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는 43세의 직장에 다니는 여성이 쓴 일기의 형식을 빈 소설에서 발췌했습니다.
어떤 이유로 여성은 결혼해서 일을 안하고 손에 물을 묻히지 않고 사는게 잘 한 결혼이라는 상식이 형성되었을까요?
지금이 예전보다 민주적이라고 느끼는 건, 우아하게 사는 데 필요한 많은 일을 혼자서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옷을 만들지 않고 사서 입고, 식사도 HMR이나 외식을 이용할 수 있고, 이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장실 시스템으로 멀리 가지 않아도 불쾌하지 않은 환경에서 해결이 가능하고, 씻기 등도 잘 만들어진 상하수도 시스템으로 물을 길으러 몇 시간씩 혹은 몇 십분씩 걷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기 위해 전기불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물건은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고 신용카드로 먼저 결제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삶을 살아내기 위해 자신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일을 스스로 해결하면서 굵어지고 거친 손이 정직한 손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은 편치 않을 때가 많지만, 그 시간들로 인해 받는 급여는 경제적 자립과 적당한 범위의 선택의 자유를 줍니다. 스스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굳은 살과 맷집을 값지게 느낍니다.
* 소설이라는 걸 알고 나니, 작가가 아주 노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1952년에 출간됐다고 합니다.

현관문 앞에서 두 시간 동안 나 혼자만 배역도 못 받고 연극을 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만 대사를 잊어버린 것 같았다. 침묵 속에서 조금씩 지난 몇 년간 나와 친구들 사이에 생긴 거리감이 그들 중 내가 유일한 직장인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만 경제적 필요를 자족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깨달음을 얻고 나니 마음이 평안해졌다. 전보다 자신감이 생겼다.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낄 정도였다. 또래 친구들보더 왜 내가 성숙하게 느껴지는지 알 수 있었다.
- 1951년 1월 3일의 일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