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노는 아이들 - 어린이를 위한 말랑말랑 한국사 교육 동화, 2024 아침독서 추천도서 한경 아이들 시리즈
신봉석 지음, 최호정 그림, 서울대학교 뿌리깊은 역사나무 감수 / 한경키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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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역사수업에서 신봉석 선생님은 유명하시고 역사 관련 책도 이미 내셨다. 그런데 다음 책이 동화라니! 그건 의외였지만 반갑고 궁금하기도 했다. 역사동화는 많지만 '역사수업' 동화는 새로운 시도인데, 재미가 있을까?

이 책을 사놓고 일이 많아 좀 미뤄둔 사이에 확인해보니 책의 판매지수가 무척 높고 순위권이다. 그건 어린이들에게 읽히고 있다는 뜻! 오, 아이들이 읽을 만한 재미가 있구나. 나도 덩달아 기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이 책은 두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첫째는 '수업'을 보는 교사의 관점이다. 아무래도 난 이 관점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또 하나는 '이야기'를 보는 어린이들의 관점이다. 위에 썼듯이 이 책의 인기는 어린이 관점에서 충분히 선호할 만하다는 증명이다. 독자리뷰도 많이 올라와 있길래 읽어보니 "나도 학교에서 이런 수업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니, 교사들 입장에서는 꽤 압박이 되기도 하겠다.^^

교사 관점에서 책을 읽다보면 판단을 하게 된다. 바로 '이런 수업을 내가 할 수 있는가?'와 '할 의향이 있는가?'이다. 여러 장면에서 나는 이런 판단을 하고 있었는데. 다양한 감정이 엇갈렸다. 이 책의 선생님, 말하자면 작가인 신봉석 선생님(작중에서도 본명을 그대로 씀)의 역사수업 특징을 키워드 한개로 말하라면 '체험'이다. 다소 시간이 많이 걸리고 품이 들더라도 체험을 통해 실감하게 하는 수업을 추구한다. 나도 한때 약간 흉내를 내 본 적이 있었는데 해당 학년을 몇년간 맡지 않게 되면서 지금은 기억이 희미해지고 내 수업의 정체성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그래서 이 책의 수업들이 새롭게 도전이 되었다.

이 책은 동화이고 당연히 서사가 들어있지만 허구는 아주 약간, 양념 혹은 접착제 정도로만 들어있는 것 같다. 말하자면 실화 기반? 주인공 선생님 이름도 실명이니 뭐.^^ 그래서 서사를 만들어내는 고민은 덜 하셨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 더 큰 게 있다. 서사가 될 수 있는 수업을 하셨다는 점. 연중 수업의 과정이 서사가 되었다는 점. 나는 이 점이 더욱 놀랍다.

이 시리즈의 책을 이로써 두권째 읽었다. (첫번째는 세금내는 아이들) 책날개에 보니 내가 몰랐던 책들도 많이 나와있네. 글쓰기, 시민교육, 수학, 감정, 과학, 영어.... 우와 초등교육에 다양한 영역이 있는만큼 각 영역의 실력자들도 많으시다.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한 선생님들은 그것을 학급운영의 시스템으로 삼기도 한다. 첫번째 책에선 경제교육, 이번책에선 역사교육이다. 학급운영의 축으로 연중 이루어지기 때문에 내공이 충분히 쌓인 다음에 도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 한급에 두 개의 시스템은 과잉이다. 그러므로 좋아보이는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어차피 선택과 집중은 필수이고 남의 선택에 곁눈질하며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저자처럼 학급시스템으로 도입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참고할 점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 책의 수업 중 일부를 따라하거나 참고하는 것만으로도 책을 읽은 보람은 충분하다. 난 예전에 이 책에 나온 '비파형 동검 만들기' 수업을 해본 적 있다. 이 책과 똑같진 않았지만 찰흙으로 거푸집을 만들고 우유팩에 양초를 중탕해서 그 안에 부어 떼어내면 제작 원리를 파악할 수 있고 결과물도 나와서 아이들이 매우 흥미롭게 참여했었다. 다만 준비과정이 매우 번거롭고 활동시간도 많이 들기 때문에 자주 시도할 순 없었다. 이 책을 참고하면 그외 몇가지 시도를 더 해볼 수 있고, 꼭 만들기 활동이 아니어도 체육활동이라든가 게임활동으로 진행할 수 있는 수업도 있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활동을 잘 한 모둠에 선생님이 암호카드를 주시는데, 어린이 독자들 입장에선 그것도 흥미로운 도전이 될 것 같다. (암호를 푸는 방법은 뒷부분에 나옴) 서사로는 수업과정이 나오니 그 안에 역사이야기는 자연히 들어가고, 정리된 내용은 각 장 끝에 '말랑말랑 역사상식 한스푼'이라는 코너로 보충되어 나온다. 이모저모 상호보완되게 잘 구성된 책이다.

마지막장을 보면 아이들의 성장이 보인다. 첫날의 만남과는 확실히 비교되는 학생들의 모습. 이것이 바로 교육의 목적이고 보람이다. 이 과정이 귀하게 여겨지길 바라며 이 책이 널리 읽히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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