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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서스 - 석기시대부터 AI까지, 정보 네트워크로 보는 인류 역사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4년 10월
평점 :
작년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장강명 작가가 AI에 대해 짧게 강연하는 자리에서 AI가 바둑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책에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에 대해 여러 번 언급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말로 표현하는 데는 생략된 부분이 엄청 많을 겁니다. 바둑이란, 바둑에서의 승부란, 바둑의 정신이란 등등.
알파고가 바둑의 룰을 익히고 수에서 우세한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기존 바둑 고수들을 인정하고 배우려고 했던 것들과는 다를 겁니다. 두 번째 대국의 37번째 수에 대해, 알파고는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관점에서 승부수를 띄웠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알파고의 한 수에 대해 사람들이 추측하며 복기와 비슷한 활동을 할 뿐입니다.
장강명 작가의 말에 따르면, 알파고 대국 이후 대부분의 바둑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바둑의 정신과 기세를 배우고 느끼며 기보를 외우고 대국을 복기하기보다, 생각하지 못하는 다양한 수를 알 수 있는 AI 대국 횟수를 절대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합니다. 왜 이기는지, 이런 수를 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를 보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기 수양 관점의 바둑, 고독하지만 상대와 대국 후에 갖는 복기 등이 중요했던 바둑에서 이런 특징은 모두 사라지고 오직 승부만이 남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바둑용어는 종종 실생활에서, 경영 관련 뉴스나 글에서 봤던 것 같습니다. ‘우주류를 구사’, ‘대마불사’ 등 승부와 관련된 전략을 어떻게 가져간다는 맥락이었던 것 같습니다.
바둑을 공부하고 대국을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한계에 도전했던 본래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져버렸다고 합니다. 그래고 바국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어떻게 보면 빈 껍데기만 남은 바둑, 그리고 도전이 사라진 바둑인 것 같습니다.
조훈현 9단에 관한 영화 «승부»를 보지 않았습니다만, 인터뷰 기사의 한 대목이 남았습니다. “지더라도 승부를 복기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게 바둑이자 인생 아닌가.˝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6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