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실험 -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세상을 실험한 어느 괴짜 과학자의 이야기
딜런 에번스 지음, 나현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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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앤파커스/딜런에번스/사회학

'이 책을 정신의학의 이름 없는 영웅인 전 세계의 정신과 간호사들에게 바친다.'

대체로 가족에게 바치거나 모두와 함께 한다는 내용의 서문이 등장하거나 감사의 인사를 하는데 이 작가는 뭔가 색다르다. 정신과 간호사들이 이 작품에서 어떠한 목적으로 고군분투하는지 추측해보게도 되고, 이야기의 중심인물이 되어 무엇을 실험하고 해결해나갈지 궁금증이 야기된다. 어느 괴짜 과학자의 이야기는 이렇게 호기심 가득 불러일으키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 때부터 흥미롭게 전개된다. 그 흥미의 끝은 어디까지일지 인류 안의 독자로써 만끽하거나 실망해보길 바란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이야기처럼 정신 병동의 환자들이 어딘가로 탈출해 유토피아를 꿈꾼다는 내용일지, 그 전개 과정, 인물의 캐릭터들의 특징도 살펴 가며 책을 섭렵하는 독자의 힘. 이 작품이 소설로, 혹은 픽션으로 쓰인 이야기인지 혼란이 밀려오더라도 그대로 읽고 느끼며 독자 스스로의 결론을 내려보자. 그것이 어쩌면 자신이 느끼는 유토피아이며, 책의 내용과 맞건 다르건 각자의 유토피아 실험은 지속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저자의 유토피아적 이상향의 꿈은 멕시코에 머무를 당시부터 고대 마야 문명과 스페인의 지배라는 지리적 특성과 역사를 전해 들은 바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은 흔적을 느낀다. 그리고 스코틀랜드에서의 역사적 첫 단추를 꿰는 로봇 박사, 딜런 에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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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토피아 실험은 학습 공동체입니다. 모든 자원자는 자기만의 기술이나 지식 분야를 다른 사람에게 가르칠 수 있어야 합니 다.

2. 유토피아 실험은 노동 공동체입니다. 자원서에 금전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모든 자원자가 노동에 참여해야 합니다.

3. 유토피아 실험은 제한 시간을 엄수합니다. 이 실험의 목적 은 지속성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실험 기간은 18개월입니다. 자원자는 3개월까지 체류할 수 있으며 2주의 단기 체류도 가능합니다. 유토피아 실험은 플라톤의 아카데미아와 소설《더 비치》의 사이를 지향하는 공동체입니다.

저자가 원하고 말하는 그들의 유토피아란 기존 에너지의 발전과 인간의 편리성을 위한 개발과 발명이 아닌 인간 스스로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해진 시간 내에 그 성과를 이루고 나누며 평가하는 방식의 나눔과 소통의 중심이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그간 인류 공동체이자 국가라고 불리는 제국들은 스스로의 이익과 평안과 안위에만 초점을 맞춰 세상을 변화시켜 왔기에 결국 그들마저 몰락하는 원인이자 계기를 만든 것이다. 마야 문명이든, 잉카 문명이든 저자가 예로 드는 《더 비치》의 인물이든 시작은 긍정의 결론을 바랐으나 그 반대의 결과에 실망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고 모의 테스트를 통해 좀 더 의미 있고 효율적인 유토피아 공동체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이 작품을 통해 나타난다. 또한 과거의 역사, 그에 따른 원인과 결과의 과정 사례도 제시하며 자신의 임무에 더 커다란 신빙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드러나는 작품이다.

간혹 최신이 최후진보다 못하다는 회의를 느낄 때 인간에겐 알 수 없는 변혁, 개혁의 조짐이 꿈틀거릴 수 있다는 기대 반, 두려움 반의 정서도 내포됨을 확인할 수 있다.

시행착오와 다양한 공동체를 미리 경험하고 지구 종말에 대비하는 공동체의 완성을 꿈꾸는 사람들. 그 중심에 딜런 에번스란 로봇 공학자가 있으며 함께하는 다채로운 조력자들이 함께 한다. 함께 원하는 목표를 두고 꿈꾸는 유토피아 공동체는 세계의 많은 국가와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대한민국이라는 사회를 안에서도 생각하고 원하는 방향성이 흡사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 공동체를 만들어가며 나름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이 자연주의든, 지구 멸망 이후를 대비하는 초자연주의든, 육아 목적이나, 자급자족을 위한 목적이든 지향점은 하나로 연결될 것이라 여겨진다. 분명 딜런 에번스의 목표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의 살아온 생활 방식이나 가치관에 따라 황당할 수도 있으며 실현 불가한 일이 아니라고 여기며 이러한 공동체 구성에 열정을 쏟아낼 수 있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공동체, 유토피아란 혼자만이 꿈꾸는 세상이 아니라 다수의 협조와 동참, 실현 가능한 일에 계획성 있는 조력자 혹은 리더십의 필요성도 느낀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도 함께 풀어나가는 토론의 장과 논쟁거리를 잠식 시키고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힘. 그것이 진정 필요한 유토피아 실험이고, 불안하다고만 여기는 미래의 변화무쌍함에 대비하는 우리 인간의 긍정적 자세가 아닐지 생각해본다.

유토피아적 삶을 꿈꾸던 저자 딜런 에번스를 온전히(?) 보살피고 살펴준 정신과 병동의 닥터 사토시와 간호사들의 등장은 현실 세계와 공상의 세계에서 갈팡질팡하는 박사이자 괴짜 학자인 그를 다시 현실 세계에 안착하게끔 하는 조력자들의 하나이다. 이로 인해 지금의 다큐멘터리 같은 멋들어진 작품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을 만한 사람들이 아니었나 추측해본다. 그래서 그 감사를 정신 병동의 전 세계 간호사들에게 바친 것은 아닌지. 그것이 실제가 아닌 거짓, 허무맹랑한 이야기라 할지라도 상대를 위해 이해하고 공감해주고 동참해주는 동질감,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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