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1.
"추억은 쫓겨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낙원이다"
혹시 누가 이 말을 했는지 아시는 분?
가스 검침원이 문을 마구 두드리면서 목청껏 가스 검침을 외쳤다. 문을 열어 보니 사라지고 없다. 그럴리가. 아니 그럴지도. 탕비실이라고 불러도 되지만 그 누구도 탕비실이라고 부르지 않는 베란다로 나가서 계량기를 확인했다. 복도 벽에 붙어있는 검침표에 숫자를 적고 있는데 검침원이 옆집의 옆집에서 나오고 있었다. 696 인데 969라고 적었는지 969인데 696이라고 적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이러고도 쫓겨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낙원이 추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 추억과 기억은 다른 거군요.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기억의 집적없이, 아니 말장난 좀 하자면 기억의 집적거림없이 어떻게 추억이 가능할까. 기억의 집적. 뉴런이 관장하는 세계. 그토록 신비한 뇌. 머리통이 하는 일들. 심장은 그저 거들 뿐. 온통 머리가 하는 일들. 쏟아지는 기록들. 폭포처럼 쏟아지는 거대한 것들. 아, 시인 정호승을 어젯밤 받아적은 기억이 난다. 찾아보니 내 글씨는 조금 취해 있었다. 아주 팔자가 늘어진 글씨였다. 하지만 시는 시인이 썼다. 정신 차리고 쓴 시라고 나는 생각한다. 제목은 사랑이었다.
무너지는 폭포 속에 탑 하나 서 있네
그 여자 치마를 걷어 올리고
폭포 속으로 걸어 들어가 탑이 되어 무너지네
아, 질문 2
한국 최고의 소설가는 누구일까요.
이 질문은 어리석게도, 어리석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어리석고, 어리석음직하고 남을 직만한 어리석음을 갖췄지만 언젠가 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각자의 답이겠지요. 그러니 아주 제각각일테구요. 그러니 아주아주 많은 소설가가 나올 테구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묻고 싶습니다. 과연 한국 최고의 소설가는 누구일까요. 정말 궁금합니다. 아, 제 생각을 말씀 드리자면 전 이제 좀 알 것 같습니다. 한국의 모든 소설을 다 읽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작가의 발견.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이제 확신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작가의 책이 집에 한 권도 없군요. 아 거짓말입니다. 두 권 있네요. 거짓말인줄 알지만 거짓말이 하고 싶어서 거짓말을 좀 했습니다.
그래 24인지 교복 북로그인지 오랫동안 접속하지 않아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는데 오늘 찾아야 할 것 같다. 거기에 모아놓은 몇 개의 포스팅을 이제 완전히 폭파해서 가루로 만들어 효모균이 들어간 빵을 만들어 먹을 예정이다. 오늘 커피 한 잔을 못마셨는데 H8이 도착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지만 그때까지 참을 수 있는 참을성이 내겐 없는 것 같다. 빵에 찍어 먹을 커피가 필요하다. 당장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