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아나 할아버지 사계절 저학년문고 66
박효미 지음, 강은옥 그림 / 사계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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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매력
1. 외할아버지의 전라도 사투리. 완전 같은 동네는 아닌 것 같지만 돌아가신 우리 아부지랑 싱크로율 90%
2. 색다른 애완동물 이야기. 이구아나. 나는 안 키워봤지만 키워 본 작가의 이야기라 실감 만점.
3. 외할아버지의 꺾을 수 없는 성미. 울 아버지도 그랬다. 하지만 결국 가족들을 이기지 못하는 속정있는 외할아버지. 진짜로 우리 아버지도 그랬다.ㅠㅠ 다른 게 있다면 몸쓰는 일은 1도 못하시던 울 아부지랑 달리 부지런한 농사꾼이시라는 것과 유려한 문장가이시던 아부지랑 달리 맞춤법이 많이 틀리신다는 것 정도? 삽화까지도 우리 아부지랑 좀 닮은데가 있었다.(아부지 미안^^;;;)

엄마 아빠 둘이서 칼국숫집을 운영하느라 바쁜 통에 희경이는 혼자 지낼 때가 많다. 그때 희경이의 옆을 지켜주고 이야기를 들어 준 동무 이구아나. 이들에게 위기가 닥쳤으니 외할아버지가 허리를 다쳐 시골에서 올라오시게 된 것이다. 이구아나를 본 할아버지는 어찌 집에 배암이 있냐며 기절초풍 노발대발하시고 뱀 때문에 재수없었던 과거 일을 들먹이며 당장 내보내라 난리를 치신다. 언제나 희경이 편에서 희경이 마음을 다 알아주시던 외할아버지는 어디 가신 걸까? 이 난리통에 이구아나를 방에 몰래 숨겼지만 어느새 탈출해 자취를 감추고.... 찾아헤매던 희경이의 설움이 드디어 폭발한다.
"내 이구아나예요. 나랑 지내는 내 이구아나라고요. 나랑 정든 애라고요."

별 것 아닌 이 대사에서 울컥해진다. 훌륭한 작가분들에게는 역시 뭔가가 있다. "나랑 정든 애라고요....." 정이 뭔지.... 사랑보다 더 슬픈게 정이라는 뽕짝 가사가 있던가.... 어쨌든 정이 별게 아니라면 이런 이야기는 쓰여지지도 읽히지도 않을 것이다. 사랑보다 더 깊은 정은 남녀간에만 있는게 아니다. 아이들에게도, 더구나 외로운 아이들에게는 더 절절하다. 그건 어른의 저울로 달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닌 것 같았지만 이때 할아버지는 마음을 고쳐먹으셨나보다. 할아버지는 시골집에 송아지가 태어났다는 소식에 치료도 마치지 않고 기어이 내려가 버리셨지만 다시 찾은 이구아나에게선 할아버지의 손길이.......^^;;;;

"소 밥은 줬는가....? 아이, 긍게 고놈은 쇠죽을 좀 끓여 주제 그랬는가. 잘 보소, 어디 가지 말고!"
"오메, 배암 새끼 때문에 집안 꼴이 뭐다냐. 아야, 희경아, 어쨌든 간에 할애비는 아니다이."
"낳았단가? 오메 오메 잘했네이. 어? 뿌락데기? 알았네이."
이런 할아버지의 친근한 대사를 읽으며, 또 이미 정든지 오래인 우리집 곱슬이 녀석을 생각하며 읽으니 이 책은 내게 특별한 감회로 다가온다. 짧은 저학년문고인데 울림은 깊다. <노란 상자>, <블랙아웃> 등으로 깊은 인상을 준 박효미 님의 필력은 저학년 동화에서도 만만치 않게 느껴진다.

내 동생네 집에도 파충류(도마뱀)를 키운다. 사진을 보며 나랑 딸은 인상을 쓴다. 아마 평생 그런 걸 키울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이 드는 순간 게임 끝이라는 건 안다. 작가님도 그러셨던 것 같다. 경험이 동화가 된 작품 중에서도 참 인상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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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꿈도서관 2019-05-09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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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김기정 지음, 신민재 그림 / 한권의책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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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름을 보고 긴가민가 했다. 동화의 본질에 다가가려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애쓰시는 동화작가 김기정 님의 책 맞나? 혹시 동명이인인가?

동화작가 김기정 님의 책 맞았다. 음악에 대한 책이지만 비문학이 아니었다. 김기정 님의 강점인 재미있는 스토리와 대화가 잘 살아있으면서 음악의 매력과 설렘을 잘 표현한 동화였다. 이 책을 어린시절의 내 아이들에게 바치고 싶다. 이제는 다 컸지만....

애가 애를 낳아 키우며 숱한 시행착오와, 뭘 잘 몰라서 혹은 바쁘고 힘들어서 못해준 것들이 수없이 많지만 그래도 음악을 가르친 것 한가지가 그 많은 실수의 절반은 덮는다고 생각한다. 둘다 전공은 안했지만 딸은 교회 피아노 반주를 하고 있고 아들은 지금 군악대에서 클라리넷을 불고 있다. 교회에서 또래들이 모이면 플룻, 첼로가 더해 앙상블을 한다. 웬만한 성가곡 정도는 금방 맞춘다. 그걸 들을 때가 내 생활의 행복한 순간 중 하나다. 돈 많은 동네인가보다고? 전혀 아니다. 여긴 서울 변두리 집값 제일 싼 동네고 다들 학교 방과후나 동네 학원에서 배운 실력들이다.(아들만 개인레슨을 1년쯤 받음) 교회라는 무대가 있으니 의미를 계속 유지하며 악기를 놓지 않았을 뿐이다. 중요한 건 이제 다들 성인이 된 이 또래들이 자신의 음악적 경험을 매우 다행스럽게 여기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음악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아니면서도.

나도 나이 50 다되어 동네 도서관 동아리 합창단에 들어갔는데 여기 평균연령이 나보다 조금 높다. 준실버 합창단이라 할까. 솔직히 때로는 듣기 민망한 음악을 만들어낸다.ㅎㅎ 그래도 모두들 그 시간을 소중하게 여긴다. 나도 여기에 오래 있고 싶다. 그러면 된거 아닐까. 이 책에도 그런 말이 나온다.
"음악은 천재들만 하는 게 아니야."
"그냥 느끼고 즐기라는 뜻이지. 그걸로도 충분!"
내 생각엔, 음악을 귀로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기는 것이긴 하지만 직접 만들어내는 음악은 그 이상의 느낌이 있다. 그러니 작은 악기 하나라도 연주 가능하도록 익혀보는 게 좋다. 그게 안되면 최후의 수단으로 내 몸이라는 악기가 있지 않은가! (나처럼ㅎㅎ) 쌩목소리로 핏대를 세울지언정 음악의 한구석을 떠받치는 그 느낌은 참 좋다.

이 책은 바이올린을 겨우 소리만 내는 미솔이라는 아이가 학교 오케스트라반에 들어가 토벤 선생님을 만나고, 도전을 받으며 무대를 완성하기까지의 이야기다. 과정이 매우 구체적이고 실제적인데,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작가의 아들 어린시절을 모델로 한 것 같다. 열정적이면서도 뭔가 허당이며 웃기기도 한 지휘자 토벤 선생님, 토벤 선생님의 어머니로 오케스트라에 측면 지원을 하신 뽕짝 부인(알고보니 그녀는 30년 경력의 퇴임 음악교사), 실력 빵빵한 일부 선배들, 미솔이처럼 실력은 없으나 함께하는 과정에서 투지가 생긴 대부분의 단원들이 함께 만들어간 과정이었다. 어릴 때 악기라고는 리듬악기와 리코더밖에 만져보지 못했던 나는 이런 요즘의 아이들이 부럽다. 하지만 요즘이라고 이 책의 상황이 쉽게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우리 학교에도 누구의 입김인지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지긴 했다. 예산을 따올 수 있었기에 아이들에게 악기와 레슨이 무상으로 제공되었다. 하지만 운영은 쉽지 않았다. 쉽게 들어간 아이들은 쉽게 빠졌고, 적은 연습시간에 성실치 않은 단원들로 지휘자는 고충을 토로했고, 연주회에선 객원들(악기별 선생님들)이 주로 소리를 냈다. 그러더니 결국 해체되고 말았다. 음악은 아름답고 그 매력은 빠져들수록 대단하다. 하지만 그걸 유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기본 진리가 여기에도 통한다. 시간투자, 꾸준한 노력, 밀도높은 집중이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오케스트라가 일반적으로 가능하진 않고 모든 아이들이 오케스트라 악기를 다룰 수도 없다. 꼭 그럴 필요도 없는 것이고. 여기서 학교 음악교육의 기능을 더 생각해보게 된다. 출발점도 재능도 모두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 해야 하는 음악수업. (여기서 출발점이 다른 것을 사교육 운운하며 문제삼는 것은 생트집. 이에 대한 논의는 넘어감) 음악의 매력을 알게, 연습은 밀도 있게, 다양한 수준이 어울리게, 작은 무대에 자주 설 수 있게(교실 앞에 나오면 그게 무대다) 해주는 것 정도로 나는 생각하고 있다. 이것도 잘 되진 않아서 늘 반성한다.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이 책의 제목이면서 끝에서 두번째 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연습때 자꾸 틀리는 부진 녀석들 때문에 분위기가 날카로워진 날, 토벤 선생님이 해 준 얘기는 '크리스마스 휴전' 이야기였다.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전장에서 울려퍼진 캐롤 연주와 그에 화답하던 노랫소리. 그 음악은 총을 내려놓고 서로를 원수가 아닌 친구로 바라보게 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장 <뽕짝 오케스트라>에선 긴장 속에 연주를 마친 단원들이 앵콜곡으로 "꽃 피는 동백섬에~"를 연주하며 모두 흥겹게 즐기는 장면이 나온다. 이 곡은 뽕짝 부인의 애창곡이다. 지휘자 어머니를 '뽕짝 부인'으로 설정한 작가의 의도는? 아마도 음악의 장르에는 귀천이 없다는 뜻이 아닐까? 조용필을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뽕짝 부인'이라고 부르길래 난 순간 "아니 조용필이 왜 뽕짝이야?" 하며 발끈했는데, 뭐 그럴 일은 아니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나 '미워 미워 미워' 같은 그의 곡들이 뽕짝인 건 사실이니. 우리 합창단에서도 가끔 편곡된 장윤정의 뽕짝들을 부른다.^^

음악 동화이기에 음악에 치우친 이야기를 했지만 미술, 무용 등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즉 음악을 '예술'로 바꾸어도 된다는 뜻이다. 왜 인간에게는 예술이 있겠는가? 그것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소통하게 하며 행복과 위안을 주지 않는다면 어떤 존재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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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기, 내 동생 - 제8회 비룡소 문학상 대상 수상작 난 책읽기가 좋아
최도영 지음, 이은지 그림 / 비룡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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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모티프는 동화에 자주 등장한다. 누구나 해봤을 법한 상상이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로 변한다면, 저 사람이 ♡♡로 변한다면.... 한번쯤 그런 상상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글쎄, 쓰레기다! 으흠.... 이런 상상도 충분히 가능하며 여러 사람이 많이 해봤을 법한 상상이다. 그런데 그걸 작품으로 쓰다니. 그리고 문학상까지 받다니. 비슷한 상상을 해보셨으나 유치한 상상으로 치부하셨던 분들은 좀 억울할 것도 같다.ㅋㅋ 콜럼버스의 달걀이라고 할까?^^

그러나 단순히 그렇게 말하기엔 이 책의 매력이 많다. 일단 재미있고, 자매 양쪽 모두의 입장에 절절히 공감할 수 있으며, 보통의 결말보다는 반전이 한 번 더 있다는 점 등이다.

언니 리지는 열 살, 동생 레미는 아홉 살이다. 겨우 한 살밖에 차이나지 않지만 언니로서의 설움은 에누리가 없다. 레미는 잘못을 해놓고도 아양과 눈물과 애교로 상황을 모면하며 물귀신처럼 언니를 끌고 들어가 결국에는 언니가 혼나는 걸로 상황이 종료된다. 얼마나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인가? 형제관계 관련 그림책을 읽어주면 주로 첫째들의 설움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저만 혼나요~~" "얄미워 죽겠어요~~" 이 책도 첫째들의 폭풍공감을 받을 것 같다.

울분에 복받친 리지는 동생이 자는 동안 '마법수첩'에 동생 이름인 '레미'를 살짝 지워 '레기'로 만들고(제목이 여기서 나옴. 제목 센스도 좋다^^) 앞에 '쓰'자를 붙인다. "내동생 쓰레기"

아침에 언니는 고약한 냄새에 눈을 떴고 2층 침대에 동생 대신 누워있는 쓰레기봉투를 발견했다.ㅎㅎ 이를 해결해 나가는 자매의 좌충우돌 이야기. 마지막에 반전 있음.^^

재미있게 읽었고, 서평도 썼고, 심지어 그 책이 학급문고에 꽂혀 있는데도 요즘들어 책 읽어주기가 뜸했다. 늘 설레어야 하고 새로워야 하는게 교사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시들하면 아무것도 안 된다. 심지어 내가 축적해 놓은 것조차 나의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에게 새로움을 주었다. 당장 월요일에 이 책을 읽어주기 시작해야지. 중간중간 참지 못하고 튀어나오는 아이들의 '자기 이야기'를 적당히 들어주면서.

올해 우리 학년 아이들은 외동보다도 2자녀가 많고 다둥이(3자녀)도 꽤 된다. 부모님은 거의 맞벌이고 돌봄교실 신세가 대다수다. 오빠는 우리반, 동생은 병설유치원인 남매가 있는데 아이들이 일찍 등교하다보니 출근하며 자주 만난다. 남매의 이별이 견우와 직녀 수준이다. 우리집 남매 어릴 때가 생각나며 코끝이 찡해진다. 바쁜 엄마 아빠 아래의 자녀들은 이렇게 그들만의 눈물겨운 동지애를 나누기도 한다. 이들을 다룬 작품도 나오면 좋을 것 같다. 한편으로 다둥이들의 첫째는 놀라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설움에 젖어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책은 좋은 매개체가 되겠다. 또한 동생이라고 설움이 없는 건 아니다. 부모에 따라서는 첫째한테 전권을 위임하고 동생을 서럽게 하기도 한다. 이 책도 처음에는 언니의 울분에 공감하지만 뒤로 갈수록 동생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그러고보니 형제관계의 양상도 참으로 다양하다. 문학은 사람 사는 이야기일 터, 형제관계를 다룬 이야기는 앞으로 한참 더 나와도 되겠다.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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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하고 나하고 - 한글 모음 그림책 마음속 그림책 13
박종채 글.그림 / 상상의힘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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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모음만 다룬 그림책이다. 자음을 다룬 그림책은 종종 봤는데 모음 그림책은 본 기억이 없다. 한글을 익히는데 자음이 좀 더 큰 난관이겠지만 기본은 모음일 것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한글 그림책이라 하겠다.

경력교사지만 1학년을 맡은 적이 없어서 한글 기초교육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문자를 모르는 학생들과의 소통을 생각하면 그 한계에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지지만 여러 선생님들의 노하우를 귓전으로 들으면서 관심이 생기기도 하는 중이다. 한글을 익히는 과정에 함께하는 것, 참 흥미롭고 보람있는 일일 것 같아서다.(물론 힘들겠지;;;;)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집 아이들이 한글을 익히게 된 과정을 밀착해서 함께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게을렀던 나는 큰아이에게 그당시 유행하던 '신기한 한글나라'를 잠깐 시켰는데 통문자로 지도하는 방식이었다. 그게 유효했는지 어땠는지는 몰라도 얼마 뒤 아이는 한글을 읽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쉽다. 둘째라도 찬찬히 가르쳤으면 좋았을텐데 정식 유치원을 못 보내고 동네 교회서 하는 작은 유치원을 보내서 그랬나, 유치원에서 한글지도를 하셨나본데 부모가 되어서 그것도 모르고 있었다.ㅎㅎ 어느날 보니 읽을 줄 알기에 엇, 배웠네 했을 뿐이다. 세종대왕은 정말 위대하셔서 많은 아이들이 이렇게 어느사이엔지 한글을 배운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적당한 시기에 바른 방식으로 배워야 가장 자연스럽고 효율적으로 습득한다. 초등 저학년의 한글교육이 가장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모든 분야에서 그렇지만 한글습득도 개인차가 무척 크다는 게 지도의 어려움인 것 같다. 선행을 탓하지만 출발점이 같아도 차이는 크다. 그럴 때 이렇게 좋은 그림책은 그 차이를 부드럽게 메꿔주며 함께 나아가게 해줄 것 같다. 간결하고 부드러운 글자체, 해당 모음이 반복되는 문장구성이 눈에 띈다. 친근하고 재미있는 박종채 작가님의 그림도 매력적이다. 이분의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왼쪽면엔 전체에 칼라 그림을, 오른쪽면엔 흑백의 작은 그림을 배치하고 그 위에 노란색의 글자를 넣어 선명함을 더했다. 시각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좋은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자음 그림책들은 이미 있지만, 그래도 이 책과 같은 작가, 같은 구성으로 자음 그림책까지 이어서 나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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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인지 아닌지 생각하는 고기오 샘터어린이문고 55
임고을 지음, 김효연 그림 / 샘터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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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이런 느낌의 동화는? 상당히 낯설었다. 낯설다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고 그건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이 책은 중학년용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분량상으로는 그러하나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려면 고학년은 되어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차라리 중학생은 어떨까도 싶었고. 이 책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존재가 등장한다. 애매한 다름과 비슷함, 받아들여짐과 거부당함이 줄거리를 이끌어나가면서 같다는 것은 무엇인가, 같은 무리로 분류되는 기준은 무엇인가 라는 의문이 떠오른다. 이런 의문은 중학년 수준의 의문은 아니니, 좀 더 큰 아이들이 읽으면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인데, 확신할 수는 없다. 아이들의 감상 포인트는 가끔 예측을 뒤엎기도 하니까.^^

자신이 무엇인지 모르는 '고기오'는 닭의 마을에 와서 희망을 가진다. 늘 '낯선 자'라고 거부당해 왔지만 여기 와서 보니 꽤 공통점이 많았던 것이다. "그래, 나는 닭이었어." 하지만 닭들은 인정하지 않았고 나흘안에 스스로 닭인걸 인정하라 요구한다. 그 사이에 약한 꼬맹이 '꼬꼬꼬'와 마음을 나누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사실 고기오에게는 결정적인 차이-하늘을 날 수 있다-가 있었지만 그것을 감추고 드디어 무리에 들어와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다. 그순간 대장의 딸인 '꼬꼬댁'이 독수리에 잡혀가고, 그걸 쫓다가 고기오는 닭들과 다르다는 걸 증명하고 만다. 하지만 그들을 구해준 마당에 그런 것은 이제 문제가 안되었다. 닭들이 오히려 날기연습을 하며 고기오와 동질감을 찾으려 든다.

그러던중 반가운 만남이 있었다. 고기오를 찾아 헤매던 두더지들과의 상봉이다. 모든 무리가 고기오를 거부할 때 유일하게 환대했던 두더지들. 하지만 고기오는 어느날 우연히 듣게된 그들의 대화에서 자신은 필요 때문에 환대받는 존재라고 판단하고 쓸쓸히 그들을 떠났었다. 애타게 자신을 찾은 두더지들을 다시 만나고 고기오는 마음이 복잡하다. 게다가 두더지들은 고기오와 꼭 닮은 무리가 먼 곳에 살고 있으며 그들이 '닭'이라는 것을 알려주어 고기오의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기까지 한다.

- '왜 닭인걸 알았는데 마음이 후련하지 않을까? 나는 왜 두더지들을 오해한 걸까? 나는 왜 나를 닮은 닭들을 만나러 가고 싶지 않을까? 나는 누구일까?'
- "나는 어쩌면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나를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 그리고 날 수 있는 것도 내가 닭인걸 몰라서였을지 모르고."
- 닭인지 아닌지 생각하던 고기오는 이제 새로운 생각에 빠져들었습니다. '닭이란 어떤 존재일까? 닭을 닭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었지요.

이 동화는 존재의 본질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철학동화인가? 나는 그런대로 재미있게 읽었는데 아이들이 어떻게 읽을지는 모르겠다. 뭐가뭔지는 모르지만 웃기고 재미있다 라고 한다면 다행이다. 뭔소린지도 모르겠고 재미도 없다고 한다면 최악이다. 재미있고 이런저런 생각이나 의문이 든다고 한다면 더할나위없이 좋을 것이다. 어린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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