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 고양이 우리 시대 우리 삶 2
황인숙 지음, 이정학 그림 / 이숲 / 201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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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황인숙을 안다는 건 요즘 같은 봄날에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고 추운 줄도 모르고 폴짝폴짝 줄넘기를 하는 일과 같다.


산뜻한 몸과 마음으로 이 봄을 달려보자는 기분을 담뿍 담아 난 며칠 전 과감하게(그렇다 과감하게!) 그녀의 시집 두 권을 주문했더랬다. 그리고 그보다 이전에 지금 여기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놓은 상태였다. 시집은 이제 온전히 내 꺼니까 아껴가며 조금씩 읽으면 될테고 이건 빌렸으니 당연히 속도를 내야 하건만 아, 하는 탄성과 함께 하느라 그런지 어쩐지 쉽게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한다. 게다가 진득하게 순서를 밟지 않고 그때그때 펼치는대로 읽다 보니 얼만큼 읽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튼, 그러니 그래서 그렇고 말고를 떠나, 

지금 내가 펼친 81쪽부터 83쪽까지(재즈는 흘러갑니다)는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정말 참을 수가 없다. 왕숙천 3.6km 산책로 어디쯤에서 어느새 구리시 강변에 이르게 되었고 그때의 풍경과 감상이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드디어 만났다. 무엇보다 글쓰기 스타일이긴 하지만 그녀가 얼마나 감각적으로 인스타그램을 하는지 발견한 것이다. 난 오늘 그녀에게 이런 댓글을 달 것이다. 


이 언니는 늙지도 않아.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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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7-03-14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황인숙 시인, 몹시 신뢰하고 좋아합니다!
그니의 시집은 아마도 거의 다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주문하신 시집 두 권은 무엇인지
소인 무척 궁금하나이다, 굽신~

아~~오늘의 포토는 공작부인 고담양과 나쁜 남자 고달수군요!^^
뾰족한 귀들과 자태가 세련되고 정답게 보이네염~~

컨디션 2017-03-14 20:14   좋아요 0 | URL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 황인숙 시인의 ‘명랑함‘은 어쩜 이리도 신뢰가 가는지요.
제가 이번에 갖게 된 시집은 자명한 산책,과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입니다, 물결물결~~

공작부인 고담양은 고달수의 대시를 이해하지 못한 채 귀찮음과 연민으로 버티고 있고..
나쁜남자 고달수는 고담이의 귀찮음을 납득할 수 없어서 안달복달 애가 끓고..
저렇게 정답게 서로를 핥아주다가도 고달수의 역공(?)이 곧 이어집니다.ㅠㅠ

2017-03-14 1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14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술 마실 거 다 마셔가면서 글쓰는 업을 게을리하지 않는 작가들이 있다고 들었다.

놀 거 다 놀면서 상위권을 유지하는 공부 천재들이 있다는 소리도 늘 들어왔다. 

소식이 소식으로 그치지 않고, 소문이 소문으로 끝나지 않으니 낸들 굳건하게 팩트를 믿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왜 나만 몰랐는고 오호, 해봐야 바보같은 짓이다.


맥이 끊겨버린 이 봄날. 졸기도 많이 졸았다. 놀고 놀고 또 놀았으니 불안한 봄날이 춘분까지 견딜 수 있을까 모르겠다. 

내가 나를 데리고 놀았으니 내 손에 내가 놀아난 셈인데 나는 왜 가슴 가득 원망을 품게 되었나. 아니다. 원망은 아닌 것 같다. 

괜한 감정 만들어서 기운 빼지 말고 그동안 잘 놀았다고 악수나 청하자. 엉덩이에 왁스를 바르고 안녕을 고하자. 컨디션 안녕? 


그래 안녕! 잘해 보자구. 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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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3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13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저녁 햇살이 남아있을 때다. 빨리 걷자. 해가 지기 전에. 어서어서 햇빛 속을 걷자. 거리로 나가면 생의 기쁨이 활짝 웃고 있다.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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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어떠니. 자랑, 좋아하니? 그래 좋아! 좋지, 좋아한다 치자. 좋아하지 않는 것보단 보기 좋으니까? 그래, 자랑이! 자랑을! 자랑은! 뭘까? 솔직히 말해, 자랑하는 법 따로 있다? 노골적인 거 좋다는 사람 따로 있고 싫다는 사람 따로 있듯이 비위장단 할 거 없이 그냥 상징이나마 잘 갖춰서 놀면 끝. 끝? 끝!


그래, 늦었다고 말하기 전에 이미, 그래 늦었다. 방법을 모를 리 없잖아? 잘 놀아보라는 폭언도 아까워. 그렇다면 난. 이제 와 보니 너무 늦은 게 분명해. 보고 들은 게 있으니 따라나 해보자고? 이거 참 이러지 마시지. 같잖다는 걸 왜 모르겠나. 그렇게라도 싫다면 의리는 남겨두겠지만, 싫다는데 아무 것도 소용은 없으니 남겨둘 것도 없지. 그러니까 널 응원해. 널 응원해 마지 않아. 정말이야. 이것마저 싫은 게 아니라면 내 응원을 받아. 널 응원하는 것 말고는 달리 할 것도 없어.  


심자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었습니다. 정말 그 이름이었습니다. 학창시절은 누구나 자존을 앓을 나이라서 자존을 잃을 일이 허다했고 누구나 그 정도는 알고 있었는지 잘도 참았다는 생각입니다. 책걸상 사이를 누비고 다녔던 우리들의 웃음소리가 얼마나 아득하게 명랑했는지 그 자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는 알고 있을까요. 아름다운 얼굴에 다리를 절던 소녀였습니다. 아름다운 얼굴이 그녀의 다리를, 아니 그녀의 다리가 아름다운 얼굴을 더 아름답게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렇습니다. 그녀의 얼굴이 다름 아닌 불편한 다리에 있었음을 그땐 알지 못했습니다. 그 친구가, 아니 그녀가 처음부터 아름다운 얼굴이었는지 처음으로 아름다운 얼굴이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 채 졸업을 했습니다. 우린 모두 학교를 떠났고 다들 서로를 잊은 것처럼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밤, 생각해보니 그녀는 나를 친구로 알기나 했을지조차 모르겠습니다. 기억합니다. 아름다운 얼굴의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내 기억이 그렇다면. 지금 그녀는 과연 다른 평범했던 친구들의 이름을 기억할 것인가. 확신합니다. 그렇지 않을 것임을. 강렬한 존재로서 기억되는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은 타인을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자신의 빛에 자신의 눈이 멀고 마는 것이죠. 그것이 스스로 의도했든 아니든 상관없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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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에 무게가 포함되는 이유를 조금 생각하다가 아, 재미없어서 그만 두고는 그것보다 더 무의미한 생각을 하게 된 오늘 아침. 나는 한권의 책을 알라딘 상품이미지에서 검색하다가 몇 분을 탕진해버린 결과 기분좋게 짜증이 난 상태에 놓여 있다. 정확하게 2017년 3월 2일자 인쇄발행일이 찍힌 책이 왜 아직까지 상품검색대에 올라와 있지 않냐 말이다.


오늘이 벌써 3월 7일인 터, 며칠 더 기다리면 뜨긴 뜨겠지만 그 사이 내 얼굴이 이렇게 누렇게 떠서 양장이니 반양장이니 같은 쪽수라도 무거운 게 있고 가벼운 게 있지를 않소 따지고 들 것마냥 덤비다가 내 이러쿵 저러쿵 해봐야 당장 그 흔한 CEO라든가 OECD라든가 WTO니 FIFA니 하는 것들이 무엇의 약자인지도 모르는 판국에 어찌 ISBN을 논할 수 있단 말이오..

(별 거 아닌 것을 붙들고 환장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어느 60년대 구보씨의 늘어진 긴 한량같은 말투)


이를테면 지금 내가 잡은 책과 매우 흡사한 248쪽 | 215*150mm | 322g(녹색평론 통권152호) 이라는 서지정보를 보면서 이 책의 무게는 아마도 320g 일 거라고 탕탕탕 확신하고 싶다. 그리고 하나 더. 무게만큼이나 별 거 아니면서 그보다는 좀더 쪼잔한 것을 만들려면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아무 짝에도 쓸모는 없지만 굉장히 놀라운 일이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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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7-03-07 1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침 제 곁에 누렇게 뜬 <구보씨와 더불어 경성을 가다>가, 더 정겹게 느껴지네요.^^

저도 아침내내, 장바구니를 넣다 뺐다 난리부르스를 췄다죠 끙,
뜨신 차로 숙취나 풀어야겠습니답.

컨디션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컨디션 2017-03-07 20:52   좋아요 0 | URL
<구보씨와 더불어 경성을 가다>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바로 그 소설가 구보씨에 관한 또다른 책이군요!
이참에 이것저것 보다 보니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도 버전이 여럿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구요.^^

장바구니가 닳고 닳도록..ㅠㅠ난리부르스ㅋㅋ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고 계시죠? ^^

2017-03-07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7 2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7-03-08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컨디션님 무슨 책이예요?? 찾으셨나요??

컨디션 2017-03-08 15:13   좋아요 0 | URL
혹시나 해서 좀전에 검색해보니 올라와있네요. 녹색평론 153호 랍니다.^^