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사회적 성공의 거의 유일한 평가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사업가가 얼마나 돈을 벌었느냐는 말할 것도 없고 화가의 성공도 그림의 값으로 평가된다. 학자의 대중 강연도 그의 지명도에 따라 강의료가 결정된다. 행위와 그 결과에 대한 값의 크기가 곧 사회적 인정의 수준이다. 돈의 위대함이다. 가치척도의 천하통일을 목전에 두고 있다.

국가 역시 국부를 키우기 위해 이곳에 모든 정책의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경제적 변화는 늘 사회적 영향을 가져온다. 공공 정책의 핵심은 그러므로 어떻게 국가 전체의 부를 극대화시키되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희생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가에 있다. 만일 경제정책이 경제행위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일상적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없다면 잘못된 것이다. 일하는 사람들이 보다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면 그 경제 정책은 존재 이유가 없다. 인플레이션을 막고, 경기를 부양하고, 자유 무역을 조장하고 세계화의 대열에 합류하는 등 일련의 행위들이 만일 일하는 사람들의 일상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없다면 무엇 때문에 이런 정책이 필요한 것일까? 우리는 이 간단한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한다.

어려운 2년을 겪는 동안, 기업은 많은 직원을 감원했다. 인사정책은 기본적으로 조직의 생명력을 유지하고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것은 실패한 인사 정책이다. 지금 조직이 죽어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지난 2년 동안 벌어진 감원의 탓이라면 그 인사 정책은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불가피한 것은 없다. 경영은 경영자의 선택이다. 지금 물어 보아야한다. 지난 2년간 취해왔던 인사정책은 조직의 생명력을 복원시키기 위해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는가? 이 간단한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한다. 답할 수 없다면 해결책도 없다.

중요한 질문들은 간단하다. 그리고 본질에 대한 질문이다. 그것은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에게 누구를 위하여 그 정책을 세우게 되었는지를 묻는 것이다. 국민이 정책의 목적이 될 때 그 정책은 목적에 기여한다. 그러나 국민이 정책의 대상이 되면 그 정책은 국민의 이해에 위배되는 정책이 된다. 예를 들어 세금이 국민을 위해 쓰려고 걷어 지면 국민은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국민이 세금원(稅金源)에 불과한 정책은 결국 국민을 위해 쓰이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직원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은 조직의 생명력을 증진시키지만 직원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정책은 그들을 불안하게 할 뿐이다. 그들의 잠재력과 정신을 경영자와 직원 모두의 공동목표에 몰입시킬 수 없다.

시장 경제의 틀 속에서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는 고객이다. 경영자와 직원은 고객을 위해 존재한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느 경영자도 고객에 대해 오만할 수 없다. 그 순간 그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직원을 가지지 못하고는 고객을 매료시킬 수 없다. 조직의 생명력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매출과 성장과 이익은 경영의 결과일 뿐이다. 그것이 목적이 될 때 고객과 시장은 외면 당하게 된다. 이상하게도 반드시 그렇다. 운동 경기에서 우승은 기록 또는 스코어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선수가 점수에 집착하면 경기에 몰두할 수 없다. 결과가 목적인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돈이 목적인 화가, 돈이 목적인 학자가 그림과 지적 탐구에 몰두하지 못하는 것처럼 돈이 목적인 기업 역시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몰입하지 못함으로 결국 그들로부터 외면 당하게 된다. 선택받지 못함으로 도태되는 것이다. 곧 그 기업의 종말을 의미한다.

수단과 목적이 도치되고, 결과와 원인이 혼동되며, 주체와 대상이 전도되는 이유는 핵심적인 질문을 놓치기 때문이다. 나는 바로 그 핵심적인 질문을 자기에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인문학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답은 없다. 학교에서 선생이 낸 문제처럼 정답이 존재하는 문제란 사회 어디에도 없다. 정확한 질문이 곧 해답에 이르는 유일한 과정이다. 우리는 왜 사는가? 어떻게 서로 도울 수 있고 함께 번영할 수 있는가 ? '질문을 품고 살면 언젠가 그 질문의 해답 속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이다. 그리고 이것이 또한 내가 믿고 있는 인문학적 믿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1999년 2월 포천지는 '40이 되면 직장 생활은 끝'이라는 커버스토리를 다룬 적이 있다. 실제로 그 동안 미국의 최고 소득층을 이루고 있던 45세부터 54세까지의 연령층은 그 자리를 35세부터 44세까지의 젊은 층에게 넘겨주었다. 젊고 유능하고 정력적인 전문가들이 이제 경험과 경력을 가진 선배들을 제치고 가장 벌이가 좋은 소득층이 되었다.

경험과 경력 대신 전문적 지식이 풍요로움을 결정 짓는 기준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미국 보다 훨씬 더 경험과 경력이 중시되는 사회였다. 그러나 이제 그렇지 않다. 우리 역시 지식 사회로 이행하고 있는 세계의 보편적 추세 속에 섞여들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람 외에는 자원이 없는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이다. 새 천년의 비전이다. 문제는 우리가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지식의 전달및 창조 그리고 활용 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과 교육을 위한 효율적인 과정에 전념함으로써 사회가 보유한 지식의 균형과 심도 있는 기술을 축적할 수 있다면 한국은 과거의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중요한 국가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급한 것이 있다. 학습이 개인적 과정이 아니라 사회적 과장이라는 의견에 십분 동의하지만 개인은 전문화의 길로 들어서도록 우선 스스로를 설득하지 않으면 안된다. 환경과 조건이 좋아질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기 때문이다. 삶은 자신의 것이고,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다.

그러나 어떻게 느닷없이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것일까 ? 갑자기 될 수는 없지만 가장 빨리 성취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자기 자신으로 머무는 것이다. 우리는 자기 자신일 때 가장 독특하고 특별할 수 있다. 그리고 행복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강점을 인식한다는 것을 말한다. 강점 자체가 탁월하면 좋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이 자신의 강점인지를 알아내고 개발하는 것이다. 비범함에 이르는 길은 비록 작은 재능이라도 생래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늘 닦고 수련함에 있다.

경제학자 좀바르트는 경제 활동의 핵심은 '건전하고 평균 이상의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의무감에서가 아니라 몸과 마음과 영혼으로 자신의 일을 사랑함'에 있다고 말했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평생을 통해 단하나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찾아내어 남아 있는 모든 시간을 투입할 수 있다면 우리는 지식 사회가 만들어 놓은 수많은 틈새 속에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다.

그리고 그곳에 자신만의 브랜드를 부착할 수 있다. 괜찮은 일 아닌가?
강점을 찾아내기 위해 우선 자신의 업무를 새로운 시각에서 관찰할 필요가 있다. 업무 속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대목도 있고 싫어하는 대목도 있다. 좋아하는 대목 속에 자신이 즐겨 머무를 곳이 있다. 그곳에 주목하자. 수동적 태도를 버리고 그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보자.

그리고 비단 그 일에 머물지 말고 자신을 몰입하게 하는 공통적 속성을 공유하는 일들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이 찾아지면 거기에 매일 하루의 10%인 2 시간 정도를 투입해 보자.

2 시간 정도를 찾아내는 일이 쉽지 않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빼면 약 8 시간 정도가 조정이 가능한 비교적 자유로운 시간이다. 그 중에서 먹고, 씻고, 치장하고, 출퇴근하는 데 사용하는 서너 시간의 기본적 유지 활동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 시간은 네 시간 남짓하다.

이 중에서 TV를 보거나 그저 빈둥대거나, 잡담으로 보내는 수동적 여가 시간을 자신이 좋아하여 선택한 일에 투입함으로 적극적 여가 활동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면 자신의 전문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믿어도 좋다.

취미가 곧 일이고 일이 곧 취미인 상태에서 우리는 심취하고 몰입할 수 있다. 좋은 무용수는 늘 발톱이 깨져있거나 곪아있거나 갈라져있고, 아침엔 통증과 함께 침대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좋아하지 않고는 훈련과 연습을 견딜 수 없다. 견딘다 한들 행복하겠는가?

시간은 위대한 힘이다. 설득력 있는 독특한 시각을 가진 전문가가 되기 위해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 모른다. 평생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러나 가만히 있어도 2005년은 온다. 2010년도 온다. 지금 시작하지 않은 사람은 그 때도 자신의 운명이 다른 사람의 손에 쥐어져 있음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나아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것이 바로 진보이다. 인류가 꿈꾸어 온 것이기도 하고 개인이 일상을 살며 바라는 것이기도하다. 그것은 그러나 앞만 보고 뛰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발전의 이데올로기 속에 숨어 있는 잔인한 실상을 발견하고, 뼈아프게 반성하는 것이 곧 진보이기도 하다.

때로는 되돌아 가야한다. '돌아갈 때가 되어 돌아가는 것'도 진보일 수 있고, 환경 문제처럼 '보존이 곧 혁명'이기도하다. 정신은 이렇게 하여 확장되는 것이며 사회적 제도 역시 이런 자성과 반성을 통해 내실화 된다.

좋은 사회적 반성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진보와 발전의 이름으로 스스로에게 한 짓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씨랜드 화재 사건과 동일한 복제판이 인천에서 재발한 이유는 우리 사회의 반성이 일회적이며 전시적이기 때문이다.
내 자식이 아닌 것만으로 그나마 다행으로 여길 수밖에 없는 사회는 아무런 비전이 없다. 룰렛 게임처럼 불운한 차례가 오면 당할 수밖에 없다.무기력한 수동성은 늘 사건을 얼른 해결하기만 바란다. 희생양을 만들고 단속을 강화하고 법석을 떨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느슨해져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다음 사건이 터질 때까지 어찌 어찌 견디게 된다.

제도의 진보는 반드시 적절한 피이드백 시스템(feedback system)을 필요로 한다. 체계적 개선에는 체계적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나는 퇴근길에 자주 동네 수퍼마켓에 들린다. 빵도 사고 우유도 사고 술도 한 병 산다.
계산대에
오면 점원이 '봉지를 드릴까요?' 하고 물어 본다.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추가로 20원 씩 낼 때마다 나는 기분이 나쁘다. 바보가 된 기분이다. 왜 그럴까?

환경은 생존이 달린 주제이다. 먹고살기 힘들 때는 아무도 돌보지 않지만 눈 깜박할 사이에 우리를 살 수 없는 지경으로 몰고 갈 것이다. 20원을 받고 나중에 가져오면 돈을 환불해 주는 착상은 아마 플라스틱 봉지의
사용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일회용품 사용이 얼마나 줄었을까? 20원 씩 내어 모아진 돈은 누가 가지는 것이며, 그것은 환경의 보호를 위해 어떻게 재투자될까? 이 방법은 얼마나 유효한 방법일까? 이 제도의 영향을 받게되는 국민들은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 제도의 내부에 피이드백 시스템이 있다면 이런 질문들에대답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 모든 전시행정의 공통점은 바로 자기 안에 피이드백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입은 있지만 귀는 없다. 도움을 주겠다고 말하지만 누구도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들으려하지 않는다. 한 제도가 만들어 질 때의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는 유효성을 평가하고 개선하기 위한 피이드백 장치를 가지고 있지 않은 제도는 기껏해야 100점 만점에 30점을 넘지 못한다.
이렇게 점수가 박한 이유는 지속적인 개선이 없는 제도는 죽은 제도이기 때문이다.

결국 유효성이 떨어지게 되고 지켜지지 않는다. 법으로부터 강제력을 부여받은 제도가 실제와 다르게 되면 발목을 잡는 규제에 불과해 진다. 규제를 피해가려면 부패와 유착이 만연할 수밖에 없다.

문제가 또 터지고 결국 또 다른 제도를 만들어 내겠지만 피이드백 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문제의 원인이 충분히 규정되지 못한 상태이고 근거가 계량화되어 있지도 않다.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면 이해집단 사이에서 흔들리고 절충되어

또 다른 졸속 대증요법을 만들어 내게 된다. 악순환은 그래서 반복된다.
정신병에 대한 정의 중의 하나는 '같은 일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 이다. 피이드백 시스템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반성하고 개선하지 못하는 사회는 바로 사회적 정신병을 앓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모든 제도의 내부에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피이드백 장치를 내장 시켜야 하는 이유이다.
피이드백 장치는 제도의 개선과 존속을 결정하는 센서인 것이다.

우리는 지금 상징적인 시기를 살고 있다. 극단의 시대를 살았던 20세기의 우리가 새로운 천년기에 번영하고 인류에게 기여하기 위해서는 20세기의 실패를 존중하고 그로부터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21세기에 진정한 진보의 장을 열어 가는 자세일 것이다. 편견과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 한 제도를 보고 한 사회를 볼 때, 우리는 진보에 대한 해답에 이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나아지기 위해 지금 필요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진보의 또 다른 얼굴, 바로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보기 위해 잠시 멈추어 서는 것이다. 그리고 숨을 길고 깊게 쉬어보는 것이다. 좋은 준비는 긴 호흡을 필요로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생각을 바꾸면 행동이 바뀌고,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뀐다.습관이 바뀌면 마침내 운명이 바뀐다.’ 이 아름다운 금언이 지금,시대적 토네이도가 되어 ‘돈 바람(money or crazy wind)으로 몰아치고 있다.

저 멀리 앞서가는 사람들은 광란의 질주를 벌이고,뒤쳐진 사람들은 망연자실 분열적 정체성 상실에 시달리는 세상이다.볼 만한 황금광시대요,가히 맹목적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바꿔버려! 아주 싸그리 확 바꿔버리자’는 이‘싸그리의 열풍’속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안바꿀 것인지 ‘문득 한 번 웃고 고개를 돌려 바라볼’(據然一笑回首立-성철선사 열반게)필요가 있지 않을까.

예컨대 인터넷시대에 거기 무관심하면 그는 바보요,초등학생이 휴대전화기를 들고 다니거나 빚잡혀 주식사는 것 또한 바보같은 세태다.

그렇다면 무엇을 바꿀 것인가.답은 간단하다.우리 각자가 ‘나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변화한 시대에 맞춰 ‘나’를 철학적,실용적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변화경영전문가' 를 자임하는 구본형(47)씨는 평범한 직장인에서 몇 년 전 문득 자신을 절박하게 들여다보고 '변화의 전도사' 로 나선 보통인물이다.

1997년 '익숙한 것과의 결별' 이란 꽤 도발적인 제목의 변화지침서를 펴내면서 그는 자신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이 책과 함께 99년 낸 그의 두번째 책 '낯선 곳에서의 아침' 은 각각 10만부 이상 나가 변화를 구하는 많은 사람들과 그를 동지적 유대로 묶었다.

그를 통해 그가 왜, 어떻게 변했는가를 들어보는 것도 변화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에게 참고가 될 법해 그를 초대했다.

구씨는 80년 IBM에 입사해 경영혁신 관련 업무에 종사하다 올해 3월 '변화경영연구소' 라는 일종의 1인 컨설팅회사를 차렸다.

"나는 누구인가" 철저한 自問

남이 보기에 잘난 것도 조금, 못난 것도 조금인 그에게 '자기 혁명' 의 계기가 촉발된 것은 40대 중반의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육체적 변화 때문이었다. 눈은 침침해지고, 머리도 벗어지는 97년 그 때 "야, 이렇게 늙어가는구나. 늙어가는 너는 도대체 누구인가.

지금까지 무엇을 해놓았단 말인가" 라는 깊은 상실감에 휩싸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밥먹고 잠자는 일상 방식부터 확 뜯어고쳐보자는 매우 과격한 선택을 감행했다. 한달간 휴가를 내 단식원을 찾아갔고 거기서 지금까지의 인생을 총정리해봤다.

그 사유의 결과를 나처럼 고민하는 사람들과 공유하자는 뜻에서 펴낸 것이 '익숙한 것과의 결별' 이었다. 한 내성적인 직장인의 평범하지만 절실한 고민과 불안이 뜻깊은 사회적 위치로 변화한 셈이다.

- 일상으로부터 탈출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방법으로 흔히 홀로 산에 가거나 여행을 하는데 한달간 단식원 생활은 좀 격하지 않은가.

"익숙해진 일상을 완전히 폐기하고 싶었다. 단식은 투쟁이 아니라 상징적 행동이었다. 그만큼 불안에 떠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문이 절실했다."

- 그래서 단식하며 앞으로 자신의 행동지침이랄까 스스로를 어떻게 정리했나.

"다섯가지 정도로 정리가 됐다. 첫째 '좋아하는 일을 찾겠다' 였다. 늦은 나이니까 오히려 좋아하는 일이 진짜 열정을 불러일으키리라 생각했다. 직장업무를 발전시켜 '변화연구전문가' 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둘째는 '내가 잘하는 걸 해야겠다' 로 나의 타고난 특장은 뭔가를 파고들었다. 그런데 생각나는 것을 글로 옮기는데 편하고 재미있었다.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한 셈이다. 책을 낼 용기도 그래서 생겼다. "

그가 정리한 나머지 세가지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것을 어떻게 생업과 연결할 것인가▶24시간인 하루를 '나에겐 22시간뿐' 이라는 임의의 시간개념으로 바꾸는 것, 그리고 '변화경영전문가' 라고 스스로 이름붙인 자신의 프로젝트를 끝까지 밀고나가겠다는 것이다.

그 다짐으로 그는 첫번째 책을 낸 후 IBM 경영혁신팀장이라는 명함과는 관계없이 자신의 전문적 정체성을 밝히기 위해 '변화경영전문가' 라는 명함을 하나 더 만들어 남에게 주곤 했다.

- 하루가 22시간이라는 건 고정된 질서를 거부하는 착상인데 나머지 두시간은 어떻게 했나.

"회사 일을 비롯해 이것저것 하면 하루가 그냥 빨리 지나갔다. 그래서 아예 두시간은 떼어내 내 시간으로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그게 술먹자는 사람도 없고 가족으로부터도 방해받지 않는 새벽 4시부터 6시까지였다. 그 시간에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 이건 남에게 꼭 권하고 싶다. 일찍 일어나려면 전날 밤의 시간 낭비가 자연히 줄어든다. "

- 그렇게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니까 실제로 어떤 변화가 찾아왔나.

"세가지다. 첫째, 마음이 자유로워졌다. 내가 시키는 내 일을 하는 건 하나의 놀이처럼 느껴졌다. 둘째, 인생을 해석하는 관점에 통일성을 갖게 됐다. '변화' 라는 키워드로 나와 남을 보게 됐다. 셋째, 이같은 지식으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

끝의 말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변할 의사도 있지만 어떻게 할지 체계적으로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그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관점의 통일성은 구씨처럼 변화를 연구하는 사람이든, 아니면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든 한가지 일에 매진해 어떤 수준에 이르면 얻게 되는 철학적 성취다.

- 우리 사회는 변하지 말아야 할 어떤 가치는 그냥 폐기처분하고 별 것 아닌 풍조에도 휩쓸려 돌아가는 습성이 있는데 변화하라고 지나치게 선동하는 건 문제 아닌가.

"물론이다. 진보는 변화와 질서 사이의 균형이라고 생각한다. 환경파괴 시대에 환경보존을 외치는 것은 그 자체가 변화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공존이 필요하다. 만일 쇼핑 행태가 전부 사이버로 간다면 물건을 구매할 때 여인과 데이트, 몸으로 느끼는 즐거움 등은 사라질 것이다.

그게 가능하겠는가. 내가 변하자는 것은 고정된 질서, 낡은 기득권 따위에 안주하거나 자신을 비하하거나 과장하는 그런 현재성을 떨쳐내버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재창조하자는 것이다. "
현실 직시할때 좋은 手 나와

- 사람에 따라 능력과 조건이 다른데 '저 사람이 저렇게 변하니까 너도 그렇게 변해라' 라고 강요하면 괜한 사람을 망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바둑을 둘 때 그냥 가장 좋은 수가 뭐냐는 말은 성립이 안된다. 어떤 국면에서 가장 좋은 수가 뭐냐고 할 때 말이 된다. 누구든 자신의 구체적인 현실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수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없다. 자신이 처한 환경을 과학적으로 철저하게 살피는 게 변화를 위한 첫 걸음이 된다.

사실 변하는 시대에 잘 적응하는 것은 초보적 변화다. 차원높은 변화는 자기를 창조하는 게임에 이길 수 있는 환경을 남이 아닌 내가 만들어가는 과정 바로 그것이다. "

이헌익 본지 편집위원

<구본형 약력>
▶ 1954년 공주 출생
▶ 1980년 서강대 역사과졸, IBM 입사
▶ 1991~96년 IBM 말콤 볼드리지 모델 국제평가관
▶ 1999년 IBM 경영혁신팀장
▶ '익숙한 것과의 결별' , 전문가 선정 90년대 책 가운데 경제.경영분야 8권 중 하나로 뽑힘
▶ 1999년 '낯선 곳에서의 아침'
▶ 2000년 '월드 클래스를 향하여' 출간
▶ 2000년 변화경영연구소 설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늑대는 사악하다. 그러므로 세상의 늑대를 다 없애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래서 미국의 한 젊은 산림청 직원은 평화로운 늑대 가족에게 라이플을 쏘아 대었다. 늙은 늑대가 쓰러졌다. 그는 늙은 늑대에게 다가가 그 눈에서 푸른 불꽃이 사라져 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 늑대의 눈 속에서 무언가 그가 모르는 새로운 것, 즉 산과 늑대만이 알고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일을 한번도 잊을 수 없었다.

자연 속에는 산과 늑대만이 알고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 그리고 늑대가 죽음으로 그것은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 우리가 죽으면 우리의 사랑도 사라진다. 사라지지만 아주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아직 세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가슴에 살아있다. 우리가 살다가 떠나더라도 아직 이곳에 남아 있는 아이들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 남겨 놓을 수 있어야한다. 21세기는 그러므로 틀림없이 환경의 세기이다.

그러나 환경에 관한 한 우리는 낙관적이기 어렵다. 한 예를 들어보자. 인간에게 분명한 책임이 있는 생명공학은 '녹색황금'이라고 불리운다. 독점적 유전자 조작 기술은 엄청난 부를 가져다준다. 그러나 이것은 늘 안정성의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제레미 리프킨은 유전자 조작을 '생태계를 대상으로 한 룰렛 게임'이라고 부른다. 돈은 가까이에 있고 우리가 망하는 것은 먼 후일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는 먼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 겨우 70-80년을 사는 인간의 본성 자체가 멀고 불확실한 문제는 풀 수 없게 하는 지도 모른다. 결국 재난이 닥쳐오는 그때 살아 남은 사람이 치루어야 할 비용이 되고 만다. 그래서 이것은 '한 세대의 부가가치를 위해 다음 세대의 생태계를 훼손시키는

파우스트의 거래'라고 불리운다.

자연을 피폐시키지 않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원료의 공급처인 자연으로부터 덜 가져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만들어 놓은 재화를 적절히 분배함으로 낭비를 줄이는 것이다. 더 이상 자연은 원료의 공급처이며 쓰레기 처분장에 불과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유감스럽게 자본주의는 분배에 관한 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 같다. 한 예로 빌 게이츠는 개인 재산이 약 900억 달러에 달한다. 반면 미국의 하위 19%에 속하는 사람들은 부채가 자산보다 많다. 이들 재산의 합은 마이너스이다.
그래서 빌 게이츠 혼자 가지고 있는 재산은 미국의 하위 49%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을 합한 것과 맞먹는다. 그런데도 자본주의의 분배구조는 점점 더 양극화되고 있다. 분배 구조가 악화되면 자연의 자원 역시 균등하게 나누어 질 수 없다.
한 쪽은 늘 너무 많이 낭비하고 한 쪽은 늘 모자란다. 분배의 불균형은 그래서 자연으로부터 필요 이상을 빼앗아 온다. 오염 유발자에 대한 과세, 지구의 자정능력에 대한 공동 재산권 설정등 제도적 보완을 통한 조정에는 한계가 있다. 긍정적 의미에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부자들의 마음의 혁명이 절실하다. 다음 세대를 위한 이 세대의 절제와 근신이 절박한 것이다.

또 하나는 생태효율성이 높은 기술력을 통해 자연으로부터 조금 가져오고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절약은 자연의 부담을 덜어준다. 예를 들어 독일 라슈테트(Lahstedt) 공동체는 갈대를 이용하여 하수를 자연 정화한다. 경제적 연료전지의 개발은 에너지 효율과 매연 예방에 획기적인 개선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기업차원의 혁신적 노력이 중요하다. 환경 친화적이라는 것이 곧 21세기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임을 기업들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칼 융(Carl Jung)은 미래의 재앙은 인간에게서 온다고 경고했다. 인간은 위험한 동물이다. 스스로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늑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하다. 그리고 자연처럼 모든 요소를 결합하여 고려하는 총체적 균형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다른 종끼리의 유전자 조작은 하나의 과학적 개가임에 틀림없지만 인간이 만들어 낸 새로운 생물체가 생태계 전체를 교란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문제는 누구도 책임질 수 없다.

마치 전쟁은 한 국가의 정의이고 자존심이지만 젊은이의 죽음이고 어머니의 통곡인 것과 같다. 그러나 인간은 불가항력적으로 두 번이나 세계대전을 반복했다. 이제 자연에 관한 한 우리는 신의 역할을 겸허히 사양하고, '보존이 곧 혁명'이라는 지혜로운 판단에 이를 수는 없을까? 반성 없이 인류는 장엄한 역사를 가질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