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 공부법
김환희 지음 / 창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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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온걸 보자마자 수서 목록에 담고 책이 오자마자 집어왔지만.... 한달음에 읽지는 못했다. 김환희, 신동흔 두 분의 책을 읽으면 옛이야기라는 것이 너무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이어서 더 알고 싶은 욕구가 무럭무럭 솟구치지만.... 난 그냥 그런 분들의 연구와 사색 끝에 나온 글들을 가끔 읽는 데서 만족해야겠다. 이 책은 옛이야기 연구자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책인데 저자가 알려주신 알토란 같은 자료의 바다를 헤엄칠 열심까지는 생기지 않으니... 더 알고 싶다는 말은 헛말이었어.....^^;;;; 더구나 비교문학의 관점에서 보려면 외국어실력이 필수인 바, 털썩..... 왜 나는 젊은 시절을 허송세월했을까...ㅋ

연휴를 정리하는 마지막날, 반납 못한 책들을 정리하듯이 이 책을 읽었다. 연구자들을 위한 안내서 격인 1부의 2장(자료 찾는 법), 3장(도표 만들기)은 꼼꼼히 못읽고 넘어갔다. 4장(유형과 모티프) 부터는 관심있던 부분이라 흥미있게 읽었다.

2부에서는 저자가 깊이 연구해 온 <구렁덩덩 신선비>와 <바리공주>를 중심으로 세계 여러나라의 유사 설화들과의 비교를 통해 세계적인 보편성과 한국적인 특수성을 찾아보는 탐구의 과정을 보여준다. 배우면 배울수록 모르는 것이 더욱 늘어난다고 하던가, 저자의 글에서 내가 느낀 것은 뭔가 단정적인 '확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자로서 무책임해 보이지만 어쩌면 이것이 책임있는 태도인지도 모른다. 확실치 않은 것을 단정하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한 것이니까.

과연 옛이야기의 연구에서 '확실한 것'이란 나올 수 있을까.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걸면 코걸이 아니야...?라는 생각을 평소에도 하곤 했었는데, 저자의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옛이야기를 공부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 책은 연구적 의미가 크면서도 매우 사적인 고백이 담기기도 했다. 저자가 인생의 문제들을, 특히 고질적인 내면의 문제들을 극복하는데 옛이야기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알 수 있었다. 그에게 옛이야기는 학자로서 연구대상이면서 동시에 인생의 근본 물음과 답을 찾는 서사이기도 했다. 그렇게 일생을 다해 한 우물을 판 그에게도 그 깊이를 다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이쯤되면 심술궂은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그 깊이가 말이야~ 사실은 안 깊은 것일수도 있잖아~ 이미 그 깊이를 지나쳐서 더 파고 있는 것일수도 있잖아~

ㅎㅎㅎ 그 깊이는 인간의 깊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인간이란 무엇이냐. 무슨무슨무슨 원소로 이루어진 유기체에 불과하냐. 육체를 넘어선 세계를 지닌 깊이를 알 수 없는 정신적, 영적 존재이냐. 그 생각에 따라서 옛이야기에 대한 생각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옛이야기 연구의 끝에 뭐가 나올지는 모른다. '정확한 것은 확인할 바가 없으며 뭐라고 한마디로 말할 수 없음' 이게 결론일수도. 하지만 인생도 한치 앞을 모르며 걸어가는 것이듯 옛이야기 연구도 그 과정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존에 나온 연구만 해도 사실 옛이야기를 보는 눈과 그 재미를 대중에게까지 알려주는데 큰 기여를 했으니까. 그 기초가 되는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놓은 임석재 님 같은 분은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몇년 전 모교에서 이루어진 아동문학 직무연수에 김환희 교수 강의가 들어있길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신청했는데 막상 가보니 강사가 대체되어 있어 분통이 터졌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니 더더욱 아쉽다. 저자의 강의를 육성으로 들을 기회가 꼭 있기를 바란다. 내가 찾아 연구하진 않을 것 같지만 저자가 연구해놓은 이야기는 좀 더 듣고 싶다. 이 책을 시간을 충분히 들여 꼼꼼하게 읽지 못했는데, 자세히 들으면 더 큰 흥미와 감동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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