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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 코인 세탁소 ㅣ 서사원 일본 소설 3
이즈미 유타카 지음, 이은미 옮김 / 서사원 / 2024년 12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요코하마 코인 세탁소』라는 작품을 읽다보면 문득 '어쩌면 이런 곳이 있을지도...'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것은 있었으면 하는 바람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표지 속 건물이나 배경을 보면 마치 미국의 샌프란시스코가 살짝 연상되기도 하는데 배경 속 장소는 일본의 요코하마이다.
제11회 소설현대장편 신인상을 수상한 이즈미 유타카 작가가 선보이는 첫 번째 힐링 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은 일본의 서점 MD들을의 강력 추천과 입소문만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소설이라고 한다. 두 가지의 믿고 볼 수 있는 요소가 겹쳐지는 작품인 셈이다. 일본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일본서점대상'을 알테고 그로 인해 서점 MD의 추천이란 의미있게 다가오는게 사실이며 입소문만큼 무서운게 없는 법인데 말이다.
코인 세탁소, 낯설지 않은 공간이다. 현대인들에겐 유용한 시설이다. 세탁소야 원래 있었지만 1인 가구의 등장과 시대적 트렌드를 따라 코인 세탁소가 동네에도 생겨나 이제는 이용에 어석하지 않은데 이런 일상적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힐링 스토리라는 점에서 너무나 기대되었던 작품이다.
우리는 삶에서 아주 우연한 순간 새로운 변화의 기회를 잡기도 하는데 아카네 역시 그러하다. 악몽 같았던 이전 직장을 벗어나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던 아카네는 각성을 하고 다시 뭔가를 하자는 생각의 첫 번째 행동으로 빨랫감을 찾아 세탁을 할 생각하지만 그런 의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세탁기는 고장 상태. 결국 집 근처의 코인 세탁소로 향한다. 바로 '요코하마 코인 세탁소'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딘가 모르게 포스가 남달라 보이는, 그러나 거리감을 갖게 하는 인물이 아닌 점작 마나를 통해 점차 기운을 얻게 되고 삶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작품 속에는 아카네와 같이 누군가의 위로와 공감이 필요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다양한 사연들이 전개되고 점장 마나를 통해 마나가 전하는 조언을 통해 조금씩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지게 된다.
마치 고민 상담소 같은, 딱 그 사람에게 필요한 조언을 해주는 점장 마나의 존재가 확실히 멋진 캐릭터다. 게다가 크고 어려운 조언이 아니라는 점이, 또 강압적으로 이래라 저래라가 아니라는 점에서 마나의 이야기를 듣는 손님들은 아마도 마나의 관심, 걱정, 위로와 결을 같이 하는 감정을 알아차리지 않았을까 싶다.
한 때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동영상을 보면 늦은 시간 취객의 주사에 역(기차인지 지하철인지는 모르겠다) 경찰이 출동하고 두 경찰은 그 사람을 제어해 보려고 하지만 속수무책이다. 무작정 제압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한 청년이 나타나 가만히 그 취객을 안아준다. 그러자 남자는 조용해진다. 물론 진상에 해코지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누군가의 진심으로 공감과 위로가 고팠던 사람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공감과 위로를 건네는 것도 섣불리 하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이런 공감, 위로, 힐링을 담아낸 작품이 계속해서 독자들의 사랑받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잔잔하지만 감동적인 스토리가 따스함이 묻어나는 빨간 벽돌 건물의 공간과도 잘 어울렸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