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망의 국토종단 도보여행 마지막 날이다.
피곤한 몸을 일으켜 마지막 도보여행을 떠났다.
뉴스를 보니 서울 경기지방은 50년만의 한파라고 난리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바람이 불어도 날씨는 나와 상관없다.
하겠다는 의지를 막아설 수 있는 것은 절대 없다.
된다고 생각하면 되는 방법만 보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오늘 국토종단 도보여행을 마무리하자.
마음을 가다듬고 등산화 끈을 조여맸다...

대진항에서 바라 본 일출 후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인간들이 어떻게 살든 자연은 한결같다.
해가 뜨고 바람이 불고 파도가 울고 노을과 풍광을 선물해준다.
이런 자연에게 우리는 대체 해준 것이 무엇인가?


대진항구는 잔잔하다.
시끄러운 소리나 항구 특유의 바지런함이 없다.
그저 원래 있었듯이 잔잔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3년전 왔었던 때처럼 그 아침의 잔잔함을 뽐내고 있다...

국토종단 도보여행의 마지막 만찬이다.
소머리 해장국으로 아침을 먹었다.
주인장은 나같은 사람이 간혹 있다고 말했다.
국밥의 맛처럼 구수한 입담이 귀를 즐겁게 한다...

3년전 이 겨울바다 펜션에서 하루를 묵은 적이 있다.
펜션은 깔끔하다는 말이 가장 어울린다.
내부 시설은 어느 펜션보다 세련되었다.
바다를 바라보는 조망, 그 조망을 보면서 파도소리를 즐기려는 연인들이 많이 온다고 한다.
3년 전 그 밤에 나는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곰배령에서 만났던 무성형님과의 인연에 고마움 덕분에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이 여행의 추억을 더 아름답게 한다.

대진을 지나 1시간을 걸어가니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가 나온다.
이곳에서 접수를 해야 한다고 한다.
이곳에서 민통선까지 5km.
민통선까지만 걸을 수 있고 민통선에서 통일전망대까지 5km는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고 한다.
군 작전지역이기에 걸을 수 없는 지역이라고 한다.
이제 내가 걸을 수 있는 마지막 거리는 이제 5km밖에 안 남았다.
정말 이 끝이 보이는구나....
감동이나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저 일단 마지막까지 걸어보자. 그 마음밖에 없었다.

이 두다리로 걸었다.
1년만에 땅끝해남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걸었다.
이제 불과 5km밖에 안 남았다.
한 시간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거리다.

대한민국 최북단에 자리한 마지막 마을 명파마을에 도착했다.
이곳이 한국의 마지막 사람이 사는 마을이다.

저 멀리 민통선이 보인다.
이제 정말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국토종단 도보여행의 마지막 순간이 눈 앞에 보인다..
그 어떤 희열이나 감동없이 나는 걸어가고 있다.
그저 처음에 시작한 것처럼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드디어 민통선이다.
내가 국토종단 도보여행으로 걸을 수 있는 모든 거리를 이제 걸은 순간이다.
더 걷고 싶어도 걸을 수가 없다.

준비한 국토종단 도보여행 완주 현수막을 자랑스럽게 펼쳤다.
이런 순간이 오는구나... 이제 더 이상 걷지 않아도 된다..

증인으로 제대 한달을 남긴 병장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책에 나오니까 잘 찍어요!!"
책에 나온다니까 아주 좋은 자리로 민통선을 배경으로 촬영해줬다.

민통선 안으로 들어와 5km를 차로 이동했다.
이제 내가 걸을 수 있는 거리는 다 걸었다.
저 멀리 내가 걸어 온 길이 보였다...

저 멀리 내가 갈 수 없는 북한 땅이 보였다.
해금강이라고 한다.
통일전망대에 나는 지금 서 있다...




나는 지금 내 인생의 커다란 감동의 순간에 지금 서 있다.
국토종단 도보여행을 지금 마쳤다.
아~~
하면 되는구나. 할 수 있는 거구나.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순간이고
국토종단 도보여행을 마무리하는 순간이다.
우리 집안 가보가 될 국토종주 도보여행 완주 현수막을 자랑스럽게 펼쳤다.

자랑스럽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해내는 사람은 극소수다.
나는 내 인생의 그랜드슬램을 하나 더 달성했다....

국토종단 도보여행을 마치는 순간
그 어떤 감동이나 희열을 느끼지는 못했다.
진정한 감동이나 희열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 수 있으리라...
이제 걷지 않아도 된다.
끝을 보았다는 그 기분만이 좋았다.
그리고 가장 기뻤던 것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아내와 두 아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이 가장 기뻤다.
아무리 좋고 멋진 여행이라도 회귀할 곳이 없다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다.
참아주고 이해해주고 격려해 준 아내에게 더 없는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눈을 보았다.
나의 국토종주를 축하해주는 소박한 눈이 차창 밖에서 멋지게 뽐내고 있었다.
돌아갈 곳이 있다. 가족이 있다. 혼자가 아니다...
이 생각만이 나를 행복하게 했고 피로를 씻기어 주었다...
국토종단 도보여행은 이제 끝났다. 그 끝에서 나는 새로운 것에 또 도전할 것이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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