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주원장은 명나라를 세웠을까? - 한림아 vs 주원장 역사공화국 세계사법정 26
전순동 지음, 안희숙 그림 / 자음과모음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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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결국 승자의 입장에서 쓰여지기 마련일까? 그가 어떤 행동을 했건 최후의 승자가 되었을때 그런 것들은 어느 정도 무마되고, 승자된 모습만 크게 부각되는 것이 사실일까? 한림아 vs 주원장의 <왜 주원장은 명나라를 세웠을까?>를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중국에서 왕조를 세운 군주들이 대부분 정치권력, 사회적·군사적 지위, 명망이나 경제력을 가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나 영양실조에 걸린 가족이 전염병을 얻어 목숨을 잃고 걸식승이 되어 유랑한 전력이 있는 주원장의 사례는 극히 드물 경우라 할 것이다.

 

원나라 세조가 죽은 후 황실은 지나친 사치로 국고가 비게 되자 과도한 세금 징수를 하고, 이에 더해서 황허 강의 잦은 범람과 자연재해 등으로 농민들은 이중고를 겪게 된다. 그런 농민들은 현실 도피처로 백련교를 믿게 된다. 백련교의 교주 한산동은 자신을 '송나라 휘종의 8대손'이라고 주장하면서 1351년 농민들을 모아서 반란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 반란군이 머리에 붉은 두건을 썼다고 해서 홍건적이라 불렸다고 한다.

 

이후 한산동이 원나라 군대에 잡혀서 죽게 되자 유복통, 두준도 등이 농민들을 설득해서 한산동의 아들 한림아를 '소명왕'으로 즉위시키고, 국호를 '대송'이라 했다. 홍건적의 난에 동참한 이는 많았고, 그들 중 한명이 바로 주원장이였다. 주원장은 한림아로부터 부원수라는 직함까지 받게 되는 인물이다.

 

 

한림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황건적의 난이 어느덧 주원장의 승리로 끝이 난 것에 대해서 한림아는 주원장이 천하를 손에 쥘 목적으로 강남 지주들과 합심해서 자신을 강물에 빠뜨려 죽였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그는 배신자인 동시에 살인자라고 주장하면서 송나라의 황족으로서 한족의 부흥과 사회 변혁을 주도해 온 자신의 노력에 대한 답답함과 주원장의 만행과 살인죄를 고발하고자 함이 이번 소송의 내용인 것이다.

 

 

이 책에서는 한림아가 한족의 부흥에 힘썼다는 주장과 관련해서 그렇다면 몽골 족이 과연 한족을 어떻게 차별했는지와 함께 원나라 농민들의 어려운 실정이 그려지고 있다. 또한 권력과는 하등 상관이 없어 보이는 주원장이 어떻게해서 농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는지도 알아 본다. 그것은 아마도 부역 동원이나 세금으로 인해 힘들었던 농님들의 생활을 안정화시켰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 소송의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는 주원장이 과연 한림아를 강물에 빠트려 죽였을까에 대한 이야기는 실로 첨예하게 대립한다. 원고 한림아의 유능한 변호사는 이에 대해서『명사』「한림아전」에 적힌 이야기를 통해서 태조(주원장)이 자신의 심복인 요영충을 보내 배를 전복시켜서 앙쯔 강에 빠트렸다는 1366년 12월에 발생한 배 전복 사건을 증거로 제시한다. 이에 피고 주원장의 명석환 변호사는 같은 역사서를 통해서 원고를 배운 배가 풍랑을 만나서 침몰했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주장에 대한 역사공화국 세계사법정 담당 판사 명판결은 과연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결국 한림아가 주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홍건적 기만의 죄와 한림아 살인죄는 기각된다. 주원장이 한림아와 홍건적의 세력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은 도덕적 지탄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 당시의 특수한 사회적 상황을 고려할때 그렇다고 몰아세울 수 만은 없다는 것이 판결 이유이며, 살인죄에 대해서도 주원장이 그렇게 했다고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즉, 실제로 주원장이 농민들의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분명 존재하고, 살인죄에 있어서는 그것이 주원장의 사주에 의한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한림아의 억울함이 이해는 되지만 원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에 타당성이 없지만 주원장이 나라를 세운 후 보여준 공포정치는 분명 주원장 스스로가 돌이켜봐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 주된 판결 내용이다.

 

어느 한 쪽의 이야기만을 듣고 편파 판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역사공화국 세계사법정의 자랑일 것이다. 또한 판결을 내리기까지 양측이 주장하는 내용이 반박과 증언, 심문 등을 통해서 긴장감있게 그려지고 있다는 점도 역사 속 라이벌을 통해서 두 사람을 둘러싼 그 시대의 많은 것들을 알 수 있게 하기에 정보전달 면에서도 충분히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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