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날이 주는 기쁨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합니다. ㅎㅎ

급여 인상은 두렵고 우울한 일상을 자유롭고 매력적으로 만들어주었다. 수년 동안 나와 남편은 한 달에 단 하루, 매월 27일만 마음이 편했다. 월급날이 지나가면 다음 월급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랬던 우리가 지금은 평생 돈 걱정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지내고 있다. 부자들은 왜 뭐든지 할 수 있고, 온 세상이 멋지고 행복하다고 생각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 1951년 1월 20일 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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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글로 남기지 않았더라면 대화 내용을 잊어버렸을 것이다. 인간은 언제나 과거에 한 말이나 한 일을 잊는 경향이 있다. 그 말을 지켜야 하는 끔찍한 의무감에 붙잡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망각하지 않으면 인간은 죄다 오점투성의 존재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하겠다고 약속했던 일과 실제로 한 일, 되고 싶었던 존재와 현실과 타협한 실제 모습과의 간극이 큰 모순덩어리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 1951년 1월 14일 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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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되었든 평생 친구로 지내기는 힘든 법이다. 살다보면 모두 변하기 마련이니까. 어떤 이는 앞으로 나아가고, 어떤 이는 같은 자리에 머무른다. 가는 길이 달라지면 만나기도 힘들고 공통점도 없어진다.

- 1951년 1월 7일 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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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는 43세의 직장에 다니는 여성이 쓴 일기의 형식을 빈 소설에서 발췌했습니다.

어떤 이유로 여성은 결혼해서 일을 안하고 손에 물을 묻히지 않고 사는게 잘 한 결혼이라는 상식이 형성되었을까요?

지금이 예전보다 민주적이라고 느끼는 건, 우아하게 사는 데 필요한 많은 일을 혼자서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옷을 만들지 않고 사서 입고, 식사도 HMR이나 외식을 이용할 수 있고, 이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화장실 시스템으로 멀리 가지 않아도 불쾌하지 않은 환경에서 해결이 가능하고, 씻기 등도 잘 만들어진 상하수도 시스템으로 물을 길으러 몇 시간씩 혹은 몇 십분씩 걷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기 위해 전기불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물건은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고 신용카드로 먼저 결제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삶을 살아내기 위해 자신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일을 스스로 해결하면서 굵어지고 거친 손이 정직한 손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은 편치 않을 때가 많지만, 그 시간들로 인해 받는 급여는 경제적 자립과 적당한 범위의 선택의 자유를 줍니다. 스스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굳은 살과 맷집을 값지게 느낍니다.

* 소설이라는 걸 알고 나니, 작가가 아주 노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1952년에 출간됐다고 합니다.

현관문 앞에서 두 시간 동안 나 혼자만 배역도 못 받고 연극을 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만 대사를 잊어버린 것 같았다. 침묵 속에서 조금씩 지난 몇 년간 나와 친구들 사이에 생긴 거리감이 그들 중 내가 유일한 직장인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만 경제적 필요를 자족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깨달음을 얻고 나니 마음이 평안해졌다. 전보다 자신감이 생겼다.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낄 정도였다. 또래 친구들보더 왜 내가 성숙하게 느껴지는지 알 수 있었다.

- 1951년 1월 3일의 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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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은 ‘걷기’, 혹은 ‘걷는 동작’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걷기와 산책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문득 ‘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을 기록하는 것’이 쓰기라면, 모바일이나 컴퓨터로 기록하는 것도 쓰기입니다. 예전에는 손으로 종이 등에 연필, 볼펜, 만년필 등으로 기록하는 걸 ‘쓰기’라고 여겼습니다.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카페 등 공공장소에서 숙제나 학습지를 푸는 외에 종이에 연필로 뭔가를 끄적이는 행동이 희귀한 행동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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