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을 따라 두 사람이 걸었고 간간이 말이 오갔다. 바람은 잔잔했고 손도 시렵지 않았다. 눈이 잘 안뭉쳐지는 눈이네. 그러게요. 가루만 차갑게 날려요. 대출을 위해 반납이 필요한 것인지 반납을 하고 보니 대출이 따라 붙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반납과 대출, 대출과 반납 사이, 해명도 안되고 규정지을 수도 없는 것들의 애매함을 떠올리다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지? 갑작스런 눈덩이가 날아들었다. 나한테 왜 이래? 그러는 당신은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요? 눈물을 글썽이며 따질 만도 한데 잠자코 눈길을 걸어갔다. 다행히 아무도 미끄러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