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제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종옥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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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젋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마지막 권을 이번주에 끝냈다. 마지막 2권은 너무 숙제처럼, 대충 읽었다는 것이 문제.

2013년 작품 중에서는 개인적으로 정용준 작가의 당신의 피가 가장 와닿았다. 어머니를 살해한 아버지가 이십사년만에 아들에게 연락하고, 아들이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병원 신장투석실에 치료를 받으러 불쑥 찾아온다. 알고보니, 그는 교도소에서는 치료할 수 없는 신부전증을 앓았던 것.

일주일에 3번씩, 한번에 5시간 동안 기계를 통해 피를 여과시켜 다시 몸속으로 집어넣은 혈액투석 과정이 묘사되어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오래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2~3년 동안 혈액투석 하셨던 것이 기억난다. 혈액투석하실 때 병원에 한번 갔던 기억이 난다. 자주 못뵙다가 오랫만에 뵈었는데, 그때의 충격이란, 늘 불호령을 내리는 무섭던 할아버지가 목소리에 힘이 없으시고 몸도 작아지셨고 기계에 의지하여 피를 거르는 일은 일주일에 3번씩 해야 살 수 있다니. 그때의 할아버지는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작품 속 아들은 그 사건과 아버지라는 존재가 이미 자신의 기억 속에 없으며,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아버지라는 존재가 주기적으로 자기 앞에 나타나자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감정이 다름을 알고 혼란스러워 한다. 아무런 존재도 아니라고 되뇌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흔들리는 그 마음, 이해가 갈 것 같다.

신장투석을 통해 더러운 “피”를 여과하여 몸속에 새로운 깨끗한 “피”를 집어넣는 것과 아버지와 같은 “피”라는 혈연관계를 부인하고자 하는 작중 화자의 심리상태가 잘 어우러진 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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