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거의 못잔 얼굴로 아침을 시작하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다리와 어깨와 목과 무릎과 손가락과 발가락이 매일 못생겨지고 있다. 슬픈 일이다. 살면 살수록,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사람은 어차피 슬플 일이 많기 마련인데 나는 이딴 걸로도 슬퍼하는 걸 보니 나약하고 비겁하고 한심한 것이 맞다. 자학이 여전히 저절로 되는 걸 보니 요며칠 반토막으로 살았던 일들도 어째 좀 의미있어지려 한다. 하지만 그래봤자다. 뇌를 거치기도 전에 가슴 속부터 사무쳐야 하는데 뇌를 거치는 순간 묵직한 돌덩이만 가슴에 얹히니 의미고 나발이고 없다. 내일도 비가 하루종일 온다는데 다행히 찢어진 우산은 아니지만 신고 나갈 신발이 고민이다. 모처럼(?) 사회적 인간이 되어야 하나. 좋은 표정을 지어야겠지. 좋은 얼굴만큼이나 좋은 표정도 쉬운 일이 아닌데. 심장을 꺼내서 안경을 닦듯 닦을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뭘, 뭘,
뭘 먹지? 뭘 먹지?
술한잔 했지만 술한잔 함께 나눌 친구가 없다는 자각을 이 사진을 보면서 한다. 엄마가 들으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할 일이다. 이 미친 년아, 술꾼이 다 되었구나. 난 물론 엄마로부터 아버지로부터 오빠로부터 동생으로부터 독립하다 못해 생까고 있는 처지다. 친구가 없는 나는, 피 한방울 안섞인 절대가족 한명를 부여잡고 술 좀 먹자고 외친다. 다행히 내게도 들리지 않는 외침이다. 하지만 오늘의 특수상황인 것이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책이나 읽다가 잠드는 게 마땅하다. 다음날 아침에는 언제나 잘 일어나서 1교시 수업을 들어야 한다. 국어도 영어도 아닌 수학스런 메뉴가 정해져 있어서 그나마 내일은 다행이다. 오늘 낮에는 1시간이 넘도록 봄볕을 쬐었다. 그 덕분에 길고양이 두 마리를 투샷으로 사진에 담았다. 그들이 작당하고 사라진 곳의 흙냄새가 따뜻하길 바랄 뿐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4시간 30분 후에 알람이 울린다고 하니 적어도 4시간을 자려면 3시엔 잠들어야 한다. 와이파이 끄고 이것저것 다 끄고 이제 푹 잘 것이다. 내일은 1교시 수업에 임하는 학생 코스프레를 해야겠다. 헐레벌떡 냅다 교실 눈을 열어제낄 것인가, 세상 다 산 사람처럼 털썩 책상에 이마를 처박을 것인가. 앱을 다시 깔았다. 잘한 일이다. 눈이 더 말똥거리는 걸 보니 정말 잘한 일이다. 이불 속에 엎드려 책을 읽으면 30분을 못버티는데 이거는 참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르는구나. 다시 돌아온 북플이여. 내 의지의 맹아여. 뭐 어찌됐건 웰컴이다.
늘 하던대로 고만고만한 자세로 살지 말고 가끔은 뻘짓도 해봐야 한다.
보기 민망한 거야 그러려니 이해못할 처지도 아니거늘.
<포트노이의 불평> 30쪽부터 59쪽에 걸친 딸딸이(참 정영목씨도!) 부분을 마저 다 읽기도 전에
벌써부터 쿡쿡 참지 못하고 까불고 싶어지니. 나는 뭐라도 선언하고 싶다. 뭘 선언할지 모를 뿐. 그렇지 고담?
달수 넌 빠져!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