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와 나무군 봄볕어린이문학 24
최소희 지음, 김진미 그림 / 봄볕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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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많음 주의-

제목이 이상하네? 나무‘꾼’이 맞는데? 라고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답은 금방 나왔다. 나무군은 이름이었다. 무군이. 이제 막 5학년이 된 아이. 단짝 친구를 갖고 싶은 아이.

그렇더라도 제목이 딱 옛이야기를 연상시키잖아? 한글자만 고치면 선녀와 나무꾼인데, 아무 상관이 없을까? 있다. 그렇도 아주 많~이. 이 책은 말하자면 그 옛이야기의 패러디라 할 수 있다. 패러디를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가히 옛이야기 재화의 파격이라 할 수 있었다. 역시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나라면 아무리 머리를 쥐어짠대도 이런 생각은 할 수 없겠다.

배경은 옛날옛적이 아닌 현대, 동네와 학교다. 인물은 옛이야기 인물에 대입할 수는 있지만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기도 하다. 사건은 매우 다르다. 그 의미만 살짝 통한다고 할 수 있다.

5학년이 된 첫날, 기대하는 마음으로 등교하던 무군이는 쫓기는 고라니를 만나 건물 틈에 숨겨주고, 쫒아온 사냥꾼에게 거짓방향을 알려준다. 은혜를 갚겠다며 소원을 말하라는 고라니에게 무군이는 단짝 친구를 갖고 싶다고 한다. 고라니는 ‘오늘 전학 오는 아이의 점퍼를 숨겨라’라고 방법을 지시한다. 그건 도둑질이 아닐까? 미심쩍어하는 무군이에게 고라니는 도둑질이 아니고 장난이다, 늦게 돌려줄수록 더 친한 단짝이 된다며 옛이야기의 ‘날개옷 사건’ 냄새를 강하게 풍긴다.

그렇다면 전학온 아이가 선녀겠구나! 응? 그런데 꼭 그런거 같지는 않네.....? 일찍 등교한 무군이는 자기보다 더 일찍 온 한 명의 아이가 전학생(진구) 인걸 알게된다. 화장실 간 사이에 떨리는 손으로 점퍼를 자기 가방에 쑤셔 넣었는데... 돌아온 진구는 아무리봐도 선녀 포지션은 아닌 것 같다. 자기 점퍼 어디갔냐고 소리지르는 폼이 보통이 아니야. 게다가 학급의 다른 아이들이 수군거리더니 일제히 그녀석과 맞서는 것이다. 말하자면 굉장히 소문이 안좋은 아이인 것이다. 강전이구나.... 하고 바로 느낌이 왔다. 아이들은 무군이가 숨겼다고 말해도 믿지 않고 진구만 몰아붙이다가 선생님 안계신 틈에 교실에 딸린 학습준비실에 가둬 버렸다.

무군이는 진구의 결백을 증명하려 점퍼를 꺼내려 했는데... 가방 속의 점퍼가 사라져버린 게 아닌가? 한시가 급한 무군이는 고라니를 찾아 뛰쳐나왔다. 소원의 효력이 없어져도 괜찮다고 사정하자 고라니는 못마땅해하면서도 점퍼를 사물함에 옮겨놨다고 알려준다. 무군이는 달려가 점퍼를 꺼내고, 갇혀있던 진구에게 울며 사과한다.

여기까지 읽으면서 아, 이 마음에 진구가 감동해서 둘이 단짝친구가 되나보다. 그럼 소원은 이루어진 셈이네. 했는데.... 그렇게 뻔해서 좋은 책이 될 리가! 무군이의 폭풍 사과에도 진구는 별 반응이 없다. 그리고 2부로 넘어가 진구와 선우의 사연이 펼쳐진다. 바로 그 강전의 사연 말이다.

날개옷(점퍼)은 진구가 잃어버렸지만 선녀에 대입되는 인물은 진구가 아니라 선우였다. 대입이 너무 어긋나잖아? 그건 아니었다. 점퍼는 원래 선우 것이었다. 진구가 잠시 빌린(이라고 쓰고 뺏은) 점퍼였던 것이다. 말하자면 나무꾼1은 무군이, 나무꾼2는 진구라고 할 수 있겠다. 나무꾼 1,2의 차이점에서 이 책의 주제를 발견할 수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진구는 선우를 그렇게 괴롭힐 마음은 없었고 장난이었는데 왜 선우가 그토록 상처받고 고통 속에 있었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사과를 해도 시늉이었을 뿐이다. 그러다 강전까지 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오늘 일을 당해 보니 정말로 옛날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 선우가 용서하면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불쑥 찾아온 진구 앞에서 선우는 겁먹은 초식동물 같았고 주변 친구들의 비난에 진구는 돌아서야 했다. 그러다 자신을 향해 총을 쏘려는 사냥꾼을 만났고, 도망가다가 무군이를 만나 아침의 그 자리에 숨었다.

그런데 고라니가 두 번째 나타났다! 고라니는 여전히 쫓기고 있었고, 이번엔 숨지 못해서 사냥꾼의 총을 맞고 말았다. 그런데 그 총이.... 살상무기가 아니었다는 반전! 여기에서 작가는 ‘꼬리표’라는 의미있는 소재를 도입했다. ‘꼬리표를 붙인다’는 것은 좋은 의미는 아니다. 남의 험담을 하며 억울하게 붙이는 경우도 있으니까.(우리나라엔 더욱 많은 듯ㅠㅠ) 하지만 붙을 꼬리표는 붙어야 한다. 그리고 그걸 떼려면 그만큼의 통렬한 자기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기 노력으로 그 꼬리표를 뗀 사람에 한해서는 사회가 그를 용납해 주어야 하고 다시 꼬리표를 붙이면 안 된다. 그게 잘 안되고 뒤죽박죽 되어서 우리 사회가 이토록 엉망진창인 게 아닌가. 결국 진구도 저항을 포기하고 꼬리표를 붙였다. 당분간은 괴롭겠지만 진구는 그걸 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사냥꾼도 이렇게 말한다.
“꼬리표를 달면 부끄러워야 정상이야.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게 정말 부끄러운 일이지. 부끄러움을 느낀다니 양심이 아직 살아 있구나. 양심이 살아 있으면 공식이 달라진단다. 고라니처럼 오래 걸리진 않겠어. 이제 네 꼬리표는 너 하기 나름이다.” (144쪽)

사냥꾼의 정체 또한 반전!
“나는 하늘나라로 돌아가서도 괴로웠어. 내 인생의 소중한 한때가 다른 사람 때문에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 버렸잖아.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이 억울해서 너무 고통스러웠어.” (149쪽)
“그래서 내가 먼저 나를 일으키자고 생각했어. 낡고 해진 날개옷을 부여잡고 울고만 있기에는 나한테 너무 미안했어. 나는 잘못한 게 없으니까.” (152쪽)

이정도면 스포가 너무 심했다....^^;;; 이 책은 지금보다 더 많이 팔려야 한다. TV에 나오는 많은 어른들이 읽어야 되기에....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안읽어도 괜찮은 사람들만 읽고 반성하겠지....ㅠ 그들이 사과할 줄 모른다면 많은 선녀들이 힘을 내어 일어나는 수밖에. 그리고 주변에선 그들을 응원하고 힘을 모으는 수밖에. 인간은 선한 존재가 아니므로 사회는 부단히 점검하고 살피고 고쳐서 균형을 잡아야만 한다.

아이들 모두와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심호흡을 좀 하고 읽어야 할 것 같다. 아니다, 그냥 재미있게 읽기만 하면 될 것 같기도 하다. 작가의 육성이 꽤 많이 들어간 느낌이 있긴 하지만 그 육성이 요즘 학교에서 꼭 필요했던 말인데다가 옛이야기 패러디 속에 들어있어 그렇게 교훈동화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이 책을 동네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들어 읽었는데, 최근의 발견 중에서 손꼽을 월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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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 2023 볼로냐 아동 도서전 Beauty and the World 선정작
빅터 D.O. 산토스 지음, 안나 포를라티 그림, 김서정 옮김 / 한빛에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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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져나오는 그림책들의 홍수 속에서 나는 만분의 일도 못 읽었을테지만 어쩌다 잡는 그림책들마다 오호... 하는 감탄을 작게 내뱉곤 한다. 읽고나서 검색해보면 잘 팔리는 책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이 책은 올해(2023) 나온 책인데 그림책 순위에 들어있는 걸 보니 잘 팔리는 책인가보다. 묻혀있는 그림책은 그것대로, 이렇게 입소문을 탄 책들은 그것대로 좋은 점들이 있다. 특히 이 책의 작가는 이름만으로도 독자를 몰고 올 작가는 아닌 듯한데, 내용에 의미를 느끼는 이들이 많아서 팔리는 게 아닐까. 2023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beauty and the world 선정작이었다거나 띠지에 김이나 작사가가 추천했다거나 하는 이유는 약간의 영향만 주었겠지 라고 짐작해본다.^^

제목이 질문이나 마찬가지고(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본문은 스무고개를 하듯 단서 하나씩을 던져준다.
-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장난감보다, 강아지보다
여러분이 아는 그 누구보다 오래 전부터요.

첫장부터 맞추는 눈치빠른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중반쯤 가서 알아챌 듯하다. 나는 이 대목에서 확신하게 됐다.
- 나는 아기 고양이처럼 부드러울 수도 있고,
겨울 칼바람처럼 날카로울 수도 있어요.
나는 사랑을 보여줄 수 있어요.
하지만 상처를 줄 수도 있답니다.

정답은 '언어'이다. 이 책의 그림작가에게도 감탄했다. 이분도 내가 잘 모르는 이름인데, 비유와 상징을 그림에 잘 담아내거나 풀어내어 작가 이름을 한 번 더 보게 만들었다. 한 장면만 예를 든다면,
- 여러분은 아기였을 때 나를 잘 몰랐어요.
시간이 가면서 점점 더 알게 되었지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
나를 서서히 잊어버리게 될 거예요.
이 본문의 그림에 사람들이 뜨개질을 하고 있다. 아가들은 실꾸러미를 들고만 있고, 크면서 서서히 짜기 시작해 어른이 되면 완성해 입는다. 그 스웨터는 흰 바탕에 검정무늬... 그런데 노인이 되면서 그 실들은 서서히 풀려나가기 시작한다. 그 과정을 한 장면에 담았다. 작가들의 표현력은 참 대단하다.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이렇게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에 대한 해답만 찾고 이 책은 끝나지 않는다. 사라져가는 언어들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 어떤 나는 쏜살같이 사라지고 있어요.
여러분이 어른이 될 무렵에는
너무 많이 사라졌을 거예요.

4학년 1학기 국어 [9.자랑스러운 한글] 단원에서는 도입 차시에 '문자가 필요한 이유'를 알아보는데, 이때 사라져가는 세계의 문자들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한다. 아, 그때 이 책을 알았으면 읽어줬을텐데! 보여줬던 동영상보다 이 책이 훨씬 낫다. 의미도 풍부하며 예술적이고 메시지도 분명하다.

- 내가 하나 사라질 때마다 문화 하나가 사라져요.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독특한 눈 하나가요.
사라져요. 영원히.....
이 대목에서 작가의 안타까움을 볼 수 있다. 언어는 문화를 담는 그릇이다. 그런 면에서도 외국어 실력을 갖추는게 좋은데, 나는 학창시절에 너무 게을렀지... 그게 많이 아쉽다. 이 책에도 그걸 '세상으로 가는 문'이라고 표현했던데 말이다.

중반쯤이면 다 알게되지만 그래도 답은 마지막장에 나온다. "나는, 언어랍니다." 하고. 펼친화면 가득 다양한 민족의 사람들과 그 언어가 나온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을 보니 오, 작가가 언어학 박사시라네? 어쩐지.... 오래 기억하고 아이들에게도 읽어줄 책 한 권을 만나서 보람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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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들면 보이는 것들
기예르모 데쿠르헤즈 지음, 윤지원 옮김 / 지양어린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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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순례를 하다 만난 책이다. 그림책인데 아주 두꺼웠다. 책에는 쪽수가 안 나와서 100쪽 넘겠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책정보를 보니 184쪽... 본 중에 가장 쪽수 많은 그림책인 것 같다. 그러다보니 일반 그림책들보다는 종이가 고급질이 아니고 표지도 양장이 아니었다. 소박하고 읽기 편해서 좋았다.

로렌조라는 소년이 시골로 이사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로렌조는 와이파이가 안될까봐 걱정하는 딱 요즘 아이다. 주변에 펼쳐진 풍경과 예쁘고 오래된 집에 별 감흥이 없다. 자신의 방에 들어와보니 웬 커다란 옛가구가 방을 반이나 차지하고 있다. 뚜껑 덮는 오래된 오르간이 생각나기도 하는 그 가구는 책상이었다. 엄마의 설명에 의하면, 옛날에는 글씨를 손으로 쓰거나 타자로 쳤기 때문에 여러가지 물건들이 필요했고 그래서 서랍도 많이 필요했다고. 정말 호기심이 발동할 정도로 많은 서랍이 달린 큰 책상이었다. 서랍은 다 비어있었다. 하지만 가장 깊은 곳에서 뭔가가 하나 나왔다. 두꺼운 노트였다. 로렌조는 창가에 앉아 노트를 펼친다. 거기엔 그 주인이 만든 이야기들이... 종이를 잘라서 만든 그림들과 함께 가득 들어있었다.

이책은 그러니까 책 속에 또 한 권의 책이 들어있는 책이다. 로렌조의 현재와 그 책의 과거가 교차되며 나온다. 옛 노트의 이야기들은 의미를 알듯말듯하고, 로렌조는 한편씩 읽을 때마다 자기 식으로 해석한 그림을 자신의 노트에 그려나갔다. (그 그림은 이 책의 말미에 나온다) 옛 노트의 그림들은 다양한 색종이 조각들로 대부분 그려졌는데, 콜라주 느낌이 아주 생생해서, 인쇄한 건줄 알면서도 몇번씩이나 돋은 부분을 만져보게 된다.^^;;;

소년은 오래된 노트의 그림이야기들을 읽어나가며 다양한 동물들(토끼,여우,새 등)이 주인공으로 나오지만 그게 모두 한 사람의 인생 서사인 것, 말하자면 실화인 것을 깨닫게 된다. 첫번째 이야기 [청동 드래곤]은 장난치고 꾸중듣던 어린시절을, 두번째 [장화와 모자]는 수줍은 첫사랑의 청소년기를 표현하고 있었다. 세번째 [공장]에서는 주인공이 커다란 사고를 당하고 인생의 암흑기에 빠졌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어느날 로렌조는 엄마와 같이 양로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거기에서 마지막 이야기 [꿈의 여행자]를 읽는다. 주인공은 성냥갑을 타고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작은 쥐로 표현되었다. 그의 막막함이 느껴진다. 쥐는 편지를 남겼고, 그것은 누군가에게 발견되었다. 둘은 만나게 된다.

드디어 그 순간이 왔다.

로렌조는 직원들이 하는 말을 듣고 그가 이 양로원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사람은 하루 종일 종이만 자르고 있어."
소년이 그 방의 문을 두드리고, 드디어 망망대해를 떠도는 성냥갑속의 쥐와 발견자는 서로를 바라보게 된다. 로렌조가 그 노트를 내밀자 할아버지는 모든 걸 알고 소년을 반긴다. 둘은 서로의 노트를 갖기로 한다. 소년이 재해석해 그린 그림을 보고 할아버지는 감동한다. 누군가가 나의 기록을 읽고 나의 삶을 이렇게 표현해주었다는 것. 휠체어에서 보낸 반평생이 조금은 자유를 얻은 기분 아니었을까. 노인의 노트 마지막 이야기는 이렇게 끝난다. 노인의 메시지를 완벽히 알진 못하겠다. 하지만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나는 누가 구해 주기를 바랐던 것이 아니라,
발견해 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작별인사를 했다.
그는 다시 깊은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그런데, 어떤 의미로 그는
내 안에서 다시 솟아오른 것처럼 느껴졌다.]

노인은 소년에게 그 집의 다락방에 숨겨져있는 그림도구통을 알려준다. 감사선물일 수도, 응원선물일 수도 있겠다. 책의 마지막장에서 소년이 그 옛 책상에 앉아 그 옛 도구들로 마음껏 그림을 그리고 있어 흐뭇했다. 행복한 일을 찾은 소년에게 이제 와이파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보인다. 소년은 '꿈의 여행자'가 되어있는 것이니.

처음 알게된 아르헨티나 작가의 그림책은 그 분량만큼이나 풍성했다. 서로의 삶을 이해한다는 것, 서로에게 의미가 된다는 것은 나이가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 나의 서사를 깊이 읽어주고 공감과 응원을 보내줄 사람이 있을까. 나는 누구에게 그럴 수 있을까. 이 책의 제목은 이렇게 말한다. 고개를 들면 보이는 것들. 원제는 When you look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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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서관 책동무 - 비밀글자를 지킨 아이들 파란자전거 역사동화 9
김영주 지음, 정지윤 그림 / 파란자전거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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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동화가 다채로워져 이젠 챙겨 읽기 힘들다. 작가도 출판사도 저변이 넓어졌다. 파란자전거 역사동화 시리즈도 이 책이 9번째다. 작가님 성함은 익숙한데, 같은 이름의 작가님들이 많은 듯하다.^^;;; 이 작가님은 비문학과 학습동화 등을 내셨고 역사동화는 처음이신 것 같은데, 아주 새롭고 재미있었다. 어린이들이 중간에 놓지 않고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역사동화를 골라 담는다면 이 책을 넣어도 좋겠다.

부끄럽지만 교서관에 대해서 잘 몰라서 검색해 보았더니 다음과 같이 나온다.
- 교서감 또는 교서관은 조선 태조 1년에 만들어져 당시 책을 만들고 관리하며 제사를 관장하고, 축하전문을 보내는 것을 관장하는 기관으로 설립 당시에는 교서감이었다. 태종 대에 그 이름을 교서관으로 고쳤다가 정조 5년(1782년)에 규장각과 함께 통합시켜 규장각을 내각, 교서관을 외각으로 불렀다.

책을 관리하는 기관인 '교서관'에 '책동무'가 제목으로 엮였으니, 책이 중요한 소재일 것이라고 짐작이 가능하다. 그런데 한글창제까지 포함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게 들어가면서 이야기의 폭이 넓어지고 긴장감이 높아졌다.

거기에 당시의 신분제도도 중요한 소재가 된다. 주인공 지성은 어머니가 관노비, 아버지는 가난으로 막다른 곳에 몰렸던 평민이었다. 말하자면 지성의 신분도 천민인 것이다. 알다시피 그시대에 신분의 벽을 넘는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와 같았다. 그런데 드물게 그 벽을 넘은 사람들이 있었고, 이 책은 그 인물을 모델로 했다. 바로 교서관의 대호군 어르신이다. 이분이 지성의 재주를 유난히 아끼고 이끌어 주었는데 그의 원래 신분은 천민이었다고 했다. 매우 중요하고도 출중한 재주를 가져서 발탁된 경우이다. 읽다보니 '장영실'과 겹쳤다. 이 책은 역사동화 중 실존했던 역사인물을 등장시키지 않은 종류에 속한다. 세종대왕이 있지만 직접 나오진 않는다. 신분의 벽을 뛰어넘었고 왕의 뜻을 받들어 한글 반포에 힘을 다하는 인물 대호군에게서는 일면 장영실이 보이고, (정확히 겹치진 않음) 사사건건 못마땅해하고 방해하는 최교리에게선 당시 한글창제를 반대하던 양반들이 겹쳐진다. 그러나 모두 작가가 창조한 새로운 인물들이다.

인물 설정은 악역과 선역이 확연히 구분되는 전형적인 설정이긴 하다. 하지만 서사의 긴장감을 높이고 주인공을 응원하는데 필요한 설정이기도 했다. 남이 잘되는 걸 배아파하고 질투하는 심술 가득한 사람, 기득권이 조금이라도 흔들릴까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여기에서 매우 나쁜 역할로 표현된다.(최교리나 덕구 등) 반면 신분에 맞지 않는 재능을 가졌지만 그 꿈을 포기하지 않은 주인공 지성과, 처음에는 좀 괴롭혔지만 뒤끝없이 협력해준 친구 천달, 지성이 꿈을 쫒는데 모델이 되어준 글선생 선경 등은 역경을 뚫고 자리를 잡는 인물로 나온다. 어린이들이 바라보며 응원할 만한 인물들이라 하겠다. '글'과 '책"을 그토록 소중히 여기며 목숨 걸고 지키는 것을 요즘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 공감에 다가가기 좀더 쉬울 것이다.^^;;;)

한글창제와 반포를 배경으로 한 훌륭한 역사동화들이 이미 있지만, 이 책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한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전작들과 함께 읽어볼 수 있다면 더욱 입체적인 감상이 될 것이다. 역사수업을 하는 5학년이 가장 적당할 것 같고 4,6학년 정도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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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들어줘 닥터 별냥 1 고민을 들어줘 닥터 별냥 1
이지음 지음, 문채빈 그림 / 꿈터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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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사장님> 작가님의 세 번째 책이다. 강남사장님도 고양이였고 이번 닥터 별냥도 역시 고양이다. 같은 고양이라도 캐릭터는 다르다. 강남사장님이 산전수전 다 겪은 입체적인 캐릭터였다면 이번 닥터별냥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냥 고양이의 전형적인 캐릭터면서 새침함과 쿨함보다는 따뜻함이 더 많다는 느낌인데, 이 책이 1권이니 계속 읽다보면 드러나겠지.

 

판타지로 들어가는 마법의 통로, 꼭 필요한 아이들 눈에만 띄는 그 통로, 그곳에 들어간 아이들이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고 현실세계로 돌아오는 이야기는 흔하다. 하지만 같은 이야기구조라도 어떤 내용을 담느냐에 따라서 다 다르게 느껴지니 이야기는 무한히 창조될 수 있는 것 같다. 이 책에서 그곳은 닥터 별냥과 뇽뇽 간호사가 있는 별난 보건실이다. 보건실 하면 생각나는 곳? 배경은 학교다. 판타지의 통로를 발견하는 아이들은 학교가 가기 싫은아이들이다.

 

나는 조금 긴장했다. 마음이 상하면 어쩌나 해서.... 작가님에게도 학교를 악마화 하는 시각이 있으신가... 학교를 교도소에, 교사를 간수에 비유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조건 불행하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듯하다. 알지도 못하면서.... 학교에 와서야 비로소 인정받고, 학교에 와서야 비로소 균형잡힌 식단으로 밥을 먹고, 학교에 와서야 비로소 마음껏 친구들과 활동하는 아이들도 많아요. 공교육의 숨통을 끊어놓으면 가장 불쌍해지는 존재들이 누구인지 알아요? 공교육을 깔아뭉개는 것으로 자신의 지적 우월을 과시하려는 인간들. 그러면서 자신들이 꽤나 의식있는 줄 착각하는 인간들. 이제 교육을 할래야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으니 속이 시원하십니까? 이걸 일으키는데 오랜 진통이 있을텐데 당신들은 발 쏙 빼고 모른척 하겠죠? 그래도 상관없는데 제발 입방정은 떨지 말아요. 고생을 해도 우리가 할거니까 나불대지라도 말라고!

 

(죄송합니다. 요즘 속상해서...) 다행히도 나의 걱정은 기우였다. 작가님은 학교에 가기 싫은아이들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 봐주었다. 근원이 녹으면 현상도 사라지는 법이다. 그러니 당장 파르르하는 것보다 침착하고 여유있게 살피는 태도가 필요하다.

 

세 아이의 이야기를 담았다. 첫 번째 봄이 편에서 닥터 별냥은 이렇게 말한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아주아주 커져서 학교 가는 게 싫어지기까지 하면 더 잘하고 싶어 병에 걸린 거야. 그런데 이건 착한 욕심이라 누구나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는 병이지. 한번 이 병을 앓을 때마다 어린이는 쑥쑥 자란단다.”

1학년 봄이는 중간놀이 시간에 운동화 끈을 못 묶어서 쩔쩔맨다. 선생님한테 묶어달라고 하지만 선생님은 스스로! 잘해요!” 라는 구호를 강조하시다 마지막에 묶어주신다. 내일부터는 끈 없는 신발 신고 오라고 말씀하시면서. 하지만 봄이는 끈 있는 운동화가 멋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포기하기 싫다. 그렇지만 끈 묶는 건 맘대로 안되고. 그 욕심의 간격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별난 보건실에 다녀온 봄이는 이렇게 달라졌다.

- 주문을 외우고 나니 조급하던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봄이는 한 번만 더 해보고, 안되면 내일부터 끈 없는 신발을 신고 오기로 했어요. 집에서 좀더 연습하고, 나중에 끈 있는 운동화를 신어도 괜찮으니까요.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노는 게 중요하지 않겠어요? (38~39)

얼마나 상식적인가? 작가님 감사합니다.^^;;;

 

두 번째 준서 편이 가장 긴장되었다. 제목이 [가만히가 너무 힘들어요] 딱 그 간수 얘기를 하려는 건가 싶어서... 아니, 일단 착석은 해야 수업이 되지 그걸 부정하면 어쩌라고?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별난 보건실에는 마음이 들리는 스피커가 있는데 준서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자 이런 소리가 흘러나왔다.

사실은 학교에 가기 싫은 게 아니라 노는 것도, 가만히 있는 것도 둘 다 잘하는 아이가 되고 싶어요.”

닥터 별냥의 치료는 놀아주는 것이었다. 아주 땀이 한바가지 나올 정도로. 준서가 헉헉대며 그만 놀자고 할 때까지. 처방전에 적어준 마법의 주문은 노는 시간을 만들어라.”였다.

노는 시간이 부족한 아이들이 많다. 그렇다고 수업시간에 이걸 다 채워줄 수는 없다. 우리 어릴 때는 학교 끝나고 아이들과 누구 집엔가 모여 숙제를 해치운 후에 우르르 나가서 저녁 먹으라고 부를 때까지 뛰어놀았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옛날 얘기를 하면 뭐하겠냐만, 아이들의 놀이는 학교와 부모, 사회가 모두 제공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몸으로 놀다보면 조금씩 다치는 일은 생기기 마련이다. 이것에 너무 민감하면 놀이를 안시키는 방법 밖에는 없다. 놀이 시간에 줄넘기하다 혼자 넘어져 다친 부모가 그 담임한테 가한 모욕과 긴 시간동안의 마음고생을 옆에서 지켜보고 나니 대체 원하는 게 뭔가? 놀리지 말라는 거구나 하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학교에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요구하면 안 된다.

 

세 번째 담희 편의 제목은 울보는 싫어요이다. 닥터 별냥은 이런 말을 해준다.

많이 울어본 아이는 우는 아이 옆에 있어 주라고 눈물샘이 깊은 거였어. 담희는 울기의 달인이었던 거야. 함께 울어주는 아이는 울기의 달인이거든.”

처방전에 적힌 마법의 주문은 이렇다.

울어도 괜찮아.

함께 울어 주는 건 더더욱 괜찮아.”

앞으로도 담희는 계속 울보일 수 있겠지만, 마음속에 두려움은 사라질 것 같다.

 

이렇게 세 아이의 이야기로 1권이 구성되었다. 계속 나올 모양인데 2권부터는 또 어떤 고민을 가진 아이들이 나올까? 아이들의 고민이라도 그 종류와 깊이가 다양하다. 그것들을 세심하게, 재미나게, 울다가 웃을 수 있게 그려내 주시면 좋겠다. 힐링을 표방하지 않아도 아이들의 마음에 위로를 주는 시리즈가 되길 바라며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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