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적인 메모입니다. 만화 및 영화 <룩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오늘 영화 <룩백>을 봤습니다.
개봉하자마자 보려고 예약했다가, 계절이 너무 좋아 해가 있는 동안 영화관보다는 밖에 있고 싶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가 역시 좋았습니다. 어떻게 소녀들의 마음을 잘 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만화 «룩백»을 4년 전에 읽었을 때는 왜 이렇게 추천하는지, 고레에다 감독이 왜 영화로 만든다고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얼마전 영화를 보기 전에 다시 읽으니, 어떤 마음이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을 그린 작가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됐습니다.
성인이 막 될 때는 안 친하던 친구의 죽음도 영향을 미치는 시기입니다. 하물며, 같이 미래를 꾸고 만화를 그렸던 동료인 친구의 죽음에 대해 갖는 마음은 아주 깊고, 죽음을 피할 수 있었을 온갖 가능성과 자신이 어떻게 했더라면 죽지 않았을 텐데...를 무수히 찾았을 겁니다.
그래도,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같이 만화를 그리던 시기에는 나오지 않은 장면들이 나옵니다. 그때 있었던 대화의 의미가 다시 새겨집니다.
얼마전 «눈 내리는 삼일포»를 출간한 김연수 작가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소설을 쓸 지 몰랐던 젊은 시절에 있었던 일들이, 이제는 작가가 되려고 그랬나보다, 라고 새로 쓰게 됐다고 합니다. (김연수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만약에 의도와 다르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부터 이어지는 메시지가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가끔 외할머니, 어머니와 했던 대화가 떠오릅니다. “옛날 이야기하면서 살자.” 어떤 힘든 일이 생겼을 때는, 지금만 보지 말고 잘 마무리 된 후의 미래를 생각해보자는 말씀이셨습니다. 김연수 작가의 메시지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리고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후지노의 마음도 그렇지 않았을까 합니다. 김연수 작가는 소설가는 스토리텔링을 하니까 결말을 새로 쓸 수 있다고 했습니다. 후지노도 쿄모토에게 일어났던 일의 결말을 새로 썼습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과정이라는 것. 오슨 웰즈도 희극인지 비극인지는 어디에서 멈추느냐에 달려있다고 했던가요? 머리로는 다 알고 있어도, 현실에서는 이런 관점을 놓칠 때가 많습니다.
2026년 10월을 살고 있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도, 미래에서 본다면 어떤 과정일거라는 작가의 말, 그래서 글쓰기를 해보라는 작가의 말이 남았습니다.
김연수 작가의 시선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시선이 같은 곳을 향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미래에서 본 나의 인생에 대해 글을 써봐야겠습니다.
* 영화 <룩백>은 정말 노련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중학생 때 후지노와 쿄모토가 그린 만화가 당선이 됐을지 확인하기 위해 논길을 걸어가는 장면, 편의점에 들어가서 신간 만화 잡지를 펼쳐보는 장면은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페이지를 펼쳐서 당선 여부를 확인하는 장면에서 음악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외에도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를 전개하는 작가의 노련함에 정말 놀랐습니다.
* 영화 크레딧에 각본/감독을 한 고레에다 감독의 이름이 가장 마지막에 등장합니다.
* 후지노의 마음의 변화가 너무 귀엽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맞이한 심적 부담, 주변의 반응에 달라지는 마음, 운동을 좋아하는 만큼 승부를 보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 교모토와 한 팀이 되서 만화를 그리는 모습, 교모토가 미대에 간다고 했을 때 드러나는 서운한 마음. 역시 마음의 변화를 너무나 잘 그립니다. 단풍든 장면, 벚꽃이 날리는 장면, 새하얀 겨울 장면 등 만화와 유사하지만 흑백으로 본 장면들이 컬러로 현실의 모습으로 정말 잘 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만화의 컷 사이를 자연스럽게 연겷해 영화에만 있는 장면들도 좋았습니다.
* 만화는 정말로 귀한 매체입니다. 한 컷 만화를 그리는 만화가들과 어시스턴트들이 들인 인생의 시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