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변호사를 만나려면.

솔직히, 변호사가 필요한 경우는 가능한 없는 것이 좋겠지만 세상사가 우리 뜻대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제 아무리 법 없이도 살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사람 일지라도 세상을 살다 보면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변호사가 필요할 때가 생길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 “개 같은 경우”가 발생하였을 때 당면하게 되는 문제는 이른 바 “좋은 변호사”를 어떻게 하여야 만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음식점 같은 곳이야 한 두 번 가보고 나서 맛이 없거나 불친절하면 가지 않으면 그만이다. 이미 그곳을 이용한 적 있는 사람들의 평가를 참고로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변호사 개개인의 역량은 사전 평가가 상당히 어렵고 기껏해야 과거의 약력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건을 의뢰하였던 의뢰인들의 평가를 들을 수 있는 길도 막혀 있다. 게다가 변호사는 불성실한 혹은 무능력한 변호를 제공하여도 돈을 되돌려 주지 않는다. 당신이 변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기 전 까지는 말이다.

변호사를 제대로 선택하려면 우선 그들의 세계를 살펴보아야 한다. 판사,검사,변호사 같은 실무 법률가가 되려면 우선은 사법고시에 합격하여야 하며 사법시험은 5회 이상은 응시할 수 없다. 사법고시 합격자는 2년간의 사법연수원 교육을 수료하여야 하는데 연수생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 과정을 마치게 되면 비로서 판사,검사,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다.

평균적으로 말해서 5년 정도의 준비 끝에 합격하게 되는 사법고시는 응시자들에게 솔로몬과 같은 판단력이 어느 정도나 있는지 가늠하는 법률가 자격 시험이 절대 아니며 기계적으로 외워야 하는 것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암기력과 끈기가 강한 사람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시험이다. 1차 시험에서는 응시자는 많은데 소수만을 뽑아야 하기 때문에 탈락자를 만들기 위한 아리송한 문제들이 많고 2차 시험에서 보는 논문은 몇 명 되지도 않는 채점자가 수천명의 답안지를 검토하기 때문에 객관성이 약하다.

내가 고시 제도에 대하여 상세히 설명하는 이유는 사법고시 합격자들을 법에 통달한 무슨 “도사”로 오해하지는 말라는 말이다. (참고: 일제 시대의 고등문관 시험에서 비롯된 고시제도는 돈 없고 빽 없어도 과거시험 한번 잘 보면 암행어사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계층간 신분 격차를 없앨 수도 있는 긍정적 일면도 갖고 있지만 전세계에서 이런 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는 한국 뿐이며 일본 조차 이 제도를 없앴다.)

한편, 고시 준비를 하는 사람들은 왜 그 시험을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하는 것일까?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의 억울한 사정을 벗겨주고 정의 사회를 구현하려고? 농담하나? 그런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으며 절대 다수는 명예와 경제적으로 넉넉한 삶을 기대하면서 사법고시에 도전한다. “돈 없고 빽 없지만 출세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고시가 최선의 길”이라고 믿기도 하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 직장에 다니느니 몇 년 투자해서 대박 터트려 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사시 합격자들을 사위로 맞이하고 싶은 딸 가진 부모들이 있다 보니 결혼할 때 처가의 경제적 보조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

사법고시합격자는 공무원이 될 수도 있는데 판,검사 임용자는 부이사관의 직위를 받는다. 일반 9급 공무원이 사무관까지 승진 하는데 평균 25년, 사무관에서 부이사관이 되려면 보통 10년 정도 걸린다는 것을 생각하면, 35년의 승진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이니 암기 열심히 해서 얻을 수 있는 대우 치고는 보통 파격적인 것이 아니다. 그러니 고시 열풍이 가라 앉겠는가.

여기서 짚고 넘어 갈 것이 하나 있다. 35년의 승진 사다리를 단번에 뛰어 넘어 부이사관이 되면 도대체 월급을 얼마나 받게 되는 것일까? 공무원 서열을 보면 차관보가 1급, 중앙부서국장급인 이사관은 2급, 부이사관이 3급이다. 2004년 현재 3급 공무원 1호봉은 140만원선이고 장기 근무한 15호봉은 230만원선이다. 그 금액에 약 28을 곱하면 연봉을 대략 알 수 있는데 연봉 약 4,000만원선부터 출발하여 6,400만원선이 최고액이 된다.(참고로 행정고시나 외무고시 합격자는 5급부터 출발하며 당연히 연봉은 3급 보다 낮다.)

물론 공무원에게는 신분보장과 연금혜택이 크기 때문에 연봉액수만 갖고서 뭐라고 할 수는 없으나 어쨌든 퇴직 이전 까지는 그 정도의 월급을 받고 생활하여야 한다. 물론 돈봉투를 챙긴다면야 월급의 몇 배를 챙길 수 있을 것이다. ( 만일 당신 아버지가 공무원이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도 없는데 당신 집이 잘살고 있다면 당신 아버지는 겉으로 제아무리 점잖고 인품있고 온화하게 보여도 틀림없는 도둑놈 새끼이고 당신은 그 도둑놈 새끼의 자식이다. 당신이 그 아버지 덕분에 누리게 된 것이 그 무엇이든지 간에 그 아버지를 부끄러워 하여라! 뇌물로 들어온 갈비를 식탁 위에 올려 놓고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따위의 도둑놈 기도는 절대 하지 마라. 가증스럽다. )

판사나 검사의 경우에도 사정은 비슷하다. 검사나 판사의 월급은 그 신분이 공무원이나 다름 없기에 법으로 정한 봉급표를 기준으로 하며 그 월급이 부자가 될 정도는 전혀 아니다. 그들의 봉급은 예비단계인 10호봉부터 시작하여 1호봉까지 있는데 정식 법관이나 검사로 일하게 되면 봉급 150만원선인 9호봉부터 시작하게 되고 호봉 한단계가 높아지려면 약 1년9개월 이상 근무하였어야 하는데 15년 이상 근무하면 최고 단계인 1호봉이 될 수 있고 봉급은 270만원선이 된다. 따라서 연봉은 4,200만원에서 최고 7,500만원선이 될 것이다. 물론 이 금액은 각종 세금을 공제하기 전 금액이며 승진을 하면 약간 더 오른다.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때문에 고시생들 중에서 지금은 가난하지만 혹시라도 판사나 검사가 되어 깨끗한 부자가 되겠다 혹은 고시에 합격하여 대박을 터트리겠다고 생각한다면 좀 허황된 것이며, 취직하기 힘든 세상에 잘릴 염려 없는 공직을 얻겠다, 혹은 돈은 좀 못 벌어도 명예를 얻겠다, 혹은 가난에서 탈출하여 절약하며 중산층 정도로는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

만일 여전히 고시에 합격하여 대박을 터트리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것은 곧 부자집 배우자를 얻어 신분 상승을 얻겠다는 생각이거나, 권력을 이용하여 돈봉투를 받으면서 “판새” 혹은 “검새”가 되겠다는 말이다.( 판새-부패한 판사 새끼, 검새-부패한 검사 새끼; 재판으로 망한 나의 아버지가 즐겨 썼던 단어들이다. 판사나 검사 만큼은 돈이 없어도 보람과 사명감과 명예로 살겠다는 사람이 지원하기를 바란다. 돈과 명예가 함께 추구되면 언제나 똥개새끼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어쨌든 당신 주변에 있는 검사나 판사가 잘 산다면, 다른 공직자들과 마찬가지로, 부모가 물려준 재산이 있거나, 이른 바 열쇠 몇 개를 줄 수 있는 집안의 배우자를 맞이 하고 매월 생활비를 추가 지급 받거나 , 절약을 통한 재테크에 귀신이거나, 맞벌이 이거나, 돈 봉투를 누군가로부터 받는다는 뜻으로 보면 틀림없다.( 적지 않은 검사나 판사의 취미가 등산이나 바둑 같이 돈 안드는 것들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좌우지간 고시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렇다. 부자가 되고자 고시를 준비하는 것은 아주 더러운 생각이다. 그 노력으로 장사나 사업을 하는 것이 훨씬 더 많이 벌 수 있고 확률도 더 크다. 월급 많이 주는 대기업에 들어가 노력하면 그 이상의 봉급을 얼마든지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기를 남들 보다 “훨씬 더 잘하여 왔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을 경우, 그리고 부자가 되기 보다는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안정된 지위를 갖고 싶다면, 고시는 해 볼 만한 게임이다. 그러나 3-4년을 넘기지는 말아라. 10년씩 준비한다면 그 기간 동안 잃어 버리게 되는 삶이 너무 안타깝다. 그러다가 실패하면 자신이 실패자라는 생각에 평생, 나이 70이 될 때 까지도, 그늘이 지워지므로 신중히 생각해라. 내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여럿 있다.

자,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서 변호사에 대하여 다시 이야기 하여보자.

변호사가 되어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어떨까? 변호사가 되어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변호사의 세계 역시 경쟁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변호사 자격증이 고소득을 자동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른 모든 전문직들처럼 변호사라는 직업은, 가난에서 탈출할 수는 있어도 40대 이전에 부자가 되기는 어렵다. 왜 그럴까?

변호사의 세계를 좀더 살펴보자.

변호사가 개업을 하는 형태는 단독개업과 공동개업 혹은 기존 로펌이나 법무법인에 참여하는 경우 등으로 나뉘는데 전문화를 표방하는 경우도 있지만 단독개업이 아닌 경우는 사무실 운영경비를 공동부담하려는 목적도 있고 개인소득세를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고 “큰 곳이 좋은 곳”이라는 의뢰자들의 막연한 기대치 때문에 그렇게 하기도 한다.

변호사가 되는 길에는 세 종류가 있다.

첫째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2년간의 사법연수원 교육을 수료하고 나면 변호사가 될 수 있다. 이들은 실무 경험이 전혀 없기에 법무팀을 갖고 있는 대기업이나 법무법인에 들어가 경력을 쌓게 되며 월급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수준 보다 상당히 낮은데, “잘 풀리면” 초봉 4~6천만원 이상도 받지만 능력이 없음이 입증되면 쫓겨나기도 한다.

둘째 사법고시 대신 군법무관 임용시험과 실무고시에 합격한 뒤 군법무관으로 10년 이상 복무하고 나면 변호사가 될 수 있다. 이들 역시 민간인 세계에서 일어나는 분쟁 처리에 대한 실무 경험은 약하기 때문에 별도의 경력을 쌓아야 한다.

셋째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 교육을 수료하고 판사나 검사 생활을 하다가 변호사로 전업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실무를 이미 경험한 자들이지만 검사로서의 경험과 판사로서의 경험은 아주 판이하다.

의사들 중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은 대학병원 같은 곳에서 과장급으로 오랫동안 일하면서 이름을 널리 알린 뒤에 개업한 의사들인 것처럼, 단언하건대 변호사들 중에서 부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 역시 검사나 판사 생활을 약15~20년 정도 이상 하다가 나온 변호사들이다 (보통 40대 중반 이상이다). 물론 수임료도 이들이 가장 비싸다. 예를 들어 부장 판사나 부장 검사직에 오래 있다가 개업한지 1-2년이 안 된 변호사라면 크지 않은 민사 사건이라도 천만원대 이상의 수임료가 보통이며, 커다란 형사사건이라면 성공사례비를 포함하여 억대 이상이 되기도 한다.

변호사의 호주머니를 살찌게 하는 사건들은 민사 소송 보다는 형사 소송이라고 할 수 있다. 민사 소송이야 그냥 서로 네가 옳으냐 내가 옳으냐를 따지면서 세월 보내는 것이지만, 형사 소송은 감옥에 가느냐 마느냐, 혹은 징역을 몇 년이나 살게 되느냐 등을 검찰과 다투는 것이기에 대부분 구치소에 갇혀 있는 피의자들로서는 애가 타기 마련이고,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여 줄 수 있는, 또는 자신의 죄를 가볍게 보이게 할 수 있는, 또는 자신이 죄를 저지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을 밝혀 줄 수 있는, 또는 자신이 죄를 짓기는 했지만 모르고 그런 것이었음을 증명하여 줄 수 있는, 또는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도의 관용을 끌어 낼 수 있는, 그런 변호사를 찾게 되며 당연히 성공 확률이 높아 보이는 변호사를 찾게 된다.

이때, 검찰이나 법원에서 오래 있다가 최근에 나온 변호사들은 당연히 검사들이나 판사들과 친분이 있을 것이므로 하다 못해 검사나 판사에게 말이라도 잘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을 피의자들은 하게 된다. 고참 검사나 고참 판사 출신의 변호사라면 현직 검사나 현직 판사도 무시할 수 없을 테니(이것을 전관예우라고 한다) 아무래도 유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 결국 돈 많은 피의자들은 모두 그런 변호사들에게 몰릴 수 밖에 없게 되며 그들이 다른 변호사를 찾아갈 확률은 거의 0 % 이다. 이렇게 하여 결국 이긴 자가 전부 갖는 승자 독점 시장이 생겨나게 된다.

이런 변호사들은 고액 수임료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몰려 들기 때문에 상당히 바쁘다. 게다가 변호사로서의 경력을 막 시작한 시기이기 때문에 당사자들 역시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경향도 있다. 의뢰인은 많은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자연히 수임료는 올라간다.

명심해라. 떼돈을 벌 수 있는 변호사들은 40대 중반 이상의 오직 그런 사람들 뿐이며 그것 조차도 길어야 2~3년을 못간다. 왜냐하면 새로 변호사가 되고자 법원이나 검찰을 떠나오는 사람들이 매년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부류의 변호사가 아닌 변호사들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적은 수입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사무실 운영비도 건지지 못하는 예가 부지기수이다. 결국 상당수는 해외유학도 다녀오면서 좀더 몸값을 높이고자 한 분야에 집중하게 되면서 자신을 특화 시키고 대부분 민사 소송에 치중한다. 하지만 수입이 적은 변호사들 중 어떤 이는 의뢰인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기도 하고, 마피아와 결탁한 Chicago lawyer 의 전형을 따라 탈주범을 도와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40대 중반에 부장판사나 부장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가 되었을 경우 도대체 얼마나 벌 수 있을까? 지명도에 따라서는 개업 후 첫 1년 동안에 10억원 아니 그 이상도 벌 수 있다. 그 이후에는 수입이 감소하게 되는데 투자를 잘 하는 편이 아니다 보니 재산증식은 잘하지 못하지만 50대 말 정도가 되면 수십 억원 정도의 재산은 갖게 된다.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변호사들 중 한명은 부장검사 출신인데 나이 60에 70억원 정도의 재산을 갖고 있으며 세금은 별로 내지 않았다.

전관예우의 이점을 크게 부각시키는 사람들은 주로 그런 변호사들 밑에서 일하는 사무장들이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사무장을 둔다. 사무장들은 주로 수사기관 같은 곳에서 일했거나 법을 공부한 사람들이며 변호사를 대신하여 의뢰인과 일차적 상담을 수행하면서 사건 혹은 분쟁의 기초 자료를 만드는 것이 주된 역할이지만 에린 브로코비치 같은 사무장은 만나기 힘들다.

수임료는 주로 사무장이 이야기 하게 된다. 요즘 변호사들 중에는 사무장 없이 스스로 수임료를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떻게 “지저분한 돈 이야기”를 입에 올리느냐고 생각하는 변호사들도 꽤 많다. “돈을 초월한 선비가 되려는”그런 변호사들이라고 해서 수임료를 안 챙기는 것은 결코 아니며 사무장을 통해서 뒤에서 모든 것을 조정하고 수임료가 적으면 오히려 “자기 명예를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변호사가 수임료를 까놓고 말하는 쪽을 더 신뢰하는 편이다.)

변호사들이 볼 때 능력을 인정 받는 사무장은 어떠한 사람일까? 당연히 비싼 수임료를 내는 의뢰인들을 끌어 들이는 것이다. “지저분한 돈 이야기”를 굳이 입에 올리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챙겨주는 사무장은 적지 않은 변호사들의 총애를 받는다. 때문에 사무장은 “변호사님의 몸값”을 올려야 하며 “불가능한 일이지만 변호사님의 영향력 덕분에 가능하게 되는 일이 많다”고 과대 포장하기도 한다.(물론 그런 사무장을 오히려 멀리하는 변호사도 있음을 나는 안다.)

어떤 변호사들은 전문적인 사건 브로커들과 결탁하여 수임료의 20~30 %를 그 브로커들에게 지불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50%를 주기도 한다. 사건 브로커들은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이나 실장 등으로 행세하면서 자기와 수임료를 나눠 먹는 변호사를 “검찰 고위층과도 매일 술 먹고 부장 판사들하고도 아주 친하게 지내기 때문에 법조계에 대한 영향력이 상당한 높으신 분”으로 치켜 올리면서 사건 당사자들이나 그 가족들을 현혹시킨다. 때로는 "사바사바”를 하려면 비용이 더 들게 된다고 말하면서 비공식적인 로비 자금을 챙기는 악덕 사무장도 있다.

형사 사건에서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 담당자들이 은밀히 소개하는 변호사는 그들에게 사례비를 지급하는 변호사들이고 바가지 수임료가 빈번하다. 때로는 검찰, 경찰,법원, 교도소 등의 직원이 브로커 노릇을 하면서 변호사를 소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 보통 수임료의 20% 이상을 가져간다.

굳이 변호사가 없어도 풀려날 만한 사건을 반드시 특정 변호사를 선임하여야 풀려난다고 겁을 주는 경우도 있는데 “자연뽕”이라고 한다. 특정 변호사를 선임하면 집행유예를 받는다고 하여 선임하였지만 결과는 엉뚱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항의하여 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다. 이 모든 것이 실은 전관예우와 “사바사바”를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믿기 때문에 일어난다.

자. 당신이 검사나 판사 생활을 오래 한 변호사라고 치자. 당신이라면 매일같이 예전 동료들이었던 검사나 판사를 만나 “이 사건 좀 잘 좀 부탁한다”고 이야기 할 것 같은가? 당신이 담당한 사건이 무슨 정치적으로 꼬인 국가전복 음모 사건도 아니고 수많은 민,형사 사건 중 하나일 뿐인데도? 창피해서라도 그렇게는 하지 못한다. 전관예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지나치게 맹신하지는 말라는 말이다.

특히 아무리 무전유죄,유전무죄라는 믿음이 팽배한 세상이라고 할지라도 판사들의 세계를 그런 통속적 시야로만 보면 안 된다. 판사들 중에는 정치 판사도 있을 수 있고 변호사와 만나 술 한잔 진하게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양심과 법에 따라” 판결을 내린다는 명예를 누구 보다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말이다. 그런 사람들이 자기 동료였던 변호사가 가져온 사건이라고 해서 한쪽 눈을 질끈 감아 버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변호사를 선택할 때 법을 초월하여“사바사바”를 잘한다는 변호사는 반 도둑이라고 생각하라.

변호사는 사건의 진상을 의뢰인에게 듣고 상대방과 잘 싸워주는 것이 그 역할이다. 하지만 헐리우드 영화 속에서 열변을 토하는 변호사의 모습을 연상하지는 말아라. 꿈 깨라. 그건 배심원 제도를 택하고 있는 미국에서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다면 드라마나 한국영화에서 변호사가 열변을 토하는 장면들은 어떻게 된 거냐고? 우리나라의 재판에서 변호사는 모든 것을 서류로 제출한다. 그런데 이것을 드라마나 영화에 그대로 반영하자니 재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가상적으로 변호사가 열변을 토하는 것으로 장면을 구성한다. 현실 세계에서는 그런 일이 정말 극히 드물다.(시간을 내서 법원에 가서 여러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의 진행과정을 직접 참관하라. 데이트를 그런 곳에서 해 보는 것도 좋다. 많은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서류 기록을 통해 재판이 이루어지므로 당신은 우선 사건의 내용을 아주 상세하게 변호사에게 설명하여야 한다. 변호사가 신이 아닌 이상 당신이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해 줄 수가 없다. 명심해라. 당신이 휘말린 사건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오직 당신 자신 뿐이다. 때문에 우선은 당신이 사건의 자초지종을 하나도 빠짐없이 낱낱이 적어나가야 한다. 논리는 무시하여도 된다. 투박한 문체라도 상관없다. 그리고 그 내용을 변호사에게 전하면서 설명하라. 오직 진실만을 말하라. 변호사도 인간이다. 당신이 변호사에게 조차 거짓말을 늘어 놓는 뻔히 나쁜 놈인데도 수임료 때문에 당신을 무죄라고 변호할 뻔뻔스러운 변호사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자신의 사건 내용을 변호사에게 글로 써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앞에서도 말했듯이 변호사는 당신을 대신하여 정확한 내용을 설명한 서류를 재판부에 내고 판사는 서류에 쓰인 내용과 증거들을 기초로 판결을 내리기 때문이다. 변호사를 자주 만나 말로 이야기 하면 안될까? 글쎄다. 말로 설명을 하다 보면 빠진 내용도 있고 정리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린다.

변호사의 입장에서 생각하여 보자. 그가 맡은 사건은 하나 둘이 아니다. 최소 시간에 최대 변론을 하면서 가능한 많은 사건을 맡아야 사무실도 유지하고 직원들 월급도 줄 수 있으며 품위유지 비용도 마련하고 생활비도 가져 갈 수 있다. 때문에 변호사가 사건 내용을 파악하는데 사용하는 시간을 가급적 줄여주는 것이 당신에게 유리하다.

제출된 서류들을 통해 모든 것을 판가름하는 기록 재판에서는 판사가 고려하여야 할 사항들을 서류에서 많이 제시한 쪽이 당연히 유리하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대부분 “신이 내 억울한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신다”내지는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는 순박한 생각으로 판사가 고려하여야 할 사실들을 제대로 설명 조차 안 하는 경우들도 많다. 여기서 유전무죄,무전유죄라는 현상이 생겨난다. 돈이 있으면 사건에 대한 설명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변호사를 “살 수 있으나”(이런 표현을 변호사들은 아주 싫어한다) 돈이 없으면 그 설명이 어설프게 되어 억울한 사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즉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돈이 있으면 뇌물을 주고 죄를 면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때문에 돈이 없어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였지만 억울하다면 문장력이 형편 없어도 그 내용을 상세히 적어 재판부에 제출하여야 한다.

어쨌든 당신이 사건의 상황을 변호사에게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할지라도 “개 같은 변호사”를 만나면 그것 조차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이런 일이 도대체 왜 일어난다는 말인가.

첫째 사무장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변호사들이 그런 실수를 한다. 제출 서류를 사무장이 다 꾸미고 변호사가 검토를 하는 과정에서 뭔가 빼먹고 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실제로 허수아비 변호사 한명을 내세워 놓고 일은 사무장이 다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변호사의 나이는 젊거나 아주 많다.

둘째 변호사가 자만심에 가득 찬 경우 그런 일이 일어난다. 자기가 명석한 두뇌로 사건의 상황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의뢰인의 설명을 건성건성 들으면서 그저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변호사와의 처음 면담에서 사건 내용을 제대로 들어 보지도 않고 믿고 맡기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변호사는 피하는 것이 좋다.

세째 변호사들 중에는 뜻밖에도 법 논리 싸움에 약한 사람들이 있다. 글쓰는 솜씨가 형편 없는 사람도 있다. 암기 실력만 뛰어나고 지혜를 갖추지는 못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설명을 할 때 법적 논리성이 매우 빈약하다. 기록재판이라고 함은 법을 뼈대로 한 논리 싸움을 의미하는데 이 싸움에 약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변호사의 논리력을 사전에 감지할 정도가 되려면 나처럼 변호사들을 열 댓명은 골고루 겪어 보아야 할 것이다.)

넷째 바빠서 신경을 쓰지 못해서 그런 일이 일어 난다.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사건 수임이 밀려들 때 많이 벌어두어야 하는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아무래도 수임료가 많은 큰 사건에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러므로 당신이 찾아간 변호사 사무실 칠판에 뭔가가 빽빽히 써 있는 경우 진행 사건이 많다는 뜻이므로 그런 변호사는 수임 계약을 하여도 만나기조차 힘들 수도 있다.(주변에서 재판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 보아라. 돈 주고 변호사를 샀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얼굴 보기가 어려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나의 경험. 아주 오래 전 상당히 유명한 변호사에게 행정소송을 위임하였다. 그는 판검사 출신은 아니었으나 그의 개업 사실을 거의 모든 언론에서 보도하였을 정도니 그 유명세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 내가 직접 전해 준 자료들은 수백 페이지에 달했고 심지어 참고하여야 할 서적들 까지 전달하여 주었다. 하지만 100% 승소할 수 있는 사건이었음에도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절반의 승리만 거두었던 것이다. 판결이 나온 뒤 변호사가 그 동안 어떻게 변론 서류들을 작성하였는지를 받아다가 검토하여 보니 내가 제시한 핵심 내용들 조차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 나는 분노하였고 그 변호사를 만나 하나씩 따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얼굴까지 시뻘개지면서 최선을 다하였다고 주장하던 그 변호사는 내가 조목 조목 잘못을 지적하며 불성실 변론으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하자 비로서 “죄송하다. 바빠서 미처 챙기지 못했다”고 열심히 사과하였다. 그는 아무런 추가 보수도 받지 않겠으며 선임료도 되돌려 주겠노라고 했지만 내가 그에게 뱉은 말은 “18새끼”였다. 나는 그 일을 경험한 뒤부터는 변호사들이 어떤 내용을 재판부에 제출하였는지를 반드시 챙긴다.

수임료는 자유 경쟁이고 지명도에 따라 편차가 매우 심하며 협상이 가능하다. 나는 수천만원 달라는 것을 오백만원에 정한 적도 있다. 일반적으로 사소한 민사 소송이라면 3백만원에서 5백만원 정도면 판사나 검사 출신으로 개업한지 수 년 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 변호사와 계약할 때는 착수금은 최소로 주고 나머지는 성공 사례비조로 나중에 주는 것이 좋은데 이것을 좋아하는 변호사는 별로 없다. 왜냐하면 성공사례비를 안주고 떼어 먹는 의뢰인들도 많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건 진행 중에 수임료를 더 달라고 압박하는 경우도 있고 예상외로 결과가 좋은 경우 계약서에서 명시한 금액 이상을 보너스조로 더 달라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돈들은 주지 않아도 된다.

사업을 할 때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대형 로펌이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미국식으로 시간당 비용을 청구하는데 한번은 외국인 투자를 수행하면서 문제될 사항들을 알려 달라고 부탁하였더니 풋내기 변호사로부터 청구서가 이렇게 날라왔다;“외국인 투자법 검토 몇 시간 얼마 …관련 법규 검토 몇 시간 얼마… 등등.”나는 즉각 대표 변호사에게 전화를 하였다. “이거 누가 보낸 겁니까?” “아무개 변호사입니다.” “ 그 친구 좀 바꿔주세요.” “왜 그러시지요?””투자법 읽고 검토하는 것은 내 직원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뭘 조심해야 하는지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투자법도 처음 읽어 보고 관련 법규도 처음 찾아 본 새파란 변호사가 뭘 안다고 내게 조언을 한다고 덤벼들면서 비용 청구를 하는 건가요? 이 친구가 말하는 내용에 대해 얼마나 책임질 수 있지요?””……죄송합니다. 그 청구서는 폐기 시켜주십시오. 없었던 것으로 해 주십시오.”

사업상 법적 조언이 필요한 경우 내 경험으로는 변호사 보다는 담당 공무원을 찾아 내서 그의 조언을 듣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하였다. 그 어느 경우에서건 간에 기억해라. 변호사라고 해서 모든 법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다. 흔한 민형사 사건이 아니라면 그들 역시 새로 공부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때로는 법무사의 도움을 받아도 되는 사건도 있고 형사사건일 경우에는 경찰직에 오래 있다가 행정서사를 하는 사람들의 도움이 유용할 때도 있다는 것도 기억하여라.

한편 이른 바 국제 변호사라는 자격은 없다. 국제 변호사는 다른 나라의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다는 말일 뿐이며 이 경우 한국 내에서 변호사로서 활동하면 불법이다.(국내의 미국 변호사들은 한국 변호사들의 자문 역할을 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변호사 없이 홀로 소송하는 방법도 여기저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어느 중국집 배달원은 보험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면서 인터넷 여기저기를 뒤져가며 변호사 없이 서류를 작성하였고 결국 승소하였다. 혼자서도 웬만한 사건은 진행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내가 변호사들을 선임하였던 이유는 그렇게 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변호사의 도움을 받건 혼자서 소송을 진행하건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비슷한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례들이다. 대법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과거의 판례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데 해당 법조문들도 명시되어 있어 매우 편리하다(법원 정보화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법원 홈페이지를 보면 그 내용을 국민의 입장에서 채워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에 참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식사라도 한번 대접하고 싶다.). 법제처 홈페이지 역시 계속 개선되면서 잘 만들어져 있는데 주제어만 입력하면 관련 법들이 모두 나오고 한자 투성이인 법규들이 클릭 한번으로 한글로 변환되고 인쇄 역시 손쉽게 되어 있어서 아주 편리하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라도 법을 찾아서 읽어 보아라. 이 세상에서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무인도에서 사는 사람 뿐이다.

sayno@korea.com , http://cafe.daum.net/saynolove 에 2004년 3월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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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은 실전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간에 신입사원이 대학에서 뭔가를 전공하였다고 해서 그 전공자가 그 분야에서 일을 잘 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저 비전공자보다야 좀 나으려니 생각하면서 잠재능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할 뿐이다. 그리고는 재교육을 실시하는데 국내 대기업들은 대졸 신입사원에게 적어도 6주 이상 최대 6개월 까지 강도 높은 교육을 실시하기도 하고, 교육기간에는 그저 예절교육과 지옥훈련 같은 것만 하고 실제 지식은 수 개월 이상씩 직무교육을 통해 가르치기도 한다. 어떤 전산 관련 회사들은 전산 전공자들을 뽑아 놓고서 10주 이상 전산 재교육을 하기도 한다. 어느 조사에 의하면 중견 기업 이상에 입사한 422명의 대졸신입사원 중 무려 65.4%가 대학에서 배운 지식 및 기술의 수준과 기업현장에서 요구되는 수준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하였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때는 전공 졸업자들을 데려와도 당장은 별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기다려야 하므로 점점 더 신입사원을 채용하기를 꺼려 하고 경력자 위주로 인사정책을 펴게 된다. 신입 사원들에게 일을 할당할 때 종종 전공과 관련 없는 일이 주어지는 이유도, “어차피 새로 가르칠 텐데” 전공이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기업에서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바라는 것은 실전 능력이다. 대기업 인사팀장들은 서슴없이 이렇게 고백한다.“교과서에서 10년 전 지식을 배워오는 국내 대졸자보다는 실전 교육을 받은 해외출신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최근 일부 전문대에서 기업이 주문하는 교육 과정을 실시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하다. 그런 곳을 졸업하면 취직이 거의 100% 보장된다.

내가 제일 답답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뭔가를 능숙하게 잘 하려면 그것을 전공하였어야 한다고 믿는 자들이다. 이를테면 사업을 하려면 경영학과를 나와야 하는 것으로 안다. 대기업에 "들어가려면" 그런 식의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의사나 약사 같이 어떤 면허증이 필요한 특정 전문직을 제외하고는 실제로 일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전공은 큰 의미를 주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무역을 예를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보자. 무역이란 무엇인가. 무엇인가를 해외에서 사오거나 해외로 파는 것이다. 따라서 첫째, 우선은 상품을 보는 눈과 시장 상황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런 것은 전공학과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학교는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반추하고 현재와 미래의 변화를 굵게 예측하여 볼 수는 있어도 구체적으로 무엇이 돈이 되는지는 가르쳐 주지 못한다. 둘째,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외국어 능력이 탁월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보따리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닌 이상은 서류 하나에도 오자가 없어야 하며 잘못된 해석이나 영작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외국어는 전공과 상관없이 혼자 배워야 하는 영역이다. 셋째, 돈을 언제 어떻게 보내고 받는지를 배워야 한다. 서류상으로는 완전무결하였어도 상대방이 나쁜 놈일지도 모르므로 결국은 돈과 상품의 인도시기를 어떻게 맞추어 대비하여야 하는지를 배워야 한다. 학교에서는 사기꾼들에게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기껏해야 클레임 처리하는 방법들인데 해결에 시간이 엄청 걸린다. 넷째, 관세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남미에 국산 화장품을 수출하는 친구가 내게 상대국의 관세 문제로 전화를 하였을 때 내가 제안한 방법은 화장품 내용물은 수입업자 A 에게 보내고 케이스는 수입업자 B 에게 보내면 경쟁자들 보다 관세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관세를 절약하는 방법은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다. 다섯째, 협상에 능하여야 한다. 학교에서 모든 상황을 예측하여 각각의 경우 어떻게 협상하라고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실례를 하나 들어 보자. 내가 무역을 처음 시작하였던 시기에 있었던 일: 신사의 나라 영국인들을 싱가포르 전자 박람회에서 만나 물품을 주문하였더니 선금으로 50%를 달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믿을 만 해 보여서 나는 한국으로 돌아 와 돈을 보냈다. 하지만 그 뒤 전화를 하여도, 팩스를 보내도 감감 무소식이었다. 영국 대사관에 찾아가 조치를 부탁할 생각도 했었지만 나는 포기했다. 나쁜 놈들을 상대로 싸우려면 언제나 진이 빠진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2 년 후 나는 영국에 외화 밀반출을 한 것이 아니냐는 미치고 팔짝 뛸 의혹을 관세청으로부터 받았고 세무서로부터는 손해가 입증된 것이 아니므로 비용으로 처리할 수 없는데도 비용처리를 하여 법인세를 포탈하였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 내 입에서 나온 소리 A 쌍….

자. 내가 말한 것들을 무역학과에 가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꿈깨라. 차라리 KOTRA에서 하는 무역코스 같은 것이 더 실용적이고 저학년 때부터 무역실무에 대한 책들(교과서가 아니다)을 계속 읽고 배워야 하며 언어능력을 증가 시켜야 한다.

언젠가 독립하여 경영자가 되기를 꿈꾸는 자들 역시 경영학을 반드시 전공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의 민츠버그 교수는 경영자의 역할을 세 가지로 구분하는데 첫째 대인관계에 있어서의 상징적 대리인 , 둘째 정보를 취합하고 분배하는 통로자 , 셋째 자원을 배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자 역할이다. 이런 역할들은 이론으로 배워 머리 속에 있다고 해서 수행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겪어가면서 체득하는 것이다. 외국의 유명 비즈니스 스쿨들처럼 실무능력을 가르치거나 실전사례 중심의 스터디를 강조한다면 사정이 좀 나아지지만, 칼잡이는 직접 짚단을 베어 보아야 솜씨가 느는 법이다. 베어낼 짚단이 없다면 경험자들(학자나 교수들이 아니다)이 쓴 책들을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수많은 경영자들이 경영을 하는 도중에 경영 대학원이나 최고 경영자 과정이라는 것을 다니는 이유는 우선은 자기가 잘하고 있는지를 비춰 보려는 목적 때문이라고 생각되며 인맥 형성을 위한 목적도 있다.( 교수들이 꼬드겨서 대학원에 나가는 사람도 있다.)

결국 진짜 공부는 사회에서 하게 되는 것이다. 자 요약을 하여보자.

1.학벌과 전공이 좋아서 좋은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어도 실전 공부는 새로 해야 한다.
2.학벌은 안 좋지만 전공이 좋다면, 또는 학벌은 좋지만 전공이 돈 버는 것과 거리가 멀다면, 중소기업은 갈 수 있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실전 공부는 새로 해야 한다.
3.학벌도 전공도 신통치 않지만 취직을 하여야 한다면 당연히 실전 공부를 미리 하고 그 증거를 제시하여야 한다.
4.학벌이고 뭐고 아예 없어서 독립을 하고자 한다면 실전 공부를 해야 한다.

문제: 위의 사람들 중 실전에서 먼저 승리할 사람은?
답: 학벌이고 전공이고 뭐고 개의치 않고 실전에 들어가기 전에 실무에 필요한 지식들을 먼저 획득한 사람이다. 실전에 들어가고 난 뒤에는 실전을 치루느라 공부할 시간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내가 젊었을 때 닥치는 대로 배우라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무엇을 공부하여야 하는가” 항목을 참조하라).
sayno@korea.com , http://cafe.daum.net/saynolove 에 2004년 3월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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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은 취직하는데 있어 어떤 역할을 할까.

학력과 학벌을 기준으로 사람을 선택하는 집단에서는 개인의 적성 보다는 일류대 졸업장이 더 중시되지만 전공과 상관없이 무조건 일류대 출신이라고 경제계로부터 환영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 취직을 하려면 일단은 학벌도 중요하지만 전공도 큰 영향을 미친다.(취직을 하지 않는다면 전공이나 학벌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할 것!.)

채용 포털 사이트 잡코리아(www.jobkorea.co.kr)가 구직자 3,011명에게 물었을 때 응답자의 63.9%는 “현재 고3 입시생에게 본인의 전공학과나 출신대학의 입학을 추천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이게 무슨 뜻일까? 일류대학의 취직 잘되는 전공학과를 택하라는 말이다.

졸업 후 취직을 하여 몇 년 회사 생활을 하다가 독립을 하려는 사람이건 아니면 평생 안정된 직장에서 일을 하려는 사람이건 간에 졸업 즉시 자기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 전공 선택은 심사숙고 하여야 한다. 그러나 먹물들은 입시생들에게 "세상을 위해 어떻게 하면 이바지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월급은 적더라도 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며 적성에도 맞는 직업을 염두에 두고 전공을 선택하라"고 권유하면서 "일류대 졸업장 보다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분야를 배우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말들은 다 “듣기 좋은 말”일 뿐이고 액면 그대로 따르다가는 나중에 취업전선에서 후회하게 될 수도 있다.

또한 대학은 학문의 도장이라는 말도 절반 정도만 믿어라. 그런 말은 주로 교수들이 하는 말인데 그들은 이른바 그 학문이라는 것으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처럼 학문연구나 가르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할 사람이 아니라면, 또는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학은 취업 준비 장소이다. 혹시나 학문연구 혹은 봉사활동을 직업으로 삼을 생각이거나 그저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취미로 공부하려고 한다면 나중에 딴 소리는 하지 말아라. 예를 들어 이 사회의 불우한 사람들을 돕고자 사회사업학과를 선택하여 공부하였다면 나중에 월급이 적다느니, 또는 순수학문 전공자들이 취직이 안되므로 국가적 차원의 배려가 있어야 한다느니 어쩌니 하는 말은 입도 뻥긋하지 말라는 말이다. 대가를 염두에 두고 한 공부가 아니고 자기 좋아서 한 공부 아니었던가.

어느 대학의 통계를 보면 신입생 40%가 대학 1학년 때 전공에 대한 갈등을 겪는다. 그리고 그 갈등의 이유는 종종 "적성에 맞지 않아서" 라고 답하지만 속에 담긴 진실은 "내가 도대체 이걸 배워서 뭘 하나" 하는 회의감에 있다. 인기학과를 선택하였음에도 전공에 대한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는 정말 희귀한 사례에 해당될 뿐이다.

그렇다면 어떤 전공이 첫 기회를 잡는데 유리할까? 종종 입시생들은 학교 선생님이나 대학생 선배, 혹은 친구들과 어느 전공을 택할 것인가를 의논하는데 솔직히 학교 선생님들은 이 사회를 잘 모르는 분들이고(어떤 개떡 같은 고3 선생들은 그저 대학 합격률만 높이려고 학생들을 희생시킨다) 대학생들은 사회 경험 조차 한 바 없으며 친구들의 생각은 서로 비슷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미래의 유망직종 같은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은 상당히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것도 알아 두어라. 나의 조언은 부자가 되려면 자기 성격을 중시하면서 “돈 버는 일”과 직접 간접으로 반드시 연관된 전공을 택하라는 것이다(“성격에 맞는 일을 하여라” 항목을 참조하라).

한편 복수전공제는 대다수 기업들에서 크게 인정하지 않는다. 그저 이력서를 낼 수 있는 자격자 범주에 포함은 시키지만 뭘 제대로 배우기나 했겠느냐고 경시하는 태도가 인사 담당자들에게 널리 퍼져 있다. 물론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동일한 경쟁 조건에서는 제2전공으로 기업에 입맛에 맞는 전공을 가진 자가 유리하기는 하지만 제1전공자들 보다 우월적인 대우를 받지는 못한다. 복수전공이라는 것이 대부분 기초과정 이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기업에서 알기 때문이다.

자, 여기서 대단히 재미난 사실 하나를 알아야 한다. 비록 취업을 할 때는 전공이 영향을 미치지만 기업체에서 그 전공 지식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전혀 아니라는 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대기업 인사담당 책임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신입사원이 갖고 있는 지식과 기술이 기업체가 원하는 수준의 90% 이상이라는 의견은 2% 에 불과한 반면, 10% 이하라는 응답이 25%나 됐다.” “평균적으로는 신입사원의 지식과 기술이 기업체가 원하는 수준의 26% 에 불과, 기업들의 대학교육 불신이 심각하다.” 서울대 최고자문위원단 보고서에서도 학생 89%가 "대학 교육이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기업에서 사람을 뽑을 때는 학벌과 전공을 따지지만 다른 선발 기준이 마땅한 것이 없다 보니 그렇게 하는 것이지 학벌이 좋고 전공이 기업의 구미에 맞는다고 해서 졸업자들이 뭘 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일차 서류전형에서 통과한 자들 중 합격자를 가려내는 기준은 전공관련 지식이 아니라 정말 엉뚱하게도(그리고 우스꽝스럽게도) 면접에서 파악된 “기본적인 인성이나 태도, 의사표현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 같은 것이다. 정작 필요한 실무지식은 회사에서 재교육시키는 경우가 너무 많다.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대졸자의 67% 만이(인문계는 47%) 졸업 후 전공분야와 관련된 일을 한다. 기술계나 전문직업인 등을 제외한다면 상당 수가 자기 전공과 관련되지 않은 일을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나는 이른 바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면” 학벌도 좋고 전공도 맞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류대 갈 실력은 안 된다면? 일류대 수준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가서 “돈 버는 일”과 관련된 전공을 택하여라. 공부를 못해서, 혹은 안해서, 일류대와는 거리가 먼 이름없는 대학을 갈 수 밖에 없다면? 부모에게 경제적 능력이 있고 자식을 대학에 보내는 것이 평생 소원이라면 그저 효도하는 마음으로 다니되 대기업에 취직하고자 생각하기 보다는 공무원 시험을 보던지 아니면 작은 회사에 들어가 경력을 닦으면서 조속히 학벌을 세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돈이 있으면 명문대 대학원을 다니라는 말이다(대학 학점이 좋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자존심 만큼은 회복할 수 있을 것이며 기회를 보아 경력사원으로 재입사를 시도할 수도 있다. (공부를 “못하는데다가” 가정형편도 넉넉치 못하다면? 나는 그런 사람들이 기 쓰고 대학 가려 하고 대학원도 가려는 태도를 아주 안 좋게 생각한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니 장학금도 못 받을 것이고 가족들이 학비를 조달할 텐데 결국은 자신의 학벌 허영심을 만족시키고자 가족을 희생시키는 것일 뿐이므로 다른 길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공부를 “안 하는데다가” 가정형편도 넉넉치 못하다면? 일단은 공부에 전념해 보고 나서 생각해라.)

전공이 기초학문 분야라면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봉급생활자로 살고 싶다면 공무원 시험이나 고시 같은 것이 탈출구가 될 것이다. 교직과정을 이수해 놓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임용률이 아주 낮다는 사실과 때로는 더티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라. 오히려 프로급 과외교사로 나서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끝으로 이상야릇한 자격증에 혹하여 시간과 돈을 뺏기는 어리석음은 일찌감치 버려라. 그 보다는 중소기업에 들어가 일을 배우며 경력을 쌓은 뒤 전직을 시도하여 보는 것이 더 바람직 할 것이다. 중소기업에서는 기술계통이 아닌 한 전공에 대하여 크게 예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경영하였던 회사들 역시 중소기업 수준이었기에 언제나 직원모집 광고에서 전공불문이 명시되었으며 개인적으로도 직원들이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했는지 거의 기억하지 못했다. 내 경험으로 볼 때는 순수학문 전공자들 중에도 능력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

사족: 1961년 5.16 군사 쿠테타가 발생하고 나서 군인들이 정권을 꽉 움켜쥐자 그 뒤 수년 동안 우수한 대입 수험생들은 사관학교에 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수한 학생들이 몰렸으니 그 뒤로 줄곧 사관학교 안에서, 그리고 졸업 후에도 줄곧 , 경쟁이 너무나도 치열했다는 말이다. 요즘은 공대가 인기가 없다. 하지만 나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지금이 공대에 갈 절호의 기회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우수한 학생들이 모두 고시 공부에 매달리거나 의사가 되려고 하니 공대 쪽은 내부 경쟁이 그만큼 약할 수 밖에 없고 10년 후에는 적어도 밥 먹고 사는 걱정은 하지 않게 될 것이며 사람에 따라서는 대박을 터뜨리는 것도 보장된다. 반면에 지금 의대나 법대에 가는 학생들은 10년 후에 어떻게 될까? 지금 그 쪽 세계의 실상을 그 학생들이나 그 부모들이 잘 몰라서 그러는 것 같은 데 10년 후에는 아마도 과반수 이상은, 아니 그 보다 더 많은 수가, 후회할 것이다.
sayno@korea.com , http://cafe.daum.net/saynolove 에 2004년 3월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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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은 하지 말아라.


채플린 영화 중 1936년에 발표된 <모던 타임스>는 <독재자>와 더불어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며 그의 마지막 무성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채플린이 그리는 현대는 냉혹하다.

지하도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와 공장으로 몰려 들어가는 노동자들은 이리저리 몰려 다니는 양떼들에 비유된다. 자본가는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그들을 감시한다. 최소시간 최대생산을 위해 노동자들은 숨쉴 틈이 없으며 화장실에서 담배라도 한 대 피우려고 하면 대형 스크린에서 자본가가 불호령을 내린다. 주인공 챨리는 작업대에서 컨베이어 벨트가 실어온 제품에 나사를 조이는 일을 한다. 그는 눈앞에서 벌이 날라 다녀도 기계에서 손을 떼지 못한다. 그의 손이 조금만 늦어도 전체작업이 엉망이 되기 때문이다. 쉴 새 없이 나사를 조이던 그의 두 손은 작업대를 떠나도 자동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여직원의 치마 뒷단추를 보고 쫓아가기도 하고 길가던 부인의 가슴에 있는 단추를 조이고자 하기도 한다. 자본가는 노동자들의 점심시간도 아까워 작업 중에 급식할 수 있는 자동급식기계를 설치한다. 채플린은 자동급식기계를 시험하는 대상으로 뽑히지만, 고장난 기계는 그를 거대한 기계의 흐름 속에 빠져 들어가게 만든다. 자동화로 인해 실직자가 대량 생산되고 굶주림 때문에 빵 하나를 훔치는 사람도 있고, 시위를 하다가 총에 맞는 사람도 생겨난다. 주인공은 트럭의 꼬리에서 떨어진 깃발을 들고 뛰다가 시위대열에서 앞장을 서기도 하며, 고아 소녀를 만나 가정을 꿈꾸고 다른 직업을 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은 소녀와 함께 지평선을 향해 떠난다.

이 영화에 대한 먹물들(교수,기자 등등)의 평가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자본주의 사회의 비인간적 모습과 전체주의의 획일적 통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통해 궁극적인 인간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 현대 사회에서 기계화, 표준화, 익명화된 노동자의 불행을 그린 가슴 아픈 영화, 대량생산 체제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거대한 기계의 한 부속품이 돼버린 인간의 모습을 희화적으로 보여 준 작품, 대중사회에서 소멸되어가는 인간성을 고발하고 물질문명이 가져오는 속도전쟁과 효율우선 주의에 대한 비판을 그린 영화.

이 영화를 20대에 우연히 보고 먹물들의 평가도 들었을 때 내가 가진 의문은 다음과 같았다.

맞다. 동의한다. 내가 태어나기 무려 20년 전의 영화이지만 여전히 미래의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살이 떨린다. 그렇지만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거냐? 그런 비평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는 너희들이야 먹물로 먹고 사니 그렇다 치더라도 나는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인간성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거냐? 주인공이 또 다른 세상을 찾아 떠나는 모습에서 그저 언젠가는 아름다운 세상이 오려니 하는 희망을 배우라고? 그렇게 말하기만 하면 장땡이냐? 내가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전태일’처럼 분신자살 하지 않고서도 사는 방법이 뭔지 좀 알려주면 안되겠냐? 나도 일류대학을 나오면 된다고? 전과목에서 귀신이 되는 것은 도대체 안되고 공부에 소질이 많지도 않은데 다른 방법은 없을까? 주인공 챨리가 허름하고 지저분한 옷일망정 모자와 구두까지 구색 맞춰 갖추어 입고 지팡이 까지 흔들며 양반걸음을 하듯이, 가난하여도 무슨 일을 하건 간에 인간적 자존심과 존엄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여야 한다고? 그게 해법이냐? 엿먹어라!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1908년 헨리 포드가 자동차 대량생산을 위해 설치한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서게 되었다. 물론 노동자들의 삶이 열악해지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자기 자신이 기계화되는 것에 회의를 느낀 노동자들이 공장을 떠나자 포드는 임금을 단번에 두배로 올리기도 했고 그 덕에 미국에서는 중산층 노동자 계층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부자가 되는 사람들은 컨베이어 벨트 밖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후기 산업화시대를 지나 정보화시대로 이미 접어 들었다는 지금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이며 사회학자인 조지 리처는 그의 저서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McDonaldization)>에서 여전히 고속(高速)의 컨베이어 벨트가 우리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한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하여야 컨베이어 벨트 밖으로 나가 살 수 있을까? 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당신이 노력을 아무리 해도 대가를 남들보다 더 크게 얻기는 어려운” 일들을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의 일들로 간주한다.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서 있는 것과 유사한 일들은 구조적으로 육체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일들이지만 자격증이나 경험, 혹은 기술적인 지식이 필요하거나 두뇌를 써야 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개중에는 컨베이어 근처에 머무는 일들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부자가 되려면”무조건 한 우물을 파지 말고 우물을 잘 골라야 한다. (여기서 전제가 되는 것은 “작지만 안정된 수입을 계속적으로 확보하려면”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전제조건은 “만일 당신이 부자가 되고 싶다면” 이다. 이 점을 오해하지 말고 아래 글을 읽기 바란다.)

우선, 어떤 서비스의 질에 대한 기대치가 고객과 회사 간에 이미 설정되어 있는 경우 당신이 고객의 주문만 받는 일을 회사 안 혹은 밖에서 하거나 그 주문을 중간에서 시행하는 일만 하거나 그 고객으로부터 대금을 받기만 하는 일은 하지 말아라.

또한 어떤 일에 대한 대가가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의 나이나 경험과는 크게 상관이 없이 이미 사회적으로 계산되어 숫자로 확정되어 있는 일은 하지 말아라. 이런 분야의 일들 중에는 자격증이 필요한 경우도 많은데 세월이 지나가도 고객의 수가 점점 늘어난다는 보장이 전혀 없는 자격증들도 상당히 많음을 염두에 두어라.

당신이 받는 대가가 고객의 수와 관련 없이 정하여 있다면, 또는 자신의 노력 여하 보다는 근무 연한에 의하여 결정된다면 그 곳을 빨리 뛰쳐 나와야 할 것이다. 일한 대가가 노동시간의 양과 비례하기만 하는 일 중에는 금으로 만든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서 있는 일도 있기는 하지만 부자가 되어 경제적 육체적 자유를 얻을 수 있는 효율적인 일은 결코 아니다.

조직 내에서 기계 장치를 관리 감독하거나 지나치게 연구 위주이거나 세분화되어 있는 일 역시 부자가 되기에 적합한 일은 아니다. 조직 내에서 이득 창출과 직접적 관련은 없이 그 조직을 유지 관리하는 일들 역시 부자 되는 길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일들을 구체적으로 밝혀주고 싶지만 직업의 종류가 몇 만개나 되기 때문에 나로서는 벅찬 과제이므로 그 골격 형태만 밝힐 수 밖에 없다. 명심할 사실은, 형태는 컨베이어 벨트 앞의 일 처럼 보이지만 본인의 생각에 따라서는 콘베이어 벨트 밖으로 빠져 나갈 수 있는 일들도 많다는 것이다. <모던 타임스>에서 주인공이 다섯번이나 실직하면서 가졌던 직업들은 공장 노동자, 조선소 노동자, 경비원, 철공소 정비사 조수, 웨이터 이었다. 조선소 노동자는 작업개선을 많이 연구하여 장인이 되면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철공소 정비사 조수는 경험을 축적하면서 나중에 철공소를 차릴 수도 있다. 웨이터는 틈틈히 요리를 배워 진로를 바꿀 수도 있다. 나는 단순 노무직이라고 하여도 나중에 독립하여 사장이 되는 데 있어 밑거름이 되는 분야들을, 봉급도 많이 주고 복지환경도 좋은 곳에서 단순 조립공으로 일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좋게 생각한다. 부자가 되려고 한다면 말이다.

하나 더 부언하면, 직업을 선택할 때 백만장자들의 현재 직업을 그대로 따라 하는 어리석음은 절대 갖지 말아라. 그들이 현재의 일을 하기까지에는 그 전의 초라한 단계들이 있음을 명심해라. sayno@korea.com

sayno@korea.com , http://cafe.daum.net/saynolove 에 2004년 3월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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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려면 학교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가.

예전에 미국 경제 잡지 포브스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세계 4백대 거부 가운데 58명은 대학을 가지 않았거나 중퇴했다. 그러나 이들의 재력은 평균 48억달러로 전체 평균 18억 보다 훨씬 더 많았으며, 미국 동부의 사립 명문대 아이비 리그 출신자들 보다 평균 2배 더 많았다. 즉 학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돈은 더 많이 벌었다는 말이다. 실제로 유명한 자수성가형 부자들을 보면 학력이 좋은 사람이 드물다. 국내재벌 1세들도 그렇다.

재미있는 것은 학력(어느 수준까지 공부했는가를 말한다)과 학벌(일류대냐 이류대냐를 따진다)이 화려한 사람들이 들어가고자 애쓰는 회사들이 대부분 학력이 짧은 사람들이 만든 회사라는 점이다. 이 사실은 부자가 되려면 학교 공부를 하지 말라는 뜻일까? 헛소리 하지 말아라. 특출한 능력과 노력이 따로 없는 한 학교공부를 너무 안 하면 아예 기회가 박탈되어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확률적으로는 더 높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던 에디슨은 학교 무용론을 직접 실천하고자 자기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는데 그 아들은 나중에 사기꾼이 되어 감옥살이도 하였고 평생 비참하게 살았다.)

먼저 알아 두어야 할 것은 학교와 관련된 몇 가지 거짓말들이다. 첫번째 거짓말은 “공부 잘해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말이다. 진실은, 인격의 깊이와 지식의 양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부를 잘한 덕분에 어떤 전문 직업을 가졌다고 해서 도덕적으로 모범이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교양인이 되었다는 것도 결코 아니다. 농경시대에는 교육의 목적이 인간형성에 있었고 때문에 가르치는 자는 “스승”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학교 공부는 인격함양을 위한 도구가 아니며 그저 지식일 뿐이고 배우고 나서 몇 년도 못 가 다 잊어버릴 것들이 태반이며 가르치는 자는 직업인으로서의 교사일 뿐이다.

두번째 거짓말은 “선생님을 존경하라”는 말이다. 고졸자들은 보통 초중고 12년 동안 70-100 명 정도의 교사를 만나게 되는데 고3 학생 1,084명에게 존경하는 교사가 몇 명이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46.5%는 1~2명, 34.7%는 3~4명 , 8.1%는 5~6명, 7.6%는 없다고 대답했다는 통계가 있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내 딸들이 존경할 만한 교사를 만날 확률은 10% 도 안된다는 뜻이다. 나는 실제로 내 딸들에게 “학교 선생님 말씀 잘 들으라”고 한 적도 없고 “선생님을 존경하라”는 말도 전혀 한 적 없다. 오히려 교사들 중에는 형편 없는 년놈들이 더 많으며, 운이 아주 좋아야 존경할만한 스승을 만나게 된다고 말해왔다. 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아직도 정말 웃기는 년놈들이 “선생님” 행세를 하는 게 부지기수다.( 그래서 나는 교사평가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으며 그 평가에는 학생들이나 졸업생들이 반드시 참여하여야 한다고 믿는다).

어쨌든 부모들이 자녀에게 공부하라고 득달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일반적인 봉급 생활자 보다 돈을 더 잘 버는 전문직업을 가지려면 갖가지 자격 시험을 잘 치뤄야 하므로 공부를 잘해야 하고 좋다는 직장 역시 좋은 학교를 나와야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학교 공부 자체를 잘한다고 해서 또는 오래 공부하였다고 해서 경제적 수입이 언제나 정비례하게 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학력자들이 종종 그런 오해에 빠져 있다). 가르치는 일이나 연구로 밥 먹고 사는 선생, 교수, 연구원 같은 사람들을 제외한다면 학교 공부 자체는 돈을 버는 게임을 수행하는데 있어 어느 정도나 관계가 있는가. 순전히 내 개인적 생각이지만 고등학교까지의 교과 과목들에 대한 나의 평가는 아래와 같다.

국어- 논리력,발표력,글쓰기 등을 개발하는데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다른 과목들도 그렇지만 학자가 되는데나 필요한 내용들도 많다. “강남 갔다 돌아온 제비”를 무조건 “조국의 광복”으로 외워야 하는 교육은 거지 발싸개 보다도 더 못하다.
수학- 논리력을 키워주지만 1차 방정식과 간단한 기하 지식 정도 이외에는 돈 버는 게임과 별 관련이 없다. 연관 과목의 학자나 엔지니어가 될 지극히 일부 학생들을 제외하면, 고교 때 열심히 공부한 <수학의 정석> 시리즈는 삶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어- 못하면 돈 벌 기회가 많이 줄어들며 해외 여행도 단체관광으로만 다니게 된다. 하지만 영어를 가르칠 만한 자격을 가진 교사의 수는 아주 한정되어 있다. 대부분은 “무조건 외워라”고 가르치며, 자기 돈으로 자기 실력을 늘리려기 보다는 국가에서 교육을 시켜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교사들도 있다.
제2 외국어-영어 보다는 그 기회의 폭이 적다.
과학- 실험을 많이 한다면 과학적 사고를 증가시키는데 도움이 되지만 그 분야에 종사할 사람들 이외에는 큰 도움이 안된다. 그러나 전기,전자,물리,화학에 대한 기초지식은 쓸모가 종종 있다. 하지만 어느 중학교의 닭대가리 과학 교사는 학생들에게 교과서 단원 목차만 4시간 동안 외우게 한다(내 딸이 겪었다).
국사- 한국인 혹은 애국자가 되는데 필요할 수도 있다. 세부적인 내용들은 졸업 후 다 잊어버릴 것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외워야 점수가 나온다.
세계사- 역사는 결국 경제적 이득을 위한 투쟁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배우게 된다. 역사가 어떻게 흘러 왔는지를 배우면 좋지만 시시콜콜 외워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도덕,윤리- 이런 것은 배웠다고 해서 자동 실행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것 역시 암기할 것들이 많지만 곧 다 잊어 버리고 말 것들이다.
미술, 음악, 체육- 어느 미술교사는 자기가 가르쳐 준 방식 대로 그리지 않으면 점수를 주지 않는다. 어느 음악선생은 이론을 장황하게 설명하고 그것을 외우게 하는데 귀신이다. 어느 체육선생은 비오는 날이면 학생들에게 필기를 엄청 시킨다. 나는 그런 교사들의 머리(아니, 대가리라는 표현이 더 맞다) 속을 해부해 그 안에 뭐가 있는지 보고 싶다.
교장, 교감, 교육감 등등- 이 사회가 얼마나 위선적인지를 배울 수도 있다.

나는 고교 졸업 후 몇 년도 못 가 잊어 버릴 내용들은 배울 필요가 없다고 믿는 사람이다.하물며 1년도 못 가 까맣게 잊어 버릴 내용들을 “기초 학력의 증대”니 "국민교양의 토대"니 하는 명분으로 강제로 가르치는 정책은 정말 쓰레기통에 쳐 박아야 한다고 믿는다. 배운 사람이나 안 배운 사람이나 1년 후에는 똑 같은 상태를 보일 텐데 그걸 가르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 어느 나라 교육계에도 기득권층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과목을 고교 과정에서 학생들이 임의로 선택하는 과목으로 선정하려고 할 때 가장 반대가 심한 집단은 당연히 그 과목을 전공한 학자들이거나 교수들일 것이다. 당연히 그들은 그 과목이야 말로 학문의 기초이며 고교생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과목이라고 침을 튀기며 강조할 것이다. 마치 그것을 안 배우면 삶의 질은 물론 국민의 교양이 떨어지게 되는 양 말이다. 결국 그 기득권자들의 입김에 그 과목은 고교과정에서 여전히 강제적으로 배워야 하는 필수 과목으로 남게 된다.

내가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고교과정에서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대부분의 과목들은 그 과목과 관련된 분야로 진출하지 않을 99.99 퍼센트의 학생들에게는 그 10분의 1만 배워도 충분한 내용들이다. 즉 0.01퍼센트 미만의 학생들이 그 과목을 전공하게 되고 바로 그 극소수를 가려내고자 기득권자들은 자기 밥그릇이 적어지기 때문인지 모든 학생이 그것을 배워야 한다고 입에 게거품을 문다.

실례를 들어 보자. 교육인적자원부의 제7차교육과정은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어주고 원하는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도록 하는 대한민국 교육제도상 가장 훌륭한 것이지만 2001년 6월 1903개 중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중학교사의 76.9%, 고교교사의 84.8%는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고 16.5%(중), 15.7%(고)는 폐지를 주장했다. 심지어 전교조 교사 만 여명은 반대투쟁까지 벌였는데 그들의 반대이유는 “현장 실정을 무시했으며 교직의 미래를 불안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학생들에게 불리한 제도이기 때문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자기들 입장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반대하였다는 말이다. 이게 대다수 교사들이다.

그렇다면 대학은 어떨까? 한국에서 “졸업후 경제적 대가를 받는 직업을 가지려는 사람들”에게 대학에서의 전공과목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것을 배우지 않은 사람들 보다는 조금 낫지만 대부분은 졸업 후 사회에서 새로 배워야 한다. 왜 이런 일이 생겨나는 것일까. 전체 교수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교수들이 공부는 하지 않고 구시대적 권위에 사로 잡혀 낡은 강의록을 신주단지처럼 모시면서 뜬구름 잡는 “차원 높은 소리”(이를테면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여야 한다는 등의 듣기 좋은 말)에나 능하고, 갖가지 연구기금에 침을 흘리지만 정작 연구는 대학원생들을 부려 먹으며 짜집기 연구결과 발표에 능숙하고, 그 결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수준도 모르는 무능력한(그러나 스스로를 엘리트라고 생각하는) 고학력자들만 길러내는 주범들이기 때문이다(대학에서의 전공에 대하여서는 별도 항목을 참조하라).

[잠시 옆길로 나가자. 대학에 대한 나의 혹평에 대하여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대학은 출세지향주의를 가르치는 비인격적인 장소가 아니라 인간을 기르는 곳이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냉혹한 적자생존의 사회논리에 맞춰 싸울 수 있는 병사들을 훈련시키는 곳도 아니고 이 사회에서 혼자 잘 먹고 잘사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도 아니다. 직장인을 길러내는 학원도 아니다. 학교는 홍익인간의 이념을 바탕으로 공동체 정신과 교양을 길러주는 곳이다. 또한 순수학문을 시장논리로 평가하면 안되며 특히 대학원은 돈을 더 벌려고 가는 곳이 아니다. 학문을 향한 열정을 바치고자 가는 곳이다. ”

그런 말을 들을 때 나는 이렇게 반박하고 싶어진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고 있네. 대학을 안 나오면 인간이 되지 못하나 보지? 인간이 되고자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이 한명이라도 있다면 내게 데리고 와라. 너 직업이 교수지? 언제나 실력 없는 교수들이 그런 말을 그림같이 늘어 논다는 것을 내가 안다. 학교에서 인간을 길러? 대학이 무슨 청학동 서당이냐? 학연과 연줄로 줄줄이 엮여 있는 그 집단에서 인간을 길러? 연구비 한푼이라도 더 타다가 연구는 뒷전으로 미루고 자기 호주머니에 집어 넣으려는 놈들이 뻔히 있는데? 학문을 향한 열정? 아이구 장하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학들이 세계적으로 수준이 그렇게 열등한거냐? 한번 강단에 발을 넣으면 99%가 그 교수직을 평생 유지하는 해병대 논리를 고수하여 왔던 집단이 무슨 홍익인간이니 개소리냐. 순수학문을 시장논리로 평가하면 안 된다고? 맞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기억해라. 허버트 스펜서는 19세기 말 영국의 인문주의 교육을 ‘장식 교육’이라고 통열히 비판하였었다는 사실과 네가 순수학문이라고 주장하는 것들이 그 시대의 인문주의 교육이나 별 다를 게 없다는 것을 말이다.

어쨌든 간에 너는 순수한 열정으로 학문을 택했다며? 돈은 바라지 않은 것이었다며? 잘 먹고 잘 살자고 공부한 것은 아니라며? 그런데 왜 대학에 돈이 없어서 연구가 안 된다는 거니? 연구를 하려면 돈은 필요하다며? 돈? 그 돈 대부분은 세금 혜택까지 누리면서 너희들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 결국 연구를 더 해야 하는데 돈을 안주니까 안 한다는 말 밖에 더 되냐. 손님이 많아야 너희 지위가 안정되니까 이 사회에서 별 의미도 없는 대학원으로 학생들을 꼬드기고 학점과 논문통과를 무기로 학생들을 노예처럼 부리는 집단 역시 너희 아니냐. 일부만 그렇다고? 정말? ”—사족: 나는 고려대 같은 학교에서 실시하는 교수평가제도를 아주 좋은 제도라고 믿는다.]

교육계에 대한 내 불만은 이쯤에서 그치자. 오해하지 말라. 학교교육에 그 어떤 문제가 있다 할 지라도 “공부를 대단히 잘하는” 사람들에게는 나름대로 성공과 부를 잡을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존재한다. 아니 부자가 되지는 못할 수 있어도 적어도 가난에서 분명하게 탈출할 수는 있다.

첫째, 이 사회로부터 기회를 얻느냐 못얻느냐 하는 갈림길이 일단은 학력과 학벌에 의하여 결정되기 때문이다. 일을 배워 독립을 하려면 어떤 조직이나 정보공유집단 속에 우선은 들어가야 하는데 너무 학력이 없으면 그 문턱에 접근 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초등학교만 나온 사람이 고생 끝에 거대한 전기회사를 설립하였고 사원모집 광고를 냈다. 어떤 사람이 그 역시 초등학교만 나왔지만 사장 역시 초등학교만 나왔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어 그 회사에 입사 지원 원서를 냈다. 하지만 서류에서 불합격 처리되었다. 이에 화가 난 그는 회사 사장을 방문하여 항의하였다. “저는 초등학교만 나왔습니다. 사장님도 그렇지 않습니까?” 사장은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초등학교만 나온 사람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사람의 능력이 학력과 비례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신에게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당신이 에디슨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고 기다릴 시간이 나에게는 없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하여 결국 우리는 일차적으로 검증된 사람을 채용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전 세계 어디서나 일류 대학을 나오면 이른 바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다. 기득권 사회에서 학벌을 중시하는 이유는 그것 말고는 일을 잘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판가름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학교교육을 무시한다면 사회로부터 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확률적으로는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나 명심하여라. “학교에서 뭔가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무식해서”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 절대 아니고 “학벌과 학력 이외에는 달리 사람을 판가름할 만한 방법이 없다 보니”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한때 여러 회사들에서 신입사원을 능력만 보고 채용을 하겠노라고 선언하였지만 도대체 그 능력이란 것은 일을 시켜 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기에 결국은 다시 학력과 학벌을 보는 쪽으로 되돌아갔다는 점도 기억하여라.

둘째, “일류대” 졸업자가 되면 일단은 고졸자보다 인건비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예를 들어 보자. 막노동꾼이었던 장승수. 그는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일찌감치 대학을 포기하고 술집과 당구장을 오토바이로 누비며 싸움꾼으로 고교시절을 보냈다. 키 160센티미터, 몸무게 52㎏의 왜소한 체격으로 포크레인 조수, 오락실 홀맨, 가스와 물수건 배달, 택시 기사, 공사장 막노동꾼 등, 여러 가지 직업을 전전하면서 대학에 수 차례 도전하였으나 계속 실패하다가 결국 IQ 113의 보통 머리와 내신 5등급의 낮은 성적으로 서울대학에 수석으로 들어갔다. 오래 전 그가 쓴 책 제목이 <공부가 가장 쉬었어요>(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읽어라)이다. 지금은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사법 고시에 합격하였다고 하므로 그가 적어도 예전보다는 많은 보수를 받는 일을 할 기회를 쥐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미국에서도 매사추세츠공과대(MIT) 프랭크 레비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25~34세의 남성 노동자 중 대졸자와 고졸자간 소득격차는 98년 50%로 벌어졌다. 기업과 공장이 자동화되면서 오히려 대졸자 선호 현상이 20년 전의 20%에서 30%에 가깝도록 늘어나고 있다( 단 여기서 명심하여야 할 것이 있다. 여기서 언급된 대졸자들은 일류대 졸업자들이다.)

셋째, 학력이나 학벌이 좋으면 능력 마저 뻥튀기 시킬 수도 있다. 예컨대 수 년 전 어느 고교 졸업자가 화려한 학벌과 경력의 경제분석전문가로 위장하여 책도 몇 권 쓰고 TV에도 등장하고 재벌 회장들에게 정기 브리핑까지 하면서 유명인사가 되었으나 모 기업체에 스카우트되는 과정에서 우연히 학력이 들통난 사건이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몇 년 동안 그의 주변에 호화로운 학벌과 학력 소지자들이 즐비하였건만 아무도 그의 말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게 세상이다. 능력이 있어도 학벌이나 학력이 없으면 인정 받기 힘들며 능력이 없어도 학벌이나 학력이 있으면 일단은 숨을 수 있다.

넷째, 학력과 학벌이 좋으면 인맥 형성이 손쉽다. 기업체에서 원하는 사람은 수익을 창출해 내는 사람이고 문제 발생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의 소지자이다. 학벌이 좋으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기가 쉽다. 이것은 사업이나 장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미래 지도자 양성을 교육이념으로 삼고 있는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신입생을 뽑을 때 지역과 인종을 고려하는 이유 역시 학생들이 서로의 다양성을 배우고 졸업 후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즉 휴먼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게 되는 것이다.

특히 고등학교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어떤 이득을 위한 친구관계가 아니라 말 그대로 우정이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세월이 흐른 뒤 만나도 거리낌이 없다. 제 아무리 지위가 높은 친구라 할지라도 고교 동창이라면 전화를 걸 수가 있고 찾아가 만날 수가 있다. 대학 동창들은 전공이 비슷하다 보니 사회 진출 이후 교제의 폭이 넓지 못하다.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건 학부모들이 자녀를 일류 중고등학교에 보내려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나오게 되면 한국에서의 인맥은 아주 약하게 된다.

빌 게이츠가 Mt.Whitney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연설한 것으로 잘못 알려진 인생의 법칙11가지 법칙 중 마지막 법칙, “공부만 하는 바보한테 잘 대해라.. 나중에 그 바보밑에서 일하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라는 말은 그래서 진리이다.[ 아래에 인생의 법칙 원문을 실어 놓았다.]

다섯째, 공부를 잘한 사람들은 그들이 배웠던 것들이 쓸모가 있건 없건 간에 일단은 적어도 학습 능력만큼은 인정 받는다. 학벌과 학력이 화려하면 집단 내에서 지위를 획득하는데도 유리하다. 내 경영 경험에 비추어 보더라도 하버드나 스탠포드 출신의 경영학석사(MBA)들은 정말 똑똑했다. 그들이 좋은 학교에서 배웠기에 똑똑해졌다는 말은 아니다. 똑똑했기에 좋은 학교에 갈 수 있었고 바로 그 사실 때문에 학벌이 사람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기억해라, 일자리를 주는 집단에서의 일차적 잣대는 학력과 학벌이다. 가난에서 탈출하여 경제적으로 잘 살고 싶고 "공부에 소질이 있으면" 반드시 일류대에 들어가 “돈과 관련된 분야”를 공부하고 "환경이 허락한다면 공부를 더욱 더 오래 많이 해서" 그 분야에서 최고의 학력과 학벌을 갖추어라.

이 사회에서 학력과 학벌로 최고의 대우를 받으려면 공부에 있어서 반드시 극상위층에 속하여야 한다. 그 계층에 속하여 파워 엘리트가 되어라. 그렇게 한다면 연봉을 남들 보다 몇 배 이상 받을 수 있는 길이 분명 존재한다. 전문직업인이 되려는 사람들 역시 공부를 잘해서 좋은 학력과 학벌을 갖는 것이 일단은 유리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그렇지만 명심해라. 좋은 학력과 학벌을 갖고 있다는 것은 “첫 출발점에서 폼 나게 설 수 있으며 가난에서 쉽게 탈출할 수 있다”는 뜻이지 자동으로 부자가 되는 길이 열리지는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왜냐하면 그 출발점에는 비슷한 학력과 학벌 소지자들이 다 같이 경쟁자로 서 있기 때문이다.

( 당신이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결코 없으며 창피해 할 필요도 없다. 우선은 내가 위에서 고등학교까지의 교과목 들에 대하여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다시 한번 살펴 보아라. 내가 말한 정도만 알고 있어도 살아가는 데는 아무 지장 없으며, 학벌이나 학력 이외의 방법으로 부자가 되는 데 역시 전혀 어려움이 없다. “천재 앞에서 주눅들지 말라” 항목을 다시 읽고 “전공은 실전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학력이나 학벌이 빈약한 경우 어떻게 하여야 하나” 등등의 모든 항목을 참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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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가 말했다고 잘 못 알려져 있는 인생의 11가지 법칙은 본래, 미국 애들이 쥐뿔도 모르면서도 자기 잘났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교육학적으로 고찰한 DUMBING DOWN OUR KIDS(우리 아이들 바보 만들기)의 저자 CHARLSE J. SYKES 가 신문에 투고한 글에서 한 말이라고 하며 본래는 14가지 법칙이고 아래 원문을 읽어야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있다. 그의 책에서는 이 법칙이 나오지는 않지만 사명감 있는 교사라면, 혹은 미국계 기업에서 높은 자리에 있다면, 원서를 읽어보라. 나는, 자신이 미국인이기 때문에 모든 유색 인종 보다 더 똑똑하다고 믿는 웃기는 양놈들 때문에 이 책을 읽었는데 좀 지루하다. ).

Rule No. 1: Life is not fair. Get used to it. The average teen-ager uses the phrase "It's not fair" 8.6 times a day. You got it from your parents, who said it so often you decided they must be the most idealistic generation ever. When they started hearing it from their own kids, they realized Rule No. 1.
Rule No. 2: The real world won't care as much about your self-esteem as much as your school does. It'll expect you to accomplish something before you feel good about yourself. This may come as a shock. Usually, when inflated self-esteem meets reality, kids complain that it's not fair. (See Rule No. 1)
Rule No. 3: Sorry, you won't make $40,000 a year right out of high school. And you won't be a vice president or have a car phone either. You may even have to wear a uniform that doesn't have a Gap label.
Rule No. 4: If you think your teacher is tough, wait 'til you get a boss. He doesn't have tenure, so he tends to be a bit edgier. When you screw up, he's not going to ask you how you feel about it.
Rule No. 5: Flipping burgers is not beneath your dignity. Your grandparents had a different word for burger flipping. They called it opportunity. They weren't embarrassed making minimum wage either. They would have been embarrassed to sit around talking about Kurt Cobain all weekend.
Rule No. 6: It's not your parents' fault. If you screw up, you are responsible. This is the flip side of "It's my life," and "You're not the boss of me," and other eloquent proclamations of your generation. When you turn 18, it's on your dime. Don't whine about it, or you'll sound like a baby boomer.
Rule No. 7: Before you were born your parents weren't as boring as they are now. They got that way paying your bills, cleaning up your room and listening to you tell them how idealistic you are. And by the way, before you save the rain forest from the blood-sucking parasites of your parents' generation, try delousing the closet in your bedroom.
Rule No. 8: Your school may have done away with winners and losers. Life hasn't. In some schools, they'll give you as many times as you want to get the right answer. Failing grades have been abolished and class valedictorians scrapped, lest anyone's feelings be hurt. Effort is as import!ant as results. This, of course, bears not the slightest resemblance to anything in real life. (See Rule No. 1, Rule No. 2 and Rule No. 4.)
Rule No. 9: Life is not divided into semesters, and you don't get summers off. Not even Easter break. They expect you to show up every day. For eight hours. And you don't get a new life every 10 weeks. It just goes on and on. While we're at it, very few jobs are interested in fostering your self-expression! or helping you find yourself. Fewer still lead to self-realization. (See Rule No. 1 and Rule No. 2.)
Rule No. 10: Television is not real life. Your life is not a sitcom. Your problems will not all be solved in 30 minutes, minus time for commercials. In real life, people actually have to leave the coffee shop to go to jobs. Your friends will not be as perky or pliable as Jennifer Aniston.
Rule No. 11: Be nice to nerds. You may end up working for them. We all could.
Rule No. 12: Smoking does not make you look cool. It makes you look moronic. Next time you're out cruising, watch an 11-year-old with a butt in his mouth. That's what you look like to anyone over 20. Ditto for "expressing yourself" with purple hair and/or pierced body parts.
Rule No. 13: You are not immortal. (See Rule No. 12.) If you are under the impression that living fast, dying young and leaving a beautiful corpse is romantic, you obviously haven't seen one of your peers at room temperature lately.
Rule No. 14: Enjoy this while you can. Sure parents are a pain, school's a bother, and life is depressing. But someday you'll realize how wonderful it was to be a kid. Maybe you should start now. You're welcome.

누가 나 대신 번역 좀 해서 올려 주었으면 …
sayno@korea.com , http://cafe.daum.net/saynolove 에 2004년 3월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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