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곡선이 지금 어느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지 잘 모르고 싶은 요즘, 아마도 이건 분명해 보인다. 수준급의 스트레스가 압도적 스케일로 점점 몸을 불려가는 와중에도 이렇게 조용히 엎드려 잠복해 있을 수 있다는 것. 바야흐로 독서에 집중하기 좋은 계절인가. 그러하다. 매우 그러하다. 겨울이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꼭 겨울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독서를 방해하는 것들로 둘러싸여 있고 그들의 몸집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독서는 결코 내 인생의 돌파구가 될 수 없다. 아니 더 똑바로 말한다면, 돌파구 자체가 없다. 비상계단 정도는 있으려나 하지만 애초의 설계도를 보면 그런 건 있지도 않았다. 꼼짝없이 갇힌 것이다. 눈발이 날리고 있다. 아니 있었다. 눈발이 조금 나부끼길래 읽던 책을 덮었고 잡스런 상념이 흐르는 동안에 다시 밖을 내다 보니 희끗하던 것들이 사라지고 없다. 잠시 독서를 방해 받았고 잠깐의 선물이 허망하게 사라지는 걸 보았다. 이제 책을 읽어야겠다. 조용히 엎어져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를 바친다. 당장 죽는다 해도 억울해 할 이유를 잠시 잊게 만드는, 여실한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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