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을 이겨 낸 교실 문학의 즐거움 68
혼다 아리아케 지음, 유코 그림, 모카 옮김 / 개암나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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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에 불만은 없는데, 딱 한가지 제목 번역이 마음에 안든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이렇게 노골적이고 여지가 없는 제목은 좀 별로다. 설마 원작도 이 제목인가? 하고 원작 표지를 봤더니 전혀 달랐다. 원제목을 최대한 살려 번역했으면 좋았을걸.... 주제를 제목에 담으려는 의도가 너무 재미없는 제목을 만들어낸 것 같다. 요즘말로 '납작한' 제목이라고 할까. 오히려 내용은 제목보다 훨씬 풍성했다.

일본 사회나 교실의 모습은 우리와 유사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차별에 대한 문제도 비슷하지 않을까. 이책의 5학년 3반 교실에는 차별받는 세 명의 학생이 등장한다. 먼저 화자인 츠루타 켄토는 눈에 띄는 차별요소는 없어보이지만 일종의 트라우마를 가진 탓에 극복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산다. '입스'라고 하던데, 충분히 가능한 동작을 긴장하는 순간에는 못하게 되는것. 그래서 츠루타는 멀리뛰기를 전혀 하지 못한다. 점프 시작을 아예 못하기 때문이다.

두번째 주인공인 사쿠라이 안은 츠루타와 유치원때부터 친구다. '쿼터'라고 불린다는데, 4분의 1이 혼혈이란 뜻이겠다. (아빠의 엄마가 영국인) 그리고 유치원때 교통사고를 당해 아빠는 돌아가시고 안은 무릎이 많이 상해서 장애를 갖게 되었다. 이후로 짖궂은 아이들에게 놀림을 많이 당했다.

세번째는 다니엘 켄토다. 츠루타 켄토와 이름이 같지만 외모는 많이 다르다. 아버지가 흑인인 다니엘은 신체조건이 운동하기에 월등하게 좋고 피부색도 검다. 가장 눈에 띄는 차별요인을 가진 셈이다. 그래서인지 충돌도 많았고 특정 아이들과 싸움이 심해져 3반으로 전반을 하게됐다. 이 반에선 눈에 띄는 괴롭힘은 없었다. 체격조건과 힘이 월등하고 태도도 거칠었기 때문. 하지만 아이들은 다니엘을 슬슬 피했다.

차별이 존재한 건 맞지만 그게 서사의 중심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제목이 더 아쉬움) 이 세 명 외의 다른 아이들은 흐린 배경처럼 물러나 있었다. 오로지 세 주인공만 선명하게 빛났다. 그래서 내가 보기엔 차별을 이겨냈다기보다도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하는게 더 정확한 표현 같았다.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는 차별도 넘어서게 되었을테니 아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들이 자신의 문제를 극복한 방법은 셋의 연대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관계. 치우쳐지지 않은 정확한 트라이앵글 같은 관계. 그런 서사가 매우 건강하게 흘러갔다. 카메라는 정확하게 그 삼각형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고, 나머지는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이 한걸음을 내딛은 순간, 그때 서로의 역할, 한걸음이 두걸음이 되고 이후의 걸음이 점점 쉬워지는 과정 등이 아주 잘 드러났다.

주변을(세상을) 바꿔야 할 때도 있지만 나 자신을 바꾸는 게 가장 빠르고 바람직한 경우도 많다. 이 책은 그런 경우를 다루고 있고, 그래서 조연들의 역할이 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굄돌이 되어주며 훌쩍 성장한 세 명. 이 아이들이 보는 세상 또한 달라졌을 것이다.

나는 다문화가정도 아니고 소수자의 조건을 딱히 갖고있지 않다. 그래서인지 츠루타의 '입스'에 눈길이 더 머물렀다. 경미하지만 나도 그랬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ㅠㅠ 교실에도 그런 경우가 크고 작게 있다. 그걸 극복하는데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가 된다면 최고의 학급이 될 것이다. 한걸음, 용기, 격려, 그리고 우정. 그것을 '차별을 이겨낸 교실'이라 불러도 될 것 같긴 하다. 차별의 대상은 우리가 익히 아는 것보다도 더 다양하게 많고 구호만으로 극복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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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노는 아이들 - 어린이를 위한 말랑말랑 한국사 교육 동화, 2024 아침독서 추천도서 한경 아이들 시리즈
신봉석 지음, 최호정 그림, 서울대학교 뿌리깊은 역사나무 감수 / 한경키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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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역사수업에서 신봉석 선생님은 유명하시고 역사 관련 책도 이미 내셨다. 그런데 다음 책이 동화라니! 그건 의외였지만 반갑고 궁금하기도 했다. 역사동화는 많지만 '역사수업' 동화는 새로운 시도인데, 재미가 있을까?

이 책을 사놓고 일이 많아 좀 미뤄둔 사이에 확인해보니 책의 판매지수가 무척 높고 순위권이다. 그건 어린이들에게 읽히고 있다는 뜻! 오, 아이들이 읽을 만한 재미가 있구나. 나도 덩달아 기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이 책은 두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첫째는 '수업'을 보는 교사의 관점이다. 아무래도 난 이 관점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또 하나는 '이야기'를 보는 어린이들의 관점이다. 위에 썼듯이 이 책의 인기는 어린이 관점에서 충분히 선호할 만하다는 증명이다. 독자리뷰도 많이 올라와 있길래 읽어보니 "나도 학교에서 이런 수업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니, 교사들 입장에서는 꽤 압박이 되기도 하겠다.^^

교사 관점에서 책을 읽다보면 판단을 하게 된다. 바로 '이런 수업을 내가 할 수 있는가?'와 '할 의향이 있는가?'이다. 여러 장면에서 나는 이런 판단을 하고 있었는데. 다양한 감정이 엇갈렸다. 이 책의 선생님, 말하자면 작가인 신봉석 선생님(작중에서도 본명을 그대로 씀)의 역사수업 특징을 키워드 한개로 말하라면 '체험'이다. 다소 시간이 많이 걸리고 품이 들더라도 체험을 통해 실감하게 하는 수업을 추구한다. 나도 한때 약간 흉내를 내 본 적이 있었는데 해당 학년을 몇년간 맡지 않게 되면서 지금은 기억이 희미해지고 내 수업의 정체성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그래서 이 책의 수업들이 새롭게 도전이 되었다.

이 책은 동화이고 당연히 서사가 들어있지만 허구는 아주 약간, 양념 혹은 접착제 정도로만 들어있는 것 같다. 말하자면 실화 기반? 주인공 선생님 이름도 실명이니 뭐.^^ 그래서 서사를 만들어내는 고민은 덜 하셨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 더 큰 게 있다. 서사가 될 수 있는 수업을 하셨다는 점. 연중 수업의 과정이 서사가 되었다는 점. 나는 이 점이 더욱 놀랍다.

이 시리즈의 책을 이로써 두권째 읽었다. (첫번째는 세금내는 아이들) 책날개에 보니 내가 몰랐던 책들도 많이 나와있네. 글쓰기, 시민교육, 수학, 감정, 과학, 영어.... 우와 초등교육에 다양한 영역이 있는만큼 각 영역의 실력자들도 많으시다.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한 선생님들은 그것을 학급운영의 시스템으로 삼기도 한다. 첫번째 책에선 경제교육, 이번책에선 역사교육이다. 학급운영의 축으로 연중 이루어지기 때문에 내공이 충분히 쌓인 다음에 도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한급에 두 개의 시스템은 과잉이다. 그러므로 좋아보이는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어차피 선택과 집중은 필수이고 남의 선택에 곁눈질하며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저자처럼 학급시스템으로 도입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참고할 점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 책의 수업 중 일부를 따라하거나 참고하는 것만으로도 책을 읽은 보람은 충분하다. 난 예전에 이 책에 나온 '비파형 동검 만들기' 수업을 해본 적 있다. 이 책과 똑같진 않았지만 찰흙으로 거푸집을 만들고 우유팩에 양초를 중탕해서 그 안에 부어 떼어내면 제작 원리를 파악할 수 있고 결과물도 나와서 아이들이 매우 흥미롭게 참여했었다. 다만 준비과정이 매우 번거롭고 활동시간도 많이 들기 때문에 자주 시도할 순 없었다. 이 책을 참고하면 그외 몇가지 시도를 더 해볼 수 있고, 꼭 만들기 활동이 아니어도 체육활동이라든가 게임활동으로 진행할 수 있는 수업도 있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활동을 잘 한 모둠에 선생님이 암호카드를 주시는데, 어린이 독자들 입장에선 그것도 흥미로운 도전이 될 것 같다. (암호를 푸는 방법은 뒷부분에 나옴) 서사로는 수업과정이 나오니 그 안에 역사이야기는 자연히 들어가고, 정리된 내용은 각 장 끝에 '말랑말랑 역사상식 한스푼'이라는 코너로 보충되어 나온다. 이모저모 상호보완되게 잘 구성된 책이다.

마지막장을 보면 아이들의 성장이 보인다. 첫날의 만남과는 확실히 비교되는 학생들의 모습. 이것이 바로 교육의 목적이고 보람이다. 이 과정이 귀하게 여겨지길 바라며 이 책이 널리 읽히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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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자격 -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김현규 지음 / 푸른칠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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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북에서 김현규 선생님의 글을 좋아하고 '좋아요'도 곧잘 누르는 독자다. 언제 어떻게 페친이 되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고 실물을 본 적도 없지만 꽤 '아는 사이' 같은 느낌이 든다. 그건 순전히 그의 글 때문이다. 어떤 날은 몇개의 단문에 혼밥 사진만이 올라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신변의 이야기가, 어떤 날은 수업 이야기가, 혹은 교육문제에 대한 심각하거나 복잡하거나 울분에 찬 주장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의 대부분의 글을 읽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읽혀서.....?^^;;;; 그의 글은 재미있고 선명하다. 공감할 수 있고, 혹은 이해할 수 있고. 그래서 책이 나온다는 소식에 매우 반가웠다.

김현규 선생님은 중등 국어교사시고 기간제교사다. 난 초등이지만 국어수업에 애착이 많아서 뭔가 동질감이 있다. 하지만 기간제교사의 애환에 대해서는 깊이있겐 모른다. 내게 어렵게 다가오는 건 불안정성보다도 급작성이다. 임기응변, 갑자기 닥친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직종. 하지만 저자를 보면 임기응변이 아니다. 그에게는 계획이 다 있다. 바로 언제 어디서 어떤 내용의 수업을 해도 줄줄~ 나오게끔 머릿속에 짜여져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상당한 실력자들의 인력풀이라 생각하고, 그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들에 감사함을 느낀다. 특히 저자는 대중을 다루는 기술이 유달리 좋으신 것 같다. 레크레이션 강사 수준으로...(부럽다) 그래서 갑자기 만난 학생들을 들었다놨다 열광적인 수업을 이루어내기도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옴쭉달싹 할 수 없이 무너진 교실상황 속에서 좌절하고 슬퍼하기도 한다.

그러저러한 여러 상황 속에서 떠오른 단상이나 학생들에게 전하는 말들, 교사들과 나누고픈 이야기들이 이렇게 에세이집로 묶였다. 가볍게 읽어도 좋지만 잘 기억했다가 써먹고픈(?) 생각들이 많아서 특히 좋았다. 그리고 저자보다 10년이나 더 교단에 있었으면서도 뭔가 명확히 말로 잡아내지 못했던 생각들을, 아니면 언젠가 페북에 쓰고 흘려보낸 생각들을 책에서 발견할 때 무척 반가웠다. 와우, 내가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신발이 여기 딱 가지런히 놓여있네! 이런 기분이 들기도 했다.

각 편은 2,3쪽의 짧은 분량이라 꼭지 수는 상당히 많다. 장당 20여 꼭지로 총 3장 구성으로 되어있다. 장별로 내용이 칼로 끊듯 구분되진 않는다. 조금씩 중점이 다를 뿐 3장 모두 '교사'가 말하는 이야기다. 어떤 꼭지에선 기간제교사고, 혹은 방황하는 학생을 일으키는 상담자이며, 협력하는 학교구성원 중의 한 명이기도 하고 난감한 현실 앞에서 굴욕감에 몸을 떨며 듣지도 않는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나약한 교사일 때도 있다. 저자는 자신을 '평범한' 교사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나와 비교해보면 훨씬 능력자로 보이지만 어쨌든 희로애락을 함께 느끼는 동료교사로서 동질감을 많이 느낀다. 그런 저자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교사의 자격을 말하고 있어서 위로가 된다. 최선을 다하려곤 하지만 자주 어설픈, 학생들을 위하려곤 하지만 나의 모든 것을 내어줄 순 없는, 훌륭한 이상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어서 자책하곤 하던 나에게 이 평범한(자칭일지라도) 교사의 고백은 편안한 친구가 되어준다.

그렇다고 우리가 막 사는 건 아니야! 오히려 그 반대지. 저자나 나나 이 땅을 매우 조심스럽게 밟고 있다. 그건 단지 여기가 지뢰밭이고 숨만 잘못쉬어도 아동학대로 곤욕을 치러야 할 빌어먹을 직장이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이 일의 막중함을 알고있다. 그래서 함부로 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중년의 나이까지 살며 확신을 갖게된 인생의 법칙들에 대해선 애타는 마음으로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그건 자신의 삶을 대하는 '태도'이며 이것은 어떻게든 여러가지 외형으로 드러나게 되어있다. 가장 크게는 기본생활습관이다. 이것을 크게 보는 것이 저자와 나의 공통점이라고 느꼈다.

[명확한 개념을 잡는 연습]이라는 꼭지(69쪽)에서 저자는 허세와 만용으로 돌진하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법으로 잘못된 '개념'을 잡아주는 방법을 쓴다. 저자가 유식하고 달변이어서 가능한지는 모르겠으나 나도 연구하고 싶은 방법이다. 섣불리 대치하다 지쳐서 "그래 그냥 그렇게 살다 죽어라." 라고 생각한다면 0보다도 못한 마이너스가 된다. 개념을 통한 설득.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고 이것이 교육이라서 하는 것이다. 사리가 쌓이는 것은 사양하고 싶지만서도.

[기본이 시작이자 마무리]라는 꼭지(77쪽)에서는 "약한 마음은 비범한 것에 관심을 갖고 위대한 마음은 평범한 것에 관심을 갖는다"는 파스칼의 명언을 인용했다. 머리 큰 애들한테 이런 말이 통하려면 얼마나 '잘' 이야기해야 할까. 초등에서부터 잘 가르쳐서 올려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들도 동의하고 협조하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텐데 라는 생각도 든다.

[배움이 일어나는 순간] (84쪽)에선 오래 걸려 깨달았지만 코로나 이후 또 주춤하고 있었던 원칙, '서툴더라도 스스로의 말로 하게 하라'를 다시 떠올리게 되어 기뻤다. 배움은 교실이라는 공간에 와있다고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학생의 자발적 노력이 필요하고 그걸 촉진하는 교사의 수업기술도 중요하다. 교사는 그래서 연구해야 한다. (뜨끔)

[너는 참 좋은 사람이야] (109쪽)에서도 오래 걸려 깨달았던 원칙 하나가 아주 쉬운 말로 놓여 있어 반가웠다. 교사가 칭찬해주는 직업인 건 아니다. 고래 칭찬론을 난 갖다버린지 오래다. 하지만 교사는 칭찬을 포기해선 안된다. 밝은 눈으로 찾아야 한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학생의 '성장의 지점'을 정확히 캐치해야 하고 그걸 혼자만 알고있지 말고 본인(때로는 보호자 포함)에게 꼭 일깨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의 칭찬이란 그런 것이다. 참 착해요~ 다 잘해요~ 문제 없어요~ 이런 말을 은연중에 강요받지 않았으면 한다.

[똑똑한 사람, 힘센 사람, 강한 사람] (197쪽)에서 교사의 정체성에 대한 저자의 통찰력을 본 것 같았다. 나는 똑똑한 사람에 대한 경외심이 있고, 대체로 유약한 편인 나의 성품 때문에 힘에 대한 추구도 무의식에 많이 있다고 느낀다. 저자는 교단에 선 교사에게 다양한 종류의 도전이 오기 때문에 '강한' 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 강함이란 유연해야 하고, 순도만 높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철 이외의 불순 금속이 섞여야 강한 쇠가 되듯이) 특히 '내 안에서 교사의 역할이 아닌 개인이 나오는 것'에 대한 경계를 하셨는데 매우 공감한다. 그런 모든 것의 조절이 가능한 교사가 강한 교사다. 몇 년 안남았지만 나도 한번은 강한 교사로 살아보고 싶다.ㅎㅎ

책의 내용에 대한 언급을 하려고 보니 끝이 없어서 여기까지만.... 수많은 꼭지가 있으니 독자마다 다 다른 꼭지로 감상이 전개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이렇게 허심탄회한 이야기의 판을 깔아주신 것 같다. 슬프고 괴로운 작금의 교단에서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해야 할 이야기가 많다. 껍데기 안으로 들어가면 더욱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무쪼록 지금의 진통이 좀더 나은 교단을 만들기를 빌며 아픈 우리 중의 한명인 현규쌤의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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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동물 -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어린이부문 대상 수상작 파란 이야기 14
김시경 지음, 장선환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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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기저기서 많이 떠서 눈에 익었고, 그런만큼 기대하는 마음으로 신청한 책이었다. 어린이 심사단이 뽑은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 문학상'에서 대상으로 뽑힌 작품이라고 한다. 과연 대상으로 뽑힐만한 작품이다라는 생각도 들고 개인적으론 그정도로 좋진 않은데?라는 생각도 들고 내 안에서도 감상이 엇갈렸다.

내가 높이 본 것은 주제의식이다. 대표적으로는 동물권과 환경문제로, 멸망을 향해가는 인간사회 문제의 총망라라 할 수 있었다.
반면 생각보다 별로였던 것은 재미였다. 이상하게도 딱히 재미가 없었다. 이건 작품보다도 나의 취향 문제라고 솔직하게 인정한다. 특히 어린이 심사단이 뽑은 작품이 재미있었던 적이 별로 없었다. 난 이 점이 너무 슬퍼...ㅠ 어린이들을 이해하며 함께읽기를 해야하는 입장에서 이건 큰 약점이다. 어쩔 수가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선생으로 있는 동안만큼은 성실하게 함께 읽어보리라 다짐한다.

어렸을 때부터 '말세다 말세야' 하는 말을 많이 들어봤지만 인류는 아직까진 연명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엔 정말 우리가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라는 위기의식(?)을 넘어선 체념성 회의가 든다. 대체 인간이란 존재는 무엇인가. 모든 걸 망치는 저주의 손인가. 인간성이 말살된.... 아니 인간성이란게 무엇인가 애초에 그런게 있기는 하던가?

이 책은 매우 긴장된 분위기로 시작된다. 동물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졌고, 바로 격리하여 살처분을 집행하는 중이다. 이 책의 주인공 초록이에게는 초코라는 리트리버 반려견이 있는데, 초코 또한 감염이 되어버린다! 초코를 보낼 수 없는 초록이는 인간들의 행위에 반하게 되고, 동물들과 긴박한 여정에 함께하며, 그 과정에서 인간의 이기심을 목도하게 된다.

사실 그간의 현실 또한 인간의 이기심이 다른 모든 종에게는 위협과 저주, 불행이었음을 말해준다. 자신이 딛고 선 발판을 파괴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무엇이라 말해야 할까? 이 작품은 동화지만 이러한 현실을 매우 다양하고 신선하게 잘 조명했다.

얽히고설킨 상황들의 최종에 있는 존재. 섀도우 ET. 그리고 알파. 이런 설정이 아이들에게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일 것 같긴 하다. 나는 타임슬립 소재에서 재미를 본 적이 없어서 이번엔 혹시? 했지만 역시였고^^;;; (나는 왜 이런 데 몰입이 안되나 몰라) 엄청난 선택을 홀로 짊어진 초록이의 무거운 어깨가 안쓰러웠다.

인간의 가능성을 믿는 작가의 선택이자 최종 반전이 약간의 위안을 준다. 사실 인간 중에 선한 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국 대세는 악이 된다는 점. 그 악이 세상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간다는 점이 안타까운 점이다. 그리고 나도 어느새 그 멱살잡이에 동조하고 있을 때가 많다는 자각도. 그런 세상에 작가가 준 한줄기 희망의 메세지는 우리가 마지막으로 붙들어야 하는 것이리라.

아이들과 읽으면 이야기거리가 참 많겠다. 그런 면에서도 좋은 책이다. 나에게는 약간 오버로 느껴졌던 설정들이 어찌보면 가장 적당한 설정이었던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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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문병욱
이상교 지음, 한연진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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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교 작가님도 꽤 많은 책을 내신 분이다. 시집, 그림책, 동화책에 옛이야기 재화까지. 나도 몇권 갖고 있는데 서평은 처음 써보는 것 같다. (기억이 확실치가...;;;)

작품이 맘에 드는 이유는 그때마다 다양하지만, 오늘은 이렇게 무심한 듯 조용한 이야기가 맘에 들었다. 이런 얘기 나도 쓰겠다 싶을 만큼 평범한 이야기, 하지만 절대 쓸 수 없는 이야기. 잘 보면 절대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이런 이야기가 오히려 쓰기 어렵지 않을까.

2학년 첫날 '나'(예지)는 새학급에 적응하려 주변을 살핀다. 근처에 아무말 없는 병욱이가 앉아있다. 선민이라는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너 문병욱 바보인 거 알아? 말도 잘 안하고 날마다 주머니에 손 넣고 다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바보인 건 아닌데."

나는 이 대목에서 평범하고 위대했던 우리 학급의 아이들을 떠올렸다. 교실붕괴를 막아준 건 나의 지도력이 아니고 이런 아이들의 내적인 힘이었다. 부화뇌동하지 않고, 떠벌이거나 부풀리지 않고, 타인에 대한 호의를 기본적으로 깔고 있는 아이들. 남의 흠을 잡아 약점으로 깔아뭉개지 않고 슬며시 빈틈을 괴어주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이 포진해 있는 학급은 어떤 경우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이 아이들이 학급의 철근이다.

이런 아이들이 팔방미인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평범하다. 주목받거나 찬사를 받진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어디에나 스며들어있어 그 존재감은 놀랍다. 눈이 밝은 교사는 그 빛을 알아볼 것이다. 극단적인 경우 대전 4인방 같은 아이들이 학급을 초토화시키면 그 빛도 사그러지는 경우가 있겠지만.... 웬만해서는 가능하다.

어제 이른 출근길에 웬 고등학생이 "선생님!" 하고 날 반갑게 불렀다. 얼굴을 보니 7년 전에 가르쳤던 아이였다. "선생님, 안녕하시죠? 제가 벌써 고3입니다.ㅎㅎ" 하면서 사람좋은 웃음을 짓는 그 아이. 서로 갈 길이 바빠 인사만 하고 헤어졌는데 출근길 내내 그 아이 생각을 했다. 또 만나면 이 말을 꼭 해줄거야. 너가 있어서 정말 좋았어. 너는 우리반의 쿠션이었어. 너랑, 꼭 너같은 몇명의 친구들이 있어서 숱한 말썽들 속에서도 우린 웃고 의지할 수 있었어. 멀리서도 나를 보면 부르면서 달려오는 너희들이 너무 신기했어. 사소한 얘기를 웃으면서 하다가 또 인사하고 뛰어가는 너희가 너무 고마웠어. 그런데 너희는 그걸 몰라. 너희같은 애들의 특징이지. 자기들은 몰라. 얼마나 귀한지.ㅎㅎ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예지와 병욱이의 학교생활은 계속된다. 병욱이는 할머니와 둘이 산다고 한다. 개학식날에 교문 앞에서 병욱이와 할머니, 예지와 엄마는 서로 꾸벅 인사를 나누었다. 예지는 그것도 좋은 기억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미술시간에 친구 얼굴 그리기를 했을 때, 병욱이는 누가봐도 예지를 닮은 아이를 그렸다.

병욱이는 여전히 쉬는 시간에도 책만 본다. 예지가 다가가 "그 책 재미있어?" 하고 묻자 수줍게 대답을 하는데, 아이들은 또 순진하지. 뭔데? 뭔데? 하면서 병욱이 주변으로 몰려든다. 병욱이는 이렇게 조금씩 아이들 사이에 스며든다. 여전히 말은 없지만.

병욱이가 커서 어떤 어른이 될까 생각해본다. 꽤 괜찮은 어른의 모습이 그려진다. 난 너무 시끄러운 사람은 부담스러워서, 이런 사람이 더 좋다. 말없이 자기 할 일 하고 조용히 배려해 주는 사람이 될 것 같다. 그러니 바보니 이상한 애니 쑥덕거리는 사람들이 진짜 바보다. 그냥 옆에 함께 있으면 되는데.

수많은 교사들이 온몸으로 버텨내다 결국 부서지고 무너진 학급들을 생각하다 이 따뜻한 교실을 보니 눈물겹다. 후배쌤들이 이런 교실에서 미소지으며 교육을 하길 바라는데 갈 길은 얼마나 멀까. 작가님이 그려내신 이 따뜻하고 평범한, 아니아니 절대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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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6 09: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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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9 10: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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