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연극 수업 어떻게 할까? - 초등 교사들의 '3인 3색 연극 수업' 들여다보기 세상을 바꾸는 교육
남상오,오현아.이동석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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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중 한분과 4년간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고 동학년을 두 번이나 해서 꽤 허물없이 지냈다. 그때부터 그의 연극사랑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다. 교대 연극동아리 OB팀을 이끌던 그 샘이 출연, 연출한 연극을 관람하러 20년만에 모교의 학생회관을 다시 방문하기도 했다. 보통 그 공연을 2월에 하곤 했는데, 그 한 번의 무대를 위해 겨울방학을 하얗게 불태운다고 했었다. 그땐 참 궁금했다. 보람이 있을까. 끝나고 허무하지 않을까. 연극의 매력은 뭐길래 이렇게 시간과 열정을 들일 수 있을까.

이제는 교육과정에 들어온 연극을 가지고도 비슷한 질문이 가능하다. 학교 연극은 완성도 높은 무대를 요구하는게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연극수업은 품과 시간이 많이 든다. 더구나 나같은 일반 교사는 연기지도를 해줄 실력도 안되고 여러가지로 벽이 느껴진다. 연극을 사랑하신 세 분 샘들의 수업은 어떨까? 궁금한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1장에는 교실연극을 위해 교사들이 체크해야 하는 내용들이 대략적으로 담겨있고, 2,3,4장은 세 분 저자들이 각자 시도한 연극수업의 과정 이야기다. 아이들의 속성을 잘 아는 우리로서는 준비와 공연까지의 과정이 순탄할 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저자들은 따로 연극반을 꾸려서 하는 특기자 연극보다도 수업의 과정으로 모두가 참여하는 연극을 추구하였기에 때로는 한숨을 쉬고 꾸중도 하고 목적 잃고 헤매는 양들을 끌어다 제자리에 돌려놓는 일들을 피할 수 없었다. 중요한 건 지지고 볶다보면 뭔가는 되더라는 것이다.(아 사실은.... 뭔가 되었다는 것 자체가 연극판에서 뛰어온 이들의 내공이 반영된 것일수도) 과정은 때로 한심했으나 결과는 보람있더라?^^ 저자들의 진솔하고 현장감 가득한 수업이야기는 날 것 그대로이던 아이들이 다가온 무대 앞에서 떨림과 책임감을 느끼며 공연 후엔 아쉬움과 보람을 느끼게 되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큰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이 과정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2장은 남상오 선생님의 '온작품 읽고 연극 만들기'의 사례다. 이제 모든 학급에서 보편적인 활동이 되어버린 온작품 읽기는 그 마무리를 연극으로 결실 맺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나도 꼭 그렇게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런데 대본은? 캐스팅은? 연습은? 공연은? 이런 막막함이 저자의 사례에서 하나씩 해소된다. 이 학급에서 읽은 책은 <만국기 소년>이었고, 수록 단편들 중 '선아의 쟁반'을 연극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각색과 공연의 편의성은 꼭 고려해야 할 점인데, 아이들은 이런 부분에 감이 부족하므로 작품을 고르는 데는 교사의 안목이 중요하겠다. 대본작업을 하기 전 사전활동으로 마음에 드는 문구 적기, 인물 분석 등을 한 것은 연출 경험이 있는 교사의 전문성이 엿보이는 부분이었다. 모둠수만큼 장을 나누고 맡은 장을 일단 즉흥극으로 표현하게 해본 것도 효과적이었다고 본다. 그 후에 대본작업이 시작됐다. 여기서부터가 난관.... 아이들한테 맡기고 확인하다보면 앓느니 죽지... 소리가 절로 나온다. "결과적으로는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했지만 내가 혼자 작업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44쪽) 부분을 읽고는 저자의 육성이 들리는 듯하여 푸하하 웃고 말았다. 이렇게 완성한 극본이 장의 끝에 첨부되어 있는데, 고생한 보람인가. 생각보다 너무 훌륭했다.
다음은 연습. 이게 또 사람 피말리는 일이다. 교사만 조급하고 애들은 태평일 때.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밥을 빨리 먹고 연습하는 모습을 기대했다. 리허설을 못해 불안할 것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점심시간에 연습을 할 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아이들은 평소처럼 놀고 있었다."(55쪽) 여기서 두번째 뿜었다.ㅋㅋㅋ
결국 아이들은 리허설도 못한 채 무대에 섰다. 하지만 무대를 맞닥뜨린 아이들은 달라졌다. 옆반을 교실로 불러 공연한 소박한 첫 무대는 그렇게 끝났다. 여기서 끝내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난 생각한다. 한 고비를 넘으면 좀 더 큰 무대로 이끌어주는 것도 좋다. 이 반은 독서캠프에서 시청각실의 무대에 도전했다. 무려 유은실 작가를 모시고 말이다! 유은실 작가에게도 잊지 못할 경험이었을 것 같다. 난 간이 작아서 요기까지는 못 갈 것 같지만 교실무대 정도는 언젠가 도전해 보고 싶다.

3장 이동석 선생님의 사례는 창작극이었다. 생활중의 인상적인 경험을 추출하여 아주 짧은 극본으로 만들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한 짧은 공연하기. 이름하여 '점심시간 연극제'! 이 장에도 역시 아이들이 만든 극본이 뒤에 수록되어 있는데 읽어보고는 '읭?' 했다.ㅎㅎ 뭔가 기승전결과 주제가 담긴 문학작품에 익숙해져 있는 탓일 것이다. 경험을 공유하는 아이들에게는 매우 공감가고 재미있었을 것 같다. 길이가 짧다는 점에서 극본도 공연도 접근성이 높다. 초반의 시도로 좋을 것 같다. 버스킹 같은 느낌을 주는 틈새공연 아이디어도 재밌다.

마지막 오현아 선생님의 사례도 참고할 점이 많았다. 처음부터 아이들에게 만들고 싶은 연극에 대한 글쓰기를 시키고 내용을 분석하는 등 아이들의 욕구를 반영하려는 선생님의 노력이 돋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아이디어는 '미완성 극본'이었다. 교사가 제시한 미완성 극본을 아이들이 채워 완성하는 방식이다. 극본이든 동화든 아이들에게 창작을 맡겨 놓으면 소위 말하는 막장으로 치닫기 일쑤다. 아님 찌르고 쑤시고 쏘고 피흘리고 다 죽고 부활하고 이루 필설로 다할 수 없는 엽기 허무맹랑 스토리가 교사의 의욕을 초장부터 꺾는다. 이를 적절히 차단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상상력과 창의력도 맥락과 인과관계에 맞게 발휘돼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완성 극본' 발상은 훌륭하다. 극본은 아니지만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창작해본 적은 많은데, 이걸 극본으로 연결시킬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잘 기억하고 있어야겠다.

한편으로 극본에 들이는 교사의 심적부담과 시간투자를 생각해보면 골라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많은 극본들이 나와줬으면 한다. 도서실 수서할 때 아동극 극본집을 찾아 구입했는데 그 수가 손으로 꼽을 정도밖에 안되었다. 얼마전 문학동네 원작동화들을 각색한 어린이 희곡 3권이 나온 것은 앞으로 쏟아져 나올 신호탄인 걸까? 잘 모르겠다.^^ 욕심 같아선 5분용, 10분용, 20분용, 교실용, 시청각실용 등등 상황에 맞게 다양하게 나오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었지만 저자들과는 달리 무대경험도 연출경험도 전무하며 애들보다도 연기력이 더 없는 나에게 연극이란 여전히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저자들의 사례와 나의 경험이 함께 말해주는 사실은, 아이들은 돌파력이 있고, 걱정한 것 보다는 잘 해낸다는 것이다. 갈수록 개별화되어가는 시대에 공동체의식을 일깨울 활동으로 연극만한 것도 드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의 처음에서 했던 질문, 왜 길이 남지도 않을 한번의 무대를 위해 열정을 쏟는가?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례중심의 교육도서들 중엔 1회용으로 읽고 바로 기억에서 지워진 책들이 많았다. 이 책의 사례들은 너무 생생해서 오래 기억날 것 같다. 초등 선생님들께는 자신있게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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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2 06: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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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2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22 1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신통방통 홈쇼핑 - 2018년 제24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79
이분희 지음, 이명애 그림 / 비룡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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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은 동화들 중에서 재미와 감동 두 가지를 다 갖춘 책으로 이 책을 꼽겠다. 주인공 아이는 역경에 처했고, 슬프고 괴로웠지만 그 역경에 맞설 힘을 얻었다. 주변에는 좋은 어른과 좋은 친구가 있었고, 상황은 크게 좋아지지도 않았지만 극한으로 치닫지도 않았으며, 주인공은 삐뚤어지지 않은 마음으로 이 과정 중에 훌쩍 성장했다. 착한 주인공이 복을 왕창 받는 옛이야기가 아닌 한 최상의 설정이라 하겠다. 말하자면 현실이 이렇게 흘러가기는 몹시 어렵다. 그렇다면 이 작품을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해야 할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마음을 지키고 옳은 길로 가기 어려운 현실의 모습을 서늘하게 보여주는 작품도 의미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대견한 모습을 그려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이 책에는 도깨비의 홈쇼핑이 나오는 바, 현대판 옛이야기와 다를 바 없으니 그런 관점에서 보면 엄청 현실적이다.^^

'신통방통 홈쇼핑'이라는 제목이 썩 끌리지가 않았다. 판타지로 연결되는 수단일 거라는 짐작은 가는데 그게 별로 달갑지가 않아서였다. 그런데 작가의 필력은 독자를 훅 빨아들였다. 홈쇼핑에서 파는 상품들, 그 상품의 사용법과 효과들이 하나같이 기발하고 스토리와 잘 매치되었다.

아빠의 부도와 행방불명으로 찬이는 산골의 큰할아버지 댁에 보내진다. 불우한 엄마의 어린 시절에 사랑을 주셨던 할아버지는 엄마의 혈육도 아니다. (이 분의 존재 자체가 참 드물고 귀한 일) 할아버지는 좋은 분이지만 산골의 생활은 적적하기 짝이 없다. 케이블 방송도 나오지 않는 옛날 TV를 이리저리 돌리던 찬이에게 홈쇼핑 채널이 잡힌다! 바로 '신통방통 홈쇼핑'! 쇼핑 호스트들은 마치 찬이의 상황과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하고(당연할 것이다. 도깨비들의 홈쇼핑이니^^), 찬이는 홀린듯 주문전화를 누른다. 걱정할 것은 없다. 값은 천지에 널린 도토리 한 됫박이니까.

그곳에서 주문한 물건들은
☆도깨비 감투 : 전학간 학교에서 찬이를 괴롭히던 대성이의 기세를 꺾을 수 있었음.
☆떡갈나무잎 지갑 : 전학가서 외로운 찬이의 한결같은 친구가 돼 준 명석이. 그 할아버지 가게의 도둑을 잡게 해줌.
☆초소형 구미호 꼬리 : 변신하여 경찰서에서 아빠의 소재를 검색해보려 하였으나 실패로 끝남. 대신 친구들과 비밀을 공유.
☆여우 수염 : 턱에 붙이면 부자가 될 수 있다. 가장 욕심나는 물건일 수밖에 없겠다. 찬이는 결국 이 수염을 누구 턱에 붙였을까?
☆도깨비 방망이 : 신통방통 홈쇼핑에 있어 마땅한 상품! 그것도 한 번에 세 개! 그런데 자신의 소원은 빌 수 없다. 친구들은 누구의 소원을 어떻게 빌어주었을까? 이 퍼즐을 맞추는 것도 이 책의 재미 중 하나.

이 홈쇼핑의 상품들과 함께 계절이 흘러가고, 이야기가 흘러가며, 찬이와 산골의 친구들은 성장한다. 겨울이 오고 도토리가 귀해지며 홈쇼핑 채널은 더이상 잡히지 않는다. 이야기가 끝날 때가 된 것이지.^^ 마지막으로 홈쇼핑에서 사은품으로 보낸 여의주 사탕이 도착한다. "여의주의 힘찬 기운을 듬뿍 녹여 사탕에 담았습니다. 여의주 사탕 드시고 힘찬 겨울 보내시길 바랍니다."

찬이는 엄마가 할아버지께 보낸 택배의 주소를 추적하여 서울의 낯선 동네 작은 방에서 고단한 일상을 살고 있는 엄마 아빠를 먼발치에서 보고 온다. 여의주 사탕은 곤히 잠든 아빠의 입 속에.... 상황이 썩 나아지진 않은 것을 알 수 있지만, 상황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한 것도 알 수 있다. 산골의 겨울까지 지내고, 찬이는 기다리던 엄마 품으로 돌아간다. 그건 또 아픈 이별이기도 했다. 세상사가 그런 것이지.

이별 파티에 찬이 엄마가 잔뜩 준비해 온 도토리묵 또한 이 책 전반에 흐르는 중요한 소재다. 그것은 찬이가 떠난 후 할아버지 집에서의 '뒷이야기'와도 연결된다. 참 세심하게 공을 들인 작품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공을 들인다고 다 매력적인 작품이 되진 않을 것이다. <한밤중 달빛 식당>에 이은 이 작가 특유의 매력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작가가 풍길 수 있는 특유의 매력이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일까!
꽤 두껍지만 4학년 이상이면 권할 만하다. 이 책이 널리 읽혀지고 아이들에게 건강한 힘과 용기를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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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아지 육아 일기 샘터어린이문고 56
신현경 지음, 박솔 그림 / 샘터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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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아 병에 걸린 잡스 씨' 라는 책을 읽고 작가 자신의 이야기구나 라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 동화작가 잡스 씨는 다른 이들과의 소통 없이 거의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는데, 어느날 집 앞에 버려진 강아지 두 마리를 얼떨결에 떠맡게 된다. 어디까지가 자전적 이야긴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작가가 애견인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이번에는 아예 강아지 육아일기라는 책을 쓰셨네!

다올이 할머니네 보리가 새끼를 네 마리나 낳았다. 새끼강아지들은 너무 앙증맞고 귀엽다. 두 마리는 분양되고 콩이와 마루 두 마리가 남았다. 다올이는 달라고 조르지만 부모님이나 할머니 모두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개를 키운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다올이는 육아일기를 쓴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강아지들을 데려올 수 있었다. 다올이 아기 때 엄마가 쓰시던 육아일기. 강아지를 키우는 것도 그에 버금가는 수고와 사랑이 필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림일기처럼 반 이상의 지면을 차지하는 그림과 짧은 글로 이루어진 구성이라 읽기 쉽고 편하다. 하지만 강아지 키우기의 만만찮음은 짧은 글 중에서도 잘 드러난다. 배변훈련의 어려움, 이 날 무렵의 물어뜯기, 아무거나 씹어 먹기를 비롯한 각종 말썽들, 산책시키기, 사회성 기르기 등 성견이 되기 전 주인이 겪어야 하는 여러가지 어려움들이 잘 나타나 있다.

"애 하나 더 키운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주변에서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딸이 덜컥 데려온 푸들 잡종 강아지를 난데없이 키우게 된 게 2년 전이다. 키워보니 실로 만만치 않은 노력과 시간과 돈이 든다. 그러나 절대 인간의 아이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적어도 속이 썩어들어가는 맘고생은 안 하니까.ㅎㅎ 오히려 개로부터 친밀함과 위안을 받을 때가 훨씬 더 많다. 개를 데리고 오고 몇 달 되지 않아 아버님이 혼자되셨는데, 이녀석이 없었다면 아버님 혼자서 긴긴날 허전함과 외로움을 어찌 견디셨을까. 개 입장에서도 빈 집에서 혼자 하염없이 사람을 기다릴 일이 거의 없으니 서로 참 잘 만난 사이다. 이녀석 때문에 웃을 일이 생기고 대화거리가 생긴다.

하지만 (아직 겪지 못했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강아지 때보다도 노령견이 되었을 때다. 그에 대해서는 다올이 고모가 데려다 키우는 두리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점잖게 생긴 슈나우저 할아버지. 유기견을 데려와 잠깐 키웠을 뿐이지만 이별의 슬픔은 진하게 다가왔다. 이런 슬픔까지도 감수하며 시작해야 하는것이 바로 반려견을 들이는 일이다.

강아지들의 귀여움을 살린 그림작가의 그림체도 참 좋고 모든 에피소드들이 정겹고 재미있다. 나처럼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그 과정을 돌아보며 공감하고 웃기에 좋고, 이제 키우려는 사람들은 참고하기에 좋다. 아이의 등쌀에 키울까 말까 하시는 분들은 아이와 함께 꼭 한 번 읽어보시기 권한다. 자신들의 가능선을 파악하고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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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19-05-18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강아지를 키우게 한 게 아니고 일기까지 쓰게 했군요 쉽지 않을 듯합니다 어느 정도 강아지를 가르치기도 해야 한다니... 본래 그런 건가요 그걸 가르쳤을 때 강아지가 사람 말을 잘 들으면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겠습니다 거의 아이 기르기와 다르지 않네요 아이 기르기보다는 조금 낫겠지만...


희선

기진맥진 2019-05-20 14:34   좋아요 0 | URL
사람아이만큼 노심초사하진 않지만 그래도 생명을 키운다는 건 막중한 것 같아요. 첵에서는 그 책임감을 육아일기라는 소재로 표현한 것 같구요. 동물을 키우는 느낌도 시대가 지나며 달라지네요. 어릴때는 마당에서 묶어놓고 기르는 걸 당연하게 여겼는데 지금은 집안에서 가족처럼 지내니 말이에요.^^
 
옛이야기 공부법
김환희 지음 / 창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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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온걸 보자마자 수서 목록에 담고 책이 오자마자 집어왔지만.... 한달음에 읽지는 못했다. 김환희, 신동흔 두 분의 책을 읽으면 옛이야기라는 것이 너무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이어서 더 알고 싶은 욕구가 무럭무럭 솟구치지만.... 난 그냥 그런 분들의 연구와 사색 끝에 나온 글들을 가끔 읽는 데서 만족해야겠다. 이 책은 옛이야기 연구자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책인데 저자가 알려주신 알토란 같은 자료의 바다를 헤엄칠 열심까지는 생기지 않으니... 더 알고 싶다는 말은 헛말이었어.....^^;;;; 더구나 비교문학의 관점에서 보려면 외국어실력이 필수인 바, 털썩..... 왜 나는 젊은 시절을 허송세월했을까...ㅋ

연휴를 정리하는 마지막날, 반납 못한 책들을 정리하듯이 이 책을 읽었다. 연구자들을 위한 안내서 격인 1부의 2장(자료 찾는 법), 3장(도표 만들기)은 꼼꼼히 못읽고 넘어갔다. 4장(유형과 모티프) 부터는 관심있던 부분이라 흥미있게 읽었다.

2부에서는 저자가 깊이 연구해 온 <구렁덩덩 신선비>와 <바리공주>를 중심으로 세계 여러나라의 유사 설화들과의 비교를 통해 세계적인 보편성과 한국적인 특수성을 찾아보는 탐구의 과정을 보여준다. 배우면 배울수록 모르는 것이 더욱 늘어난다고 하던가, 저자의 글에서 내가 느낀 것은 뭔가 단정적인 '확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자로서 무책임해 보이지만 어쩌면 이것이 책임있는 태도인지도 모른다. 확실치 않은 것을 단정하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한 것이니까.

과연 옛이야기의 연구에서 '확실한 것'이란 나올 수 있을까.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걸면 코걸이 아니야...?라는 생각을 평소에도 하곤 했었는데, 저자의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옛이야기를 공부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 책은 연구적 의미가 크면서도 매우 사적인 고백이 담기기도 했다. 저자가 인생의 문제들을, 특히 고질적인 내면의 문제들을 극복하는데 옛이야기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알 수 있었다. 그에게 옛이야기는 학자로서 연구대상이면서 동시에 인생의 근본 물음과 답을 찾는 서사이기도 했다. 그렇게 일생을 다해 한 우물을 판 그에게도 그 깊이를 다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이쯤되면 심술궂은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그 깊이가 말이야~ 사실은 안 깊은 것일수도 있잖아~ 이미 그 깊이를 지나쳐서 더 파고 있는 것일수도 있잖아~

ㅎㅎㅎ 그 깊이는 인간의 깊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인간이란 무엇이냐. 무슨무슨무슨 원소로 이루어진 유기체에 불과하냐. 육체를 넘어선 세계를 지닌 깊이를 알 수 없는 정신적, 영적 존재이냐. 그 생각에 따라서 옛이야기에 대한 생각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옛이야기 연구의 끝에 뭐가 나올지는 모른다. '정확한 것은 확인할 바가 없으며 뭐라고 한마디로 말할 수 없음' 이게 결론일수도. 하지만 인생도 한치 앞을 모르며 걸어가는 것이듯 옛이야기 연구도 그 과정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존에 나온 연구만 해도 사실 옛이야기를 보는 눈과 그 재미를 대중에게까지 알려주는데 큰 기여를 했으니까. 그 기초가 되는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놓은 임석재 님 같은 분은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몇년 전 모교에서 이루어진 아동문학 직무연수에 김환희 교수 강의가 들어있길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신청했는데 막상 가보니 강사가 대체되어 있어 분통이 터졌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니 더더욱 아쉽다. 저자의 강의를 육성으로 들을 기회가 꼭 있기를 바란다. 내가 찾아 연구하진 않을 것 같지만 저자가 연구해놓은 이야기는 좀 더 듣고 싶다. 이 책을 시간을 충분히 들여 꼼꼼하게 읽지 못했는데, 자세히 들으면 더 큰 흥미와 감동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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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는 못 살아! 저학년은 책이 좋아 6
홍민정 지음, 정경아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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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마다 선호,비선호하는 타입과 그 이유가 다르겠지만 나는 지고는 못 살아! 이런 부류의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과한 승부욕을 보이는 사람은 보기만 해도 피곤하다. 학급의 아이들도 그렇다. 좀 덜 재밌더라도 승부욕이 없는 아이들이 좋다. 재미는 내게 부차적 문제고, 평화는 생존의 문제다.ㅎㅎ

그래서 나랑은 보드게임이든 고스돕이든 뭘 해도 재미가 없다. 적당히 흥분해주어야 분위기가 사는데 난 지는 것도 이기는 것도 그닥 좋지 않다. 모두가 나 같다면 게임은 완전히 김샐 것이다. 그러니 지고는 못살아! 타입도 적당히 있어야겠지. 문제는 그게 너무 심하면 과정이 힘들고 뒤끝도 안좋다는 것이다. 이 책의 훈이 같은 아이. 나랑 상극인 아이다.

훈이는 무슨 게임을 하든 지고는 끝낼 수 없는 아이다. 지난밤 형한테 보드게임 진게 분해서 아침 댓바람부터 형을 깨워 기어이 한 판을 더 하는 아이. 지면 참지 못하고 화를 내거나 분풀이를 하는 아이. 이기는 것만 중요해서 넘사벽과는 아예 붙어보지도 않는 아이. 그래서 친구들도 싫어하는 아이.

훈이네 학교에 특이한 교장선생님이 새로 오셨다. 취임인사로 달인 수준의 줄넘기 실력을 보여주신 교장샘은 전교생 줄넘기 대회를 개최하셨다. 줄넘기에 자신있는 훈이는 기뻐했지만 그 방식에는 불만을 제기했다. 4인1조 모둠원 모두가 한 종목씩 출전하여 총점으로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우려했던 대로 '짚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우섭이랑 같은 모둠이 되자 훈이는 열폭한다.

'혼자 하면 1등인데' 라고 불만을 쏟아내며 혼자만 연습을 하던 훈이에게 우섭이가 주춤주춤 다가와 줄넘기를 가르쳐 달라고 한다. 멈칫하던 훈이는 얼떨결에 이것저것 가르쳐주게 됐고 우섭이는 맹연습을 하며 조금씩 실력이 늘어간다. 대회날, 우섭이는 최고기록을 세우며 자신의 역할을 다했지만 오히려 훈이가 만점을 못받아 모둠은 2등을 하게 됐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미 과정을 즐기고 격려할 줄 아는 아이들이 되어 있었다. 해피엔딩.

나처럼 경쟁상황 자체를 회피하는 것과 처음의 훈이처럼 으르렁거리며 이기려 드는 것 모두 극단이며 바람직하지 않다. 많은 초등 교실에 '게임의 고수 6단계' 표가 붙어 있는데 1단계:무기력, 2단계:승부욕 까지는 게임의 하수에 해당된다. 규칙준수, 승패를 넘어선 즐김, 배려, 창조로 가면서 고수의 경지에 들어서는 것인데 하수를 넘어서는 단계에서 이 책을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사실 이 책에 나온 상황은 최상의 설정이다. 현실에 나타나는 여러가지 걸림돌들은 이런 해피엔딩을 날려버리기 일쑤다. 일단 교장선생님의 이런 게임방식은 정확히 분배된 책임량을 개인에게 할당하는 방식이어서 위험할 수 있다. 긴장해서 실패하는 사람이 책 속에선 훈이였지만 실제로 이 위험성은 우섭이 쪽이 훨씬 크다. 본성 불변의 법칙이라는 말처럼 가장 변하기 어려운 것은 인간이어서 단시간에 이런 변화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도 완전히 불가능한 설정은 아니다. 실제로도 훈훈한 변화는 종종 일어나곤 한다. 그게 없다면 교실은 살 맛 안 나는 곳이겠지.^^

발전의 동력이 되는 적당한 승부욕. 어디서나 그렇듯이 '적당한'보다 어려운 말은 없다. 이 안전지대 속에 있을 때 내 교사로서의 일상은 천국이었다. 그러나 천국 속에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슬픈 운명인 터, 으르렁 지옥을 화기애애 천국으로 만드는 것도 교사의 역량일테지. 아 부담스럽구나.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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