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한강 세트 - 전5권
김세영 지음, 허영만 그림 / 가디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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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허영만,김세영/역사/만화

강토, 석주의 시련과 격정은 우리 민족의 혼돈과 분열과도 일맥상통하다는 생각으로 리뷰를 시작한다. 해방을 코앞에 둔 청소년 시기의 강토. 그 앞엔 충격과 환희, 분노와 무언가의 다짐이 혼재된 상태였다. 첫눈에 반한 여인 ‘야스코‘를 통해 느낀 아픔, 조국의 해방과 동료의 죽음까지 그렇게 강토는 우리 민족의 역경과 동일시되는 인물처럼 정신적 혼미의 상태로 어른이 되어간다.

우여곡절인지 ‘야스코‘의 잔영 때문인지 강토는 자신의 그림 소질을 확인하고 어린 시절 친구였던 마님 댁 첫째 딸의 도움으로 서울로 상경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그림 지도를 해주는 한 화백에게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것,
곧 혁명 같은 것‘이란 이야기를 듣고 ‘혁명‘이란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그 이후 일과 그림 공부를 병행하던 강토는 시대적 혁명을 꿈꾸는 청년들과 사회주의, 공산주의에서 제시하는 만민평등사상에 대해 몰입하게 된다. 또한 일본으로 떠난 줄 만 알았던 ‘야스코‘와의 만남, 그저 반갑지만은 않던 장소에서의 재회였지만 강토의 그림에 대한 열정과 ‘야스코‘에 대한 미련이 그림으로 불타

오르게 하는 저력을 보여준다. 격변의 시대 한 인물의 ‘생과 사‘가 담긴 일화 속에 우리 민족과 역사의 흐름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급변하는 변화를 겪었는지 책을 읽는 시간이 숨 가쁘게 흘러가는 듯했다.

결국 거제도 수용소에 포로로 이끌려온 강토는 동료이자 악연이라 할 수 있던 ‘오희도‘와 함께 힘겹고, 고난스러운 수용소 생활을 시작하며, 혁명과 생존에 대한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지난 포로 이전 시절 손미숙의 오빠로부터 ‘동생이, 강토의 아이를 잉태했다‘란 이야기를 듣고 이를 숨겼던 강토.

하지만 결국, 그녀를 연모하던 ‘오희도‘를 희롱하며 수용소 생활을 보냈던 강토는 이러한 사실을 ‘오희도‘에게 실토하고, 남녘의 땅에 다시 한 번 몸을 맡기는데...... 최인훈의 광장을 읽는 것 같은 짧은 여운까지 느껴지는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에피소드였다. 그만큼 한 인물의 격동적인 삶을 통해 다양한 생각과 추측이 가능할 정도로 몰입도가 높았던 작품이었다

그 이후 다시 만난 인연, ‘손미숙‘과의 힘겨운 결혼 생활과 더불어, 제2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죽산 조봉암 선생과의 만남은 강토로 하여금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한다. 그것이 바로 정치를 통한 변혁을 꿈꾸며, 민주주의 평화적 통일의 필요성을 역설하려는 또 다른 역사, 그의 삶이 다시 시작되는 단초였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 민주 정권이란 허울 하의 감춰진 독대 정권의 은밀한 세력 간의 다툼과 결탁 때문인지, 강토가 믿고 따르던 죽산 조봉암 세력은 각종 핍박을 겪던 끝에 압제적 치하의 사법권 내에서 공산주의란 낙인과 함께 사형을 언도받고 만다. 암울한 시기 혁명과 변화, 평화와 통일을 꿈꾸던 위인과 젊은 청년 이강토의 생은 이렇게 다시 한 번 좌절로 점철되는 역사의 그늘 속으로 침몰하고 만다.


하지만 강토의 막내아들 석주. 죽산 조봉암 선생이 직접 지어준 이름의 영향 탓인가? 아버지 강토와도 흡사한 파란만장한 희로애락이 넘실거리는 청춘시절을 보낸다. 투쟁과 좌절, 사랑과 이별이 연이어지는 상황 속에 자신의 재능이자 아버지에게로 이어받은 그림 능력을 발휘한다. 더불어 민주화 운동가로 80년대의 암울하고 속절없던 시대상을 몸과 맘으로 버텨내며 극복해낸다. 소작농에서 공산주의자로 그리고 다시 남한의 품에서 그림과 함께 정치적 활로를 펼치던 이강토. 그가 4~70년대의 역사적 격변기를 대변하는 인물이라면, 그의 아들 석주는 80년대 민주화를 꿈꾸던 지금 우리네 아버지이자 형님, 삼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한강의 기적을 언급한 것처럼 단순히 개발로 인해 한강에 유람선이 뜨고 그 안에서 삶을 즐기는 것 이상의 민주화의 가치, 자유에 대한 의지와 갈망의 정신을 후대에까지 이어기길 바란다. 그리고 그러한 초석과 같은 이야기로 꾸준히 읽혀지고, 완성되길 이 작품을 통해 꿈꿔본다.


‘이제부터 우리의 모든 운동은 통일과 연결시켜야 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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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아! 미세먼지 어떡해?
진성림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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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는 질환이며, 재앙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다.'

이 시대에 필요한 건강 정보서이자 예방법을 미리 알려주고 대처할 작품. 미세먼지 하면 외출을 자제하라거나 마스크를 필수적으로 착용하라는 일반적인 정보는 누구나 숙지하고 있다. 또한 매일 아침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고 출퇴근하는 직장인, 아이를 가진 부모 입장에서 이 작품은 '가뭄에 단비'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푸른 하늘을 사랑했던 저자 진성림. 그래서 우연인지 모르나 호흡기 내과 전문의가 되었고, 24년 전부터 현재까지 미세먼지에 찌든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올바른 의술을 펼치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건강의 소중함, 자연을 올바로 바라보고 인간의 의도만으로 세상을 바꾸려던 결과가 무엇인지도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이 미세먼지에 대하여 정확한 정보를 얻고, 자신과 가족들의 건강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미세먼지와 호흡기질환의 상관관계는 진단자의 입원율과 사망률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그만큼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우리 몸에 쉽게 침투해 질병의 발병률과 증상을 높이는 필요악적인 상황을 만들게 된다. 저자의 원을 방문하는 환자 수의 상황을 그래프로 정리한 내용도 미세먼지가 높은 날 '급성 기관지염과 경증 천식 환자'의 빈도수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하니 미세먼지의 농도가 호흡기 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 머리카락보다 작고 가는 미세먼지를 막을 수는 없지만 미리 준비하며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건강 생활을 이어가는 버팀목이 될 것이라 여겨지며 전문의와의 상담도 필요함을 인식하게 된다.

천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비롯해 이를 치유할 수 있는 정보도 제공한다. 자세히 몰랐던 천식의 원인과 치료에 필요한 과정, 적절한 약제가 처방되고 정착되어야 대한민국의 천식 발병률도 낮출 수 있다는 핵심적인 제안도 던져주는 친절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책의 내용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경구제보다는 흡입제가 기본이 되는 천식 치료제를 우선시하고, 축구를 비유로 들은 저자의 설명처럼 적절한 방어 속에 확실한 공격이 승리하는 것처럼 천식 예방에 있어서도 "흡입용 스테로이드와 기관지 확장제가 복합되어"있는 강력한 슛이 천식 질환을 누를 수 있다는 재미있는 설명으로 의학에 대한 어려움을 일반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주고 있다. 또한 천식 질환에 가장 위협적인 흡연을 가장 큰 적으로 간주하며 천식을 앓고 있는 환우들에겐 절대적으로 금연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천식 및 기타 질환 예방을 위해선 미세먼지 예방 기준에 맞는 마스크 착용, 외출 후 샤워 및 의류 세탁 등도 실생활에서 미세먼지에 대처하는 방법이라 설명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면서 간단한 것이 기관지 천식의 발생 원인에 집중하면서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천식과 함께 만성 폐쇄성 질환의 치료도 미세먼지와 연관이 있고 꾸준한 치료와 처방이 중요하지만 천식의 경우 온실 속의 화초처럼 언제 어떻게 재발하고, 발병할 수 있을지 예측이 어려울 수도 있으므로 기관지 천식과 미세먼지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며 저자는 의학 전문 지식을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호흡기 내과 전문의로써 위급한 상황을 사실적이며 드라마틱 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는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포함해 전문성을 독자로써 실감하게 하는 내용들이었다. 그저 의사는 명예와 부를 채워주는 직업이라는 선입견 이외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의사의 숨 가쁘고 처절한 삶. 그 안에서 삶과 죽음을 다툴 수밖에 없는 치열함에 공감할 수 있었다. 직업적 특성과 숙명을 받아들이며 저자 자신이 경험한 응급 상황에서의 헌신,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에 의한 호흡기 질환 환자들을 대할 때의 솔직한 심정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저자의 마음과 열정, 신념까지 느낄 수 있는 내용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미세먼지란 예방이라는 사전 대처도 중요하지만 반복적으로 이런 날씨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적절한 처방과 치료도 중요함을 깨닫게 하는 진성림 원장의 설명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또한 모르고 있던 의학 정보까지 알 수 있어 1석2조의 효과를 전달해주는 내용들.

이 알차고 풍부하다. 그러한 면에서 호흡기와 목의 건강에 대해 좀 더 관심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매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 히포크라테스 선서

의사로서의 사명과 현실을 직시하며 자신의 일에 헌신하는 의료인들. 이 책을 쓴 진성림 저자도 그들 중 한 명의 진실 된 의료인이다. 미세먼지에 대한 걱정과 대비책을 비롯해 독자가 알아야 할 미세먼지의 질환과 예방법 등을 정리하여 설명해주며 책의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삶과 열정을 다해 뛰는 의료인들의 진면목을 확인하고, 의료계의 현실도 가늠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물론 이 책의 핵심이자 주제인 '푸른 하늘'을 우리 아이들에게 선사하고자 하는 부모로서도 작품에서 언급한 미세먼지 대처법 내용을 숙지하고, 함께 고민하며 연구해보는 시간도 이어졌으면 한다. 그래서 《하늘아! 미세먼지 어떡해?》가 아닌 《하늘아! 푸른 하늘아 고마워! 》라는 날이 속히 다가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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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 - 구글, 아마존, 애플, 테슬라가 그리는 10년 후 미래
W. 데이비드 스티븐슨 지음, 김정아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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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데이비드 스티븐슨/경제경영


IOT라 불리는 인터넷을 활용한 최첨단 디지털 연결 시스템. 이를 바탕으로 4차 산업 혁명이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만큼 인터넷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며 이젠 점과 점이 이어져 생활의 틀 자체를 변혁하고 개벽 시킬 정도로 빠르게 바뀌어감을 실감한다.
그 중심에 ‘초연결‘이란 단어가 존재하며 기술과 기술, 인간과 인간의 끈을 전 세계적으로 연결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 흐름 앞에 절대 도태되지 않는 스마트 시대의 확장적 인간이 되기 위한 그 중심에 우리는 서 있는 것이다. 그 시작은 ‘점‘이지만 인간과 사회를 거쳐 인류라는 하나의 통로가 되어감을 이 작품에서 느끼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싫다면 정말 산으로 가서 도를 닦는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이 정답일 수 있지만 우리 인간은 끝없이 도전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창출하는 피조물이기에 끝을 보지 않고 달려가고 있다. 이 작품에서 그 과정과 시행착오, 그리고 마무리를 경험해보길 바란다.

지능화된 쓰레기통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무슨 귀신 시나라 까먹는 소리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빅벨리솔라‘라는 이를 활용한 데이터를 구축해 좀 더 알차고 합리적인 쓰레기 수거 시스템을 구축해 쓰레기의 양도 줄이고 좀 더 획기적인 방향으로 재활용품을 수거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쓰레기통의 센서를 통해 압축 기능을 추가하고, 좀 더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것이다. 보다 저렴하고 실용적인 기술이 디지털화해 가면서 우리의 삶도 여유가 넘치는 것은 아닐까? 간단한 예이지만 음식물 쓰레기함의 디지털화도 한 가정의 쓰레기양이나 무게를 줄이는데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것만 봐도 ‘초연결‘이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항공 제트 엔진 제조사에게까지 이어지는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빅벨리솔라의 요점 ‘좋은 기술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스며든다는 것‘》

쓰레기통을 활용한 IOT 기술의 출발이지만 확장성 있는 플랫폼 개발에 꾸준한 노력과 연구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 인간이 필요로 하는 편리성을 끊임없이 구현하고 창의적인 발상으로 생활화 시키는 IOT 기술은 이제 우리 모두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생활하 된 삶의 도구로 등장할 것이란 예측을 해본다.
물론 세상 모두, 기업 대부분이 IOT 기술을 따르거나 맹신하는 것은 아니다. 일말의 리스크가 언제 생길지 모를 불안감과 미래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 등이 IOT 기술을 즉시 상용화하는데 망설임을 던져주는 기업도 없지 않아 있기 마련이다. 기술과 데이터 공유에 불안함을 보이는 회사 경영진들, 언제 닥칠지 모를 사고와 사건 때문에 기술을 가까이하지 않는 이들에게 데이터 기술을 함께 나누고 소통하는 측면의 방법이 일의 효율성 측면에서 얼마만큼 기업에 큰 이익을 주는지 꼭 깨달아야 할 것이다.

빠른 성장과 함께 변혁의 틀에 선 기업들은 창업 2~3년 차의 신생 기업들이 많다고 한다.
IOT 기술을 가장 빨리 받아들임으로써 발 빠른 디지털 세계에 자신의 입지를 세울 수 있다는 건 장점이자 기업의 슬림화 된 구조가 호기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방만한 경영의 대기업들 또한 이를 체감하며 전부가 아니더라도 순차적인 과정을 거쳐 IOT 기술의 핵심에 다가서길 기대한다. 기존의 틀을 깨버리고 정보를 공유하며 소비자와 나누는 서비스. 그것이 현재가 바라는 IOT 기술의 핵심이며, 디지털 세상의 기본 틀이 되는 것이다.

초연결이란 우리 모두가 하나로 연결돼 올바른 현재를 제시하고 보다 뚜렷하고 확실한 미래를 위한 기술력이다. 기업이나 특정 대상을 위한 기술력이 아니라 인류 공동체 모두를 위한 디지털 혁명인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부분에 있어 함께 공유하며, 정보 노출의 위급 상황에서도 다 함께 대처하는 공동체의 개념을 숙지해야 할 것이다.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세상. 미세한 부분의 오차로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지만 보다 긍정적이고 가치 있는 미래의 삶을 위해 IOT 기술 꾸준히 업그레이드해가며, 데이터 관리의 소중함을 확인하고, 상호 신뢰의 과정을 통해 우리 모두의 문화로 정착 시키길 희망한다. 이 작품이 ‘초연결‘ 시대 IOT 기술혁신을 이해하고 실생활에 적용시킬 수 있는 그 시작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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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실험 -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세상을 실험한 어느 괴짜 과학자의 이야기
딜런 에번스 지음, 나현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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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앤파커스/딜런에번스/사회학

'이 책을 정신의학의 이름 없는 영웅인 전 세계의 정신과 간호사들에게 바친다.'

대체로 가족에게 바치거나 모두와 함께 한다는 내용의 서문이 등장하거나 감사의 인사를 하는데 이 작가는 뭔가 색다르다. 정신과 간호사들이 이 작품에서 어떠한 목적으로 고군분투하는지 추측해보게도 되고, 이야기의 중심인물이 되어 무엇을 실험하고 해결해나갈지 궁금증이 야기된다. 어느 괴짜 과학자의 이야기는 이렇게 호기심 가득 불러일으키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 때부터 흥미롭게 전개된다. 그 흥미의 끝은 어디까지일지 인류 안의 독자로써 만끽하거나 실망해보길 바란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이야기처럼 정신 병동의 환자들이 어딘가로 탈출해 유토피아를 꿈꾼다는 내용일지, 그 전개 과정, 인물의 캐릭터들의 특징도 살펴 가며 책을 섭렵하는 독자의 힘. 이 작품이 소설로, 혹은 픽션으로 쓰인 이야기인지 혼란이 밀려오더라도 그대로 읽고 느끼며 독자 스스로의 결론을 내려보자. 그것이 어쩌면 자신이 느끼는 유토피아이며, 책의 내용과 맞건 다르건 각자의 유토피아 실험은 지속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저자의 유토피아적 이상향의 꿈은 멕시코에 머무를 당시부터 고대 마야 문명과 스페인의 지배라는 지리적 특성과 역사를 전해 들은 바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은 흔적을 느낀다. 그리고 스코틀랜드에서의 역사적 첫 단추를 꿰는 로봇 박사, 딜런 에번스.

유토피아 지원자 모집

1. 유토피아 실험은 학습 공동체입니다. 모든 자원자는 자기만의 기술이나 지식 분야를 다른 사람에게 가르칠 수 있어야 합니 다.

2. 유토피아 실험은 노동 공동체입니다. 자원서에 금전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모든 자원자가 노동에 참여해야 합니다.

3. 유토피아 실험은 제한 시간을 엄수합니다. 이 실험의 목적 은 지속성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실험 기간은 18개월입니다. 자원자는 3개월까지 체류할 수 있으며 2주의 단기 체류도 가능합니다. 유토피아 실험은 플라톤의 아카데미아와 소설《더 비치》의 사이를 지향하는 공동체입니다.

저자가 원하고 말하는 그들의 유토피아란 기존 에너지의 발전과 인간의 편리성을 위한 개발과 발명이 아닌 인간 스스로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해진 시간 내에 그 성과를 이루고 나누며 평가하는 방식의 나눔과 소통의 중심이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그간 인류 공동체이자 국가라고 불리는 제국들은 스스로의 이익과 평안과 안위에만 초점을 맞춰 세상을 변화시켜 왔기에 결국 그들마저 몰락하는 원인이자 계기를 만든 것이다. 마야 문명이든, 잉카 문명이든 저자가 예로 드는 《더 비치》의 인물이든 시작은 긍정의 결론을 바랐으나 그 반대의 결과에 실망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고 모의 테스트를 통해 좀 더 의미 있고 효율적인 유토피아 공동체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이 작품을 통해 나타난다. 또한 과거의 역사, 그에 따른 원인과 결과의 과정 사례도 제시하며 자신의 임무에 더 커다란 신빙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드러나는 작품이다.

간혹 최신이 최후진보다 못하다는 회의를 느낄 때 인간에겐 알 수 없는 변혁, 개혁의 조짐이 꿈틀거릴 수 있다는 기대 반, 두려움 반의 정서도 내포됨을 확인할 수 있다.

시행착오와 다양한 공동체를 미리 경험하고 지구 종말에 대비하는 공동체의 완성을 꿈꾸는 사람들. 그 중심에 딜런 에번스란 로봇 공학자가 있으며 함께하는 다채로운 조력자들이 함께 한다. 함께 원하는 목표를 두고 꿈꾸는 유토피아 공동체는 세계의 많은 국가와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를 안에서도 생각하고 원하는 방향성이 흡사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 공동체를 만들어가며 나름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이 자연주의든, 지구 멸망 이후를 대비하는 초자연주의든, 육아 목적이나, 자급자족을 위한 목적이든 지향점은 하나로 연결될 것이라 여겨진다. 분명 딜런 에번스의 목표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의 살아온 생활 방식이나 가치관에 따라 황당할 수도 있으며 실현 불가한 일이 아니라고 여기며 이러한 공동체 구성에 열정을 쏟아낼 수 있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공동체, 유토피아란 혼자만이 꿈꾸는 세상이 아니라 다수의 협조와 동참, 실현 가능한 일에 계획성 있는 조력자 혹은 리더십의 필요성도 느낀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도 함께 풀어나가는 토론의 장과 논쟁거리를 잠식 시키고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힘. 그것이 진정 필요한 유토피아 실험이고, 불안하다고만 여기는 미래의 변화무쌍함에 대비하는 우리 인간의 긍정적 자세가 아닐지 생각해본다.

유토피아적 삶을 꿈꾸던 저자 딜런 에번스를 온전히(?) 보살피고 살펴준 정신과 병동의 닥터 사토시와 간호사들의 등장은 현실 세계와 공상의 세계에서 갈팡질팡하는 박사이자 괴짜 학자인 그를 다시 현실 세계에 안착하게끔 하는 조력자들의 하나이다. 이로 인해 지금의 다큐멘터리 같은 멋들어진 작품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을 만한 사람들이 아니었나 추측해본다. 그래서 그 감사를 정신 병동의 전 세계 간호사들에게 바친 것은 아닌지. 그것이 실제가 아닌 거짓, 허무맹랑한 이야기라 할지라도 상대를 위해 이해하고 공감해주고 동참해주는 동질감,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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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의 돼지의 낙타
엄우흠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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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동마을, 그리고 갓 이사 온 경수네 가족.  얽기 설기 지어진 단칸방 신세의 세 가족. 경찰이었던 경수 아버지 신변의 변화. 그리고 시작된 자영업의 험난한 경로가 커피숍, 분식집, 문방구, 통닭집에서 마무리를 짓는다.
이야기는 이렇게 경수네의 현재 상태와 함께 과거로의 귀환과 같은 삶의 궤적을 돌아보듯 예전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떡볶이집부터 난관이 시작되는 경수네 집.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분식에 목숨을 걸다시피하며 아들인 경수에 딱 맞는 분식 요리를 선보이지만, 손님들에게 뭔가 2% 부족한 미묘한 맛의 차이로 아이들 손님은 줄고 어른 손님은 그럭저럭 드나들어 유지는 해가는 분식집이다. 하지만 10대 여학생들과의 커다란 홍역을 치른 뒤 맛의 전환을 바라며 분식집 생명인 떡볶이에 양파를 갈아 단 맛을 보강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양파를 비롯한 사탕수수의 생명력 등이 식물 자원의 의미, 우리 인간에게 어떠한 유통 경로를 거쳐 우리에게 전달되는지 설명하며 양파에게 묵념을 하는 장면에 ‘피식‘웃음과 함께 그럴 수도 있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경수의 아버지는 분식집 화장실과 벽면에 쓰인 글들로 인해 결국 분식집을 접고 만다. 그것이 분식집을 찾은 10대 아이들의 장난인지, 다른 누군가의 모략성 글귀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이런 불행과 함께 경수에게까지 정신적 건강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다행히 경수 아버지가 경찰 시절 잠시 알고 지낸 노상방뇨를 일삼던 의사의 진료와 처방으로 ‘돼지와 흰색‘을 멀리하라는 알듯 말듯 한 처방 속에 분식집 순대 대신 집 밥을 가까이하자 경수의 발작적 증세는 어느새 안정화된다. 이어서 분식집 대신 문방구로 업종 전환을 하지만 경수 아버지의 소문은 잠재워지지 못하고 결국 그 사업마저 접고 마는데......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뛰어든 전기 통닭구이 사업 또한 하루, 이틀을 못 버티고 생각지도 못한 절망과 함께 프라이드치킨의 대공습과도 같은 영향력에 힘도 써보지 못한 채, 가게 빚을 지며 거금의 이자를 통해 대출을 받은 사채업자에게 넘기고 만다. 이렇게 경수 아버지의 찬란(?) 했던 자영업 시대는 마감되고 남은 건 빚, 무동마을의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만도 하나의 단편 소설과도 같은 장편 소설의 생생한 에피소드이다.  내가 한 말과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 변화하는 세상 속에 가족이라는 이름과 함께 가장의 입지를 다져가려는 경수 아버지의 노력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만다. 아이의 눈에 비추인 어른들의 세계, 혹은 그 아픈 경험 안에서 더 크게 미래를 바라보고 성장하는 해안이 깊어질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무동마을은 그렇게 서울에서 근접한 입지 조건을 지니고 있으나 커다란 발전은 하지 못했다. 그저 힘겹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잠시 머물러 갈 만한 곳에 지나지 않았으나 삶에 찌들거나 불안한 미래에 대한 절망과 단념으로 몰락한 이들이 그 마을에 정착한 것이다. 경수네 가족들도 그들 중 하나일 뿐이다.

이어서 등장하는 또 하나의 인물 로큰롤 고, 토마토 문과의 만남. 음악에 심취한 채 살아가는 청년과 토마토 농장 일을 하는 또래의 여자. 우연히 만난 그들의 이야기도 필연처럼 무동 마을에서 펼쳐지는 일상의 연속 중 하나이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함께 생활을 하게 되고 쓸데없는(?) 음악 대신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 막노동을 시작해 이름 또한 노가다 고로 개명하게 된다. 하지만 알고 보니 로큰롤 고는 이미 ‘중력 밀가루 한 포대‘라는 물질을 받으며, 국가의 뜻에 따른다는 명목하에 원래 이름인 고봉남에서 로큰롤 고로 창씨개명을 한 상태였다. 하지만 다시 우여곡절 끝에 몇 달 후 노가다 고로 이름을 바꾸게 되고 토마토 문과의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 무동 마을 비닐하우스 내의 단란한 가정은 지속되어간다.

이야기는 이렇게 무동마을 잔잔한 삶의 이야기들로 이어진다. 무동 마을 정착 후 24시간 감자탕 집에서 일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경수 엄마. 하지만 경수는 감자탕 집 눌린 돼지 같은 사장을 싫어하고 그를 골탕 먹이듯 점심때마다 식당에 찾아가 두 그릇의 식사는 기본, 식당이 운동장이라도 되는 듯 활개를 치며 사장의 기분을 좌지우지한다. 이러한 인물들을 비롯해 12명의 아들을 키우는 아낙 일석 엄마의 삶. -그녀의 삶 또한 어찌 보면 파란만장했다- 가진 것은 빠듯하나 하루하루의 일상을 겪어가며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가는 인간의 군상-어른들의 이야기와 상상을 초월할 것 같은 초등학생 아이들의 유쾌하고 재미난 일상-이 이러한 것이구나를 새삼 느끼게 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마음을 잔잔하게 저울질해주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들이 자라며 성장해가는 과정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야기들을 조각 퍼즐 맞추듯 완성해가는 과정도 경험해보길 기한다.

비닐하우스와 개발되지 않은 지역적 특성을 지닌 비록 작고 볼품없는 마을 일 수 있지만 권력과 탐욕, 좌절과 희망, 투쟁과 대치, 환희와 절망이 모두 공존해 있는 상징적 마을 무동. 이를 통해 우리는 현재를 직시하며, 무엇을 필요로 하고 어떻게 원하는 방향으로 계획하며, 살아가야 할지 고민해 볼 만한 시간도 될 수 있다. 재미와 풍자, 웃음이 묻어나지만 현실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행태들이 작품에서 묻어 나오는 기시감과 함께 맛깔스럽게 그려지는 대화체의 문장들도 흥미를 더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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