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을 이해한다는 것은, 현재의 중국을 이해하는 것과 맥락이 닿아있는 일일 겁니다.

중국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즉 미국과의 패권 경쟁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문득, 언제까지 ‘노동자’라는 단어가 유효한 의미로 사용될 수 있을지가 궁금해집니다.

2015년 5월 국무원이 빌표한 ‘중국 제조 2025’나 2021년 3월 전인대에서 채택된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 및 2035년까지의 장기 목표’에서 드러나듯, 시진핑 지도부가 21세기 중반까지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즉 미국과의 패권 경쟁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국민 생활의 질적 향상을 근간으로 하는 경제•사회의 고도화, 과학 기술과 기술 혁신의 진흥을 일선 통치 현장인 지방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2017년 제19차 당 대회 정치 보고에서 시진핑은 ‘산업 노동자, 청년 농민, 고학력 식자층’을, 2022년 제20차 당 대회에서는 ‘청년층 및 산업 노동자, 농민, 지식인’을 입당 활동의 주요 타깃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실제 방점은 분명히 ‘고학력 식자층’과 ‘지식인’에 찍혀 있다.

(...)

요약하자면, 당 조직 구축 측면에서 볼 때 시진핑은 노동자와 농민을 중시했던 마오쩌둥의 혁명 정당 노선이나 이념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 오히려 그는 보편적 이념 정당으로서의 ‘중국에 있는 공산당’을 적극적으로 껍데기만 남게 함으로써, 21세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도구로 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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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중국에서도 ‘노동자’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는 건, 다른 나라들에서는 더욱 심한 변화가 생기는 게 아닐까요?

다만, 이념의 차이라기보다는, 실물경제에서 화폐경제로 변화해가고, AI가 발전하면서 ‘노동’에 대한 정의가 다시 필요한 시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창당 100주년을 맞이한 오늘날의 중국공산당은 ‘중국 인민과 중화민족’을 위한 조직일지는 몰라도, 과거의 핵심 정체성이었던 ‘조동자 계급’이나 ‘노농 동맹’ 같은 구호는 이제 시체 없는 허울뿐인 명예 칭호에 지나지 앟는다. 마오쩌둥 시대 이래 농민 당원들을 통해 당 내부에 형식적으로나마 유지되던 노농 동맹의 조직적 기반도 이제는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그러므로 ‘계급 정당’이라는 공산당 본연의 뜻 - 국경을 초월해 노동자 계급을 대변한다는 의미 - 에서 볼 때, 현존하는 중국공산당(The Communist Party for China)의 성격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이제 이들을 보편적 공산주의 이념을 단지 중국 땅에서 실천하는 조직이라는 뜻의 ‘중국에 있는 공산당(Communist Party in China)’이라고 정의하기는 어렵게 된 것이다. 사실상 이념 정당이 아닌 중국이라는 국가에 귀속된 통치 기구가 되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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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하여 2000년대 후반에는 잠재적인 불만 계층이 꾸준히 확대되기는 했으나 소수에 그쳤던 것과 대조적으로, 2010년대 이후부터 오늘날까지는 특정 계층을 넘어 정치•사회 심리 전반에서 부분적인 동요와 불안정화 경향이 확인된다. 앞서 살펴본 ’행복감‘에 대한 응답 추이를 보면 이러한 변화가 더 명확히 드러난다. 응답 데이터가 확인되는 2006년부터 2022년까지를 훑어보면, 2006년 59.1%에 달했던 행복 응답 비율은 이후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특히 시진핑 1기 정권이 출범한 2012년에는 44.7%로 14포인트 이상 급락했고, 2013년 이후에는 1~2년 주기로 등락을 반복하며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불행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2000년대 후반에 지속적으로 늘어났음에도 전체의 10% 미만에 그쳤으나, 2010년대 이후에는 일관되게 1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16년 18%를 기록한 이후에는 수치가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17년 1.54%, 2019년 11.92%, 2021년 12.48%).

또한 중국사회과학원 사회학연구소가 실시한 전국 규모 여론조사(CSS 격년 조사)에서 중국 사회의 불공정을 묻는 질문에 대한 2017년과 2021년의 결과를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CSS 2017년 조사에서는 "가정 배경과 사회적 관계에 의해 과거에 차별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이 불과 9.0%에 그쳤으며, 90% 이상의 응답자가 없다고 답했다. 반면 CSS 2021년 조사에서는 가정 배경과 사회 관계에 의한 불공정이 없다고 답한 비율이 25.25%에 머문 한편, 현실에 존재하는 불공정의 정도가 매우 심각하거나 비교적 심각하다는 응답의 합계는 41.94%에 달했다. 중국 사회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2017년의 응답 결과에 큰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 점은 차치하더라도 코로나 사태를 겪은 오늘날 개인의 가정 환경이나 유력 인맥에 의한 기회 불평등에 대한 불만을 사람들이 더욱 적나라하게 표출하게 되었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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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몰랐던 전 세계의 중국 연구 권위자들이 나옵니다. 이들의 저서들이 국내에 얼마나 번역됐는지 찾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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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후반, 그러니까 2018년부터 중국에 갈 때마다, 하나씩 사진을 찍는 범위가 늘어났던 것 같습니다. 미국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점차 많은 국가들에서는 방문자들의 얼굴, 홍채 뿐 아니라 손가락 지문, 한 손가락이 아니라 네 손가락, 여덟 손가락까지 찍는 것 같습니다.

편리함과 동시에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교환의 대상이긴 합니다만,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까요? 특히나, 정부에서 각종 알림을 카카오톡으로 보내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혹은 카카오톡을 활용하더라도, 카카오에서 해당 정보를 절대로 활용할 수 없도록 해야할 것 같습니다.

팬데믹은 중국 사람들에게 무척 충격적인 경험인 것 같습니다. 상하이 봉쇄를 계기로 많은 지식인들이 중국 정부를 향해 외치기 시작했고, 중국을 더 많이 떠나는 것 같습니다.

중국에 가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싶으면서도, 점점 강해지는 ‘디지털 레닌주의‘가 중국 여행을 주저하게 합니다.

국가와 사회의 상호작용 관점에서 볼 때, 시진핑 시대 통치 정통성의 핵심은 풍요(부), 편리함(효율), 위대함(자존심)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요약된다.

(...)

세 가지 기둥 중, 덩샤오핑 시대에 비해 ‘풍요로움’이 제공하는 지지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만큼, 이를 나머지 ‘편리함’과 ‘위대함’으로 보완해야 하는 구조다. 곧 살펴보겠지만, ‘편리함’은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0년대 내내, 성장둔화 시기에 접어든 체제의 정통성을 떠받치는 유력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위대함’과 관련해서는, 중국 국민들의 일반적 인식 속에 중국은 이미 미국에 버금가는 세계 2위의 강대국이며, 바야흐로 미중 양강(G2)시대에 진입했다는 자부심이 확고하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8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국의 향후 발전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며 경제•군사•과학 기술 등 전 분야에서 중국의 발전이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중국 국민이 다수를 차지했다.

한편 국가의 시각에서 보면, 사회•경제적 생활의 편의성 향상은 개인 차원의 행동과 정보를 통제하려는 당국의 의도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를 이룬다. 관과 민간 각 조직이 보유한 방대한 양의 개인 정보가 치안 유지와 사회 관리에 활용됨으로써, 지배 체제의 통제역량을 날로 강화하고 있다.

그리하여 오늘날 중국에는 세바스찬 하일만(Sebastian Heilmann, 독일의 정치학자이자 현대 중국 연구의 권위자)이 주창한 ‘디지털 레닌주의’의 특징을 띤 권위주의적 지배 체제가 확립되었다. 즉, 수많은 감시 카메라와 고도화된 생체 인증 시스템, 각종 정보 단말기를 통한 개인 정보 수집,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 차원의 행동 이력 파악 등 첨단 과학 기술을 이용해 사회 관리 체제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일찍이 새뮤얼 헌팅턴(Samuel P. Huntington)은 21세기의 새로운 권위주의 유형으로서, 고도화된 정보 통제와 통신 기술을 갖춘 테크로크라시적 전자 독재(electronic dictatorship)의 출현을 예견한 바 있는데, 이제 그것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1)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포함한 ‘인권 보장’과 (2) ‘사회•경제적 근대화’ 사이의 관계가 중국 시민들의 정치 의식 속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체로 2010년대에는 이 두 가지 요소가 서로 무관한 것처럼 분리되어 인식되었으며, 대주의 다수는 (1)보다 (2)를 우선시했다. 그 결과, 사회•경제 생활의 편의성 및 효율성 추구와 지배 체제의 억압 능력 강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제로 코로나’ 정책이라 불리는 가혹한 방역 조치를 경험한 것을 계기로 (1)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거나, (2)에 대해 가졌던 기존의 낙관적인 태도를 수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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