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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
데이비드 로완 지음, 김문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평점 :
책의 제목이 초심 독서가들에게 냉혹한 제목처럼 보인다. 시장을 교란해 긍정의 효과를 얻어 내자는 것인지, 혁명을 혁신을 뛰어 넘는 '교란'이 답이 될까? 의문스러움도 묻어난다. 결국 그 문답을 찾기 위해 책을 펼쳐 보는 독자들이 많으리라 여겨진다. 껍질을 파괴하고 세상에 나오는 독수리 새끼처럼 창공을 지배하는 원대한 포부 이전부터 파괴의 영역과 확장은 시작된다. 우리 인간도 그럴 수 있는 존재이므로 저자 '데이비드 로완'은 이 책을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예전의 생각 기준이 이성적 판단이었다면 '로완'은 비이성적인 것이 새로움의 혁신이며 교란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즉, 고정관념에 박힌 사람은 그 틀에서만 이성적 판단을 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애초에 하나도 모르고 시작했던 사람들의 혁신이 교란이 되어 새로움을 창조해내고 있음을 대변해 준다. '에어비앤비'의 탄생과 음악과 레코드 산업을 모르던 이가 대표성 넘치게 일을 수행하는 것도 비이성적인 판단에 의해 자리매김한 사례 중 하나이다.
이 책은 총 14장의 다양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체계적 순서로 읽어나갈 수도 있고. 뒤부터 앞으로, 자신의 눈이 가는 대로 책을 읽어 나갈 수 있다. 굳이 정형화되고 바른 이성적 판단에 의한 책 읽기가 아니어도 된다. 한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다른 부분에도 관심이 가게 되고 그렇게 취향의 확장성을 늘려가는 것도 비이성적 측면 발견이자 특성이란 생각이 든다.
에피소드 처음부터 파괴적인 발상으로 독자의 뇌를 진동케하는 세계적 건축 설계 엔지니어 기업인 '오베 아룹'의 사례가 등장한다. 영국의 오성급 호텔 '클라리지스'의 운영 중에도 지하 5층 규모의 설계 기술을 보여준 것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집합체가 새로움을 보여준다는 교훈을 얻게 한다. 이어서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서울의 DDP에 이르는 설계까지 그들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인재들이 몰리지만 그들 각자의 독창성을 인정하며 한곳에 안주하기보다 독립성을 배우길 원한다. '아룹'의 '부의장 카프래'의 말이 더 압권이다. 전통을 계속 유지해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조직을 싹 바꿔야 합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안다는 생각을 깨뜨리고 싶어요. 그게 우리의 과제입니다."
그들은 계속 부수고, 파괴하며 다시 조직의 재창출을 위한 놀이터, 창의적 씨앗을 심기 위한 재창조란 이름의 교란작전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게임 개발업체 다우어처럼 최고의 게임을 만들어내려는 공통분모를 지닌 팀도 존재한다. 상부에서의 강압적인 지시가 아니라 하나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뭉쳐진 개발팀이므로 모든 과정과 결단은 팀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단, 대표자는 상황을 파악하고 가벼운 피드백을 통해 개발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보조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선이나 경계가 없는 가장 합리적인 현대 사회가 바라는 업무 형태일 수도 있겠다. 또 하나는 전문 영역을 아우르는 팀을 고객과 엮어주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아룹의 '디네시 파텔'은 전한다. 한 쪽의 일방적인 파괴, 교란이 아닌 쌍방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의미도 강조해 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방식의 중요성은 미 국방부를 비롯해 백악관에까지 전파되고 있다. 그 중심에 DDS 문화가 존재한다. 최고의 인재를 두고 자율성을 강조하는 조직. 상향식 조직이 아닌 수평적 조직 사회의 이상향이 대두되고 그렇게 변화하는 요즘, 필요한 조직 문화의 가치관이기도 하다. 해군이 되지 말고 해적이 되라는 의미도 한 세력 안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것보다 해적처럼 변화무쌍한 모습을 강조하는 의미라 하겠다. 이것이 기존의 틀에 대한 파괴이자 교란을 통한 새판이 만들어지는 시작이라 생각한다. 단, 책임자이자 리더는 이 조직을 적절히 돌아가게끔 하는 순간의 리더십만 보이면 된다. 자율성의 강화, 우선 믿고 맡기면 사고가 쳐지고, 그 안에서 깨어나는 껍질을 통해 새로운 탄생도 의미의 변화도 불러일으키는 날이 오고 말 것이다.
'환자가 얼마나 빨리 치료받고 성공적으로 퇴원하는지와 환자의 만족도다.'
금융 기업인 'OP'에서 운영하는 핀란드의 '포횰라 병원'에서 추구하는 가치이다. 왠지 국내 병원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영리 병원을 막는 이유가 그중 하나처럼 느껴진다. 건강보다 병원의 영리 목적이 앞선다면 단순히 의료 수가를 높이는데 급급할 텐데 빠른 치료와 만족도라니...... 의술의 기본 앞에서 왜 이리 마음이 초연해질까. 챕터의 제목도 의미심장하다. [사람들에겐 건강보험이 아닌 건강이 필요하다] 가장 당연한 일이지만 우린 건강보다 보험료에 더 민감했던 건 아닌지 반성해본다. 이것도 파괴의 시작이며 새로운 각성처럼 느껴진다. 북유럽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의료, 건강의 중요성은 일 순위여야 한다. 이 기업 또한 기존의 건강과 웰빙 산업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 현 산업의 혼란을 야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이폰'에 뒤진 '노키아'가 거짓 안정감을 표방하다가 퇴보한 것처럼 관점을 바꿔 기회를 노림을 희망하는 것이다.
알고리즘 대신 휴먼리즘을 선택한 '헤이우드 힐 서점'도 주목할 만하다. 여왕에게 책을 공급하는 전통을 지니고 있지만 인터넷 서점 등과 같은 거대 기업과의 경쟁이 날로 어려워지는 시기이다. 대신 '힐'의 대표 던은 독자들의 취향에 맞는 책을 선정하는 서비스, 독자 각각의 서재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경영 방침을 바꾸게 된다. 직원들 또한 열정적인 독서가이므로 고객 독자들의 책을 선정할 땐 신중의 신중을 기한다고 한다.
요즘은 이 방식과 흡사한 방식이 많아지고 있지만 알고리즘에 의존하기보다 인간의 정서와 감정을 통해 책을 선정하고 배송해 주는 서비스도 흥미롭게 느껴진다.
이것도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교란 중 하나가 아닌지 생각해본다. 조금만 달리하면 변화하는 세상의 룰에 도전이 필요하다.
'이미 많은 것을 쏟아부어 쉽지 않았지만 결실을 맺지 못할 일에 사람들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길 바란다.'
구글 X에서 진행하던 문샷 프로젝트, 즉 바닷물을 탄소중립 액체 연료로 만들던 연구를 단 번에 중단한 팀장 해넌의 킬 판단법이다. 단기간의 손해가 따르겠지만 더 이상의 투자와 실패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오히려 팀 전체에게 그간의 노고에 대한 보너스를 선사하고 경영진들에겐 정직함에 의한 결단이란 칭찬까지 듣게 된다. 억지로 일을 끌어가거나 담고 있는 것보다 아니다 싶을 때 내리는 결단의 중요성이다. 기존의 어긋난 틀을 파괴, 교란하고 좀 더 나은 것으로 새 판을 짜는 경영이자 리더십도 새로운 미래를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좀 더 긍정적인 생각과 낙관주의로 새로 달리다 보면 그간의 성과와 실패는 더 큰 교훈이 되며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이가 구글 X 이자 문샷의 책임자 '아스트로 텔러'는 킬 판단된 실패작들을 전시한다고 한다. 성과주의 보다 과정을 중요시하고 기념하기 위한 목적이다. 또한 이러한 작고 적나라한 것 혹은 징표에 반응한다고 말한다. 실패는 감추기 좋아하고 찬란한 결과만을 중요하게 여기고 누리려는 우리 일부 기업들의 모습이 겹쳐지기도 하는 내용이었다. 저자 또한 아스트로 텔러가 '공학보다는 심리학을 활용하는 것처럼 느낀 것'처럼 이젠 직원들 개개인의 마음가짐, 심리적인 안정이 성과를 위한 과정에 큰 역할을 하게 되는 시대임을 재확인하게 된다. 기계적인 차가운 감정보다 정서가 우선 되는 사회, 지금이 그러한 시대이다.
다양한 성공 방식에 따른 경영 퍼포먼스가 필요하다. 한 가지의 과정으로만 험난하고 숨 가쁘게 변화하는 세상을 파괴하고 교란시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세계 각국, 굴지의 리더들과 전문가들이 혁신과 변화란 기존의 틀을 어떠한 방법으로 깨고 도전해왔는지, 한 장, 한 장의 의미를 생각하며 또 다른 나만의 세계 교란 정책을 펼쳐가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수직적인 구조에서 수평적 구조로 전환돼 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경영진, 신세대들에게 더 큰 중요성으로 다가오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물론 막무가내로 기존의 것을 파괴시킬 수 없다. 서두름이 조금 더디더라도 판을 엎고 새롭게 짜 나가는 '교란'의 시대를 고민해보자. 이 책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파고, 교란'의 리더십을 잘 활용해보길 권한다. 열네 개의 키포인트 중 전부를 사용할지 그중 일부를 활용하지는 독자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