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간병을 하러 왔나?"
간혹 은수를 연수로 부르는 전직 판사 노인. 그는 그녀와의 관계를 희미하게 기억하는 것일까? 파킨슨병을 앓고 있지만 그에 더해 치매까지 겹친 상황은 아닐지 은수는 생각한다. 미묘하면서 불편한 상황이 지속적으로 벌어지지만 주인공 간병인 은수는 노인의 행동과 말 등을 살피며 자신이 이곳에 오게 된 목적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어느 날 문득 노인의 지인이 찾아온다. 말쑥하고 지적인 이미지의 중년 남자는 은수의 출현에 담담하게 대응하지만 어느새 우울증에 빠진 노인과의 대화에서는 흥분을 자제하지 못하고 큰 목소리를 내고 만다. 두 남자 간에 어떠한 은밀한 거래가 있는 것인지, 은수도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만 그녀의 반응을 느낀 두 남자는 조용히 모종의 계획을 마무리하고 남자의 방문을 명순에겐 없던 것으로 해달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녀들이 알지 못하는 은밀한 거래, 혹은 동료 선후배 법조인의 우연한 만남인지 또 다른 알 수 없는 의문 부호가 나타나 이야기의 흐름을 더 복잡스럽게 한다. 연주로 자신을 숨긴 은수, 그리고 그녀를 이곳으로 보낸 정우, 노인의 오래된 가사도우미 명순, 낯선 남자의 등장까지 알 수 없는 연결고리 자체가 소설의 제목 《수상한 간병인》처럼 수상스럽게 흘러만 간다. 그리고 잊고 있던 2층 빈방의 정체에 의문을 품고 있던 은수는 천천히 그 방의 비밀을 탐험하듯 그 안에서 아이돌 가수의 포스터, 노인이 종종 자신의 이름을 '연수'라 불렀던 의문을 확인하게 된다. 연수와 은수, 다른 듯 닮았다고 여기는 노인의 말속에서 연수의 실체가 등장하는데 과연 그 방의 주인이었던 연수는 어떤 이유로 이 방을 남겨둔 채 홀연히 사라진 것일까? 그녀가 남긴 일기장의 내용과 노인과의 알 수 없는 관계만이 단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