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을 이겨 낸 교실 문학의 즐거움 68
혼다 아리아케 지음, 유코 그림, 모카 옮김 / 개암나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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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에 불만은 없는데, 딱 한가지 제목 번역이 마음에 안든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이렇게 노골적이고 여지가 없는 제목은 좀 별로다. 설마 원작도 이 제목인가? 하고 원작 표지를 봤더니 전혀 달랐다. 원제목을 최대한 살려 번역했으면 좋았을걸.... 주제를 제목에 담으려는 의도가 너무 재미없는 제목을 만들어낸 것 같다. 요즘말로 '납작한' 제목이라고 할까. 오히려 내용은 제목보다 훨씬 풍성했다.

일본 사회나 교실의 모습은 우리와 유사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차별에 대한 문제도 비슷하지 않을까. 이책의 5학년 3반 교실에는 차별받는 세 명의 학생이 등장한다. 먼저 화자인 츠루타 켄토는 눈에 띄는 차별요소는 없어보이지만 일종의 트라우마를 가진 탓에 극복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산다. '입스'라고 하던데, 충분히 가능한 동작을 긴장하는 순간에는 못하게 되는것. 그래서 츠루타는 멀리뛰기를 전혀 하지 못한다. 점프 시작을 아예 못하기 때문이다.

두번째 주인공인 사쿠라이 안은 츠루타와 유치원때부터 친구다. '쿼터'라고 불린다는데, 4분의 1이 혼혈이란 뜻이겠다. (아빠의 엄마가 영국인) 그리고 유치원때 교통사고를 당해 아빠는 돌아가시고 안은 무릎이 많이 상해서 장애를 갖게 되었다. 이후로 짖궂은 아이들에게 놀림을 많이 당했다.

세번째는 다니엘 켄토다. 츠루타 켄토와 이름이 같지만 외모는 많이 다르다. 아버지가 흑인인 다니엘은 신체조건이 운동하기에 월등하게 좋고 피부색도 검다. 가장 눈에 띄는 차별요인을 가진 셈이다. 그래서인지 충돌도 많았고 특정 아이들과 싸움이 심해져 3반으로 전반을 하게됐다. 이 반에선 눈에 띄는 괴롭힘은 없었다. 체격조건과 힘이 월등하고 태도도 거칠었기 때문. 하지만 아이들은 다니엘을 슬슬 피했다.

차별이 존재한 건 맞지만 그게 서사의 중심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제목이 더 아쉬움) 이 세 명 외의 다른 아이들은 흐린 배경처럼 물러나 있었다. 오로지 세 주인공만 선명하게 빛났다. 그래서 내가 보기엔 차별을 이겨냈다기보다도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하는게 더 정확한 표현 같았다.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는 차별도 넘어서게 되었을테니 아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들이 자신의 문제를 극복한 방법은 셋의 연대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관계. 치우쳐지지 않은 정확한 트라이앵글 같은 관계. 그런 서사가 매우 건강하게 흘러갔다. 카메라는 정확하게 그 삼각형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고, 나머지는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이 한걸음을 내딛은 순간, 그때 서로의 역할, 한걸음이 두걸음이 되고 이후의 걸음이 점점 쉬워지는 과정 등이 아주 잘 드러났다.

주변을(세상을) 바꿔야 할 때도 있지만 나 자신을 바꾸는 게 가장 빠르고 바람직한 경우도 많다. 이 책은 그런 경우를 다루고 있고, 그래서 조연들의 역할이 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굄돌이 되어주며 훌쩍 성장한 세 명. 이 아이들이 보는 세상 또한 달라졌을 것이다.

나는 다문화가정도 아니고 소수자의 조건을 딱히 갖고있지 않다. 그래서인지 츠루타의 '입스'에 눈길이 더 머물렀다. 경미하지만 나도 그랬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ㅠㅠ 교실에도 그런 경우가 크고 작게 있다. 그걸 극복하는데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가 된다면 최고의 학급이 될 것이다. 한걸음, 용기, 격려, 그리고 우정. 그것을 '차별을 이겨낸 교실'이라 불러도 될 것 같긴 하다. 차별의 대상은 우리가 익히 아는 것보다도 더 다양하게 많고 구호만으로 극복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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