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서관 책동무 - 비밀글자를 지킨 아이들 파란자전거 역사동화 9
김영주 지음, 정지윤 그림 / 파란자전거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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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동화가 다채로워져 이젠 챙겨 읽기 힘들다. 작가도 출판사도 저변이 넓어졌다. 파란자전거 역사동화 시리즈도 이 책이 9번째다. 작가님 성함은 익숙한데, 같은 이름의 작가님들이 많은 듯하다.^^;;; 이 작가님은 비문학과 학습동화 등을 내셨고 역사동화는 처음이신 것 같은데, 아주 새롭고 재미있었다. 어린이들이 중간에 놓지 않고 끝까지 흥미롭게 읽을 역사동화를 골라 담는다면 이 책을 넣어도 좋겠다.

부끄럽지만 교서관에 대해서 잘 몰라서 검색해 보았더니 다음과 같이 나온다.
- 교서감 또는 교서관은 조선 태조 1년에 만들어져 당시 책을 만들고 관리하며 제사를 관장하고, 축하전문을 보내는 것을 관장하는 기관으로 설립 당시에는 교서감이었다. 태종 대에 그 이름을 교서관으로 고쳤다가 정조 5년(1782년)에 규장각과 함께 통합시켜 규장각을 내각, 교서관을 외각으로 불렀다.

책을 관리하는 기관인 '교서관'에 '책동무'가 제목으로 엮였으니, 책이 중요한 소재일 것이라고 짐작이 가능하다. 그런데 한글창제까지 포함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게 들어가면서 이야기의 폭이 넓어지고 긴장감이 높아졌다.

거기에 당시의 신분제도도 중요한 소재가 된다. 주인공 지성은 어머니가 관노비, 아버지는 가난으로 막다른 곳에 몰렸던 평민이었다. 말하자면 지성의 신분도 천민인 것이다. 알다시피 그시대에 신분의 벽을 넘는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와 같았다. 그런데 드물게 그 벽을 넘은 사람들이 있었고, 이 책은 그 인물을 모델로 했다. 바로 교서관의 대호군 어르신이다. 이분이 지성의 재주를 유난히 아끼고 이끌어 주었는데 그의 원래 신분은 천민이었다고 했다. 매우 중요하고도 출중한 재주를 가져서 발탁된 경우이다. 읽다보니 '장영실'과 겹쳤다. 이 책은 역사동화 중 실존했던 역사인물을 등장시키지 않은 종류에 속한다. 세종대왕이 있지만 직접 나오진 않는다. 신분의 벽을 뛰어넘었고 왕의 뜻을 받들어 한글 반포에 힘을 다하는 인물 대호군에게서는 일면 장영실이 보이고, (정확히 겹치진 않음) 사사건건 못마땅해하고 방해하는 최교리에게선 당시 한글창제를 반대하던 양반들이 겹쳐진다. 그러나 모두 작가가 창조한 새로운 인물들이다.

인물 설정은 악역과 선역이 확연히 구분되는 전형적인 설정이긴 하다. 하지만 서사의 긴장감을 높이고 주인공을 응원하는데 필요한 설정이기도 했다. 남이 잘되는 걸 배아파하고 질투하는 심술 가득한 사람, 기득권이 조금이라도 흔들릴까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여기에서 매우 나쁜 역할로 표현된다.(최교리나 덕구 등) 반면 신분에 맞지 않는 재능을 가졌지만 그 꿈을 포기하지 않은 주인공 지성과, 처음에는 좀 괴롭혔지만 뒤끝없이 협력해준 친구 천달, 지성이 꿈을 쫒는데 모델이 되어준 글선생 선경 등은 역경을 뚫고 자리를 잡는 인물로 나온다. 어린이들이 바라보며 응원할 만한 인물들이라 하겠다. '글'과 '책"을 그토록 소중히 여기며 목숨 걸고 지키는 것을 요즘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 공감에 다가가기 좀더 쉬울 것이다.^^;;;)

한글창제와 반포를 배경으로 한 훌륭한 역사동화들이 이미 있지만, 이 책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한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전작들과 함께 읽어볼 수 있다면 더욱 입체적인 감상이 될 것이다. 역사수업을 하는 5학년이 가장 적당할 것 같고 4,6학년 정도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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