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딜은 자문과 테스트에 참석하며 몇 가지 자문관이 해야 할 일에 대해 듣게 되고 그 내용을 정확히 받아 적는다.
자문 기관의 유일한 목적은 마을을 보호하는 것이다.
자문관은 우리의 삶을 보호하는 수호자다.
철책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고, 자문 기관은 항상 그 경계를 보호했다
자문 기관과 헌병대는 단일한 수호자로 간주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우리 마을과 우리 주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
다른 밸리도 자신들의 아전을 최우선으로 둘 것이다.
등등의 여러 가지 자문관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목차를 정해 정리했다. 매주 금요일 세 명의 탈락자가 나온 뒤 최종 선발되는 자문관 실습생. 오딜의 마음에는 기대와 부담감이 동시에 타오르고 있을 뿐이다.
첫 과제를 치르고 심사관 선생인 이브레와 독대하는 오딜은 그가 에세이 노트 한 켠데 쓴 내용에 대한 함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금지된 이유가 무엇인지 그 사실로 인해 어떤 변화가 있을지가 자못 궁금해지는 내용의 전개이다. 오딜만이 알고 있었을 이야기는 시간의 계곡, 즉 밸리와 밸리 사이의 연계 등이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 궁금증을 야기하는 소설이며 독자의 호기심을 더더욱 자극한다. 에드메와의 관계, 그를 좋아하는 심정을 숨길 수 없는 상황에 벌어질 반전과도 같은 이야기 전개가 어떻게 펼쳐질지, 페이지를 넘길수록 느껴지는 궁금증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도록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서로의 구역을 함부로 넘나들 수 없는 상황의 밸리. 즉 마을과 마을 사이의 경계를 의미하며 말 그대로 시간을 거스르는 계곡이 장벽처럼 등장하는 것이. 왜 그들은 상호 간의 방문이 어려운지를 떠나 어떻게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한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것이 <시간의 계곡>이란 작품을 읽어 나가는 묘미이자 끈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오딜은 이를 판결하는 자문관에 도전하게 된 것이며, 실은 좀 더 차분하고 조용한 일에 자신의 뜻을 더 두고 있었으나 자문관과 기록실에서 근무를 이어가는 엄마의 바람대로 자문관 후보 실습에 꾸준히 참여한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볼 수 있음과 없음은 단순한 차이를 뛰어넘어 우리가 코로나19 시대를 보낸 것처럼 보고 싶지만 상황으로 인한 제약과 제재 등이 동시에 발생하던 그 시기를 조금 다른 의도로 그려내고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꼭 볼 수 있을 때 보아야 하는데 우리는 하루를 미루고 한 달을 미뤄 자기 편의대로 판단하고 결론 내릴 때가 있다. 아직 10대 후반에서 성인이 된 오딜의 눈으로 보는 세상에 대한 정의, 편견, 진실이 <시간의 계곡>을 통해 한꺼풀씩 벗겨지고 밝혀지는 상황을 우린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과연 오딜은 에드메와 사랑을 이룰 것인지 그저 우정 혹은 이별의 아픔을 겪는 것으로 서로의 경계를 구분 지을지 시간의 계곡은 결국 시간과 시간 사이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힘이 작용하는 공간처럼 느껴지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