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화양연화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이제 홍콩은 그리움입니다.
침사추이의 ‘청킹맨션’은 홍콩영화와 가끔은 일본영화에도 등장하는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꿈도 희망도 없어 보이는 청춘들이 에너지를 내뿜으며 지내는, 다소 무법지대 같은 장소입니다.
탄자니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대평원에 사는 야생동물들은 TV에서 본 적이 있을테고, 가끔 시중에서 파는 커피 원두의 산지로 본 적이 있습니다.
요즘엔 삶의 고수들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삶이 고단하고 타국에서 버는 돈이 고국에 있는 가족들에게는 아주 큰 돈이라는 걸 알고 홍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간의 연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고 싶습니다.
‘Reciprocity’를 ‘상호호혜성’이 아닌 ‘호수성’으로 번역했는데, 정말 낯선 단어입니다. 하지만 타국에서 지내는 탄자니아 사람들 간에 형성된 연대의식, 나를 지키고 다른 이들도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도우며 사는 모습들은, 다른 사람의 삶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펼쳤는데, 읽다보면 생각이 많이 떠오르는 책입니다. 어쩌면 독자인 우리들은 저자와 가까운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며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종종 ‘배구 경기의 페인트 같이 힘을 빼고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데, 이 책에서 그런 모습을 봅니다.
각자가 짊어진 삶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으면서도 타인을 존중하는 삶이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대를 낮추고, 그럴 수 있고, 어떤 사정이 있는지 모르며, 거기에 더해 자신의 사정을 고려해 행동하는 모습이 자유로워 보입니다.
남은 주말 동안 천천히 읽어보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