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오브 이집트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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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 애시먼 작가의 근원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작품. 지중해를 품은 알렉산드리아 시절에 대한 서사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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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 동안 투표를 해왔지만 오늘처럼 오래 기다린 적은 또 처음이다.

하긴 그전에는 모두 사전투표를 해서일까.

 

아침 8시가 되기도 전에 부리나케 투표를 하러 인근 투표장으로 향했다.

투표장은 초등학교였는데, 정문에서부터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다. 이럴 수가...

 

결국 40분 정도 기다려서 투표를 할 수가 있었다.

등재번호를 숙지하거나 모른 채로 와서 찾는데 시간이 또 걸리고.

네 자리 숫자라 외우고, 또 혹시 몰라 사진을 찍어 갔다.


새치기하는 사람도 둘이나 있었다. 아니 차 시간이 830분인 건 자기 사정이고, 다른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자기 사정만 이야기하고 새치기하는 장면이 참... 선거사무원들은 앞 줄에 선 분들에게 양해하라고 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렇게 바쁘면 미리미리 나와서 투표를 하던가.

 

금방 투표할 줄 알고, 옷을 대충 입고 나갔다가 낭패를 봤다.

어쨌든 나의 투표는 끝났고 이제 결과를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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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09 09: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투표하러 가고 싶지만 ㅠㅠ 전 사전투표했어요. 수고하셨어요 매냐님 ~

레삭매냐 2022-03-09 10:20   좋아요 3 | URL
전 지난 금요일날 사전투표
하러 갔다가 엄청나게 긴
줄에 그만...

오늘 재도전에 성공했습니다.
 
술탄 살라딘
타리크 알리 지음, 정영목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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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타리크 알리의 이슬람 5부작의 신호탄 <석류나무 그늘 아래>를 읽고 나서 바로 <술탄 살라딘>을 읽었다. 자꾸만 살라딘인지 알라딘인지 헷갈린다무려 4년 만에 다시 읽는 느낌이란... 좋은 책은 다시 읽어도 좋더라는 진리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내가 이 책을 두 번 산 것은 안 비밀이다. 살라딘, 살라흐 앗 딘은 타임에서 선정한 지난 천 년의 인물이기도 하다.

 

타리크 알리는 팩션에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석류나무>에서 안알달루스의 추락을 그렸다면, 이번에는 프랑크족의 침입 이래 이슬람 수치의 상징이 된 알 쿠드스(예루살렘)를 탈환하는 신자들의 사령관 살라흐 앗 딘의 이모저모를 역사라는 큰 줄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첨가해서 멋진 드라마를 완성했다.

 

매혹적인 이야기는 살라흐 앗 딘의 지하드의 선구자 모술의 장기와 누르 앗 딘(누레딘)의 신하였던 카이로에서 출발한다. 유대인 역사가 이븐 야쿠브는 술탄의 서기로 발탁되어 술탄의 측근에서 그의 회고록을 쓰는 임무를 부여 받는다. 신자도 아니고, 알 파딜이나 이마드 앗 딘 같은 술탄의 총신도 아닌 자가 측근에 임명되니 자연 주변의 시기를 받기 마련이다. 노련하고 신중한 살라흐 앗 딘은 나름 자신의 방식으로 이븐 야쿠브를 배려한다. 그러니까 중요한 회의에서 그를 배제시키는 것이다. 소설의 화자 이븐 야쿠브는 이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아쉬움을 달래지 못한다.

 

어쨌든 쿠르드 시골 출신의 부친 아이유브 밑에서 성장한 살라흐 앗 딘이 어떻게 해서 이집트의 와지르를 거쳐 명실상부한 아랍 세계 최고의 술탄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에 대해 가공의 인물인 이븐 야쿠브의 시선으로(아마도 타리크 알리 자신이 아닐까) 서술은 흘러간다.

 

1차 십자군 원정으로 알 쿠드스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지역을 차지한 프랑크에 대항해서 아랍 세계는 일치단결하지 못하고 분열상을 계속해 왔다. 심지어 어떤 아미르들은 프랑크와 결탁해서 같은 신자들을 공격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미 <석류나무 그늘 아래>에서 이런 분열의 결과, 알안달루스를 카스티야 왕국에서 상실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단결하면 성공, 분열하면 망조라는 걸 역사는 누누이 우리에게 알려준다.

 

살라흐 앗 딘은 숙부인 시르쿠와 더불어 파티마 왕조 지배 아래 있던 이집트 원정에 나선다. 결국 수차례에 걸친 원정 끝에 이집트를 정복하는데 성공하지만, 시르쿠가 식탐 때문에 어이 없이 죽은 뒤 살라흐 앗 딘이 와지르의 자리를 차지한다. 자신의 수하였던 살라흐 앗 딘을 결국 경쟁자로 인식하게 된 누르 앗 딘은 그를 정벌하려고 하지만 자신이 먼저 죽고, 아랍 세계의 통일은 살라흐 앗 딘이 이루게 된다.

 

타리크 알리는 술탄의 하렘을 지배하는 영명한 술타나 자밀라와 할리마라는 매력적인 여성들을 등장시켜 소설 <술탄 살라딘>을 더욱 다채롭게 만든다. 아니 술탄의 서기인 이븐 야큐브는 그야말로 위대한 술탄의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과 끊임없이 교류를 하면서 그의 삶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그런 중요한 인물로 성장해 간다. 살라흐 앗 딘에게는 그의 아버지 아이유브보다도 더 중요하고 고지식한 쿠르드 전사 샤디를 배치해서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에 반전을 가하기도 한다.

 

이집트에서 출발한 살라흐 앗 딘이 시리아의 다마스커스와 알레포 그리고 모술을 차례로 정복해 가면서 아랍 세계의 통일을 이루고 대망의 성도 알쿠드스 탈환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주인공이 되는 과정을 타리크 알리는 정밀하게 그려냈다. 이 부분은 역사적 사건들이라 이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우리의 소설가는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은 부분들을 채워 나간다.

 

90년 전, 고드프루아와 탄크레디가 이끄는 프랑크 기사들이 알쿠드스를 정복했을 때 보여준 만행을 무슬림은 잊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관용의 군주인 살라흐 앗 딘은 그런 방식의 보복을 원하지 않았다.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의 주인공 이벨린의 발리앙으로부터 자신에게 대항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고 풀어 주었지만, 결국 알쿠드스 수비대의 대장으로 격렬하게 저항했음에도 그를 용서해 주었다. 대주교가 자신의 그런 서약을 무효화했다는 주장을 하면서도, 술탄에게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는 장면은 정말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나중에라도 <술탄 살라딘>이 드라마로 만들어지게 된다면 과연 이 장면이 어떻게 영상화될지 좀 궁금해졌다.

 

그전에 아랍 세계를 통일하고, 팔레스타인 해안 지역을 평정하면서 알쿠드스 공략에 나서는 장면도 주목할 만하다. 타리크 알리는 알쿠드스 탈환이 신자들에게 대의명분 뿐 아니라, 전쟁에 나선 아미르를 필두로 하는 전사들에게 재정적 이득이라는 점도 중요했다는 점을 정확하게 짚어낸다. 사실 십자군원정 역시 비슷한 이유가 다수 존재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 준비한 하틴 전투에서 결국 살라흐 앗 딘은 예루살렘의 기 왕와 레지날드에게 결정적 패배를 안긴다. 프랑크 병사 15,000명이 전사하고, 3,000명이 포로로 잡혔다. 기독교 왕국의 군대는 농성전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무리하게 살라흐 앗 딘과 정면대결에 나섰다가 치밀하게 준비된 포위망에 걸려 전군이 전멸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살라흐 앗 딘은 맹세한 대로 자신의 고모와 무고한 성지 순례단을 죽인 레지날드에 사망선고를 날렸다. 아무리 관용의 군주라고 하지만, 풀어 주게 되면 자신의 군대에게 다시 싸우게 될 기독교 기사들도 모두 처형했다.

 

하틴 전투로 주력부대를 잃은 예루살렘 왕국은 결국 살라흐 앗 딘의 무슬림 부대에게 탈환되고 만다. 하지만 이런 영광의 순간은 지나가 버리고 곧 사자심왕 리처드를 필두로 하는 프랑크 군단이 다시 팔레스타인 땅에 들어와 혈전을 치르게 된다. 살라흐 앗 딘은 이를 예견하고 메카 순례를 마치고 프랑크들의 본진털기를 시전할 장대한 계획도 꿈꾸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호적수 리처드와 공존을 도모하기도 했지만, 참모들의 반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시 천년이 지나도 팔레스타인 땅의 평화는 요원해 보인다.

 

<석류나무 그늘 아래>에서 알후다인의 비극이 있었다면, 이븐 야쿠브의 카이로 집이 알쿠드스 함락에 화가 난 프랑크 기사들이 방화를 저지르면서 아내 라헬과 딸 마리암 그리고 손주가 모두 죽는 비극이 발생한다. 과연 인간의 삶에 영광의 순간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작가는 우리에게 주고 싶었던 것일까. 알후다일의 비극이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술탄 살라딘>의 그것은 상대적으로 덜한 느낌이다. 다른 무슬림 퀸텟에서도 비슷한 비극의 궤적이 등장하는지 조금 궁금해졌다.

 

술탄 살라흐 앗 딘의 삶을 관통하는 성장과 아이유브 제국의 건설 그리고 알쿠드스 탈환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흐름을 당대 최고 권력자의 곁에서 지켜본 유대인 서기의 증언이라는 방식으로 소설화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동시에 비교적 중립적인 시선으로 술탄의 여성들, 최측근 쿠르드 전사, 제국의 재상 그리고 학자들을 아우르는 최고 권력자 주변의 인간 군상들이 펼치는 욕망의 파노라마를 풍부한 상상력으로 추적한 점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돌기둥 여인>을 필두로 한 나머지 타리크 알리의 이슬람 퀸텟 3편도 부디 출간되었으면 하는 그런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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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3-07 01: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오래 전에 읽었는데 세세한건 거의 생각이 안나네요. 아 저도 리뷰쓸 때 레삭매냐님처럼 살라딘의 일대기를 좀 더 세밀하게 썼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이 글을 보면서 듭니다. 제가 못쓴 내용을 레삭매냐님 글 통해서 보니 좋네요. ^^
소개해주신 <석류나무 그늘아래>는 알라딘 중고로 구입했는데 책이 왔어요. 언제나 알라딘 중고는 정말 혜자스럽습니다. 진짜 책이 너무 깨끗해서 득템이라는 말을 저절로 하게 되네요. 이번 달에 아껴가며 읽을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

레삭매냐 2022-03-07 09:39   좋아요 1 | URL
리뷰를 쓰면서 좀 더 디테일하게
쓰고 싶었으나 역량의 부족으로
줄거리 소개 정도로 밖에는...

<석류나무 그늘 아래>는 정말 ~
인생책이라 부를 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태가 매우 좋다고 하시니 저도
왠지 기분이 덩달아 좋아지네요.
부디 아껴 읽으시길... 후반으로
갈수록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
이 다분하지만요 ^^

mini74 2022-03-07 09: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살라딘 알라딘 ㅎㅎ 형제 이름같아요 십자군관련 책에서 자주 봤던 분이네요 ~~

레삭매냐 2022-03-07 09:40   좋아요 2 | URL
십자군 원정하면 빠질 수가
없는 인물이 바로 살라흐
앗 딘이지요. 대단한 캐릭터
였습니다. 두고두고 울궈 먹
을 만한...

그레이스 2022-03-07 09: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타리크 알리의 5부작 도전하고 싶어요
읽기시작하면 또 책이 꼬리에 꼬리를 물겠죠?!;;;;

레삭매냐 2022-03-07 09:45   좋아요 2 | URL
우와 좋은 생각이십니다.

단, <석류나무 그늘 아래>와
<술탄 알라딘>은 모두 절판되었
구요...

나머지 <돌기둥 여인>을 필두로
해서 <팔레르모의 술탄> 그리고
<황금 나비의 밤>은 아직 번역
이 되지 않은 미출간 책들이랍니다
ㅠㅠ

그레이스 2022-03-07 10:01   좋아요 3 | URL
저도 지금 검색해보기 그렇네요
기다려야겠어요
일단 저장!

서니데이 2022-03-07 21: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살라딘과 알라딘은 전혀 다른 사람이지만, 한글은 처음 보면 비슷하긴 해요.
잘읽었습니다. 레삭매냐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2-03-08 15:34   좋아요 1 | URL
저도 자꾸 헷갈리더라구요 - 알라딘 살라딘!
이제 봄이 온 모양입니다. 좋은 날 되세요.

가필드 2022-03-07 22: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레삭메냐님 좋은 책 소개 감사해요 😊 저도 장바구니로 쓰윽

레삭매냐 2022-03-08 15:38   좋아요 0 | URL
좋은 책들이 절판되어 아쉬울
따름입니다.

감상 기다리겠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제프 다이어 선집
제프 다이어 지음, 황덕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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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에 라이브로 재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 시절에는 주변에 있는 이들이 모두 재즈 음악을 해서, 내가 원한다면 언제라도 재즈 음악에 심취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록과 헤비메탈을 듣던 이에게 재즈는 사실 무리수였다. 기껏 따라간 재즈 공연에서 애꿎은 맥주만 들이켜다가 돌아왔다. 그 뒤로 재즈하고는 담을 쌓고 살았다.

 

사실 지금까지도 스윙이니 비밥이니 하는 걸 몰라서, 재즈 좋아한다는 옆지기에게 물었더니 잘 모른단다. 역시 음악도 좋아해야 보이는 모양이다. 지금도 오래 전에 즐겨 듣던 음악이 나오면 스토리며, 아는 걸 주절댈 수 있는 자신이 있는데 말이다. 다른 에피소드 하나, 그보다 더 오래 전에 영어 학원에 다니던 시절에 영어 학원 재즈 좋아하던 캐나다 출신 영어 선생님이 엘라 피츠제럴드의 <맥 더 나이프> CD를 선물해 준 적이 있다. 그 음악도 역시나 당시 내 음악 취향이 아니라 패스했었다. 내가 그 쏘울을 어찌 아나 그래. 그건 어디에 가 있을까. 사연 있는 음반들이 주변에 참으로 많다.

 

제프 다이어는 장인다운 손길로 이제는 만나고 싶어도 오로지 음악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재즈 역사의 한 시절을 주름 잡은 거장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쩌면 신화가 되어 버린 구전들 속에서 또 어떤 순간에는 재즈 뮤지션들을 찍은 사진을 문학적으로 해석해 낸다고나 할까? 상상이나 해봤는가. 흑백의 사진 속에서 서혜부의 바짓단들이 서로 부대끼는 사운드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바로 그런 놀라운 상상력이야말로 제프 다이어의 <그러나 아름다운>을 특별하게 만드는 마성의 조미료라고 생각한다.

 

재즈의 원류는 블루스라고 어디선가 들었다. 끈적끈적한 빌리 할리데이의 목소리에 한 스윙과 비밥의 전성기를 장식한 재즈 뮤지션들의 합주는 그야말로 끝내줬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쟁쟁한 연주자들의 음악을 찾아 들어 봤다. 나름 맛깔나는 리뷰를 쓰기 위해 별 짓을 다하지 싶었다.

 


전설의 듀오 듀크 엘링턴과 해리 카니가 연주 여행에 나선 에피소드들이 막간을 장식한다. 아티스트들에게 매 순간이 중요하다. 떠오른 악상을 바로 바로 메모해 두어야 잘 써먹을 수가 있는 것이다. 냅킨이건 뭐건 간에 바로 바로 떠오르는 악상들을 그 자리에서 메모한다. 어쩌면 영화 등을 통해 너무 이미지화되어 너무 식상해져 버린 장면들일 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재즈가 흑인 연주자들의 영역이다 보니 지금으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그런 장면들도 숱하게 등장한다. 색소폰 연주자 레스터 영이 병역기피자로 몰려 강제징집당하고, 백인 장교에게 모욕을 듣는 사건을 보자. 백인 여자가 웹스터의 아내라는 사실을 장교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니 맹렬한 구타와 깜둥이라는 모욕이 이어지는 건 순서일 지도 모르겠다. 매독과 암페타민 중독자를 군대에 입대시킬 정도로 미국 군대에 군인의 수가 절대적으로 모자랐다는 것일까?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리자 헤로인 봉투를 내던지고 친구 버드 파월 대신 감옥에 간 텔로니어스 멍크의 경우는 또 어떤가. 음악 외에 다른 것에는 전혀 관심도 없고, 그저 배회하며 자신의 섬세한 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자 했던 위대한 재즈 아티스트인 멍크.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에서 끝없이 자아와 싸우는 전사여야 했던 그에게 세상은 잔혹 그 자체였는지도 모르겠다. 호텔 직원에게 물을 요구하는 멍크에게 직원은 경찰을 불러 응수한다. 출동한 야만적인 경찰은 경광봉으로 재즈 피아니스트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두 손을 마구 내려치지 않았던가. 이 부분을 읽는 순간, 그야말로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그 가치를 모르는 무자비한 존재에 의해 부서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탈레반이 파괴한 바미안 석불이 떠올랐다.

 


재즈는 단 시간 내에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동시에 그 대가로 귀중한 연주자들의 영혼과 목숨을 담보로 요구했다. 멍크가 보호하려고 했던 자신 못지않은 섬세함 감성의 소유자 버드 파월은 정신병원행이었다. 야만스러운 경찰이 멍크에게 경광봉 세례를 퍼부었다면, 버드 파월을 알아본 경찰은 그를 보호하려고 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니. 야수 스타일의 색소폰 주자 벤 웹스터는 유럽 대륙을 누비면서 자신을 알아보는 이들에게 술을 얻어 마시고, 대신 환상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술이라는 이름의 영혼의 진정제는 재즈 뮤지션들에게 어쩌면 삶의 원동력으로 작동하기도 했지만, 장기를 파괴시켜 천국으로 가게 만드는 불길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들을 숱하게 집어 삼킨 술과 약물의 오남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외에도 자신에게 어떤 음악을 연주해 보라는 이에게 니가 해라고 외친 깡다구 넘치는 찰스 밍거스의 패기, 아트 블레이키와 디지 길레스피, 백인 재즈 뮤지션 쳇 베이커와 아트 페퍼 등등의 이야기가 오선지에 수놓아지듯 사실과 신화 사이를 오가며 전개된다. 아무래도 재즈에 일천하다 보니 이런 저런 명곡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제프 다이어 만큼 재즈에 대한 조예도 없으니 그저 저자가 인도하는 대로 따라 따라갈 수밖에. , 나도 제프 다이어처럼 왜 현대 재즈 뮤지션들의 연주가 고전 연주자들의 주법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지 그렇게 줄줄이 설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전에 먼저 재즈부터 좋아해야 하는데, 사실 그건 좀 난망하지 싶다. 여전히 재즈에 잘 모르니 말이다.

 

[뱀다리] 그래도 오래 전에 내 친구 브래들리의 초대로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에 참가해서, 그 푸른 잔디밭에 누워 데이브 브루벡의 <Take Five>를 들었던 기억은 정말 최고였다. 사진이 어디에 없나 그래. 땡볕에서 듣느라 햇볕에 얼굴이 홀라당 타서 며칠 고생한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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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3-05 16: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친구가 재즈피아노를 좀 칠줄 알아서 참 부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체르니도 낑낑..😆

로비 윌리암스가 부른<맥더 나이프>너무 좋아하는데 앨라 피츠제럴드 버젼도 흥겹네요ㅎㅎ

coolcat329 2022-03-05 22:01   좋아요 2 | URL
많은 가수들이 맥더나이프를 불렀지만 엘라의 맥더나이프를 능가하는건 없다고 생각해요.
ella in berlin/ mack the knife 앨범을 정말정말 많이 들었네요.
아 엘라 정말 최고에요.

청아 2022-03-05 22:05   좋아요 2 | URL
제가 재즈는 몇곡밖에 모르고 로비 노래를 워낙 좋아라해서ㅋㅋㅋ베를린서 공연한 영상인가봐요?! 들어볼께요~🥰

coolcat329 2022-03-05 22:07   좋아요 2 | URL
영상은 못봤구요. 저는 앨범을 갖고 있어요.

청아 2022-03-05 22:11   좋아요 2 | URL
쿨캣님 제대로 즐기시는군요👍너튜브에도 노래만 있어요!

레삭매냐 2022-03-05 23:42   좋아요 3 | URL
오오 체르니의 추억이란...

그런데 너튜브로 찾아서 들어
보니 아주 흥겹네요.

[쿨캇트님] 여윽시 오지지나루
가 쵝오인 것 같습니다 ^^

맥 더 나이프가 이런 곡이었나
싶네요. 역시 기억은 믿을 게
못되나 봅니다.

mini74 2022-03-05 21: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재즈는 잘 모르지만 그나마 무라카미 하루키 덕에 검색하고 들어보고 했어요 ㅎㅎ 과거 흑인예술가들의 삶은 너무 비참하도라고요. 빌리 홀리데이도 그렇고요. 제프 다이어란 사람 저도 궁금하네요.

레삭매냐 2022-03-05 23:43   좋아요 3 | URL
제프 다이어가 설터쌤과 더불어
작가 중의 작가라는 평들이
자자~하더라구요.

다시 만나게 되어 아주 좋습니다.

저도 재알못이라 헷 ~

coolcat329 2022-03-05 21: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예전에 샀다가 번역이 너무 이상해서 바로 팔아버렸어요.
근데 이번에 황덕호님 번역으로 다시 나와 넘 기대됩니다. 매냐님 벌써 읽으셨군요.
저도 주문하려구요. 😊

레삭매냐 2022-03-05 23:45   좋아요 2 | URL
[ O ] 번역으로 결국 재개정판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재즈도 재즈지만 전 이번에
사진 평론? 에세이가 더 기대
됩니다.
 


간만에 올리는 독서 기록장이다.


지난달에는 총 10권의 책들을 만났다.


1. 바퀴벌레 / 이언 매큐언

2. 안개의 왕자 /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3. 바람의 그림자 1 /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4. 바람의 그림자 2 /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5. 만화가의 여행 / 크레이그 톰슨

6. 책 좀 빌려줄래? / 그랜트 스나이더

7. 하비비 / 크레이그 톰슨

8. 나치 의사 멩겔레의 실종 / 올리비에 게즈

9.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8 중종실록 / 박시백

10. 하버드 스퀘어 / 안드레 애시먼


역시 최고는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와 안드레 애시먼의 <하버드 스퀘어>였다.

북플 동지들을 통해 알게 된 크레이그 톰슨의 그래픽 노블도 두 권 읽었다. <담요>도 읽어야 하는데, 지난번에 도서관 근처까지 가긴 했는데 주차할 곳이 마땅하지 않아서 그냥 지나쳐 버렸다. 책과 만나기가 쉽지 않구나.

 

지난달에는 사폰을 읽겠다고 잔뜩 사두었는데 <천사의 게임>에서 잠시 멈추게 되었다. 그 다음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책들이 우수수 쏟아지니 말이다.

 

지금은 잠시 타리크 알리의 <술탄 알라딘> 읽기를 멈추고, 이번에 새로 나온 알레호 카르펜티에의 신간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 책부터 읽을 생각이다. 그전에 나온 <이 세상의 왕국>도 읽어야 하는데... 읽다 말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완독하지 못했다.

 

어느새 일 년의 1/6이 그렇게 후딱 지나가 버렸다. 뭐 딱히 한 일도 없는데 이렇게 시간들이 스르르 손에서 빠져 나가는 기분이라니.

 

중고서점에 <오스카와 루신다>가 나와 있던데... 사러 가야 하나. 피터 케리의 <켈리 갱>도 읽다 말았는데 새로 사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새로운 번역으로 나온 제프 다이어의 신간들이 낫지 않을까. 그건 신간이라 바로 땡겨올 수 없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지만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3월에도 나의 독서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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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3-03 13: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술탄 알라딘 말고 살라딘요 ㅎㅎ 오타가 너무 귀여워서.... ^^
책이 우리 읽는 속도 맞춰서 나와주면 좋을듯요. 너무 좋은 책이 너무 많이 나와서 슬픈, 아 내가 저거 다 못읽고 죽겠구나니 말이죠. ㅠ.ㅠ

레삭매냐 2022-03-03 16:11   좋아요 2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
읽고 싶은 책들이 계속해서
나오니 일단 사제끼고 읽지
못하고의 반복입니다 ^^

급해 맞아서 그만 술탄 알라
딘으로다가 핫하 -

새파랑 2022-03-03 16: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좀 빌려줄래> 딱 한권 겹치는군요~! 모두가 극찬하는 <하버드 스퀘어>가 몹시 땡깁니다 ㅋ 레삭매냐님의 3월 독서도 쭉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레삭매냐 2022-03-03 16:11   좋아요 1 | URL
<하버드 스퀘어>는 달 넘기지
않고 지난 달에서 사서 다 읽
었네요 :> 아주 뿌듯합니다 네.

3월에도 열심으로 달려 보겠습
니다.

mini74 2022-03-03 1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일년의 1/6 이라니 ㅠㅠ 정말 후딱 지나가네요 ~ 항상 매냐님 글에서 새로운 좋은 작가들 마니마니 알아갑니다 ~ *^^*

레삭매냐 2022-03-03 16:16   좋아요 1 | URL
아무래도 집중력이 떨어져서 예전
만 못하지만 그래도 열심으로
닐거 보겠습니다.

미니님도 3월 빠이팅~

페넬로페 2022-03-03 16: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년의 육분의 1~~
2월엔 저도 책을 열심히 읽었는데 지나고 나면 시간을 좀 더 잘 썼더라면~~
같은 후회가 듭니다.
항상 선두에서 좋은 작가와 작품 알려주셔서 감사드려요**
3월도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03-04 10:43   좋아요 1 | URL
적어 주신 부분에 대해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좀 더 시간을 알차게 썼어야
하는데 그놈의 너뷰트에 미쳐
서 그만...

3월에도 알레호 카르펜티에
의 책을 읽습니다.

coolcat329 2022-03-03 18: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헬스장에 붙어있더라구요.
˝3개월 후면 여름˝
순간 슬퍼졌지요.
근데 일년의 1/6이 갔다는 매냐님 글도 슬픕니다 😭
2월 10권~ 성공하셨네요.
3월도 화이팅하세요!

레삭매냐 2022-03-04 10:44   좋아요 1 | URL
크하! 그런 자극적인 방법
이 있었군요. 벌써 여름이 !

그나저나 코로나 땜시 어딜
가질 못하니 아쉬울 따름입
니다.

라로 2022-03-03 22: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월에 10권 성공하셨다니!! 저는 9권인 것 같은데 역시 기록인 것 같아요.^^;;
매냐님 쫓아간다는 목표를 잡으면 저도 비슷하게 읽게 될 것도 같고요.^^;;
요즘은 책 읽는 것이 아주 재미납니다요.
덕분에 고맙습니다.^^
하버드 스퀘어 곧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근데 글자가 작아서리,,ㅠㅠ

레삭매냐 2022-03-04 10:47   좋아요 0 | URL
원서는 글자가 우리나라
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글자
가 더 작은 듯 합니다 :>

3월에도 열심으로 읽어
보갔습니다 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