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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잔 다르크는 백년전쟁을 이끌었을까? - 잔 다르크 vs 피에르 코숑 ㅣ 역사공화국 세계사법정 25
박용진 지음, 이일선 그림 / 자음과모음 / 2013년 3월
평점 :
누군가가 자신을 모함해서 자신의 선한 의도를 불손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면 그것으로 생명의 위협까지 받았다면 그 사람은 분명 억울하다는 감정으로는 감히 표현되지 않을 정도일 것이다. 그렇기에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지라도 기필코 그 억울함을 벗고, 정당한 평가를 받고 싶은 마음 또한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인물이 김딴지 변호사를 찾아 오면서 시작된다.
프랑스 북동부 작은 마을에서 농부의 딸로 태어난 잔 다르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지극히 평범한 아이로 태어나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다만 그 또래에 비해 특이할만한 사항이 있다면 신앙심이 깊었다는 것이다. 기도를 많이 하는 것은 물론, 교회 가는 것을 빼먹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가 살고 있던 마을은 영국과의 백년전쟁으로 안전함을 보장받지 못했던 마을이였는데 역시나 그녀가 열세 살 이였던 1425년에 영국 군대가 쳐들어 오게 된다.
그런데 바로 그 일 이후 잔 다르크에게 특별한 일이 생긴다. 그것은 기독교 성인들의 목소리가 들려 온 것이다. 영국이 1415년 아쟁쿠르 전투에서 승리한 후 프랑스의 세자 샤를을 사생아로 만든 다음, 프랑스를 영국 왕이 통치하게 된 것인데, 잔 다르크가 들은 음성이 바로 세자 샤를을 프랑스의 왕으로 만들고, 프랑스 땅에서 영국을 몰아내라는 것이였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천사와 성인의 모습을 본 그녀는 그 음성대로 세자 샤를을 만나서 전투준비를 하고 군대를 이끌고 오를레앙으로 떠나게 된다. 성인들의 목소리 대로 잔 다르크는 영국군에게서 오를레앙을 구해내고 점차 상황은 역전되어 결국엔 프랑스가 백년전쟁에서 승리하게 된다.
나라를 구한 영웅이였지만 영국의 포로가 된 잔 다르크는 영국 왕이 압력을 넣은 피에르 코숑 가톨릭 사제의 재판 하에 마녀라는 판결을 받게 된다. 이후 왕이 된 샤를 7세에 의해서 복권이 되고 20세기 이르러 로마 교황청이 성녀로 만들어 주지만 애초에 자신들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서 잔 다르크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 나아가 잘못된 판결을 하게 한 피에르 코숑과 영국 왕들의 진행한 종교 재판의 부당성을 밝혀달라는 것이 잔 다르크가 김딴지 변호사를 찾아 온 이유이자, 소송 청구 내용인 것이다.
실제로 시대와 세계의 지역에 따라서 그녀에 대한 평가는 달라진다고 한다. 누가 어디서 그녀의 이미지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그녀는 카톨릭 광신도, 여자 나폴레옹, 민족주의의 화신, 인종주의를 내세운 정파의 표상, 조국 해방의 표본, 국왕과 조국에 대한 충성 등으로 불리는 잔 다르크라는 인물의 행적과 그녀를 둘러싼 영국과 프랑스의 전쟁 등이 이 책에서는 역사공화국 세계사법정이라는 공간 속에서 대립하고 또 밝혀지기도 한다.
결국 이런 인식의 차이는 잔 다르크가 피에르 코숑을 상대로 제기 한 '올바른 역사적 평가'에 관한 청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내려지도록 한 것 같다. 영국과 피에르 코숑이 주장한 마녀라는 모습과 프랑스에서 인정받는 조국을 구한 민중의 딸이라는 모습은 결국 잔 다르크라는 인물의 한 부분만을 보고 판단한 것이기에 앞으로는 양측의 주장이 혼합되어야 함을 재판부는 권고하고 있다.
결국 역사와 그속의 인물들에 대한 것은 누가 어떤 견해를 가지고 바라보고 평가하느냐에 따라서 천양지차의 모습을 보여주는것 같다. 그렇기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최대한 역사적 사료 등을 통해서 다각도로 접근하고, 최대한 개인적인 생각에 치우치지 않는 역사 인식과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일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