다.
곧 연락하겠다."
이어지는 연락에는 "지령을 따르지 않으면 너의 지도들이 모두 공개될 것이다." 라는 협박도 들어있다. 지령에 따를 때마다 지도 한장씩을 돌려준다는 조건도 함께.

대체 범인은 누구일까? 알튼과 독자 모두 첫 지도를 보고 감탄했던 퀸트를 의심하지만 그는 아니었고, 둘은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는 친구 사이가 된다. 그리고 알튼은 지도를 돌려받기 위해 하나씩 미션을 해결해 나간다. 지령에서 요구하지 않았지만 미션 해결 중 알튼은 진심을 담아 '사과'를 하게 되는데, 상대방의 반응을 보는 것도 훈훈하고 재미있다. 자, 그리고 마지막에 드러난 범인은?^^

이 작가의 작품 중 현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책은 <프린들 주세요>다. 그냥도 읽히지만 사전을 공부할 때 많이 활용된다. 이 책은 지도 단원에서 읽어도 좋겠다. 구글어스를 활용하는 장면도 나오고 지오캐싱이라는 첨단 레포츠에 대해서도 나온다. (나도 처음 알았음) 그보다도 수학 그래프 단원이 좀더 밀접할 것 같기도 하다. 관심과 관찰에 의한 정보수집, 수집한 정보의 통계처리(여기선 비율 공부를 해야 함), 통계의 유의미와 신뢰성에 대한 판단, 통계를 표현하고 활용하는 방식 등등. 작가는 공립학교 교사로 일했다. 책 서문에 이런 헌사가 있다.
"따뜻한 보살핌과 지도로 내가 학교 선생님이 될 수 있게 이끌어주신 존 프랭클린 스머트니께 바칩니다."

작가의 책을 읽으며 기발함과 함께 내가 안정감을 느끼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인 것 같다. 작가와 비슷한 시선을 갖고 있다는 것은 모종의 신뢰감을 준다. 물론 그런 책만 읽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책마다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하고, 나는 이 작가의 책을 이런 이유로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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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잼이의 박물관 탐구생활
윤잼잼 지음, 박찬희 감수 / 빨간소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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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삼아서, '정체성이 애매한 책'이라고 할까?ㅎㅎ
일단 그림책이긴 하다. 선이 간결하고 귀여운 그림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정보그림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박물관 탐구생활' 이라는 제목에서도 알려주듯이 박물관 견학을 가는 아이들이 알아두면 좋은 상식들을 잘 담았다. 박물관에서 지켜야할 일, 유물 이름표 읽는 법, 유물 감상법, 유물의 가격, 유물이 박물관에 오게 되기까지의 과정 등등.

그렇게 정보그림책으로 분류하면 되냐? 그게 아니다. 이 그림책엔 이야기도 담겨있다. 정보와 이야기. 이 두가지가 이질적인 느낌이 전혀 들지 않게 잘 어우러져 있다. 게다가 이야기는 꽤나 긴박감을 갖고 있기까지 하다.^^

정보쪽 페이지는 칸을 분할하여 만화식으로 구성했고 흰바탕에 깔끔한 그림으로 가독성을 높였다. 이야기쪽 페이지는 다양하고 자유로운 화면 구성에 바탕색을 비롯한 색채도 더 많이 사용되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학교에서 태복이가 잼잼이한테 '괴담'이라고 쓰여진 책을 빌려준다. 궁금증을 못참은 잼잼이는 선생님이 오시기 전 막간을 이용해서 한 꼭지를 읽는데... '방울소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등골이 서늘해졌던 잼잼이는 그날부터 밤마다 방울소리 꿈을 꾼다. 아니! 방울소리를 듣는다! 대체 방울소리의 정체는 뭘까?
내 특기가 스포지만 이것만은 참겠다. 마지막 장면만 참으면 되니까....ㅎㅎㅎ

TV에서 한국은 처음이지?인가 하는 프로그램을 스쳐본 적이 있는데 아들셋을 데리고 한국여행을 온 엄마가 박물관 코스만 짰다가 아들들과 원수 되기 직전이 되는 장면이었다. 이후로 어떻게 화해를 했는지는 못봤지만....^^;;; 박물관행을 즐기는 아이는 많지 않을 터, 자녀와 박물관 계획을 짰다면 이 책을 함께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런 실용적 목적이 아니라 그냥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다. 이야기만으로도... 재미있게 읽고 나서 부차적으로 "박물관은 어디에 있어? 우리도 박물관 가보자!" 하는 효과가 발생한다면 더할나위없이 좋은거고....

작가인 윤잼잼 님은(물론 필명이겠지?)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일하다 그만두고 박물관, 미술관 등을 다니며 하고 싶은 공부와 책을 쓰면서 지내신다고 한다. 아이고 세상 부러워라~ 나도 그렇게 살고 싶지만.... 공부에 깊이도 없고, 쓸 글도 없을 뿐 아니라 잼잼님처럼 세상이 재밌지가 않아서 흉내내긴 어려울 듯하다. 대신 응원합니다. 재밌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들려주세요. 그림도 이야기도 참 좋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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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수업, 교사 실재감이 답이다 -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수업 전략 함께 걷는 교육
신을진 지음, 수업과성장연구소 기획 / 우리학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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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실재감' 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이거다 싶었다. 남이 훌륭한 말을 하는데 "맞어, 내 말이 그 말이야." 하고 뒷북치는 느낌과 비슷했다. 내가 이 답답한 시기에 조금이라도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때가 있었다면 그 요인은 바로 이것이었다. 그 순간이 그리 많지가 않았다는게 문제지만...;;;

내가 학생이라면 솔직히 이 온라인수업 상황이 나쁘기만 할 것 같지는 않다. 일단 나는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이 바닥은 아니고, 혼자 있는 시간을 매우 즐기며, 자유시간에 독서하는 것을 좋아하며, 말보다는 글로 발표하는 것에 강점이 있고, 피곤한 관계들 속에 놓이는 것을 싫어하고, 기다리거나 허둥대지 않고 내 속도대로 공부하는 게 좋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아이들이 없지 않고 그 아이들은 이 상황 속에서도 무난히 학습을 해 나간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에게도 뭔가 긁어주어야 할 아주 가려운 부분이 있는데, 그게 바로 반응이다. 자신의 활동에 대한 반응. 그것이 있어야 계속 동기를 유지하고 학습을 지속할 수 있다.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사 실재감은 바로 이것이다.

온라인수업이 장점이기는 커녕 고통일 뿐인 아이들에게는 교사의 실재감이 더욱 광범위하게 필요하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교사의 지시도 불응할 수 있는 아이들이 떨어져 있는 교사의 관리에 순순히 따를 리가 없다. 허물어진 일과 속에서 교사의 관심과 연락은 짜증만 유발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지치고 상처받은 교사들이 많다. 하지만 손놓고 포기할수는 없기에 언젠가는 마음을 열기를 바라며 지난한 수고를 계속 해야만 한다.

이 책에서는 교사 실재감의 4가지 실천원리(BEING)를 제시했다.

1. 연결되는 관계 만들기 (Building relationship)
관계는 대면수업에서도 기본이 되는 것이지만 온라인에서도 중요하며, 교사 입장에선 당연히 더 어려운 작업이다. 이 책에서 예시한 방법으론 이런 것이 있었다.
(1)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나 응답 내용 등을 기억해두고 수업할 때 자주 활용하는 방법
(2)학생들이 연결되게 하는 방법으로, 과제 작성을 다른 친구들도 볼 수 있는 형태로 전환, 나아가 서로의 과제에 대해 피드백을 작성하는 형태
전자는 내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인데, 전 수업에서 패들렛에 올린 의견이나 과제방에 올린 글을 다음 수업에서 예시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시쓰기 수업에서는 아이들이 올린 시화를 가지고 전시영상처럼 만들어 올린 적도 있었다. 어차피 잘 안보는데... 라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드라이브 조회 가능수가 학년 전체 인원수의 1.5배였는데도 조회수를 초과해서 유튜브에 옮겨 걸어야 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수업을 자주 하지는 못했다는 점과, 전체 아이들을 다 다뤄주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소개시켜주는 것이 곧 아이에게 수치심을 주는 것이 될 정도의 수준으로 과제물을 올리는 아이도 있지 않은가. 보는 눈(비교하는 눈)들도 있고 말이다. 조심스럽기도 하다.

후자(과제물을 공개로 올리고 서로 볼 수 있게 하는 방법)는 글쓰기 수업에서 많이 적용해 보았는데, 대면수업보다도 결과물이 좋다고 기뻐했던 수업이 있었는가 하면, 피드백하다 나가 떨어지고 결과물은 눈뜨고 못봐줄 지경이었던 적도 있다.^^;;; 그 외에도 패들렛을 활용해 핫시팅, 찬반토론도 시도해 보았다. 쉽진 않았지만 기능성은 본 것 같다. 이런 활동들로 수업을 구성하면 확실히 바쁘다. 바쁘다는 것, 그건 실재감이 발휘되고 있다는 증거인가...;;;

실천사례에서, 이 부분의 사례로 소개된 안희준 선생님은 교사 자신이 들어가는 영상을 직접 제작하고 그 안에서 아이들의 이름을 고루 불러주셨다. 그 반만 활용할 수 있는 일회용 영상인 셈인데 거기에 들이는 시간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학생, 학부모 전원과 전화상담으로 관계를 다져나갔다. 전화... 이 부분에서 주눅이 든다. 나는 폰을 통화 용도로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다. 가족을 제외하고는 예고 없이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문자나 톡이 있는데 왜.... 그래서 아이들과도 통화는 잘 하지 않았다. 이걸 가지고 욕을 한다면 먹을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각자 선호하는 소통방식을 존중해주면 안될까 라는 생각을 한다. 아니라면 할수없고...ㅠㅠ

2. 교사 존재감 나타내기 (Showing my Existence)
온라인수업에서 학생들이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교사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라고 한다. 단지 물리적 존재 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위해 어떤 의도로 수업을 준비했고 또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지 등을 알게 하는 것이다. '우리 선생님이 하는 수업' 이라는 느낌은 중요한 것 같다. 익명의 다수를 향한 수업이 아니라 나(우리)를 위해 준비한 수업이라는 느낌.

그런데 실천사례에 소개된 중학교 음악선생님은 나한테 심한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이분의 유튜브를 검색해서 구독까지 하고, 수업영상을 몇 편 살펴보았는데 내가 도저히 흉내낼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영상편집 기술은 물론이요 실기능력(물론 중등은 전공과목을 하니 온갖 잡기를 해야 하는 초등과는 다른 점이 있지만), 가장 넘사벽인 건 쇼맨십. 이건 도저히 극복이 안되는 벽이었기에 입벌리고 쳐다만 보다 넘어갔다. 엉엉.ㅠㅠ

3. 수업의 흐름 이끌기 (Taking INitiative)
"일반적인 교육과정을 무조건 따라가지 말고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의 수준과 상황에 맞는 수업의 흐름을 훨씬 주도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들과 분리된 수업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내 생각엔 이 부분에서 교사에게 필요한 건 융통성과 유연함 같다. 한 방법만 고수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은 쉽게 질린다. 그리고 간파한 방법에 대한 요령(부정적 의미에서)을 금방 알아차리고 알맹이는 빼버린채 과제만 제출하기 일쑤다. 그때그때 맞는 방법으로의 유연한 전환이 필요하다.

이 부분의 실천사례로 소개된 과학 선생님은 수업 포맷을 영상+과제로 하고 학생들의 과제를 추출해 다시 제시할때 교사의 의견과 질문을 추가해 전체에게 피드백하고 댓글을 활용해 의견을 나누는 방법을 사용하셨다. 게시글에 댓글이 선뜻 달리지 않자 학급별 단체 카톡방을 개설하여 활용하셨다. 이 시도가 나와 같아서 내심 반갑고 놀라웠다. 고민 끝에 여름방학을 마치고 개학하는 날부터 학급단톡방을 열고 일단 등하교 신고부터 받았는데, 눈가리고 아웅같은 이 일이 아이들의 참여도를 훨씬 올려놓았다. 주루룩 올라오는 친구들의 등교신고가 또래압력이 되는 건지, 혼자 외로운 섬 같은 느낌이 아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는 건지, 물론 완벽해진 건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함께 가는 느낌이 생겼다. 가끔 "**동영상을 보고 ○시에 단톡방에 모이세요" 해놓고 내용퀴즈를 내기도 하고 소감을 묻기도 하면서 혼자 '이게 뭐야ㅋㅋ' 하고 웃기도 했는데, 이 단톡으로 전체 피드백이 진지하게 진행된 사례를 보니 반가웠다. 앞으로는 줌 수업을 하게 돼서 이런 부분은 거기서 커버될 것 같지만, 그래도 횔용할 여지는 남아 있을 것 같다.

4. 피드백으로 다가가기 (Giving feedback)
나는 그래도 피드백을 열심히 해주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기본 중의 기본만 겨우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온라인수업의 고충이 바로 이 피드백에 들어가는 시간이다. 제대로 하자면 끝이 없다. 하지만 교사도 일과 가정은 구분해야 할 것 아닌가. 초과근무가 강요되는 현실은 옳지 못하다... 고 생각하지만 기본 중의 기본만 하는 나도 초과근무를 밥먹듯하며, 실천사례에 나온 고등학교 선생님은 언제 그 많은 양의 피드백을 질 높게 해주시는지 존경스러울 정도다. 무려 프로젝트 수업이었으니 말이다.

이와 같이, 이 책은 내가 무심코 하고 있던 것도 알고보니 꽤 의미있는 작업이었구나 하는 자신감을 주기도 했고, 아 나는 도저히 안되겠구나 하는 좌절감을 주기도 했다. 그 사이 공간에 내가 채워야 하는 범위가 있을 것이다. 4월이 되어서야 개학을 한 올해는 10월인 지금 겨우 수업일수 절반을 조금 넘었을 뿐이다. 그런데 벌써 "지친다"는 말이 나온다는 현실... 올해가 빨리 갔으면 하는 마음도 솔직히 든다. 하지만 내년도 좋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올해의 아이들이 내년 담임을 만나 "너희는 대체 뭘 배웠니?" 하고 선생님을 멘붕에 빠뜨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오늘도 나는 아이들을 파악하고, 그 파악에 맞추어 수업을 만들고, 그 수업에 나의 흔적이 묻어나 아이들과 함께하고, 아이들끼리의 연결도 부지런히 만들어주어야 한다. 한계를 예상하지만 모두가 겪는 어려움이니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야 한다.

부디 이 시기를 웃으며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또 이 시기가 하나의 밑거름이 되길. 아이들에게도 교사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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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학교 키큰하늘 4
박현숙 지음, 민은정 그림 / 잇츠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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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숙 작가님의 책에 리뷰를 쓸 때마다 하게되는 말, 엄청난 다작이시라는 점이다. 국수 뽑는 기계도 아니고 어떻게 그리 줄줄줄 나올 수가 있단 말인가? 그래서 내게는 책 고르는 우선순위에서 좀 밀리는데, 그래도 읽어보면 후다닥 쓰신 느낌은 없어서 그 점이 또 신기하곤 했다. 이 책도 그러했다.

이 책엔 일단 다문화가 전면에 나와 있다. 신우 엄마는 프랑스 유학 중에 만난 사람과 결혼해 프랑스에 정착했고 신우도 프랑스에서 자랐다. 동양인이라 겪는 설움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지냈다. 그러다 한국 학교에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겼다. 외할아버지의 임종은 커녕 장례식에도 참석 못했던 아픈 기억이 있는 엄마는 편찮으신 외할머니의 곁을 꼭 지키려 입국한다. 그러나 신우는 가는 학교마다 적응을 못한다. 다문화의 벽은 프랑스보다 한국이 훨씬 높았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엄마가 선택한 학교는 '다문화'학교라고 했다. 워낙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이 다니니 차별받을 걱정이 없다는. 실제로 학급엔 러시아, 필리핀, 미국, 베트남 친구들이 있었고 바로 어제 전학 왔다는 황정훈이란 한국 아이도 있었다. (이 아이는 엎드려 잠만 잔다) 그러나 건물도 으스스하고 이상한 느낌이 감도는데, 그건 이 학교가 요즘 '세계 귀신 축제'를 준비하고 있어서 그런 걸까?

(이런 얘기를 다 해버리면 완벽한 스포가 되어버리는 거지만, 그게 싫으시면 여기까지만 읽으시길.) 처음엔 표지도 그렇고 제목에서도 왠지 괴기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론 그런 분위기를 아주 싫어하기 때문에 책에 선뜻 호감이 가지 않던 중.... 중반 이후에서야 내가 느낌을 잘못 잡았다는 걸 깨달았다. 이 이야기는 아주 훈훈하고 희망적이며 보람이 가득한 이야기였다.

아이들은 이 학교의 전통이자 가장 큰 행사인 '세계 귀신 축제'를 준비하며 협력하게 되는데, 그 사이에 괴기스럽거나 초월적인 느낌의 장면이 없진 않지만 그게 주는 아니다. 아이들은 이 큰 행사의 준비와 실행의 모든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고, 특히 학년별로 맡은 '귀신의 방'을 준비하며 머리를 맞대는 동안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 특히 상처가 많은 신우와 황정훈이 아닌듯 서로를 배려하며 상대의 마음을 확인해가는 과정에선 미소가 지어진다.

상처는 사람의 행동을 치우치게 한다. 차별에 격분하는 신우의 행동이 그랬고, 황정훈의 상처도 짐작이 가능하다.
"처음에는 좋다고 칭찬하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그럴 줄 알았다는 원망 듣는다고."
"만약 너한테 무슨 일이 생겼으면 나는 또 원망 들을 짓을 한 게 되는 거야."
"내가 말한게 잘 안되면 나중에 나 원망할거지?"
대체 어떤 원망을 들었기에 황정훈은 '원망 듣느니 아무 것도 안하겠다'가 되어 하루종일 엎어져 자는 아이가 되었을까? 그런 이야기까진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문제행동 이면에는 그 아이의 상처가 있다는 점을 잊지는 말아야겠다. 더구나 황정훈처럼 본바탕이 선한 아이는 기회만 적시에 주어지면 자신의 상처를 이렇게 뚫고 나온다. 신우도 마찬가지였다. 그 기회란 바로 '자존감'의 기회다. 아이들이 주도하는 축제는 바로 그 기회를 아이들에게 제공했다.

작가는 한 대안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경험을 '작가의 말'에서 밝혔다. 말하자면 이 책의 주요 소재들이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짚이는 검색어로 검색을 해보았더니 실제 학교의 이름까지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대단한 규모의 축제를 했었구나. 훌륭하다.

차시 단위의 분절적 수업에 묶여야 하는 학교에서 이런 뭉텅이 시간을 아이들에게 전적으로 맡기기는 참 어렵다. (맡긴다고 뭐가 꼭 나오진 않음) 실제로는 직접 지도하는 것 이상의 코칭과 조력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어쨌든 아이들이 스스로, 협력하여 뭔가 해내는 과정은 그 과제의 완성 자체 뿐 아니라 거기에 따르는 많은 부수적 효과들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 나는 아이들이 못미더워 늘 반조리 제품의 형태로 제공해왔던 것은 아닌가 고민이 되기도 한다.

신우네 학년이 '가장 무서운 귀신의 방'으로 뽑혀 상금을 받고 상금을 어디레 쓸지 의논하는 장면으로 끝이 나니 이 책의 마지막은 아주 맑게 갠 환한 색이다. 이 아이들이 준비한 행사를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귀신축제는 내 취향이 아니지만 말이다.^^;;; 자존감을 회복한 아이들은 이제 쭉쭉 뻗어나갈 수 있겠지. 상처로 움츠린 모든 이들이 자존감을 회복할 계기를 갖게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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