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얼굴들 - 유용주가 사랑한 우리 시대의 작가들
유용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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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주.

 

만나보진 않았지만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낸 친구같은 분이다.

시인, 그에겐 시보다 망치,막걸리,모자,찢어진 카고 바지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의 글에선 삶의 고통속에서 풍겨나오는 오래된 막걸리 냄새가 난다.

사람좋은 옆집아저씨같은 털털한 향기가 난다.

가끔 외롭고 힘들 때면 이 분을 떠올린다.

나의 그의 삶에는 밑바닥 인생을 살아온 연대의식의 비슷한 점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의 글에는 치열한 삶을 살아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풍찬노숙의 차가움과 따뜻함이 동시에 있다...

 

 

그해 겨울에 눈이 자주 내렸다.

1988년 1월1일 아침,낡고 허름한 숙소에서 나는 술이 덜 깬 얼굴로 새해를 맞았다. 지난 육개월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술을 마셨다.

1987년 6월29일,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내 인생 최후의 보루였던 어머니가 눈도 감지 못하고 한 많은 이 세상을 하직할 때 따라 죽지 못한 게 한스러웠다.

 

구제불능의 세월이 흘렀다.

프레스 공장,유리 공장잡부,스페어 기사 조수,식품회사 경비를 거쳐 무전취식과 노숙으로 몸은 엉망이었으며 몇 번의 자살 시도는 실패로 끝났고 또 몇 번인가 파출소와 경찰서 유치장을 들락거렸다.

 

걸을 때마다 내 몸에서 악취가 났다.

입에서 똥구멍까지 내 몸은 거대한 하수관이었다.

인적 없는 쓰레기통 옆에서 공사장 함바에서 쥐오줌 번진 숙소 이불속에서 희미한 포장마차 불빛 아래서 아는 용을 쓰며 시를 썼다.

시는 하수종말처리장을 향하는 내 마지막 비상구였다.

 

 

이런 문장을 쓰고 싶다.

삶의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도저히 내려갈 수 없는 지경에서 쓰는 이런 글을 쓰고 싶다.

필력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야 한다.

먼저 나와 글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 글속에 치열한 삶의 진심을 넣어야 한다.

그런 글만이 겨울 날 무쇠난로에서 풍겨나오는 따뜻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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