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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한강 세트 - 전5권
김세영 지음, 허영만 그림 / 가디언 / 2019년 4월
평점 :
가디언/허영만,김세영/역사/만화
강토, 석주의 시련과 격정은 우리 민족의 혼돈과 분열과도 일맥상통하다는 생각으로 리뷰를 시작한다. 해방을 코앞에 둔 청소년 시기의 강토. 그 앞엔 충격과 환희, 분노와 무언가의 다짐이 혼재된 상태였다. 첫눈에 반한 여인 ‘야스코‘를 통해 느낀 아픔, 조국의 해방과 동료의 죽음까지 그렇게 강토는 우리 민족의 역경과 동일시되는 인물처럼 정신적 혼미의 상태로 어른이 되어간다.
우여곡절인지 ‘야스코‘의 잔영 때문인지 강토는 자신의 그림 소질을 확인하고 어린 시절 친구였던 마님 댁 첫째 딸의 도움으로 서울로 상경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그림 지도를 해주는 한 화백에게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것,
곧 혁명 같은 것‘이란 이야기를 듣고 ‘혁명‘이란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그 이후 일과 그림 공부를 병행하던 강토는 시대적 혁명을 꿈꾸는 청년들과 사회주의, 공산주의에서 제시하는 만민평등사상에 대해 몰입하게 된다. 또한 일본으로 떠난 줄 만 알았던 ‘야스코‘와의 만남, 그저 반갑지만은 않던 장소에서의 재회였지만 강토의 그림에 대한 열정과 ‘야스코‘에 대한 미련이 그림으로 불타
오르게 하는 저력을 보여준다. 격변의 시대 한 인물의 ‘생과 사‘가 담긴 일화 속에 우리 민족과 역사의 흐름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급변하는 변화를 겪었는지 책을 읽는 시간이 숨 가쁘게 흘러가는 듯했다.
결국 거제도 수용소에 포로로 이끌려온 강토는 동료이자 악연이라 할 수 있던 ‘오희도‘와 함께 힘겹고, 고난스러운 수용소 생활을 시작하며, 혁명과 생존에 대한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지난 포로 이전 시절 손미숙의 오빠로부터 ‘동생이, 강토의 아이를 잉태했다‘란 이야기를 듣고 이를 숨겼던 강토.
하지만 결국, 그녀를 연모하던 ‘오희도‘를 희롱하며 수용소 생활을 보냈던 강토는 이러한 사실을 ‘오희도‘에게 실토하고, 남녘의 땅에 다시 한 번 몸을 맡기는데...... 최인훈의 광장을 읽는 것 같은 짧은 여운까지 느껴지는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에피소드였다. 그만큼 한 인물의 격동적인 삶을 통해 다양한 생각과 추측이 가능할 정도로 몰입도가 높았던 작품이었다
그 이후 다시 만난 인연, ‘손미숙‘과의 힘겨운 결혼 생활과 더불어, 제2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죽산 조봉암 선생과의 만남은 강토로 하여금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한다. 그것이 바로 정치를 통한 변혁을 꿈꾸며, 민주주의 평화적 통일의 필요성을 역설하려는 또 다른 역사, 그의 삶이 다시 시작되는 단초였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 민주 정권이란 허울 하의 감춰진 독대 정권의 은밀한 세력 간의 다툼과 결탁 때문인지, 강토가 믿고 따르던 죽산 조봉암 세력은 각종 핍박을 겪던 끝에 압제적 치하의 사법권 내에서 공산주의란 낙인과 함께 사형을 언도받고 만다. 암울한 시기 혁명과 변화, 평화와 통일을 꿈꾸던 위인과 젊은 청년 이강토의 생은 이렇게 다시 한 번 좌절로 점철되는 역사의 그늘 속으로 침몰하고 만다.
하지만 강토의 막내아들 석주. 죽산 조봉암 선생이 직접 지어준 이름의 영향 탓인가? 아버지 강토와도 흡사한 파란만장한 희로애락이 넘실거리는 청춘시절을 보낸다. 투쟁과 좌절, 사랑과 이별이 연이어지는 상황 속에 자신의 재능이자 아버지에게로 이어받은 그림 능력을 발휘한다. 더불어 민주화 운동가로 80년대의 암울하고 속절없던 시대상을 몸과 맘으로 버텨내며 극복해낸다. 소작농에서 공산주의자로 그리고 다시 남한의 품에서 그림과 함께 정치적 활로를 펼치던 이강토. 그가 4~70년대의 역사적 격변기를 대변하는 인물이라면, 그의 아들 석주는 80년대 민주화를 꿈꾸던 지금 우리네 아버지이자 형님, 삼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한강의 기적을 언급한 것처럼 단순히 개발로 인해 한강에 유람선이 뜨고 그 안에서 삶을 즐기는 것 이상의 민주화의 가치, 자유에 대한 의지와 갈망의 정신을 후대에까지 이어기길 바란다. 그리고 그러한 초석과 같은 이야기로 꾸준히 읽혀지고, 완성되길 이 작품을 통해 꿈꿔본다.
‘이제부터 우리의 모든 운동은 통일과 연결시켜야 되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