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지 않고 신나는 새싹 204
스테파니 드마스 포티에 지음, 톰 오고마 그림, 이정주 옮김 / 씨드북(주)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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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서 펼쳐보면서, 가장 먼저 색상이 낯설었다. 칼라프린터에서 특정 색 잉크가 떨어져서 나온 색 느낌도 나고, 형광 느낌이 나는 빨강은 새 책임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책을 펼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말하자면 썩 선호되는 색상 느낌이 아닌데, 그림작가는 왜 이런 색상을 사용하셨을까? 뭔가 뜻과 의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포근하고 귀엽고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는 그림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과는 다른, 표정도 색상도 부족한 그림이 자세히 살펴보니 이 책의 내용을 가장 잘 살린다는 생각도 들었다.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살기 힘들다. 남의 슬픔과 고통이 남일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말이다. 차라리 공감을 차단하고 나면 마음은 좀 편할 것이다. 이 책의 제목 <돌아가지 않고>에서 돌아간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 직면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힘드니까.ㅠㅠ

 

이 책의 는 공감능력이 뛰어난 아이인 것 같다. 학급에도 간혹 이런 아이들이 있다. 옛날보다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자신과 직접 관련이 없는 남의 상황에도 놀라고 걱정하고 마음 아파한다. ‘는 학교가는 길에 매일 거리의 여인을 만난다. 작은 아기를 안고 매일 길에 앉아있다. 이 장면을 직면하기 너무 힘들어 는 딴 데를 쳐다본다. ‘난 여기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아기를 따뜻한 곳에 눕히고, 아기 엄마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대접하고 싶다.

 

엄마에게 말해보니 엄마는 불공정, 인류애 등을 언급하셨지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그저 눈물이 나올 뿐이다. 동전이나 과일 등 엄마가 사소한 것들을 건넬 때 아이는 어찌할 줄 몰라 엄마 뒤에 숨는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아주 작게 느껴진다.

 

하지만 다음 장에서 작가는 엄마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다 책임질 수는 없어.

하지만 한 번의 미소, 한 번의 눈길,

아주 작은 행동이어도 괜찮아.

그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나아.”

 

그날 밤 는 가장 아끼는 인형과 작별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 그 인형을 길 위의 여인의 아기에게 가져다주었다. 아기가 방그레 웃었다. ‘돌아가지 않은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은 아주 작은 행동을 한 것이다.

 

이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섭고 아득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더 이상 남을 돌아보는 사회가 아니다. 남은 고사하고 가족도 돌아보기 싫어하는 세상이 되었다. 돌봄은 갈수록 더 필요한데 그것을 돈으로 하려는 세상이 되었다. 돈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랄까. 내게 필요한 손길을 돈으로 살 수라도 있으니. 하지만 그것도 없는 사람들은......

 

이제 세상은 공감능력에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오지랖은 짜증스러운 것이 되었다. 자기 앞가림이나 잘하라고 한다. 바보같이 굴지 말고 내 것 잘 챙기라고 한다.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과연 개인들이 행복한가? 그게 아닌 것 같아 고민이다.

 

세상의 모순들은 너무 크고 육중해서 어떻게 해도 꿈쩍할 틈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작가는 작은 일이라도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한다. 우리가 다 책임질 수 없지만 그렇다고 돌아가지말고 직면하라고 말한다. 직면이 힘들어서, 혹은 신경쓰기 귀찮아서 점점 숙여지는 고개, 피하는 시선. 이런 우리의 모습을 보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에게도 하기 쉽지 않다. 내가 이 책의 엄마만큼이라도 된다면 그래도 자신있게 할 말이 있겠지만.... 그냥 부끄러운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읽어봐야 할 그림책인 것 같다. 밑빠진 독에 작은 바가지라도 물을 떠넣는 행동은 필요하고, 동시에 빠진 밑바닥을 때우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겠지. 그런 아이들로 자라나는 게 우리의 희망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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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작은 불꽃 두근두근 어린이 성장 동화 9
프랑수아 다비드 지음, 앙리 갈레론 그림, 성미경 옮김 / 분홍고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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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 기분이 어두워지는 이런 책은 명백히 내 취향은 아니다. 또한 이런 취향은 불안과 공포에 취약하고 안정감을 최대 가치로 추구하는 나의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면 나는 이런 작품을 일부러 피해야 할까? 그러진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일종의 '직면'이라 하겠다.

이 책은 잠자리에서 들려주는 이야기 모음이다. 그런데 그 잠자리는 수용소의 침대...ㅠ 문느라는 여자가 같은 침대에 누운 릴라라는 아이에게 속삭이며 들려준 이야기들이다. 아이는 이야기를 듣고싶지 않다고 말하지만 결국은 듣는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를 기억한다. 이야기들은 대부분 불행하고 어둡다. 하지만 어두움이란 상대적이지. 밝은 자리에 있는 나에겐 어두워 보이는 것이 어둠에 있는 이들에겐 밝게 보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하여 수용소라는,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공간에서의 삶을 하루하루 버텨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 이야기들엔 대부분 폭정을 하는 자들이 나오고 그들의 끔찍한 최후가 나온다. 표지의 표범에게 뜯어먹힌 왕도 그중의 하나다. 목이 잘려 죽기도 하고, 강산성이 된 물에 빠져 녹아 죽기도 하고 불타 죽기도 한다.

요즘의 나는 악행이 끔찍하게 묘사된 것도 그들이 처참한 최후를 맞는 것도 읽기 싫다. 그게 권선징악이라도 싫다. 나쁜 놈들도 적당히만 나빴으면 좋겠고 그 최후도 너무 처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게 내 성격이고^^;;;; 그러나 세상은 어떠한가. 세상엔 끔찍하게 나쁜 인간들이 존재하고, 또 나를 포함한 우매한 대중들이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악행에 동참하고, 그리하여 이 책보다 더 끔찍한 일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다. 더 슬픈 건 처참한 최후가 악행자에게 일어나는 게 아니라 거꾸로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어둡고 무서운 것은 이 책이 아니고 이 세상이다. 이 책엔 오히려 정의가 있고 빛이 있다. 제목이 <어둠 속에 작은 불꽃>인 것처럼. 그리고 연대로 폭정을 이겨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헝겊 조각]이라는 이야기에서는 애착장난감이던 빨간 헝겊을 빼앗겨 낙심에 빠진 소년을 위해 온 마을이 파업을 하고 그 결과 소년의 그 작은 물건을 다시 되찾는다.
[책과 채찍]이라는 이야기에선 왕의 명으로 아이들을 학대하며 가르치는 선생이 나온다. 채찍을 들고 읽고 쓰기 외우기 외엔 아무것도 못하게 한다. 하지만 결국 그 무수히 많던 글자들은 다 사라지고 선생은 채찍을 들고 혼자 남았다.
표제작이자 마지막 이야기인 [어둠 속에 작은 불꽃]에서는 빛을 금지하는 왕이 나온다. 백성들은 익힌 음식을 먹을 수 없었고 추위에 떨어야 했다. 급기야 왕은 무성한 숲의 나무를 캐내어 도시에 옮겨 심으라고 명령했다. 그 소식을 들은 새들은 행동했다. '어둠 속에 작은 불꽃'은 바로 새들의 눈빛이었다. 그 힘은 강력했고 독재자를 응징했다.

"세상이 또다시 어두워지면 그 새가 빛을 가져다줄 거야."
얼마나 희망적인 메시지인가.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왜 어둡게 읽었을까. 기운이 빠진 나는 세상이 어두워지는 것 자체가 힘든 것 같다. 그냥 아예 처음부터 너무 어둡지 않았으면 하는....^^;;;

오늘도 세상의 어떤 곳에서는 신음의 소식이 들려온다. 그런가하면 서로 버티어주는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주변에 많다. 그 따뜻함이 저 큰 신음을 감싸기엔 역부족이라는 점이 슬픈 현실이다. 그러니 인간은 외면해선 안되겠지. 인간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지. 그걸 어떻게 경고해야 하는지. 이 책은 어쩌면 그 역할을 하려고 애쓰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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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독후감 못 쓰겠어요! 독깨비 (책콩 어린이) 79
야마모토 에쓰코 지음, 사토 마키코 그림, 김지연 옮김 / 책과콩나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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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소재이고 뭔지 대충 알 것 같다는 느낌으로 책을 펼쳐들었는데, 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뻔하지 않다는 건 일종의 희열이랄까? 그렇지! 이 맛에 이야기를 읽는 거다.^^

제목과 전혀 다른 이야기인 건 아니다. 독후감 이야기는 시종일관 나온다. 그게 한 줄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의외인 건 또 한 줄기가 있었다는 것. 그 줄기가 어찌보면 더 두꺼웠다. 그건 이야기 만들기였다. 말하자면 창작.

아이들과 창작(이야기 만들기) 수업을 해마다 하는데 (특별히 시간을 따로 내서 하는 건 아니고 국어 교과에 창작이 나올 때 시수를 충분히 늘려서 하는 정도) 그때 도입이나 과정 중에 참고할 책들이 이미 많다. 이것저것 꼽아 놓았지만, 다 사용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 책이 하나 또 추가되네! 즐거운 비명이다.

때는 3학년 여름방학. 방학 중 학교에 나와야 하는 날. 방학숙제 중간 제출(?)을 한다. (방학중 등교일이 있는 것도, 각종 방학숙제가 잔뜩 있는 것도 우리나라 수십년 전 학교모습 같다.)그런데 미츠카만 독후감 숙제를 안 해왔다. 못 쓰겠다고 뻗대는 미츠카를 담임선생님이 요령껏 설득하셨지만 그래도 미츠카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단짝 아카네와 그 이야기를 하며 돌아오다가 일은 이렇게 된다. 직접 이야기를 쓰기로!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읽고 독후감을 쓰기로!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들고 앉아 아카네는 글을 쓰고 미츠카는 그림을 그리기로 한다. 다행히 미츠카는 그림에는 소질이 있어서 아주 귀여운 그림책이 되어간다. 아카네가 아끼는 동생 다쿠가 나오는 이야기를 만들기로 한다. 둘이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이 길 저 길을 모색해보는 과정이 바로 이야기의 창작 과정이다. 언뜻 보면 시시한 과정일 수도 있겠지만 잘 들여다보면 작가의 고민과 계산이 다 들어있는 과정이다.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의도성이 잘 보이지 않지만 그것까지도 의도한 과정이다.

그러는 중에, 인물이 등장하고, 사건이 일어나고, 전개되고, 점점 더 크고 긴박한 사건으로 발전되고, 갑자기 결말로 뚝 떨어지지도 않고, 너무 착해서 어색한 이야기가 되지도 않고, 적당한 곳에서 방해꾼도 나타나고, 조력자도 등장하고, 마지막 괴물에게서 다쿠를 구해내며 이야기가 끝난다.

이야기를 만드는 중에 동생 다쿠를 생각하는 아카네의 마음이 참 각별하다는 걸 볼 수 있다. 미츠카는 그걸 ‘사랑’이라고 명명했다. 그러고나니 저절로 이런 말을 하게 되었다.
“쓰고 싶은 말이 잔뜩 생겼어!”
그래, 이제 그걸 쓰면 돼. 그게 바로 ‘독후감’이지! 미츠카의 독후감은 처음 쓴 것이라기엔 너무 훌륭하다.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그 한 장의 독후감은 단지 한 장이 아니니까. 창작의 과정까지 함께한 결과물이니까.

둘이 만든 그림책 『아카네 누나, 힘내!』를 선생님이 학급문고에 살포시 끼워 넣으시며 이야기가 끝난다. 아이들의 창작이 공유되고 학급문고로까지 완성는 과정은 학급의 1년살이 중 흐뭇한 장면 중 하나다. 이런 기회를 최대한 많이 만들고 싶다.

인생의 희락을 다양하게 모르는 나는 독후감 쓰는게 유일한 취미생활인데....ㅎㅎㅎ 근데 아이들은 대부분 싫어하지. 그 과정을 단계적으로 이끄는 것도 교사의 역할이다. 이 책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의 주인공들이 3학년이라 대상 독자도 3학년이 적당하겠지만 4학년 수준에 가장 알맞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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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자 신데렐라
리베카 솔닛 지음, 아서 래컴 그림, 홍한별 옮김 / 반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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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를 재화할 때 그 원형을 손상하지 않도록 매우 조심해야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몇 번 있다. 옛이야기가 지금의 시각에서 언뜻 잔인해보이고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인간의 무의식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원형을 손상하게 되면 그 안에 들어있는 심리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했다. 상당히 일리있는 내용이었고, 납득했다. 그래서 패러디도 함부로 할 것이 아니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옛이야기가 절대 손대서는 안되는 금기의 구역일 수는 없을 것이다. 시대에 따라 가치관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지금으로서는 전혀 동의할 수 없는 가치관이 반영된 이야기가 있다고 할 때, 그걸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새롭게 조명해보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참 흥미롭게 읽었다.

 

해방자라는 말이 나는 좀 주제넘게 느껴진다. 누가 누굴 해방시킨단 말이야. 무릇 인간은 스스로 자신을 해방할 뿐이야, 라는 생각을 한다. 신데렐라가 선구적 행동으로 어리석은 뭇 대중들을 착착착 해방시키는 내용이라면 재미가 없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결이 좀 달랐다. 어찌보면 신데렐라는 자신을 해방시켰을 뿐이다. 주변 사람들 또한 그랬을 뿐이고.

 

패러디 작품이지만 초반에는 원작과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어디서부터 다른 길로 갈까? 기대하며 읽는 것도 재미있었다. 새엄마와 언니들, 구박데기 신데렐라, 왕자님의 파티, 대모요정의 마법, 유리구두... 까지는 비슷하게 진행되었다. 결정적으로 달라진 지점은 이 부분이라고 나는 느꼈다. 왕자와 신데렐라가 서로 질문을 하는 부분이다.

그러니까 당신이 도망간 사람이군요. 왜 도망갔어요?”

당신 꿈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대하여 두 사람은 각각 이렇게 대답한다. 먼저 신데렐라부터.

내 케이크 가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내가 요리할 때 쓰는 재료들을 기르는 농장에 가서 그곳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어요. 또 회색 얼룩무늬 말을 타고 싶고 배를 타고 당당하게 만으로 들어오는 어머니를 보고 싶어요.”

왕자의 대답은 이렇다.

가끔 내가 왕자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면 사람들이 나를 보면서 왜 자기들은 가진 게 부족한데 왕자는 저렇게 많이 가졌을까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요. (중략) 무언가를 길러내는 법을 배우고 싶고 낮에 땀 흘려 일하고 밤에 푹 잘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성에서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거든요. 또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무도 왕자와는 친구가 되지 않아요.”

이렇게 하여 두 사람은 서로에게 친구가 되어주었다.

 

약간은 거슬리는 대목도 있었는데, 작가가 패러디를 통해 계몽이나 교훈을 주려고 직접 말한다는 느낌이 들 때...

누구든 힘든 사람을 도우면 대모 요정이 될 수도 있고, 또 누구든 못된 새어머니처럼 될 수도 있어. 우리는 다들 마음속에 그런 굶주림이 조금은 있지만, 그래도 나한테 넉넉히 있어.”라든가 , 이거 가져.” 또는 잘 지내니?”라고 묻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수도 있단다.

이런 대목들이다. 말이야 다 옳다마는.... 이렇게 설교를 하게되면 약간 현대와는 안맞더라도 원형 그대로의 이야기가 훨씬 낫다.

 

맘에 드는 대목은 신데렐라와 언니들의 결말이다. 신데렐라는 집을 나왔고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을까?) 언니들도 각기 자신의 관심 분야에 맞는 직업을 가졌다. (미용사, 재봉사) 그리고 가장 좋았던 건, 공주는 왕자와 결혼해 궁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원작이 이렇다면 신데렐라 콤플렉스라는 말도 생기지 않았겠지.ㅎㅎ 그리고 신데렐라는 원래의 이름을 되찾았다고 한다. 그 이름은 엘라. (신데렐라에서 라는 뜻의 신더를 빼면 되는 이름) 아참, 왕자의 이름이 네버마인드인 것도 재미있다. 작가는 어떤 생각으로 그 이름을 붙였을까?^^

 

그림자처럼 실루엣만 나온 삽화도 마음에 들었다. 문체도 유려하다고 느꼈다. (번역을 잘하신 거겠지만 원작이 그러하니 그런 느낌이 나오는 거겠지.) 같은 작가가 쓰신 깨어있는 숲속의 공주는 어떤 내용일까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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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사회 선생님의 한국 지리네요 - 지리로 만나는 대한민국의 모든 것
권재원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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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나온 걸 보고 당장 샀다. 난 이런 책을 아주 좋아한다. 초등고학년~중학생 수준 정도의 지식책. 어른용도 아닌데 다 아는 내용이겠지? 절대 아니다. (내 기준에서 말한거지만, 대체로 그럴거라 생각한다.^^) 나는 사회나 과학 수업 준비하면서 이런 책들 덕을 톡톡히 보았다. 전문서적은 어렵고, 그걸 어린이들에게 맞는 내용으로 전환하려면 별도의 작업이 필요하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반면 학생용 책들 중 내용이 상세하고 알찬 책들은 그대로 수업으로 옮겨 가져갈 수 있어서 유용했다. 원래 지식을 습득할 때 전혀 모르는 지식보다는 아는 지식 플러스 알파일 때가 가장 효과적으로 배운다고 한다. 나에게는 이런 책들이 그렇다. 대충 아는 내용이지만 빈틈이 듬성듬성 있을 때 그 빈틈을 채우는 독서는 꽤나 즐겁다.

저자는 중등 사회교사로 다양한 영역에 많은 책들을 내셨지만 이 책은 본인의 교과 수업에 가장 근접한 책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저자의 말에 의하면 중등 사회 교육과정에 한국지리 내용이 매우 부실하다고 한다. 사실 초등도 그렇거든! 그래서 이 책은 그 아쉬움을 채워줄 보충교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울러 저자의 지적처럼 사회 교육과정에 한국지리 내용은 좀더 시수가 늘어나면 좋을 것 같다. 올해 가르치고 있는 4학년을 예로 들면 1,2학기 3단원씩 총 6개 단원 중에서 1학기 1단원(1.지역의 위치와 특성)만이 지리 단원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중 두개 소단원 중 하나만이 지도의 기본요소를 다루고 있을 뿐이다. 나머지 소단원 한 개는 지역화 내용으로 해당 지역의 중심지를 다룬다. 자신과 가까운 지역부터 공부하는 게 맞으니 여기까진 이해한다 해도 공공기관, 지역문제 단원 차시는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2학기에 '촌락과 도시의 생활모습'이라는 단원도 있는데 이 단원을 지리 영역으로 개편하면 어떨까도 생각한다. 그렇게 배우다보면 촌락과 도시의 문제점, 지역간의 교류 내용은 자연스럽게 따라나올 수 있는데 말이다. 이책의 3장이 바로 그렇다.(행정구역, 교통, 산업이라는 계획-우리나라의 인문환경) 내용지식을 가르치지도 않으면서 문제점, 해결방안 등을 요구하고 있으니, 수업하면서 부질없다는 회의가 계속 들었다. 어쩌라고. '사회변화와 문화다양성' 이라는 단원도 도덕교과와 겹치는 내용이 많아 차시를 줄여도 된다고 본다. 전체적으로 사회 수업은 좀더 지식쪽으로 가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암기과목이 될까봐 경계하는 인식이 너무 알맹이 없이 허망한 교육과정을 만들어낸 것 아닐까. (교육과정에 안목도 없는 내가 이런 소릴 하다니 돌맞는 거 아닐지 모르겠다. 걍 개인적인 생각.^^;;;)

이 책은 총 10장으로 되어있는데, 4장까지는 이렇게 교사의 입장으로 읽었다. 지형, 기후, 인문환경, 지정학과 관련된 단원이다. 다음 5,6장은 관광자원에 대한 내용으로, 내가 제일 침흘리며 읽은 부분이다. 나는 해외여행도 딱 한번, 국내여행도 오래 걸리는 곳은 많이 안가봤다. 특히 5장은 국립공원 소개인데, 안가봤거나, 까마득히 오래 전에 가본 곳이 대부분... 친한 언니들 만나러 가는데 이 책을 가져가고 싶었다. 어차피 비슷하게 퇴직할 언니들이라... 우리 이중 어디부터 가볼까요? 이러면서...ㅎㅎㅎ 근데 한살이라도 젊을 때 다니는 게 남는건데.... 나의 집콕 인생이 이럴 땐 좀 후회된다.^^;;; 해외여행은 둘째치고, 국내도 가봐야 할 곳이 엄청 많다. 6장도 그렇다. 세계문화유산 중심으로 관광지들을 소개하고 있다. 가족이 함께 읽으며 여행 계획을 짜는 것도 아주 재미있고 살아있는 학습이 될 것 같다. 책 한권에 관광정보를 다 담을 수는 없지만 출발점이 되기에는 충분하고도 넘친다.

7~10장은 우리나라를 4개 장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경기지방, 호서지방과 관동지방, 호남지방과 영남지방, 제주도) 과거의 내력부터 최신의 상황까지 꼼꼼하게 내용이 잘 담겼고 각 지역이 담당하고 있는 특유의 역할까지 잘 설명되어 있다. 각장의 앞에 표지의 그 '별난 사회선생님'이 팔짱을 끼고 읽기의 가이드가 될 질문을 던져주는 것도 좋다. 예를들면 7장 경기지방에선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수도나 수도권의 위치는 어떻게 정해지고,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8장 호서,관동지방에선 "산업과 기술, 교통의 변화를 보면 지리의 눈으로 지역의 변화를 생각해볼 수 있지." 와 같은 안내 문장들이다. 이렇게하여 촘촘하게 한국지리의 내용이 알차게 담긴 책이 되었다. 학생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꽤 유용한 책이라 생각한다.

'지리의 힘' 이라는 책이 화제가 되고 많이 팔린 것을 보아도, 지리는 단순한 암기 지식이 아니다. 이 책이 교육현장에서 그 출발점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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